All Chapters of 남편의 전담 한의사, 그가 내 심장을 다시 뛰게 했다: Chapter 21 - Chapter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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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1 화 : 태강물산 채권 매집과 해외 비자금 동결

북촌 혜민당 대종택 자음정(滋陰亭)의 맑고 서늘한 아침.툇마루 창호문 너머로 댓잎을 스치는 가을바람 소리가 청량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백도현의 넓고 따뜻한 품 안에서 눈을 뜬 신채경의 얼굴에는 더 이상 과거의 그늘 따윈 남아있지 않았다.밤새도록 자신의 온몸을 지극히 배려하며 보듬어주었던 남자의 체온이 살결 깊은 곳까지 향기롭게 스며들어 있었다.도현이 자리에서 일어나 백옥 같은 단추가 달린 정갈한 흰 모시적삼을 걸쳤다.도현이 안경을 밀어 올렸다. 밤새 숫자를 들여다본 사람답게 눈빛에는 피로보다 집중력이 먼저 남아 있었다.“사모님. 어젯밤 제 품 안에서 편히 깊은 잠을 주무셨습니까.”도현이 침상 곁으로 다가와 채경의 하얗고 가느다란 손목을 쥐고 맥을 짚었다.촌관척(寸關尺) 맥문에 닿는 남자의 단단한 손끝에서 묵직한 열기가 전해졌다.맥박은 마치 옥구슬이 은반 위를 구르듯 왕성하고 거침없이 뛰고 있었다.완벽한 생명력을 되찾은 활맥(滑脈)이었다.“도현 씨 덕분에요. 평생 이렇게 깊고 달콤하게 잠들어본 적이 없었어요.”채경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남자의 뺨을 가만히 어루만졌다.도현이 채경의 손바닥에 짧게 입을 맞추며, 협탁 위에 놓여 있던 최고급 태블릿 PC를 건넸다.“이제 혜민당과 메디케어 글로벌이 준비한 두 번째 선물을 확인하실 차례입니다.”화면에는 여의도 증권가와 국제 금융 시장의 실시간 거래 내역이 빼곡하게 떠 있었다.태강물산의 부실 채권과 전환사채 2,500억 원에 대한 전격적인 매집 작전이 단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성공적으로 완료되었다는 보고서였다. 시장의 큰손들이 혜민당의 신호에 일제히 움직인 결과였다.시댁 방계 일족들이 사채 시장과 저축은행에 담보로 맡겨두었던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를 혜민당 사모펀드가 헐값에 전량 인수해 버린 것이었다.그뿐만이 아니었다.화면 아래쪽에는 스위스 UBS 은행과 싱가포르 비밀 계좌 명세서가 붉은색 경고등과 함께 떠 있었다.강시우가 지난 5년간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숨겨두었던 800억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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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2 화 : 성운글로벌 출범식과 대표의 첫 선언

피 묻은 봉투 안에서 나온 것은 강시우의 추악한 악다구니가 적힌 메모지였다.‘신채경, 네년이 내 회사를 뺏고 비자금을 묶어? 태강그룹이 지난 10년간 정관계 인사들과 복지부 관료들에게 뿌린 불법 리베이트 원부 원본이 내 비밀 금고에 있다! 날 빼내지 않으면 너도 같이 지옥으로 끌고 들어갈 테다!’반성은 없었다. 마지막까지 협박이었다.채경은 메모지를 한 번 읽고 투명 증거봉투에 다시 넣었다. “이것도 변호사한테 넘겨요. 협박 증거니까.”도현이 증거봉투를 받아 비서에게 건넸다.화르륵—.종이 한 장으로 상황을 뒤집을 수 있다고 믿은 건 강시우뿐이었다.“상무님의 그 비밀 금고는, 이미 어젯밤 서울중앙지검 특수수사팀이 영장을 집행해 전량 압수수색을 마쳤습니다.”도현의 낮은 목소리가 집무실 안을 울렸다.“그자가 마지막 무기라 믿었던 뇌물 장부는, 이제 추가 혐의를 입증할 중요한 증거가 될 뿐입니다.”채경은 자리에서 일어나 재킷 단추를 잠갔다.“가요, 도현 씨. 오늘부터는 망한 집안 얘기 말고 우리 회사 얘기 좀 합시다.”***오후 4시, 본사 사옥 25층 그랜드 컨벤션홀.‘주식회사 성운글로벌 출범식 및 신채경 단독 총괄대표이사 취임식’.거대한 홀 안은 국내 10대 그룹 총수들과 외국계 투자은행 대표들이 보낸 수백 개의 백합꽃 화환으로 눈부신 숲을 이루고 있었다.수백 대의 방송사 카메라와 플래시가 일제히 단상을 향해 터져 나왔다.육중한 체리목 양문이 열리고, 순백의 실크 롱 드레스 위에 짙은 옥빛 케이프 정장을 두른 신채경이 위풍당당하게 걸어 들어왔다.단아하게 빗어 올린 흑발 아래로 드러난 가녀린 목선, 턱을 오만하게 치켜든 채경의 자태에서는 온 주도권을 쥔 당당한 여인의 아우라가 뿜어져 나왔다.그녀의 네 번째 손가락에는 도현이 건넨 짙은 비취 옥반지가 찬란한 푸른빛을 발하고 있었다.와아아아—!장내를 뒤흔드는 우레와 같은 기립박수 속에서 채경이 마이크 앞에 섰다.그녀의 맑고 당당한 목소리가 컨벤션홀 전체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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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3 화 : 응급실의 악마와 마지막 숨통

새벽 1시,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학교병원 권역외상센터 응급중환자실.소독약 냄새와 피비린내가 뒤섞인 병실 안, 환자 모니터의 규칙적인 심박 측정음만이 서늘한 정적을 가르고 있었다. 침대에 결박된 채 산소마스크를 쓰고 누워 있던 강시우가 문이 열리는 소리에 번쩍 눈을 떴다.남자의 왼쪽 손목에는 두꺼운 압박 붕대가 감겨 있었지만, 그 눈빛에는 반성의 기미라곤 한 톨도 없이 악마 같은 살기가 번들거리고 있었다.“왔냐……? 신채경……!”시우가 산소마스크를 쥐어뜯듯 벗어 던지며 비열한 썩소를 흘렸다.“내가 순순히 구치소 독방으로 돌아갈 줄 알았어? 구속집행정지 신청서 이미 법원에 들어갔다. 난 외부 병원 VIP 병동에서 버티다 나갈 테니까, 넌 평생 내 눈치를 보게 될 거야!”구속집행정지를 노리고 일부러 날카로운 칫솔대로 손목 표피를 긁어 자해 소동을 벌인 것이었다. 남편의 뻔뻔한 연극에 채경은 턱을 치켜들며 싸늘한 눈빛으로 내려다보았다.그녀의 곁에 선 백도현이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왔다. 시우를 보는 그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도현은 대꾸하지 않고 의료진이 놓아둔 차트를 먼저 확인했다.시우가 비웃었다. “한의사 새끼가 이것도 맥 짚어서 알아맞혀 보게?” 도현은 시선을 주지 않은 채 담당의 소견서만 넘겼다.“크아아악—!”시우가 몸을 일으키려다 교도관에게 제지당했다.“담당의 소견상 힘줄과 신경 손상은 없고, 입원 치료가 끝나면 수감 생활을 계속하는 데 의학적 지장이 없다고 합니다. 판단은 법원이 할 겁니다.”도현이 서류 한 장을 시우의 가슴팍 위에 툭 던졌다.[서울대학교병원 공식 소견서: 피고인 강시우의 자해 상처는 생명에 지장이 전혀 없는 경미한 표재성 열상임. 수감 생활 지속에 아무런 지장이 없음을 확인함.]“뭐, 뭐야?! 너희가 의사들을 매수한 거야?!”“법대로 집행한 것뿐입니다.”채경이 차분한 목소리로 한 걸음 다가섰다. 그녀의 네 번째 손가락에서 푸른 광채를 뿜어내는 5캐럿 블루 다이아몬드 반지가 형광등 불빛을 받아 차갑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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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4 화 : 시댁 방계 친족들의 사옥 로비 난동 제압

새벽 3시 반,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성운글로벌 본사 사옥 1층 그랜드 로비.적막해야 할 사옥 로비는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광기의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붉은 머리띠를 두른 시댁 방계 친족 20여 명이 꽹과리를 두드리며 유리 통창과 안내 데스크를 가로막고 농성을 벌이고 있었다.로비 중앙에는 붉은 페인트로 휘갈겨 쓴 대형 현수막이 흉물스럽게 내걸려 있었다.[근본 없는 며느리 신채경은 태강가 경영권을 본가에 즉각 환원하라!][족벌 경영 강탈한 화냥년과 사이비 한의사를 즉각 구속 수사하라!]“신채경 나와라! 제 남편을 감옥에 처넣고 시어머니까지 사지로 몬 악귀 같은 년!”시우의 5촌 당숙이자 전직 계열사 대표였던 강태식이 쇠파이프로 대리석 기둥을 내리치며 고함을 질렀다.출근을 서두르던 사옥 직원들과 새벽 취재를 나온 기자 수십 명이 로비 바깥을 빽빽하게 에워싸고 플래시를 터뜨리고 있었다.어떻게든 여론을 선동해 신채경의 도덕성에 흠집을 내고, 회사의 부실 채권 회수와 법적 가압류를 막아보려는 비열한 발악이었다.그때였다.끼이익—.사옥 정문 유리문 바로 앞에 칠흑 같은 롤스로이스 팬텀 의전 차량이 멈추어 섰다.도어맨이 문을 열자, 새하얀 화이트 실크 슈트를 단정하게 차려입은 신채경이 눈부신 자태로 내렸다.그녀의 곁에는 옥빛 두루마기를 걸친 백도현이 한 걸음 뒤에서 함께 걸어 나왔다.두 사람이 풍기는 압도적인 고귀함과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에, 시끄럽던 꽹과리 소리가 일순간 멎었다.“신채경 온다! 저년부터 잡아! 저 한의사 새끼도 같이 조져!”눈이 뒤집힌 강태식이 쇠파이프를 치켜들고 채경을 향해 흉포하게 돌진했다.기자들이 비명을 지르고 경비원들이 막아서려던 바로 그 찰나였다.착—!도현의 옥빛 두루마기 자락이 허공을 갈랐다.남자의 단단한 손아귀가 허공에서 강태식의 손목 혈맥을 벼락처럼 낚아채더니, 단숨에 관절을 꺾어 비틀어버렸다.“크아아악—!”쇠파이프가 대리석 바닥에 요란한 굉음을 내며 떨어졌다.강태식은 팔이 부러지는 듯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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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5 화 : 한옥 별채 연우재의 밀실 개방

새벽 5시, 서울 성북동 한옥 별채 ‘연우재(然雨齋)’.성운글로벌 사옥 로비에서 시댁 방계 친족들의 난동을 완벽하게 진압하고 420억 원대 횡령 혐의에 대한 모든 법적 고발을 마친 후, 백도현은 신채경을 에스코트하여 성북동으로 돌아왔다.성북동 본가 대저택은 이미 가압류 표지가 붙은 채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고 있었고, 오직 별채 연우재만이 짙은 새벽안개와 울창한 대나무 숲의 고즈넉한 적막 속에서 두 사람을 맞이하고 있었다.바람이 대나무 숲을 스칠 때마다 댓잎 서걱거리는 소리가 새벽공기를 청량하게 갈랐다.대청마루를 밟고 사랑방으로 들어서는 채경의 발걸음마다 지난 3년 동안 겪었던 지옥 같은 기억들이 아지랑이처럼 스쳐 지나갔다.이곳은 시어머니 민 여사와 남편 강시우가 채경을 감금하다시피 가두고, 맹독성 천남성이 든 쓰디쓴 탕약을 강제로 들이붓던 악몽의 도살장이었다.‘애도 못 낳는 불임녀’라며 놋그릇 사발을 들이밀던 민 여사의 표독스러운 얼굴, 그리고 밖에서 술에 취해 들어와 목석이라 비하하던 남편의 폭언.하지만 지금 채경은 기업의 주도권을 되찾은 성운글로벌의 총괄대표이자, 혜민당과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사람으로 이곳에 서 있었다.“채경아.”도현이 옥빛 두루마기를 벗어 옷걸이에 걸치며 다가왔다.도현의 눈에는 채경을 향한 걱정과 숨기지 못한 애정이 함께 어려 있었다.남자가 다가오자 방 안의 오래된 약 냄새보다 익숙한 약초 향이 먼저 느껴졌다.남자의 단단한 흉근과 슬림한 수트 핏이 채경의 시야를 가득 채웠다.도현이 사랑방 서재 안쪽, 백 년 된 고풍스러운 흑단 목재 책장 앞으로 걸어갔다.남자의 긴 손가락이 책장 구석에 숨겨진 백옥 조각을 지그시 눌렀다.달칵, 쿵—.묵직한 기계음과 함께 흑단 목재 벽면이 양옆으로 갈라지며, 아래로 이어지는 은밀한 화강암 돌계단이 모습을 드러냈다.연우재는 원래 혜민당 선대가 진료와 약재 보관에 쓰던 별당을 태강가가 인수한 건물이었다. 그 아래에는 혜민당 종가에만 전해지던 지하 치료실, ‘약향실(藥香室)’이 남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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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 화 : 혜민당 비전(秘傳) 온침술과 관능의 치유

연우재 지하 약향실, 훈기가 감도는 옥석 평상 위.실크 블라우스와 슬랙스를 모두 벗어 던진 신채경의 순백의 나신이 은은한 백단향 연기 속에 온전히 드러났다.하얗고 투명한 피부, 가녀린 쇄골과 잘록한 허리선, 그리고 긴 긴장으로 굳어 있던 매끄러운 다리 라인.지난 3년 동안 시어머니 민 여사의 독초 탕약과 남편 강시우의 폭언에 짓눌려 얼어붙어 있던 여인의 몸 위로, 남자의 묵직하고 뜨거운 시선이 용암처럼 쏟아져 내렸다.채경은 옥석 평상 위에 비단 요를 깔고 조심스럽게 누웠다.따스한 구들장의 훈기가 척추 신경을 타고 스며들었지만, 한옥 별채 밀실에서 전담 한의사에게 온몸을 내맡긴다는 낯선 배덕감에 심장이 미친 듯이 쿵쾅거렸다. 전신에 소름이 돋아났다.“도현 씨…….”“눈을 감으시고, 온몸의 숨을 깊게 내쉬십시오.”백도현이 모시적삼의 소매를 걷어붙이며 평상 곁으로 다가와 무릎을 꿇었다.남자의 손끝에서 은빛 소독용 솜과 함께 9대 어의 비전의 순금 온침(溫針) 세 대가 모습을 드러냈다.순금 침끝을 은은한 향나무 불꽃에 달군 도현이, 숨결을 고르며 채경의 가슴뼈 바로 아래 명치 명혈인 거궐혈(巨闕穴)에 첫 번째 침을 부드럽고 깊숙하게 놓았다.따끔—.미세한 자극과 함께, 찌릿하고 뜨거운 온열감이 척추 신경을 타고 온몸으로 번개처럼 번져나갔다.“하아…… 읏!”채경의 붉은 입술 사이로 가쁜 숨결이 터져 나왔다.이어 도현은 채경의 하얗고 부드러운 아랫배로 손을 옮겼다.배꼽 아래 세 치, 여성의 자궁과 생명력을 관장하는 관원혈(關元穴)과 기해혈(氣海穴)에 두 번째와 세 번째 황금 온침이 정갈하게 안착했다.몇 분이 지나자 변화가 느껴졌다.3년 동안 천남성 독초에 절여져 얼음장처럼 차갑게 굳어 있던 채경의 아랫배 깊은 곳에서, 마치 굳었던 빙하가 녹아내리듯 뜨거운 훈기가 소용돌이치며 솟구쳐 오르기 시작한 것이었다.굳어 있던 복부와 골반 주변 근육이 조금씩 풀리면서 채경의 피부에 따뜻한 홍조가 돌았다. 이마와 콧등에는 땀이 맺혔다.“몸속에 갇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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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7 화 : 구치소 독방의 남편과 이혼 조정안

서울 구로구 천왕동, 서울남부구치소 특별접견실.두꺼운 방탄 아크릴 가림막 너머의 차가운 철제 의자에는 수용자 번호표를 단 강시우가 웅크려 앉아 있었다. 면도도 하지 않아 거친 턱수염이 덥수룩하게 자라나 있었고, 뼈만 앙상하게 남은 손가락은 마약 금단현상으로 온몸을 심하게 떨고 있었다. 모친 민 여사가 독방에서 뇌졸중으로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남자의 충혈된 눈동자에는 지독한 공포와 발작적인 광기가 번들거리고 있었다.철컥.접견실 문이 열리고 신채경이 걸어 들어왔다. 순백의 맞춤 슬랙스 수트에 블랙 실크 블라우스를 받쳐 입은 채경은 침착한 얼굴로 자리에 앉았다.덜컹—!시우가 미친놈처럼 철제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방탄 아크릴 창을 두 주먹으로 쾅쾅 내리쳤다.“신채경! 백도현! 네놈들이 기어이 우리 어머니를 사지로 몰아넣었어! 우리 어머니 어떻게 됐어! 네년이 우리 어머니 독살한 거지?!”입가를 굳게 다문 채 시우를 바라봤다.“강시우 씨.”채경의 차갑고 투명한 음성이 남자의 고막을 얼음장처럼 얼어붙게 만들었다.“시어머니가 왜 쓰러졌는지는 의료진이 판단할 일이에요. 분명한 건 내가 그분에게 손댄 적은 없고, 당신들 범죄에 대한 책임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거예요.”채경이 서류 두 뭉치를 꺼내 아크릴 가림막 밑 투입구로 밀어 넣었다. [이혼소송 조정 합의서]와 [재산분할·경영권 관련 추가 이의 제기 포기서]였다.“계속 다투고 싶다면 거부해도 돼요. 하지만 난 이혼도 재산분할도 끝까지 법대로 갈 겁니다.”“뭐?! 이혼?! 전 재산 포기 각서?!”시우가 눈에 핏발을 세우며 종이를 찢어발길 듯 노려보았다.“내가 미쳤다고 합의해?! 난 죽어도 이혼 안 해! 네년이 법원에서 이기든 말든 끝까지 물고 늘어질 거야. 내 돈도 단 1원 한 푼 못 가져가!”남편의 마지막 발악. 하지만 채경의 곁에 서 있던 백도현이 또 다른 서류 한 장을 유리창에 찰싹 갖다 대었다.[서울중앙지검 추가 기소 통지: 강시우 상무 해외 불법 외환송금 600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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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8 화 : 시어머니 민 여사의 수용 병동과 구속 집행

서울 송파구 가락동, 서울경찰병원 폐쇄 수용 중환자실.특수 보안이 적용된 병실 안에는 생체 신호를 알리는 모니터음만 규칙적으로 이어졌다. 민영숙은 뇌졸중 후유증으로 얼굴 한쪽과 팔다리 움직임에 장애가 남아 있었고, 산소치료와 재활 평가를 받고 있었다. 예전의 위세는 흔적도 없었다.그 모습을 보면 속이 시원할 줄 알았다. 그런데 채경의 가슴에 남은 건 묘한 피로뿐이었다. 자신이 원한 건 민영숙의 망가진 몸이 아니라, 지난 3년 동안 한 일에 대한 책임이었다.철컥.순백의 단정한 슬랙스 수트를 입은 채경은 병실 문 앞에서 한 번 숨을 고른 뒤 안으로 들어갔다.“채…… 채…… 경…….”발음은 뇌졸중 후유증 탓에 불분명했지만 원망만은 또렷했다. 민영숙은 움직일 수 있는 손으로 침대 난간을 붙잡고 채경을 노려봤다.“이…… 악귀 같은 년…… 감히 내 아들을…… 우리 가문을…… 사지로 몰아넣어?!”더 이상 설득당하거나 죄책감을 떠안을 사람의 눈빛은 아니었다.“어머님.”채경의 낮은 목소리가 병실의 적막을 갈랐다.“어머님이 제게 한 일은 이미 진술했고, 증거도 제출했습니다. 전 여기서 저주하러 온 게 아닙니다.”민 여사의 핏발 선 눈동자가 공포와 수치심으로 파르르 떨렸다.“재판에서 사실대로 말하겠습니다. 탄원서도 쓰지 않을 겁니다.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전부예요.”도현이 다가와 민 여사의 마비된 손목 안쪽 촌관척 맥문에 손가락을 얹었다. 표정은 감정보다 진료에 집중한 사람처럼 차분했다.“뇌졸중의 직접 원인을 제가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현재의 장애와 별개로, 지난 3년 동안 사모님께 독성 약재를 먹인 형사 책임까지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치료는 치료대로, 재판은 재판대로 받아야 합니다.”민영숙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목소리를 높였다.그때 수사관이 의료진의 허락을 받은 뒤 구속영장 집행 사실과 추징보전 결정을 고지했다. 치료는 계속하되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와 재판 절차를 받게 된다는 설명이었다. 숨겨둔 비자금도 법원의 보전 명령 대상에 포함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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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9 화 : 성운글로벌 잔여 이사진 정리와 지배권 확정

서울 여의도 성운글로벌 본사 사옥 3층 그랜드볼룸.임시 주주총회 개회를 알리는 붉은 전광판 아래로, 수백 명의 주주들과 취재진이 뿜어내는 열기가 회의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단상 위에는 태강그룹 시절부터 강시우 상무의 비자금 횡령을 묵인해 온 구시대 임원들이 초조하게 마른침을 삼켰다.“강시우 상무가 구속됐는데 회사를 건질 수나 있는 겁니까?”“구 태강 측 잔여 이사진까지 이번에 전부 정리한다는 게 사실인가?”사방에서 쏟아지는 의구심 속에서, 강시우의 최측근 배진태 전무가 연단으로 걸어 나와 마이크를 잡았다.“주주 여러분, 동요하지 마십시오! 구속 수감 중인 강시우 상무님의 의결권 위임장이 제 손에 있습니다!”배 전무가 황금색 직인이 찍힌 서류를 허공에 치켜들며 사납게 으름장을 놓았다.“외부 세력과 야합한 신채경 대표의 권한을 제한하고, 구 태강 측 이사진을 복귀시키는 안을 오늘 이 자리에서 가결할 것입니다!”시댁 측 임원들이 박수를 유도하며 분위기를 선동하려던 바로 그 찰나였다.쿠웅—!묵직한 대형 문이 활짝 열리며 장내의 소음이 거짓말처럼 일순간 멎었다.단정한 순백의 실크 수트를 차려입은 신채경이 붉은 카펫 위로 걸어 들어왔다.그녀의 눈빛에는 끝까지 회의를 끌고 갈 사람의 집중력이 서려 있었다.그녀의 반 보 뒤에는 짙은 먹색 수트를 걸친 188cm의 장대한 체격, 백도현이 호위하듯 섰다.도현이 회의장을 한 번 훑어보자 웅성거리던 목소리가 잠시 낮아졌다.“배 전무님, 아직도 헛된 꿈을 꾸고 계시군요.”채경의 맑고 차가운 음성이 마이크를 타고 울려 퍼졌다.그녀가 단상 위로 성큼성큼 올라서자 대형 스크린에 금융감독원의 긴급 공시가 떴다.[금융감독원 공시: 성운글로벌(구 태강물산) 지분 변동 최종 승인]- 혜민당 글로벌 사모펀드: 42.5%- 신채경 대표이사 및 우호 지분: 23.0%- 합산 지분율: 65.5% (적대적 M&A 완료 및 단독 경영권 확보)“이, 이게 무슨……!”배 전무의 손에서 위임장 서류가 펄럭이며 바닥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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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0 화 : 법정의 단죄와 남편의 몰락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서관 제311호 형사대법정.두꺼운 참나무 방음문 안쪽에는 숨조차 편히 쉴 수 없을 만큼 살얼음판 같은 냉기가 감돌고 있었다.피고인석에는 붉은 수용자 번호가 박힌 갈색 미결수 수의를 입은 강시우가 교도관들에게 짓눌린 채 앉아 있었다.헝클어진 머리칼과 면도하지 않은 턱수염, 마약 금단 증세로 퀭하게 파인 눈동자에는 피눈물 같은 살기와 열등감이 번들거리고 있었다.수갑과 포승줄에 결박된 남자의 손은 책상 위에서 사시나무 떨듯 덜덜 떨렸다.방청석 맨 앞줄에는 순백의 단정한 슬랙스 수트를 차려입은 신채경이 등을 꼿꼿이 세운 채 앉아 있었다.그녀의 곁에는 다크 네이비 수트 차림의 백도현이 조용히 앉아 있었다.두 사람이 풍기는 압도적인 고결함에 강시우의 얼굴이 흉측하게 일그러졌다.“신채경…… 저 교활한 년……!”강시우가 수갑을 찬 두 손으로 피고인석 난간을 쾅 내리치며 벌떡 일어났다.“판사님! 저 표독스러운 년이 저 비루한 한의사 놈이랑 짜고 날 함정에 빠뜨린 겁니다! 내 회사와 재산을 통째로 도둑맞았습니다!”입에 거품을 물며 쏟아내는 천박한 발악에 방청석이 웅성거렸다.채경은 일말의 동요도 없이 날뛰는 남편을 바라봤다.“피고인 강시우, 정숙하시오! 한 번만 더 소란을 피우면 감치 명령을 내리겠소!”재판장의 서슬 퍼런 경고와 함께 교도관들이 강시우의 어깨를 바닥으로 거칠게 내리눌렀다.곧이어 약물 성분과 채경의 치료 경과에 관한 의료 증인으로 채택된 백도현이 증인석에 섰다.도현이 증인석에 서자 법정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에게 모였다.도현이 빔프로젝터 스크린을 향해 서울대병원과 혜민당의 정밀 감정서를 띄웠다.“제가 증언할 수 있는 부분은 의료 기록과 약물 감정입니다. 피해자가 복용한 탕약에서 독성 약재가 비정상적으로 검출됐고, 장기간 복용에 따른 신체 손상 가능성이 확인됐습니다.”도현의 낮고 단호한 의학적 증언이 법정을 비수처럼 갈랐다.“독성 약재의 반복 강제 복용은 상해와 살인미수 혐의를 판단할 핵심 근거가 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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