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남편의 전담 한의사, 그가 내 심장을 다시 뛰게 했다: Chapter 31 - Chapter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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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1 화 : 본가 최종 명도 집행과 끊어진 악연

서울 성북동 태강그룹 본가 대저택. 처음 가압류가 집행된 뒤 채권 집행과 경매 절차가 이어졌고, 이날은 법원이 정한 최종 명도 집행일이었다.수십 년간 대한민국 재계를 호령하며 철옹성처럼 높게 솟아 있던 거대한 솟을대문 앞에 서울중앙지방법원 집행관 차량 넉 대와 경찰 호송차가 멈추어 섰다. 가을 아침의 서늘한 바람이 마당의 아름드리 소나무 숲과 기와지붕을 거칠게 흔들고 있었다. 오만했던 재벌가의 성채가 법의 심판대 앞에서 한 줌의 모래성처럼 허물어지는 순간이었다.“확정된 집행문에 따라 본가 명도 집행을 시작합니다.”법원 집행관들과 보안 요원들이 이미 가압류 표지가 붙은 동산 목록을 대조하며 남아 있던 점유자들에게 퇴거를 고지했다. 안채와 별채 출입구에는 명도 절차가 진행 중임을 알리는 표지가 붙었고, 마지막까지 버티던 방계 친족들과 사용인들이 짐을 챙겨 마당으로 나왔다.“못 나가! 이 집은 태강가 선대부터 내려온 집이야!”고함을 지른 사람은 본가에 남아 있던 방계 친족 강태섭이었다. 민영숙은 이미 경찰병원 수용 병동에서 구속 상태로 치료를 받고 있어 현장에 없었다. 집행관은 감정 섞인 말에 대응하지 않고 명도 집행 조서를 확인했다.“강태섭 씨를 비롯한 잔여 점유자 여러분, 법원의 집행문에 따른 명도 절차입니다. 지금부터 집행관 지시에 따라 퇴거해 주십시오.”집행관의 고지에 시댁 방계 친족들은 서로 책임을 미루며 짐가방을 끌어안았다. 끝까지 버티던 몇 사람도 경찰이 입회하자 더는 문턱을 붙잡지 못했다.두 사람이 차에서 내리자 마당의 시선이 한꺼번에 쏠렸다. 채경은 예전처럼 그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방계 친족들은 각자 여행가방과 서류 상자를 끌어안은 채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었다. 누군가는 전화를 붙잡고 욕을 했고, 누군가는 말없이 차에 짐을 실었다.강태섭이 채경을 발견하고 이를 갈았다.“이 꼴 보니까 속이 시원하냐?”채경은 잠깐 생각했다.“아뇨.”강태섭이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다만 끝나서 좋아요.”그 말이 전부였다.집행관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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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2 화 : 성운글로벌 글로벌 비전 선포와 손끝에 스친 활맥

오전 10시, 서울 테헤란로 성운글로벌 본사 1층 그랜드 볼룸. 정식 출범을 마친 회사가 처음으로 글로벌 사업 비전을 공개하는 날이었다.국내외 경제부 기자들과 투자자들이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무대 중앙 전광판에는 이미 바뀐 성운글로벌 CI와 함께 바이오·헬스케어 중장기 로드맵이 떠올랐다. 이름을 바꾸는 데서 끝나지 않고 무엇을 할 회사인지 증명하는 첫 공개 무대였다.단상 위로 순백의 테일러드 수트를 입은 신채경이 위풍당당하게 걸어 나왔다.그녀의 걸음에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채경이 연단 중앙의 마이크 앞에 서자 웅성거리던 장내가 자연스럽게 조용해졌다.“성운글로벌은 이제 과거를 지우는 데서 멈추지 않겠습니다.”채경의 맑고 단단한 목소리가 볼룸 전체에 울려 퍼졌다.“혜민당이 300년 동안 쌓아 온 한의학 자산과 현대 바이오 기술을 근거와 안전성 위에서 결합하겠습니다. 투명한 지배구조, 검증 가능한 성과, 환자의 안전으로 평가받겠습니다.”연설이 끝나자 박수가 이어졌다. 채경은 단상 아래를 천천히 훑었다. 3년 전이라면 상상하지 못했을 자리였지만, 지금 중요한 건 과거의 모욕보다 앞으로의 실적이었다.***글로벌 비전 발표 행사가 끝나고 어둠이 짙게 깔린 밤, 서울 성북동 한옥 별채 연우재.대나무 숲을 스치는 바람 소리가 맑은 풍경 소리와 어우러져 낮 동안의 소란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주었다. 방 안에는 은은한 백단향과 알싸한 약쑥 냄새가 촛불의 일렁임과 함께 따스하게 번져 있었다.채경은 고즈넉한 온돌방에 앉아 하루 동안 쌓인 피로를 털어내며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비록 온몸은 녹초가 되었지만, 가슴속에는 비로소 제 삶의 주인이 되었다는 안도감이 차올랐다.사락.방문이 열리고, 정갈한 모시 저고리를 입은 도현이 따뜻한 탕약 백자를 쟁반에 받쳐 들고 들어왔다. 갓 달인 약재 향이 함께 번졌다.“오늘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사모님.”도현이 찻상을 내려놓고 채경의 맞은편에 단정하게 무릎을 꿇었다. 남자는 하얀 명주로 감싼 진맥대(診脈臺)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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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3 화 : 시댁 재산 완전 가압류와 은닉 비자금 환수

오전 10시, 서울 테헤란로 성운글로벌 25층 총괄대표이사 집무실.이제 채경은 보고서를 읽다가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 나오면 곧바로 다시 묻고, 결재 전에는 끝까지 숫자를 확인했다. 그 변화가 집무실의 분위기를 바꿔놓고 있었다.달칵.도현의 눈가에는 밤샘 협상을 끝낸 피로가 남아 있었지만 시선은 또렷했다.“해외 은닉자산 추적 결과가 추가로 나왔습니다. 추징보전 대상은 자료에 정리해 뒀습니다.”도현의 낮고 서늘한 중저음이 집무실 안을 묵직하게 울렸다. 채경이 서류철을 열자, 금융정보분석원(FIU)과 검찰 수사팀의 극비 금융 추적 결과서가 펼쳐졌다.[보고서: 강시우 및 민영숙 일가 해외 은닉자산 추적 누적 1,800억 원 추징보전·동결 완료][보고서: 시댁 방계 친족 명의 강남 빌딩 3채 및 제주 휴양 리조트 부지 공매 절차 개시]추적된 자산은 법원의 추징보전과 공매 절차로 넘어갔다. 이제 개인적인 분노보다 절차의 시간이 남았다.“시우 그 인간은 구치소에서 아직도 변호사를 불러 이 돈으로 보석을 신청하겠다고 발악하고 있었다지요?”채경의 입꼬리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 도현이 채경의 가죽 체어 곁으로 다가와 그녀의 가녀린 어깨 뒤로 부드럽게 손을 얹었다. 남자의 손끝에서 배어 나오는 뜨거운 온기가 채경의 어깨선을 타고 가슴속 깊이 스며들었다.“스위스 은행 계좌가 전액 동결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자마자, 강시우는 구치소 면회실 바닥을 뒹굴며 피를 토하듯 발작했다고 합니다. 벽에 머리를 찧으며 사모님을 죽여버리겠다고 울부짖더군요. 민영숙 여사 역시 경찰병원 수용 병동에서 실신해 의료진이 처치 중이라고 합니다.”“법원에서 판단할 일이죠. 더 이상 저 사람들이 어떻게 울고불고하는지까지 보고받고 싶진 않아요. 난 내 회사 일할게요.”채경은 비서실에 보고 체계부터 바꾸라고 지시했다. 강시우 일가의 개인적 반응은 중대한 법적 변화가 있을 때만 요약하고, 나머지는 법무팀 선에서 정리하라는 지시였다. 대신 그날 오후 임직원 익명 제보 채널과 내부감사위원회 개편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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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4 화 : 기적 같은 임신 소식과 둘만의 비밀 언약

쏴아아아—.늦가을 밤의 거센 빗줄기가 연우재의 검은 기와지붕과 울창한 대나무 숲을 거칠게 때리고 있었다. 한옥 별채의 창호문 너머로 쏟아지는 장엄한 빗소리는 세상의 모든 번잡한 소음을 지워내는 자연의 거대한 장막이었다. 방 안에는 타오르는 은빛 촛불과 함께 은은한 침향 냄새, 그리고 도현 특유의 알싸한 야생 쑥향이 농밀하게 감돌고 있었다.그날 오후, 서울대병원 산부인과에서 혈액검사와 초음파를 마친 뒤 두 사람은 연우재로 돌아왔다. 따뜻한 온돌 바닥 위에 앉아 있던 신채경의 앞으로 백도현이 조용히 다가왔다. 남자는 빗물에 젖은 옥빛 두루마기를 벗어 옷걸이에 걸어두고, 안경까지 찻상 위에 내려놓은 채 채경과 마주 앉았다. 늘 침착하던 얼굴에 긴장과 기대가 동시에 드러나 있었다.“한 번만 더 맥 볼게요. 불안하면 손 빼도 됩니다.”도현의 낮은 목소리가 다실 안의 정적을 갈랐다. 채경이 떨리는 숨을 내쉬며 새하얀 손목을 남자의 따뜻한 비단 맥대 위에 조심스럽게 올렸다. 도현의 길고 단단한 세 손가락이 채경의 촌(寸), 관(關), 척(尺) 세 맥문 위에 조심스럽게 내려앉았다.순간, 방 안의 공기가 일순간 얼어붙을 듯 팽팽해졌다. 남자의 손끝으로 전해지는 채경의 미세한 맥동. 도현의 짙은 눈썹이 격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남자의 칠흑 같은 흑안이 믿을 수 없다는 듯 크게 확장되었다.두근, 두근, 두근—.채경의 맥은 전날보다 한층 매끄럽고 힘차게 이어졌다. 활맥의 변화가 손끝에 또렷했지만, 도현이 벅차오른 이유는 맥만이 아니었다. 낮에 확인한 초음파 사진 속에는 서로 나란히 자리 잡은 두 개의 임신낭이 분명하게 찍혀 있었다.“도현 씨…… 제 몸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요……?”늘 침착하던 도현이 말을 고르는 모습만으로도 채경은 결과를 짐작할 수 있었다.“낮 검사 결과가 틀림없습니다. 임신입니다, 사모님.”도현의 떨리는 음성이 채경의 귓전을 벼락처럼 울렸다.“초음파에서 임신낭이 두 개 확인됐습니다. 쌍둥이예요, 사모님.”“쌍둥이……? 내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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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5 화 : 연우재의 은밀한 보양 치료와 회임 보호

성북동 연우재(然雨齋) 온돌방.창호문 밖으로 떨어지는 가을비 소리 사이로, 은은하고 구수한 당귀와 황기, 그리고 야생 참쑥이 달여지는 그윽한 약선(藥膳) 향기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3년간 시어머니 민 여사가 억지로 먹이던 퀴퀴하고 메스꺼운 독초 탄내와는 차원이 다른, 마시기만 해도 온몸의 혈관이 따스하게 풀리는 듯한 맑은 향취였다.비단 요 위에 비스듬히 기댄 신채경은 아랫배를 두 손으로 가만히 감싸 쥔 채 깊은 숨을 들이쉬었다. 아랫배 안쪽에서 은은하게 피어오르는 미열과 묵직한 생명의 기운. 자신이 쌍둥이를 품었다는 벅찬 감격 속에서도, 3년간 겪었던 불임의 끔찍한 트라우마와 임신 초기의 입덧이 겹쳐지며 식은땀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달칵.방문이 부드럽게 열리며 백도현이 들어왔다. 남자는 단정한 옥빛 명주 두루마기를 벗어두고, 얇은 흰색 명주 저고리의 소매를 걷어붙인 차림이었다. 남자의 손에 들린 자줏빛 찻상 위에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놋그릇 사발과 꿀이 담긴 자기 종지가 정갈하게 놓여 있었다.“사모님, 속은 좀 어떠십니까.”도현의 낮고 다정한 목소리가 방 안을 울렸다. 남자는 채경의 곁으로 다가와 침상 머리맡에 앉았다. 채경의 안색을 살피는 눈빛은 평소보다 훨씬 조심스러웠다.“속이…… 자꾸 뒤틀리고 헛구역질이 올라와요. 이상하게 음식을 보거나 숟가락만 들어도 손이 덜덜 떨려요…….”채경이 입술을 파르르 떨며 고개를 숙였다. 시어머니가 억지로 들이붓던 독초 탕약의 공포가 본능적인 거부 반응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었다. 도현은 채경의 떨리는 어깨를 커다란 손으로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남자의 손끝에서 뿜어져 나오는 묵직하고 따스한 온기가 채경의 등줄기를 타고 스며들었다.“산부인과 협진 기록과 현재 상태를 확인해 임신 중 피해야 할 약재는 모두 뺐습니다. 속을 편하게 하는 정도로 아주 연하게 달였어요. 불편하면 바로 중단하겠습니다.”도현이 먼저 한 모금 맛을 보려 하자 채경이 피식 웃었다. “컵 놔두고 왜 꼭 그렇게 확인해요?” “습관입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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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6 화 : 시댁 방계 친족들의 마지막 발악 진압

“불임으로 쫓겨난 년이 어디서 감히 본가 별채를 꿰차고 앉아 있어?! 문 열어, 이 미친년아!”고즈넉한 연우재 툇마루 창호문 밖으로 귀를 찢는 거친 폭언과 패륜적인 욕설이 쏟아져 내렸다. 대문을 부수고 난입한 자들은 태강그룹 강시우의 사촌 형제들과 종친회 방계 친족들이었다. 그들은 쇠파이프와 각목을 든 사설 용역 깡패 10여 명을 대동한 채, 핏발 선 눈으로 방문을 부수려 달려들고 있었다. 강시우의 구속과 본가 저택 가압류로 재산을 탕진하게 된 자들의 악에 받친 마지막 발악이었다.방 안에서 채경이 흠칫 놀라며 본능적으로 아랫배를 감싸 쥐었다. 아이들이 놀랄까 두려워 안색이 창백해진 여인을 본 순간, 도현의 흑안에 북극의 빙하보다 차가운 살기가 번뜩였다.“문 잠그고 안쪽에 계세요. 경호팀이랑 경찰 부르겠습니다. 내가 밖에 나가도 따라오지 마요.”도현은 채경의 이마에 입술을 대어 안심시킨 뒤, 벽에 걸린 옥빛 두루마기를 거침없이 걸치고 일어섰다. 남자의 장대한 188cm 피지컬에서 뿜어져 나오는 위압감이 온돌방의 공기를 찢어발겼다.드르륵—.도현이 창호문을 열고 툇마루로 걸어 나갔다. 차가운 가을비가 처마 끝에서 쏟아졌다. 그는 마당의 폭도들을 한 번 훑어본 뒤 채경이 있는 방문 앞을 막아섰다. 두루마기 자락이 비바람에 젖었지만 한 발도 물러서지 않았다.“한의사 새끼가 뭘 믿고 막아? 저 새끼부터 조져!”강시우의 사촌 동생 강민철이 눈이 뒤집힌 채 쇠파이프를 치켜들고 계단을 뛰어올라왔다. 쇳소리를 내며 허공을 가르는 흉기. 하지만 도현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파악—!도현의 긴 다리가 번개처럼 솟구쳐 강민철의 명치를 정확하게 걷어찼다. 남자는 숨도 쉬지 못하고 마당 진흙탕 바닥으로 처박혔다. 도현이 툇마루에서 가볍게 뛰어내려, 바닥에 나뒹구는 남자의 손목 관절과 급소인 합곡혈(合谷穴)을 구둣발로 짓밟았다.우두둑—!“크아아악—!”처절한 비명과 함께 남자의 손에서 쇠파이프가 쨍그랑 소리를 내며 흙탕물 바닥에 뒹굴었다. 도현은 더 공격하지 않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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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7 화 : 성운글로벌 해외 투자 유치와 대관식 준비

가을비가 걷히고 맑게 갠 성북동 한옥 별채 연우재(然雨齋)의 아침.창호문 너머로 스며드는 눈부신 아침 햇살이 비단 요 위에 앉아 있는 신채경의 단아한 옆얼굴을 따스하게 비추었다.방 안에는 새벽부터 백도현이 직접 달여 낸 최고급 당귀와 인삼, 그리고 태아를 안정시키는 귀한 약재들이 어우러진 은은하고 구수한 안태음(安胎飮) 향기가 가득 차 있었다.“사모님, 탕약이 알맞게 식었습니다.”옥빛 두루마기를 정갈하게 차려입은 백도현이 백자 찻잔을 들고 다가와 채경의 곁에 단정히 앉았다.도현의 눈에는 제 아이를 품은 여인을 향한 걱정과 다정함이 가득했다.채경이 잔을 받아 한 모금 넘기자, 입안 가득 쌉싸름하면서도 달콤한 온기가 퍼져 나가며 메스껍던 속이 거짓말처럼 편안하게 가라앉았다.3년 동안 시어머니 민 여사가 억지로 먹이던 사약 같던 독초 탄내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생명을 보듬는 거룩한 치유의 맛이었다.도현이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채경의 하얗고 가느다란 손목을 쥐었다.남자의 길고 단단한 세 손가락이 촌관척 맥문 위에 가볍게 닿았다.두근, 두근, 두근—.손끝을 타고 전해지는 채경의 맥박은 고르고 힘찼다.매끄러운 옥구슬이 굴러가듯 솟구치는 활맥(滑脈)의 리듬에 도현의 입가에 벅찬 미소가 번져나갔다.“사모님의 맥이 안정적입니다. 오늘 오전 산부인과 검진에서도 두 아이 모두 잘 자리 잡고 있다고 했으니, 지금은 푹 쉬시면 됩니다.”“도현 씨가 곁에서 밤새 제 배를 어루만져 주신 덕분이에요.”채경이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도현의 손등 위에 자신의 손을 포개었다.남자의 뜨거운 체온이 전신을 타고 흐르며 얼어붙어 있던 영혼을 완전히 녹여내리고 있었다.***오후 2시, 테헤란로 성운글로벌 본사 30층 대회의실.성운글로벌의 향후 방향을 가를 해외 투자 협약식이 열리고 있었다.스위스 최대 사모펀드와 싱가포르 국부펀드로 구성된 글로벌 컨소시엄 대표단이 테이블 맞은편에 정중하게 착석해 있었다.상석에 앉은 채경은 단정한 다크 네이비 실크 슬랙스 정장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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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8 화 : 혜민당 본가의 성대한 회임 축하 연회

서울 종로구 가회동 북촌 한옥마을, 삼백 년의 유구한 역사를 품은 혜민당(惠民堂) 대종택.어둠이 짙게 깔린 고택의 솟을대문 앞에는 은은하고 격조 높은 홍청사초롱 수십 개가 밤하늘을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대문 안쪽 넓은 마당에는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혜민당의 원로 한의학 석학들과 종친회 거물들, 그리고 유력 정재계 원로들이 정갈한 두루마기를 입고 도열해 있었다.대한민국에서 가장 유서 깊고 고결한 가문의 대를 이을 예비 종부를 맞이하는 축하 자리였다.종택 마당에는 그윽한 백단향과 야생 침향의 고귀한 향기가 은은하게 퍼져 나가고 있었다.적막을 가르고 최고급 블랙 롤스로이스 한 대가 고택 정문 앞에 부드럽게 멈추어 섰다.문이 열리고, 옥빛 명주 두루마기를 단정하게 차려입은 백도현이 먼저 내려 손을 뻗었다.차에서 내린 신채경의 모습이 온전히 드러난 순간, 마당에 도열해 있던 수백 명의 종친들이 일제히 숨을 죽였다.은은한 담청색 실크 당의에 순백의 치마를 받쳐 입고 쪽머리를 정갈하게 튼 채경의 자태는, 달빛을 머금은 한 송이 고결한 연꽃 그 자체였다.가녀린 목선과 단아한 턱선, 그리고 아랫배를 두 손으로 가만히 감싸 쥔 그녀의 전신에서는 예비 종부로서의 단정한 기품이 배어 나왔다.그녀의 걸음걸이마다 은은한 비단 스치는 소리가 고요한 고택을 울렸다.과거 시댁 태강그룹 본가에서 ‘애 못 낳는 불임녀’, ‘천한 종년’이라 조롱당하며 차가운 마루 끝에서 피눈물을 흘려야 했던 설움.남편의 외도와 시어머니의 탕약 고문에 시달리며 영혼이 찢겨나갔던 그 참혹했던 지난날들.하지만 지금 그녀가 당당하게 발을 딛는 곳은, 조선 왕실의 어의를 배출한 300년 명문가의 가장 높은 성역이었다.“혜민당의 예비 종부님께서 오셨습니다!”집사의 우렁찬 외침과 함께 종친들이 일제히 90도로 허리를 숙여 극진한 예를 표했다.도현이 채경의 떨리는 손을 단단하게 감싸 쥐었다.남자의 따스한 온기가 채경의 손끝을 타고 심장 깊은 곳까지 든든한 용기를 불어넣었다.대청마루 중앙, 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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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9 화 : 태강그룹 잔여 계열사 완전 흡수 합병

가을빛이 짙게 내려앉은 성북동 한옥 별채 연우재(然雨齋)의 고즈넉한 이른 아침.창호문 틈새로 스며드는 은은한 솔바람 소리와 함께, 따스한 온돌방 안에는 구수하고 달콤한 안태음(安胎飮)의 약선 향기가 그윽하게 가득 차 있었다. 자줏빛 비단 요 위에 단정하게 등을 꼿꼿이 세우고 앉아 있는 신채경의 옆으로, 흰 명주 모시적삼을 입은 백도현이 조용히 다가와 무릎을 꿇었다. 남자의 길고 섬세하며 단단한 손가락이 채경의 하얗고 가느다란 손목을 비단 맥대 위에서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남자의 손끝에서 뿜어져 나오는 묵직한 온기가 채경의 맥문에 닿자 살결 위로 기분 좋은 전율이 흘렀다.“사모님, 밤새 태기가 아주 평온하고 맑습니다.”도현의 서늘하고 나직한 중저음이 다실 안의 아침 정적을 부드럽게 울렸다. 남자의 세 손가락 끝으로 전해지는 채경의 활맥(滑脈)은 은반 위를 경쾌하게 굴러가는 옥구슬처럼 맑고 힘찼다. 쌍둥이 아이들이 어미의 뱃속에서 무럭무럭 숨을 쉬고 있다는 기적 같은 생명의 신호였다. 도현이 새벽부터 정성껏 달여 낸 따뜻한 백자 약사발을 받쳐 들고 채경의 입술에 조심스럽게 대어 주었다.“이 약을 드시고 나면 오늘 하루도 입덧 없이 기력이 온전하고 맑으실 겁니다.”채경이 미소를 머금으며 약을 천천히 한 모금 넘겼다. 입안 가득 번지는 산뜻한 당귀와 인삼 향이 전신의 혈관을 부드럽고 따스하게 덥혀주었다.3년 전 시어머니 민 여사가 억지로 먹이던 시커먼 독초 탕약의 악몽은 이제 완벽하게 지워진 뒤였다. 채경의 뺨 위로 건강하고 눈부신 장밋빛 혈색이 감돌았다.***오전 11시, 서울 테헤란로 성운글로벌 본사 사옥 25층 대회의실.대형 빔프로젝터 스크린 위로 태강그룹 잔여 계열사들의 복잡한 지분 구조도가 선명하게 떠올랐다. 태강화학, 태강유통, 태강로지스틱스. 강시우와 민 여사가 구속된 후 자금줄이 완전히 마르고 부도 위기에 처한 시댁의 마지막 남은 알짜 계열사들이었다. 회의실에는 스위스·싱가포르 글로벌 사모펀드 컨소시엄 관계자들과 성운글로벌 법률팀 변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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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0 화 : 예비 종부로서의 첫 문중 제례와 영원한 맹세

서울 종로구 가회동 북촌 한옥마을, 혜민당(惠民堂) 대종택 가묘(家廟).삼백 년 묵은 아름드리 배롱나무와 붉은 소나무 숲에 둘러싸인 고결한 사당 안에는 짙은 백단향과 야생 침향의 성스러운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전국 각지에서 상경한 혜민당의 문중 종친 원로 백여 명이 정갈한 도포를 차려입고 도열한 가운데, 문중 최고의 제례인 ‘고유제(告由祭)’의 장엄한 서막이 올랐다. 사당 마당 전체가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을 만큼 엄숙한 침묵에 휩싸여 있었다.처음 밟는 사당 계단 앞에서도 채경의 걸음은 차분했다.과거 시댁 태강그룹의 제삿날, 며느리라는 이유로 사흘 밤낮을 피눈물 흘리며 전을 부치다 ‘애 못 낳는 불임녀는 사당 문턱도 밟지 마라’며 시어머니 민 여사에게 매서운 발길질을 당했던 뼈아픈 기억. 남편 강시우가 상간녀를 데리고 와 안방에서 웃고 있을 때 차가운 마루 끝에서 피눈물을 삼켜야 했던 참혹했던 학대의 기억들. 그 악몽들이 아지랑이처럼 스쳐 지나갔지만, 오늘 그녀가 발을 딛는 곳은 조선 왕실의 어의를 배출한 300년 명문가의 가장 높은 제단이었다.“혜민당 예비 종부 신채경, 선조님들께 첫 잔을 올리옵니다.”원로 집사의 우렁찬 낭독과 함께 채경이 옥합에 담긴 향을 피우고 정갈하게 제주(祭酒)를 올렸다. 백산 원로가 붓을 들어 붉은 한지에 쓰인 축문을 엄숙하게 낭독했다.“신채경 씨가 우리 문중과 함께할 뜻을 밝혔으니, 앞으로 서로의 삶과 일을 존중하며 가족의 연을 이어가고자 함을 선조들께 고하나이다.”축문이 끝나자 문중 어른들이 차례로 절을 올리고 채경에게 인사를 건넸다. 채경도 같은 예로 답했다.***제례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성북동 연우재로 돌아온 자정의 깊은 밤. 창호문 밖으로 울창한 대나무 숲 위로 서늘한 늦가을 달빛이 은빛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방 안에는 타오르는 은촛대 불빛과 훈훈한 황토 온돌의 온기만이 조용하고 농밀하게 감돌았다.도현이 채경의 당의 옷고름을 손끝으로 부드럽게 풀어내렸다. 남자의 손이 얇은 명주 속적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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