쏴아아아—.늦가을 밤의 거센 빗줄기가 연우재의 검은 기와지붕과 울창한 대나무 숲을 거칠게 때리고 있었다. 한옥 별채의 창호문 너머로 쏟아지는 장엄한 빗소리는 세상의 모든 번잡한 소음을 지워내는 자연의 거대한 장막이었다. 방 안에는 타오르는 은빛 촛불과 함께 은은한 침향 냄새, 그리고 도현 특유의 알싸한 야생 쑥향이 농밀하게 감돌고 있었다.그날 오후, 서울대병원 산부인과에서 혈액검사와 초음파를 마친 뒤 두 사람은 연우재로 돌아왔다. 따뜻한 온돌 바닥 위에 앉아 있던 신채경의 앞으로 백도현이 조용히 다가왔다. 남자는 빗물에 젖은 옥빛 두루마기를 벗어 옷걸이에 걸어두고, 안경까지 찻상 위에 내려놓은 채 채경과 마주 앉았다. 늘 침착하던 얼굴에 긴장과 기대가 동시에 드러나 있었다.“한 번만 더 맥 볼게요. 불안하면 손 빼도 됩니다.”도현의 낮은 목소리가 다실 안의 정적을 갈랐다. 채경이 떨리는 숨을 내쉬며 새하얀 손목을 남자의 따뜻한 비단 맥대 위에 조심스럽게 올렸다. 도현의 길고 단단한 세 손가락이 채경의 촌(寸), 관(關), 척(尺) 세 맥문 위에 조심스럽게 내려앉았다.순간, 방 안의 공기가 일순간 얼어붙을 듯 팽팽해졌다. 남자의 손끝으로 전해지는 채경의 미세한 맥동. 도현의 짙은 눈썹이 격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남자의 칠흑 같은 흑안이 믿을 수 없다는 듯 크게 확장되었다.두근, 두근, 두근—.채경의 맥은 전날보다 한층 매끄럽고 힘차게 이어졌다. 활맥의 변화가 손끝에 또렷했지만, 도현이 벅차오른 이유는 맥만이 아니었다. 낮에 확인한 초음파 사진 속에는 서로 나란히 자리 잡은 두 개의 임신낭이 분명하게 찍혀 있었다.“도현 씨…… 제 몸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요……?”늘 침착하던 도현이 말을 고르는 모습만으로도 채경은 결과를 짐작할 수 있었다.“낮 검사 결과가 틀림없습니다. 임신입니다, 사모님.”도현의 떨리는 음성이 채경의 귓전을 벼락처럼 울렸다.“초음파에서 임신낭이 두 개 확인됐습니다. 쌍둥이예요, 사모님.”“쌍둥이……? 내가……
Last Updated : 2026-10-04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