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os capítulos de 대표님, 저는 맞선 대타일 뿐입니다: Capítulo 21 - Capítulo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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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화. 지켜야 할 자리

작은 회의실 앞에서 채이는 자기 이름을 들었다.“윤 대리 건은 더 이야기하지 마세요. 확인 안 된 말로 직원 곤란하게 만들지 맙시다.”명훈의 목소리였다. 맞은편에는 다른 부서 과장 둘이 서 있었다. 채이가 걸음을 멈추자 한 사람이 먼저 알아보고 어색하게 웃었다.“오셨어요? 저희가 뭐 특별히 이야기한 건 아니고.”채이는 들고 온 태블릿을 가슴 앞에서 내렸다.“무슨 일이 있었나요?”명훈이 부드럽게 끼어들었다.“유성 쪽이 친척 업체라면서요. 아무래도 실무에서 목소리 내기 불편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였습니다. 제가 걱정할 일이 아니라고 했어요.”다른 과장은 고개를 끄덕였다.“업체가 윤 대리 이야기 조금 하더라고요. 요즘 윗선 관심 많이 받는다고. 저희는 그것도 좋은 뜻인 줄 알았죠.”채이는 순간 들고 있던 태블릿이 무거워졌다. 좋은 뜻이라는 말 뒤에 무엇이 있었는지 끝까지 캐묻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모른 척 지나가면 다음에는 그 뜻이 조금 더 커질 것 같았다.“제가 업체와 친척인 건 팀장님께 보고했습니다. 이번 안내안은 저희 팀에서 검토했고요. 자료가 필요하시면 공유 가능한 범위에서 보내 드리겠습니다.”대답을 마치자 상대가 급히 손을 저었다.“아니에요. 그런 걸 요구한 건 아닙니다.”명훈이 한 번 더 웃으며 대화를 마쳤다. 두 과장이 엘리베이터 쪽으로 가자 그는 채이 옆에서 걸음을 맞췄다.“기분 나빴겠네요.”“제가 없는 데서 제 업무를 추측하는 건 좀 그렇네요.”“그래서 제가 말렸습니다.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채이는 고맙다고 했다. 명훈이 실제로 말을 끊어 준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가 말리지 않았다면 어떤 대화가 이어졌을지보다, 채이에게 이야기하는 동안 무엇을 빼고 말했는지가 궁금해졌다.“다음 중간 점검 때는 팀장님이 설명하시는 게 어떨까요?”역시 같은 방향이었다. 명훈은 그녀가 대답하기 전에 덧붙였다.“윤 대리 몫을 빼앗자는 게 아닙니다. 결과표에는 이름 그대로 두고, 질문은 윗사람이 받자는 거죠. 이런 때는 실무자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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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같은 기준으로

오월이 되자 사무실 창가에 놓인 화분의 새잎이 펼쳐졌다. 채이는 물을 주려다 흙을 먼저 만져 보았다. 유나가 아침에 이미 준 모양이었다. 같은 일을 두 번 하지 않도록 작은 메모를 붙이고 자리로 돌아왔다.은정에게 보낼 면담 요청을 세 번 고쳤다. 부탁하고 싶은 것은 특별한 기회가 아니었다. 오히려 특별한 것으로 보이지 않도록, 지금 있는 기준을 분명히 해 달라는 말이었다.오후에 은정은 회의실 한쪽 의자를 가리켰다.“평가 방식 확인하고 싶다며.”“네. 이번 안내안에서 제가 맡은 부분과 팀에서 한 부분을 나눠 기록하고 싶습니다. 유성 쪽과 관계가 있다는 말도 돌아서요.”“이미 분담표 있잖아.”“보고 때마다 같은 기준으로 남겼으면 해요. 잘된 점만 말고, 실패한 부분도요.”은정은 펜을 돌리다 내려놓았다.“누가 너한테 직접 특혜 받았다고 했어?”“직접 그 말까지 들은 건 아니에요. 윗선에서 관심을 많이 받는다는 얘기를 들었고요. 친척 회사랑 일하는 게 성과에 영향을 주는 것처럼 말해서.”채이는 거기까지 이야기했다. 남편의 이름을 밝히지 않는 일이 거짓말처럼 느껴지는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회사가 정한 필수 관계 신고는 이미 했고, 다른 사람의 사생활까지 매번 공개해야 평가받을 자격이 생기는 것은 아니었다.“제가 어떤 이름으로 불리는지 전부 막을 수는 없잖아요. 대신 확인할 수 있는 건 남기고 싶어요.”은정은 채이가 가져온 한 장짜리 표를 읽었다. 담당 업무, 검토자, 적용 범위, 확인된 결과. 마지막 칸에는 미해결 문제가 적혀 있었다.“이건 네 것만 하면 더 이상해. 우리 팀 이번 개선 업무에 공통으로 적용하자.”채이가 고개를 들었다.“괜찮으실까요?”“나는 원래 평가해야 하는 사람이야. 자료 형식을 맞추면 편하지.”은정은 수정할 곳에 표시했다.“결과 옆에 기준일을 넣어. 적용한 지 사흘 된 구간과 이 주 된 구간을 같은 숫자로 비교하면 안 돼. 검토자는 실제로 본 사람만 쓰고.”“네.”“대신 기록 만들겠다고 고객한테 쓸 시간을 줄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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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집에서 봐요

“오늘은 설치라는 말 금지입니다.”유나가 잔을 들며 말했다. 회식 장소는 회사에서 두 블록 떨어진 고깃집이었다. 안내 화면의 첫 적용을 마치고 팀 전체가 모인 자리였다. 은정은 늦은 시간까지 끌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예약했고, 현수는 신입 때 회식 이야기를 하다가 금방 제지당했다.“과장님, 그 얘기는 들으면 저희가 더 일찍 가고 싶어져요.”민재의 말에 현수는 웃으며 집게를 넘겼다.“그럼 김 사원이 구워. 난 과거의 사람으로 물러날게.”채이는 탄 고기 한 점을 자기 접시에 놓으려다 은정에게 들켰다.“그걸 왜 네가 먹어. 잘라 내면 되지.”“습관이에요.”“좋은 습관은 아닌데. 가위 줘.”은정은 탄 부분을 잘라 버리고 남은 고기를 채이 접시에 놓았다. 그 작은 행동이 이상하게 오래 눈에 남았다. 먼저 가져갔다는 이유로 안 좋은 부분까지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맥주 한 잔을 마신 채이는 물로 바꿨다. 유나도 술 대신 얼음물을 한 잔 더 채웠다. 민재는 고기가 익었는지 구분하느라 표정이 진지했다.“대리님, 결혼하니까 퇴근하고 집 가는 기분 달라요?”그가 물었다. 채이는 상추를 접다가 멈췄다.“음…… 불이 켜져 있을 때가 있어.”“오. 그거 되게 신혼 같네요.”“내가 먼저 가면 내가 켜야 하고.”유나가 웃으며 팔꿈치로 채이를 건드렸다.“이 사람은 낭만도 교대 근무야.”채이는 웃었다. 예전에는 집에 사람이 있으면 자기 몫의 일이 더 늘어난다고 생각했다. 요즘은 휴대전화에 ‘몇 시쯤 옵니까’라는 문장이 오면 그날이 조금 다르게 끝났다.바로 그때 가방 속 휴대전화가 진동했다. 화면에 뜬 이름을 확인한 채이는 몸을 옆으로 틀었다. 통화하기 어려울 만큼 시끄러운 식당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래서 더 조심해야 했다.“네.”도진의 목소리가 들렸다.“식사 중입니까?”“네. 지금 마무리하고 있습니다.”유나가 옆에서 물컵을 들었다. 채이는 일부러 테이블 끝으로 몸을 조금 더 돌렸다.“근처 일정이 끝났습니다. 원하시면 데리러 갈 수 있습니다.”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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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먼저 잡은 약속

도진이 로비를 가로질러 나올 때 채이는 유나, 민재와 자동판매기 앞에 서 있었다. 민재가 잘못 뽑은 음료를 들고 원래 원하던 것이 맞다고 우기는 중이었다.“저 토마토 좋아합니다.”“아까 토마토는 먹는데 주스는 안 마신다며.”유나의 지적에 민재가 병을 내려다봤다.“오늘부터 달라질 수도 있으니까요.”채이는 웃음을 터뜨렸다. 민재의 주스를 받아 자기가 마시고, 대신 들고 있던 물을 건네주었다. 아주 사소한 교환이었다. 옆에서 다가오는 사람을 발견한 것은 그다음이었다.“대표님.”세 사람의 등이 동시에 펴졌다. 도진은 인사를 받고 걸음을 잠깐 늦췄다.“식사하셨습니까?”“네.”채이가 먼저 답했다. 민재가 병뚜껑을 만지다 놓았다. 방금까지 편하던 공기가 얌전히 정돈됐다. 도진은 더 묻지 않고 엘리베이터로 갔다.유나가 작게 속삭였다.“난 방금 배고파졌어. 점심 먹은 게 긴장해서 다 소화됐나 봐.”채이는 들고 있는 주스를 내려다봤다. 자신은 분명 집에서 그 남자와 간식을 나누는 사이였다. 그런데 그의 시선이 닿으면 여전히 구두를 가지런히 놓고 서게 됐다.오월의 마지막 주였다. 회사 안에는 반소매 차림이 늘었고, 냉방이 세지는 오후마다 채이는 얇은 카디건을 걸쳤다. 설치 전 안내안은 첫 적용 범위를 넘어 다음 구간을 검토하는 단계에 와 있었다. 민재는 글씨를 키우는 것이 디자인을 망치는 일이라고 생각하던 때를 벌써 잊은 듯했다.오후에 채이는 다음 주 개인 일정을 달력에 입력했다. 어머니 진료 동행과 유나와의 저녁 약속이 있었다. 팀 업무 일정을 맞춰 반차도 미리 신청했다.도진에게서 메시지가 온 것은 그 직후였다.[금요일 저녁에 같이 식사하고 싶습니다.]채이는 빈 금요일 칸을 보다가 답했다.[갑자기요?][미리 말씀드리는 편이 좋을 것 같아서요.]그 문장을 읽자 아까 로비에서 잠깐 마주친 그의 표정이 떠올랐다. 무엇인가 물으려다 말던 얼굴. 채이는 일부러 천천히 답을 썼다.[제 약속도 예약하셔야죠. 금요일은 아직 비어 있어요.]답은 곧 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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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화. 처음 부르는 이름

카레는 조금 늦게 완성됐다.채이는 냄비 바닥을 나무 주걱으로 긁다가 불을 껐다. 도진이 너무 정성스럽게 썬 양파는 흔적 없이 풀어졌고, 크기가 다른 감자는 무사히 익었다. 채이는 작은 접시에 한 숟갈을 덜었다.“뜨거워요.”도진이 미리 말했지만 채이는 벌써 입에 넣은 뒤였다. 황급히 숨을 들이켜자 그가 물컵을 내밀었다. 채이는 두 모금 마시고 엄지손가락을 들었다.“맛있어요.”“온도 때문에 정확한 판단이 어려운 것 아닙니까.”“그 정도로 데이진 않았어요.”도진도 맛을 봤다. 채이는 그의 얼굴을 지켜보다가 일부러 시선을 거뒀다. 맛없으면 말하겠지. 취향이 다르면 다음에 바꾸면 된다. 오늘 저녁을 성공시켜야 이 집에 더 머물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그 사실이 이상하게 편했다.식탁에는 카레와 찬물, 반쯤 남은 단무지 봉지만 올라왔다. 도진은 티셔츠 소매를 한 번 걷었다. 평소보다 가벼운 옷차림이라 수저를 드는 동작까지 다르게 보였다.“금요일에 늘 이렇게 일찍 오실 수 있어요?”“늘은 어렵습니다.”“그렇죠. 저도 그럴 때 있어요.”“하지만 약속이 있으면 먼저 맞춰 보겠습니다.”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할 수 없는 약속을 하지 않는 사람과 밥을 먹고 있었다.“오늘 기다리는 건 어땠어요?”그녀가 물었다. 도진은 숟가락을 내려놓았다.“양파를 썰어서 심심할 틈은 없었습니다.”“너무 일찍 시작하셨어요.”“빨리 준비해 놓고 싶었습니다.”채이는 반쯤 비운 접시를 보았다. 아무래도 그가 준비하고 싶었던 것은 카레만이 아닌 것 같았다.저녁 뒤에는 나란히 설거지를 했다. 도진이 씻으면 채이가 남은 물기를 닦아 찬장에 넣었다. 컵 하나를 동시에 잡았다가 둘 다 놓지 않았다. 도진은 손을 늦게 빼고, 채이는 먼저 쥔 컵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제가 넣을게요.”목소리가 조금 작아졌다. 도진의 손이 떨어지고도 손등에 닿았던 온기는 금세 사라지지 않았다.정리를 마친 뒤 채이는 베란다 문을 조금 열었다. 밤공기에 초여름 냄새가 섞여 있었다. 세탁한 슬리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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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화. 출장 명단의 두 사람

“부산 현장 점검은 윤 대리가 가요.”은정이 회의실 화면에 선정표를 띄웠다. 지원한 세 사람의 이름 옆에 담당 이력과 현장 질문서 평가가 나란히 붙어 있었다. 채이는 펜을 잡은 손에 힘을 줬다.“고객 문의를 설치 동선에 대입한 점수가 가장 높았어요. 현수 과장이 총괄, 윤 대리가 고객 접점 확인. 반론 있어요?”민재가 손을 들었다.“반론 말고 부탁 있습니다. 현장 간식 뭐 나오는지 사진 좀.”“김 사원은 간식 사진 대신 회수 지연 건 분류해서 보내요.”작게 터진 웃음 속에서 채이는 선정표를 한 번 더 보았다. 자기 이름 아래 적힌 근거가 좋았다. 누군가의 아내라서 생긴 빈자리가 아니었다.“질문서 중에 설치 기사님께 드릴 내용은 미리 보내겠습니다. 현장에서 처음 읽으면 부담스러우실 것 같아서요.”“좋아요. 현수 과장은 협력사 일정 확인하고.”회의가 끝나자 유나가 채이의 팔꿈치를 건드렸다.“신혼인데 출장 간다고 남편 서운해하겠네.”“일인데, 뭐.”“그래. 아주 당당해. 어제 휴대폰 보고 웃던 사람은 누구였을까.”채이는 노트북을 끌어안고 먼저 일어났다. 어제 도진이 보낸 메시지는 고작 ‘집에 복숭아 있어’였다. 그 다음에 온 ‘네 것 남겨뒀어’ 때문에 웃었다는 사실까지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책상에 돌아오자 현장 일정 공유 메일이 도착했다. 대표이사 협력사 간담회가 둘째 날 오전에 잡혀 있었다. 채이의 손가락이 잠시 멎었다. 부산이라는 두 글자가 갑자기 업무용 지명만은 아니게 됐다.***캐리어를 펴놓고 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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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화. 예약 이름은 남편

식당은 호텔에서 걸어서 십 분 거리에 있었다. 유리문을 밀자 구운 생선 냄새와 시원한 바람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도진은 창가에서 일어나 그녀의 의자를 빼주려다, 이미 앉아버린 채이를 보고 멈췄다.“오늘도 늦었어요?”“삼 분 빨리 왔어.”“그럼 제가 아주 잘한 걸로.”그가 웃으며 맞은편에 앉았다. 재킷은 옆 의자에 접혀 있었고 셔츠 소매가 걷혀 있었다. 낮에 본 대표보다 몇 살쯤 편해 보였다. 채이는 메뉴를 받아 첫 장부터 천천히 읽었다.“먹고 싶은 거 골라.”“이런 말 하면 정말 잘 고르는데.”“기대하고 있어.”채이는 제철 생선구이와 해산물 파스타를 하나씩 고른 뒤, 마지막에 레몬 디저트를 추가했다. 가격에서 손가락이 멈추지 않는 저녁은 아직 드물었다. 좋은 기분을 굳이 숨기고 싶지는 않았다.“저 이거 사진 찍어도 돼요? 엄마한테 보내려고요.”“나도 나오게?”그가 조금 앞으로 몸을 기울였다. 채이는 웃으며 휴대폰 각도를 바꿨다.“손만요. 엄마가 사위 밥 굶긴다고 걱정하니까.”“내가 그렇게 불쌍해 보여?”“우리 엄마 눈에는 세상 사람이 다 끼니 놓치는 사람이라서요.”첫 접시가 오자 도진이 손을 얌전히 테이블 위에 올렸다. 너무 정돈된 자세가 오히려 우스웠다. 채이는 사진을 찍고 어머니에게 보냈다. 곧 ‘사위도 많이 먹으라고 해라’라는 답장이 왔다. 마지막에는 채이에게 물을 자주 마시라는 말이 붙어 있었다.“누구부터 챙기셨는데?”“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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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화. 오늘은 여기 있을게요

샤워를 마치고 나온 채이는 가방에서 충전기를 꺼냈다. 집에서 빌린 도진의 것이었다. 침대 끝에 앉아 휴대폰을 연결했다가 다시 뺐다. 복도는 조용했고 창밖에서는 차들이 지나가는 소리가 낮게 올라왔다.그녀는 통화 버튼을 눌렀다.“안 자요?”“네 전화 기다린다고 했잖아.”수화기 너머에서 종이가 바스락거렸다. 채이는 시계를 보았다. 아주 늦지는 않았지만 내일을 위해 쉬어야 할 시간이었다.“아직 일해요?”“내일 볼 자료 정리했어. 지금 끝.”채이는 발끝으로 슬리퍼를 밀었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첫 단어가 잘 나오지 않았다. 도진이 먼저 침묵을 메우지 않고 기다려줬다.“충전기 돌려주러 가도 돼요?”잠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지금 안 돌려줘도 돼.”채이가 입술을 물었다.“알아요.”“그런데 네가 오고 싶으면 와.”그제야 그녀의 어깨가 풀렸다. 도진은 방 번호를 말했고, 채이는 번호를 한 번 더 확인했다. 통화를 끊은 뒤 잠옷 대신 부드러운 원피스로 갈아입었다. 머리를 말리고 가방을 챙기다, 욕실에 둔 칫솔을 한참 바라보았다.채이는 칫솔을 작은 파우치에 넣었다. 부끄러워서 웃음이 났다.도진은 문을 열고도 곧장 안으로 이끌지 않았다. 채이가 들어갈 수 있게 옆으로 비켜섰다. 밝은 방 안에는 소파와 낮은 테이블, 닫힌 노트북이 있었다. 큰 창 너머 바다에는 불빛 몇 개만 떠 있었다.“우선 반납부터.”채이가 충전기를 내밀자 그가 받았다.“확실한 사람이네.”“남의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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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화. 아침에는 윤 대리

일곱 시 이십 분, 채이는 자기 객실에서 출장 가방을 들고 나왔다. 거울을 세 번 확인했지만 남들이 알아볼 만큼 달라 보이는 건 없었다.엘리베이터에서 현수를 만났다. 그는 종이컵을 두 개 들고 있었다.“아침 먹었어?”“아직요.”“이거 미숫가루. 조식 먹을 시간 없겠다.”채이가 고맙다며 컵을 받았다. 혹시 표정이 이상한지 눈치를 보았는데, 현수는 휴대폰에 뜬 설치 사진만 들여다보고 있었다.“어제 기사님이 보내주셨는데 이것 좀 봐. 이 집은 연결부가 아예 안 보여.”일 얘기가 나오자 채이의 어깨가 저절로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녀는 컵을 가방 옆주머니에 끼우고 사진을 확대했다.“사진으로 판단 못 하는 집은 전화 상담으로 넘어가는 경로가 있어야겠어요. 사진 안 올리면 다음 화면으로 못 가는 건 빼고요.”“그러면 전화가 늘 텐데.”“방문 취소가 줄어드는지 같이 봐야죠.”호텔 문을 나설 때 휴대폰이 울렸다. 도진이었다.‘잘 내려갔어?’채이는 현수가 차를 찾는 사이 답장을 보냈다.‘네. 현수 과장님과 이동해요.’보내고 보니 회사 메신저와 다를 게 없었다. 한 줄을 더 쓰려는데 현수가 차 문을 열었다. 채이는 휴대폰을 넣고 탔다.센터의 작은 회의실에는 어제 만난 기사 둘과 상담 담당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채이는 새 안내지를 나눠주었다. 기사 한 명이 고개를 갸웃했다.“예상 비용이라고 하면 또 정확히 얼마냐고 물으실 텐데요.”“정확한 비용을 알 수 없는 경우는 왜 그런지 적었습니다. 추가 확인에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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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화. 물고기는 알고 있다

“대표님 손에 물고기 있다.”월요일 아침, 민재의 목소리에 팀원들이 고개를 들었다. 채이는 아이스커피를 입에 댄 채 멈췄다. 사내 소식란에 부산 협력사 방문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도진이 센터 대표와 악수하는 사진이 맨 앞이었다.사진 아래 댓글은 업무 성과보다 밴드에 먼저 반응했다. ‘귀여운 거 좋아하시는구나.’ ‘직접 고르셨을까.’ 민재는 화면을 확대하다가 웃었다.“이거 저랑 같은 겁니다. 조카가 맨날 붙이는 거.”유나가 몸을 돌렸다.“채이도 그거 붙였었잖아. 출장 다녀온 날.”채이는 커피를 내려놓았다. 빨대 끝에서 얼음이 달그락거렸다.“센터에서 받았어.”“거기 밴드까지 홍보용으로 뿌렸어?”“아니. 구급함에 있던 거야. 기사님 댁 아이가 좋아해서 사뒀다고 하셨어.”그건 사실이었다. 다만 도진의 손가락에 누가 붙였는지는 사실에 포함하지 않았다. 유나는 제 턱을 괴고 대표 사진을 다시 보았다.“다행이다. 대표님이 물고기 무늬 콕 집어 고르셨으면 오늘 회의 때 집중 못 할 뻔.”현수가 지나가다 화면을 보고 웃었다.“센터 구급함이 아주 알차더라. 나도 파도 붙였어.”그가 팔목 안쪽을 보여주었다. 이미 밴드는 뗐지만 직사각형으로 희미한 자국이 남아 있었다. 채이는 하마터면 안도의 한숨을 소리 내 쉴 뻔했다.민재가 대표 사진 옆에 현수의 손을 갖다 댔다.“세트네요. 이번 출장 복지는 밴드였습니까?”“복지는 없고 작업대 모서리는 날카로웠어.”은정이 커피를 들고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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