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먼저 든 생각은, 이름을 도둑맞은 사람이 저런 표정을 짓는구나, 하는 것이었다. 세리는 채이를 똑바로 보고 있었다. 타인의 이름을 들고 호텔에 들어가라고 시켰던 사람이, 이제는 그 이름의 주인으로 구경꾼을 모았다.채이는 가방 손잡이에 들어간 힘을 풀었다. 손가락 끝이 하얘져 있었다.“제 이름으로 인사드리려고 기다리는 중이었어요.”그녀가 말하자 세리가 고개를 저었다.“지금 와서 이름만 바꾸면 끝이니?”주변 사람들은 아직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얼굴이었다. 한 친척이 세리와 채이를 번갈아 보고 물었다.“두 사람이 아는 사이인가?”“사촌이에요. 제 동생인데, 저 대신 맞선에 나간 거예요.”세리의 목소리는 또렷했다. 충분히 놀란 척하면서도 문장 끝은 정확히 닫혔다.“원래 서 대표님하고 만나기로 한 윤세리는 저예요.”그제야 몇몇 사람이 서로를 보았다. 처음 혼담을 넣을 때 들었던 이름을 기억하는 듯했다. 채이는 사람들의 얼굴을 차례로 보며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도진이 대화를 끝내고 다가왔다. 그는 세리와 채이 사이를 가로막지 않고 채이 옆에 섰다.“괜찮습니까?”그가 낮게 물었다.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다는 말이 모든 것이 편하다는 뜻은 아니었다. 자신의 입으로 말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제가 먼저 얘기할게요.”도진은 더 나서지 않았다. 세리는 그 짧은 대화를 다른 뜻으로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도진을 향해 몸을 돌리며 목소리를 낮췄다.“대표님도 당황스러우시죠. 제가 진작 말씀드렸어야 했는데, 얘가 무슨 말을 하고 다녔는지 몰라서요.”“언니.”채이가 불렀다.세리가 그녀를 봤다. 평소라면 그 한 번의 눈길에 채이가 뒷말을 삼켰을 것이다. 어른들 앞이고, 여기까지 왔고, 괜히 사소한 것을 따져서 분위기를 망치면 안 된다는 이유로.“그날 대신 가달라고 한 사람은 언니야.”세리의 입술이 잠깐 굳었다.“나는 네가 이렇게까지 할 줄 몰랐지.”“이렇게까지가 뭔데?”채이는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답을 기다렸다. 고객 문의를 확인할 때
آخر تحديث : 2026-10-05 اقرأ المزي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