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os capítulos de 나의 어린 아내가 도망쳤다: Capítulo 11 - Capítulo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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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이헌은 곧바로 휴대전화를 들어 기사에게 짧은 메시지를 보냈다. 서아는 자신의 의견이 받아들여졌다는 생각에 조금 안심했지만, 이헌이 양보한 것은 차에서 내리는 장소뿐이었다. 버스를 타고 다니겠다는 그녀의 첫 번째 선택은 어느새 대화에서 사라져 있었다.그는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서아의 접시에 빵 한 조각을 더 올려 주었다.“오늘 수업은 몇 시에 끝나?”“세 시쯤이요. 친구들이랑 밥도 먹기로 해서 조금 늦을 것 같아요.”“그럼 다섯 시쯤 차를 보내면 되겠네.”“저…… 친구들이랑 조금 더 있다가 올 수도 있는데요.”이헌은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면 연락해. 기사는 기다리라고 하면 되니까. 몇 시가 되든 데리러 갈 사람은 있어야 할 거 아니야.”그의 대답이 너무도 자연스러워 서아는 더는 말을 꺼내지 못했다. 친구를 만나지 말라는 것도 아니었고, 몇 시까지 돌아오라고 강요하는 것도 아니었다. 다만 그녀가 어디에 있고 언제 돌아올 것인지 미리 알고 싶어 했다.그것이 조금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누군가 자신의 귀가를 기다려 준다는 사실은 낯설 만큼 따뜻했다.식사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이헌이 의자에 걸어 두었던 가방을 건넸다. 서아가 손잡이를 잡았는데도 그는 곧바로 손을 놓지 않았다.“휴대전화 배터리는 충분하지?”“네. 어젯밤에 충전했어요.”“내 전화는 꼭 받아. 수업 중이면 끝나고 바로 연락하고, 무슨 일이 생기면 기사나 직원한테 먼저 이야기하지 말고 나한테 직접 연락해. 작은 일이라도 상관없어.”서아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야 가방을 놓아주었다.그녀는 현관으로 향하면서도 몇 번이나 뒤를 돌아봤다. 이헌은 그때마다 다정하게 웃어 주었지만, 서아가 차에 올라타고 차량이 대문을 빠져나갈 때까지 현관을 떠나지 않았다.차량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그는 수행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서아가 학교에 도착하면 바로 보고해. 귀가 시간도 확인하고, 본인이 일정을 바꾸겠다고 하면 먼저 내게 알려.”잠시 비서의 대답을 듣던 이헌은 아직 닫히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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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이헌이었다.서아는 조금 전 차에서 내렸다는 사실을 그가 어떻게 알았는지 의아했지만, 곧 기사가 연락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네. 지금 학교 들어가요.]답장을 보내자마자 다시 메시지가 도착했다.[수업 끝나면 연락하고. 점심 거르지 마.]서아는 화면을 내려다보다 작게 웃었다. 자신보다 훨씬 어린아이를 챙기는 사람처럼 느껴졌지만, 누군가 아침부터 자신이 밥을 먹었는지 걱정해 준다는 사실이 싫지는 않았다.그녀는 휴대전화를 가방에 넣고 강의실로 향했다.오랜만에 아무 걱정 없이 수업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교수의 설명을 들으며 필기를 하고, 쉬는 시간에는 친구들과 점심 메뉴를 정하는 평범한 대학생의 하루가 다시 시작되는 듯했다.그러나 첫 번째 강의가 끝났을 무렵, 화면에 낯익은 번호가 떠오르면서 그 평온은 순식간에 무너졌다.아버지였다.서아는 진동이 멈출 때까지 휴대전화를 바라봤다. 전화를 받지 않자 곧바로 메시지가 도착했다.[어디야, 씨발년아.]입안이 바짝 말랐다.무의식적으로 입술을 깨무는 사이 손끝이 떨리기 시작했고, 복도를 오가는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멀어졌다.잠시 뒤 두 번째 메시지가 이어졌다.[집에도 없고 전화도 안 받네. 어떤 놈 믿고 깝치는 거냐?]서아는 휴대전화를 움켜쥔 채 복도 끝 창가로 걸어갔다.아버지는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 언제나 비슷한 말을 했다. 어디에 있었느냐고 묻고, 누구를 만났느냐고 캐물었으며, 조금이라도 대답이 늦어지면 거짓말을 한다며 손부터 올렸다.열세 살 겨울이었다.시험을 마치고 친구 집에서 늦게 돌아왔던 날, 아버지는 현관문이 열리자마자 그녀의 머리채를 움켜쥐었다. 술 냄새가 진동하는 거실 바닥으로 끌려가면서도 서아는 시험을 잘 봤다는 말을 끝내 꺼내지 못했다.그날 아버지는 그녀의 머리를 벽에 밀어붙이며 누구 허락을 받고 돌아다녔느냐고 소리쳤다. 서아가 울면서 잘못했다고 빌자 이번에는 울음소리가 시끄럽다며 목덜미를 움켜쥐었다.숨이 막혀 입을 벌렸을 때 보았던 누렇게 변색된 천장이 아직도 선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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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아버지는 언제나 그녀를 쓸모없는 짐짝이라고 불렀다. 먹여 주고 재워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한다면서,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하면 당장 집에서 나가라고 소리쳤다.그런 말을 오래 듣다 보니 누군가에게 부탁하는 일 자체가 두려워졌다.서아는 이헌에게만큼은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몇 차례 심호흡을 하고 휴대전화를 가방에 넣었다. 다음 수업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었지만, 혼자 복도에 서 있는 것보다 사람들이 있는 강의실로 들어가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떨리는 다리를 움직여 강의실로 향하면서도 서아는 몇 번이나 뒤를 돌아봤다.복도 끝에서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부를 것만 같았다.***같은 시각, 단성그룹 본사 대회의실에서는 오전 경영회의가 진행되고 있었다.이헌은 임원이 설명하는 자료를 넘기며 몇 가지 수치를 확인하고 있었다. 회의실 안에는 차분한 목소리와 종이 넘기는 소리만 들렸다.그때 수행비서가 조용히 다가와 태블릿 화면을 보여 주었다.윤태식의 동선이 확인되었다는 보고였다.이헌은 화면을 읽어 내려가다 손을 멈췄다.윤태식이 서아의 학교로 향하고 있었다.“잠깐 쉬었다 하지.”그의 말에 발표 중이던 임원이 고개를 들었다.“대표님, 아직 보고가…….”“오후에 이어서 받겠습니다.”이헌은 더 설명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회의실을 빠져나온 그는 복도 끝으로 걸어가며 비서에게 물었다.“서아는?”“현재 학교에 있습니다. 기사가 정문 부근에서 대기 중이고, 아직 별도 연락은 없습니다.”“윤태식은 학교까지 얼마나 남았지?”“차량으로 십 분 정도 거리입니다.”이헌은 휴대전화를 꺼내 서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연결음이 길게 이어졌지만 그녀는 받지 않았고, 잠시 후 다시 걸었던 전화마저 연결되지 않자 그의 표정에서 남아 있던 온기가 사라졌다.아침에 분명히 이야기했다.무슨 일이 생기면 자신에게 직접 연락하라고.그런데 윤태식이 학교로 향하고 있는 동안에도 서아에게서는 아무런 연락이 오지 않았다.아직 그녀가 아버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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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그녀가 수업 중이라면 전화를 받지 못하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자신이 원할 때 그녀에게 닿을 수 없다는 사실은 생각보다 불쾌했다.아침 식탁에서 서아는 친구들과 조금 더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했다. 그때 그녀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눈치를 살폈고, 그는 얼마든지 기다려 주겠다고 대답했다.친구를 만나고, 학교에 다니고, 원하는 공부를 하는 일까지 막을 생각은 없었다. 오히려 서아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도록 도와주고 싶었다.다만 그 모든 일은 자신이 안전하다고 판단한 범위 안에서 이루어져야 했다.서아가 그 범위를 벗어나려 한다면 이유를 설명하고 설득하면 됐다. 설득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그녀가 굳이 위험한 선택을 할 필요가 없도록 다른 방법을 마련할 수도 있었다.그는 이미 많은 사람의 일정과 선택을 조정하는 데 익숙한 사람이었다. 직원 수천 명이 움직이는 기업에서도 그의 판단 하나로 계획이 바뀌었고,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위험은 미리 제거했다.그런데 윤서아 한 사람의 하루는 아직 자신이 원하는 만큼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그 사실이 이상하리만큼 신경 쓰였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이헌은 망설임 없이 안으로 들어섰다.“차 준비해. 내가 직접 간다.”“대표님께서 직접 가실 필요까지는…….”비서는 말을 끝맺지 못했다.이헌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기 때문이었다.“윤태식이 내 아내를 찾아가고 있어.”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낮고 차분했다.“내가 갈 이유로는 충분하지 않나?”엘리베이터가 지하 주차장에 도착할 무렵, 이헌의 휴대전화 화면에 서아의 이름이 떠올랐다.그는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서아야.”수화기 너머에서는 한동안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이헌은 차를 향해 걸어가면서도 재촉하지 않고 그녀가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그러다 아주 작게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이헌 씨…….”그는 그 한마디만으로도 서아가 겁을 먹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어디야?”“학교인데요. 아빠가…….”서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헌은 비서에게 차 문을 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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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이헌은 서아가 강의실 안으로 들어갔다고 말한 뒤에도 곧바로 전화를 끊지 않았다. 그녀가 의자에 앉았다는 것까지 확인하고 나서야 조금 안심한 목소리로 통화를 마무리했다.“이제 수업 준비하고 있어. 도착하면 연락할게.”전화를 끊은 뒤에도 그는 잠시 휴대전화를 내려다봤다.서아에게는 한없이 부드럽게 말했지만, 그가 방금 내린 지시는 분명했다. 자신이 도착할 때까지 움직이지 말고, 누구의 연락에도 응하지 말며, 오직 자신의 연락만 기다리라는 것이었다.서아는 그 말을 듣고 안심했다.그 사실이 이헌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했다.차가 본사 주차장을 빠져나가는 동안 비서가 태블릿을 건넸다. 화면에는 윤태식이 학교 후문 도로에 진입했다는 보고가 떠 있었다.“학교 도착하면 윤태식부터 내 앞으로 데려와.”“알겠습니다.”“서아 눈에는 띄지 않게.”그의 목소리에서 조금 전 서아와 통화할 때의 다정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이헌은 태블릿을 내려놓고 윤태식의 신상 자료를 펼쳤다. 거주지와 채무 내역, 최근 접촉한 사람들의 이름이 정리되어 있었고, 서아가 오랫동안 이 남자에게 시달렸다는 사실을 짐작하게 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그는 자료를 넘기다가 서아의 학교 이름이 적힌 부분에서 손을 멈췄다.아침에 서아는 차를 타지 않고 버스로 다니겠다고 했다.그때는 그저 평범한 대학생처럼 지내고 싶어서 그러는 줄 알았다. 그러나 지금은 그녀가 원하는 대로 혼자 다니게 두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자신이 준비한 기사와 경호 인력이 없었다면 윤태식의 접근을 이렇게 빨리 알아차리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이헌은 자료를 덮었다.오늘 일이 끝나면 서아에게 다시 이야기해야 했다. 위험한 상황에서는 혼자 해결하려 하지 말고, 일정이 바뀌면 자신에게 알려 주며, 연락이 닿지 않을 때를 대비해 최소한의 약속은 지켜 달라고.물론 서아는 부담스러워할지도 몰랐다.하지만 그녀가 아직 위험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다면 자신이 대신 판단하면 됐다. 자신이 마련한 차를 이용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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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이헌이 차에서 내리자 학교 후문 앞에 서 있던 윤태식이 피우던 담배를 바닥에 던졌다.낡은 검은색 승용차에 기대 있던 남자는 구겨진 셔츠 위에 오래된 점퍼를 걸치고 있었다. 아침부터 술을 마셨는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고, 담배를 쥐었던 손끝에는 미세한 떨림이 남아 있었다.윤태식은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이헌을 위아래로 훑어봤다. 몸에 꼭 맞게 재단된 정장과 반듯하게 닦인 구두, 일정한 거리를 두고 뒤따르는 수행비서까지 확인하자 경계하던 눈빛에 조금씩 호기심이 섞였다.“누구쇼?”이헌은 대답하지 않은 채 윤태식 앞에 멈춰 섰다. 가까이 다가서자 찌든 담배 냄새와 술 냄새가 섞여 풍겼지만, 그는 눈썹만 미세하게 찌푸렸을 뿐 물러서지 않았다.“윤서아 아버지 맞습니까?”“그런데? 당신은 누군데 남의 딸 이름을 함부로 불러?”윤태식은 담배꽁초를 구두 끝으로 비벼 끄더니 이헌의 뒤에 세워진 차량을 힐끗거렸다.“혹시 우리 서아 때문에 찾아온 거야? 그년이 얼굴 하나는 반반하거든. 당신도 그 얼굴에 홀린 거 아냐?”윤태식이 낄낄거리며 웃자 이헌의 눈빛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말조심하십시오.”나지막한 경고에 윤태식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자신보다 한참 젊어 보이는 남자에게 훈계를 들었다는 사실이 못마땅했는지 헛웃음을 터뜨렸다.“뭐? 당신이 뭔데 나한테 이래라저래라야? 내가 그년 애비야, 애비!”“차이헌입니다.”“차이헌?”윤태식은 이름을 몇 번 되뇌다가 이헌의 뒤에 서 있는 차량과 수행비서를 번갈아 바라봤다. 그러다 무언가 떠올랐는지 눈을 크게 떴다.“설마 단성그룹 그 차이헌?”이헌은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침묵만으로도 충분했는지 윤태식의 태도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 거칠게 치켜 올라가 있던 눈꼬리가 내려가고, 상대를 살피는 눈동자가 분주하게 움직였다.“아이고, 대표님이셨구나. 제가 사람을 몰라뵙고 그만…….”윤태식은 어색하게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이헌은 그 손을 잡지 않았고, 허공에 멈춘 손을 슬그머니 거둔 윤태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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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열세 살 겨울에는 머리채를 잡아 벽에 머리를 부딪치게 했더군요. 그날 서아는 머리를 다쳐 병원에 갔고, 진료 기록에는 계단에서 넘어졌다고 적혀 있습니다.”“그걸…… 누가 말했습니까?”“당신이 병원에 데려간 것도 아니더군요. 이웃이 아이를 발견해 데려갔고, 서아는 그날 밤 집에 돌아가지 못했습니다.”윤태식의 얼굴에서 핏기가 빠져나갔다.이헌은 서류를 한 장 더 넘기며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그 이후에도 비슷한 일이 반복됐습니다. 병원 진료 기록과 신고 내역, 주변인 진술까지 확인했고, 서아가 성인이 된 뒤에도 폭력과 협박이 계속됐다는 정황도 확보했습니다.”윤태식은 서류를 제대로 읽지도 못한 채 황급히 고개를 들었다.“아니, 대표님. 그게 다 오해라니까요. 남의 집 사정도 모르면서 그 가시나 말만 듣고…….”“앞으로 서아에게 연락하지 마십시오.”윤태식이 입을 다물자 이헌은 서류를 비서에게 돌려주었다.“학교에 찾아오는 것도, 집 근처에서 기다리는 것도 그만두십시오. 오늘처럼 협박성 메시지를 보내는 일 역시 다시는 없어야 할 겁니다. 한 번만 더 반복되면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법적 조치를 진행하겠습니다.”이헌은 잠시 말을 멈추고 윤태식을 똑바로 바라봤다.“그때는 지금처럼 이야기로 끝나지 않을 겁니다.”윤태식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러다 무언가 생각났는지 굳었던 표정을 풀고 억지로 웃었다.“잠깐만요, 사위님. 대표님이 우리 서아랑 정식으로 결혼했다면서요. 그러면 어찌 됐든 저도 장인어른 아닙니까?”조금 전까지 위축돼 있던 남자의 눈빛에 다시 탐욕이 번졌다.“사실 제가 요즘 사정이 좀 어렵습니다. 서아도 알고 있을 텐데, 집안에 빚이 조금 있어서…….”“얼마가 필요합니까?”이헌의 물음에 윤태식의 얼굴이 금세 밝아졌다.“아이고, 역시 대표님은 말이 통하시네. 큰돈은 아닙니다. 한 삼억 정도만 정리해 주시면…….”“삼억.”이헌이 금액을 조용히 되풀이하자 윤태식은 자신이 너무 적게 불렀다고 생각했는지 서둘러 말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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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윤태식 씨가 학교를 떠나는 것까지 확인해.”“알겠습니다, 대표님.”뒤에서 윤태식이 무언가를 외쳤지만 이헌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차량에 올라탄 그는 곧바로 수행비서에게 서아의 오후 일정을 확인하게 했다.“오늘 서아 수업은 몇 시까지지?”“오전 수업이 끝나면 동기들과 점심 약속이 있고, 오후 세 시에 전공 강의가 하나 더 있습니다.”“점심 약속은?”“같은 과 학생 두 명과 학교 앞 식당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이헌은 손목시계를 확인한 뒤 학교 건물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오늘 점심은 내가 데리고 나올 거야. 기사는 서아가 나올 때까지 근처에서 기다리라고 해.”“점심 약속은 어떻게 할까요?”“서아가 직접 친구들에게 이야기하게 해.”비서가 고개를 숙이자 이헌은 창밖으로 보이는 학교 건물을 바라봤다.아침부터 아버지 때문에 겁에 질려 있었으니 오늘만큼은 자신이 곁에 두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친구들과의 점심은 다른 날에도 얼마든지 먹을 수 있었지만, 서아의 상태를 직접 확인하는 일은 미루고 싶지 않았다.그는 휴대전화를 들어 메시지를 보냈다.[아버지는 돌아갔어. 수업 끝나면 내가 데리러 갈게.]강의실에 앉아 있던 서아는 교수의 설명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칠판에 적힌 내용을 노트에 옮겨 적고 있었지만, 몇 줄을 쓰고 나면 자신이 무슨 내용을 적었는지도 알 수 없었다. 책상 아래에 놓아둔 휴대전화가 진동할 때마다 어깨가 움찔했고, 복도에서 큰 소리가 들리면 저도 모르게 문 쪽을 돌아봤다.아버지가 정말 학교까지 찾아왔을까. 혹시 이헌과 마주쳐 소란이라도 피우고 있는 것은 아닐까.서아는 노트 위에 펜을 내려놓고 휴대전화를 꺼냈다. 화면에는 조금 전 이헌에게서 받은 메시지가 남아 있었다.[아버지는 돌아갔어. 수업 끝나면 내가 데리러 갈게.]아버지를 돌려보냈다는 사실에 안도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의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아버지는 상대가 누구든 화가 나면 앞뒤를 가리지 않는 사람이었다. 특히 술을 마신 날에는 누군가 자신에게 대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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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통화가 끝나자 서아는 강의실로 돌아가 민지에게 집안일 때문에 함께 점심을 먹지 못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민지는 아침부터 안색이 좋지 않았다며 걱정했지만, 서아는 별일 아니라며 다음에 맛있는 것을 사겠다고 약속했다.복도 끝에서는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점심 메뉴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친구의 팔짱을 끼고 웃었고, 누군가는 휴대전화로 식당을 검색하며 계단을 내려갔다.서아도 조금 전까지는 그들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혼자 방향을 바꿔 이헌이 기다리는 차량으로 향하고 있었다.학교 근처 조용한 골목에 세워진 차량으로 다가가자 기사가 먼저 내려 뒷좌석 문을 열어 주었다.차 안에서는 이헌이 태블릿을 무릎에 올려놓고 서류를 검토하고 있었다. 그는 서아를 발견하자 화면을 끄고 옆자리를 가리켰다.“왔어? 많이 놀랐지.”서아는 조심스럽게 차에 올라탔다.“죄송해요. 저 때문에 회의도 못 하시고…….”“그런 말 하지 말라고 했잖아.”이헌은 그녀가 안전벨트를 매는 동안 얼굴을 살펴봤다. 입술은 창백했고, 가방끈을 쥔 손끝에는 여전히 힘이 들어가 있었다.그는 서아의 가방을 받아 옆자리에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그녀의 이마 가까이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손끝으로 가볍게 넘겨 주었다.갑작스러운 손길에 서아가 눈을 들었다.“얼굴이 왜 이렇게 차가워.”이헌의 손등이 잠시 그녀의 뺨에 닿았다가 떨어졌다. 열을 확인하듯 짧게 스친 손길이었지만 서아는 그가 손을 거둔 뒤에도 뺨에 남은 온기를 의식했다.“아침 먹은 뒤로 아무것도 못 먹었지?”서아가 고개를 끄덕이자 이헌은 기사에게 미리 예약해 둔 식당으로 가라고 지시했다.차가 출발하자 서아는 무릎 위에 모아 놓은 손가락을 만지작거렸다.“아빠가…… 정말 그냥 돌아갔어요?”“응. 다시는 너한테 접근하지 말라고 경고했어.”“그 말을 순순히 들을 사람이 아닌데…….”서아의 목소리가 저절로 작아졌다.아버지는 누군가 자신에게 명령하거나 훈계하는 것을 참지 못했다. 상대가 조금이라도 만만해 보이면 더 심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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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

점심 식사를 마치고 저택으로 돌아왔을 때는 오후 두 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다.서아는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신발을 벗으며 조심스럽게 이헌을 돌아봤다.“저…… 이제 학교로 가야 할 것 같아요.”이헌은 재킷을 벗어 집사에게 건네다가 그녀를 바라봤다.“오늘은 그냥 쉬어. 많이 놀랐잖아.”서아의 얼굴이 굳었다.“하지만 아까 수업에 늦지 않게 데려다주신다고…….”“생각해 보니까 오늘은 쉬는 편이 낫겠어. 학교에는 사정이 있다고 연락하면 되지. 하루 정도 빠진다고 큰일 나는 것도 아니고.”그는 너무도 당연하게 말했지만 서아에게는 그렇지 않았다.서아는 장학금을 유지하기 위해 출석과 과제 하나까지 신경 쓰며 학교에 다녔다. 아버지의 눈치를 보면서도 어렵게 이어 온 대학 생활이었고, 오늘 오후 강의에서는 다음 과제에 필요한 설명도 들을 예정이었다.“저 정말 괜찮아요. 오후 수업은 꼭 가고 싶어요.”이헌의 손이 멈췄다.서아는 그가 자신을 바라보자 괜히 목소리가 작아졌다.“아빠도 돌아갔다고 하셨으니까…….”이헌은 잠시 그녀를 바라봤다. 여전히 겁을 먹은 얼굴이었고 피곤한 기색도 역력했지만, 학교에 돌아가겠다는 마음만큼은 확고해 보였다.“정말 가고 싶어?”서아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수업은 빠지고 싶지 않아요.”이헌은 한동안 그녀를 바라보다 느리게 입을 열었다.“그럼 가. 대신 기사가 데려다주고, 수업 끝나면 바로 데리러 오게 할게.”서아의 얼굴이 조금 밝아졌다.“정말요?”“응. 다만 오늘은 친구들이랑 다른 데 가지 말고 곧장 집으로 와. 많이 놀랐으니까 쉬어야 해.”“네. 그렇게 할게요.”서아는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조금 전까지는 오후 수업에 가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답답했는데, 이헌이 허락하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그녀가 서둘러 가방을 챙기려는데 이헌이 다시 불러 세웠다.“서아야, 잠깐. 휴대전화 좀 줄래?”서아는 영문을 몰랐지만 가방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건넸다.이헌은 화면을 몇 번 확인한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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