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어린 아내가 도망쳤다

나의 어린 아내가 도망쳤다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06
Por:  월야Actualizado aho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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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윤서아는 마흔 살의 남자와 사랑 없는 결혼을 했다. 보호라는 이름 아래 그의 세상에 들어간 어린 아내. 하지만 함께한 시간 속에서 두 사람은 어느새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다. 가장 행복하다고 믿었던 순간, 그의 사랑은 집착과 통제로 변하기 시작한다. 결국 모든 것을 버리고 사라진 서아. 그제야 남자는 깨닫는다. 자신이 얼마나 미친 듯이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는지를. 그리고 도망친 아내를 되찾기 위한 그의 추적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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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pítulo 1

1화

비가 미친 듯이 쏟아지고 있었다.

서아는 우산도 없이 골목을 달렸다. 젖은 운동화가 물웅덩이를 밟을 때마다 찬물이 발목까지 튀었지만 멈출 수 없었다.

등 뒤에서 현관문이 거칠게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윤서아!”

아버지의 고함이 빗소리를 뚫고 골목까지 따라왔다.

서아는 돌아보지 않았다.

조금 전까지도 아버지는 술에 취한 채 등록금으로 모아 둔 돈을 내놓으라고 했다. 없다고 하자 카드를 내놓으라고 했고, 그것마저 거절하자 손이 날아왔다.

뺨을 맞고 바닥에 쓰러진 서아의 머리채를 움켜쥐어 일으킨 것도 모자라 목까지 졸랐다.

숨이 막히는 순간, 서아는 있는 힘껏 무릎으로 아버지를 밀쳐 냈다.

그리고 도망쳤다.

휴대전화 하나만 손에 쥔 채였다.

“너 이년, 잡히기만 해 봐! 다리몽둥이를 부러뜨려 놓을 테니까!”

욕설이 멀어질 때까지 서아는 계속 달렸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몰랐다. 그저 저 집으로 다시 끌려가서는 안 된다는 생각뿐이었다.

얼마나 달렸을까.

큰길로 나온 뒤에야 다리에 힘이 풀렸다. 서아는 편의점 처마 아래로 몸을 숨기듯 들어가 벽에 기댔다.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목이 아팠다.

떨리는 손으로 휴대전화를 켜자 빗물이 화면 위로 떨어졌다. 서아는 손바닥으로 대충 닦아 낸 뒤 연락처를 천천히 내려 보았다.

대학교 친구.

아르바이트 사장님.

과외 학생 어머니.

손가락은 몇 번이나 번호 위에서 멈췄지만 결국 누르지 못했다.

친구 집에 가면 아버지가 학교로 찾아올 것이다. 아르바이트 사장님에게 이런 사정을 털어놓을 수도 없었고, 과외 학생 집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러다 손가락이 한 이름에서 멈췄다.

차이헌.

단성그룹 대표.

마흔 살.

자신보다 정확히 스무 살 많은 남자였다.

서아는 한동안 그 이름만 바라봤다.

그와 아주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다. 몇 번 마주쳤고, 우연한 계기로 연락처를 주고받았을 뿐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다른 누구보다 먼저 그의 얼굴이 떠올랐다.

말수가 적고 웃는 일도 많지 않은 남자.

사람을 바라볼 때면 상대가 먼저 자세를 고쳐 앉게 만드는 묘한 힘이 있었지만, 적어도 서아에게 함부로 대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서아는 입술을 깨물다가 결국 통화 버튼을 눌렀다.

신호음이 두 번 울리기도 전에 전화가 연결됐다.

“윤서아.”

낮고 차분한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겨우 붙잡고 있던 마음이 무너졌다.

서아는 한참 입술만 달싹이다가 겨우 목소리를 냈다.

“……저, 갈 데가 없어요.”

전화기 너머가 잠시 조용해졌다.

이헌은 이유부터 묻지 않았다.

빗소리 사이로 들려오는 서아의 거친 숨을 잠시 듣고 있던 그가 짧게 말했다.

“위치 보내.”

“대표님, 제가 지금…….”

“지금 있는 곳 보내. 그리고 거기 있어.”

낮은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했지만 망설임은 없었다.

“내가 갈게.”

***

검은 세단이 편의점 앞에 멈춘 것은 십오 분도 지나지 않아서였다.

운전석 문이 열리고 이헌이 직접 내렸다.

검은 셔츠 위에 코트만 걸친 차림이었다. 넥타이도 매지 않은 채 급히 나온 듯 머리카락 끝에는 빗물이 맺혀 있었다.

그는 우산을 펼쳐 들고 편의점 앞으로 걸어왔다.

처마 아래 웅크리고 있던 서아가 천천히 일어났다.

이헌의 걸음이 멈췄다.

부어오른 뺨과 터진 입술, 목에 선명하게 남은 손가락 자국이 한눈에 들어왔다.

우산 손잡이를 쥔 그의 손에 천천히 힘이 들어갔다.

오는 내내 별별 생각을 다 했다.

돈 때문인지, 집에서 쫓겨난 건지, 아니면 누군가와 싸운 건지.

하지만 이런 모습은 생각하지 못했다.

특히 목에 남은 손자국을 보는 순간 머릿속이 싸늘하게 식었다.

누군가 저 가느다란 목을 손으로 움켜쥐었다.

그 사실을 이해하는 데는 몇 초면 충분했다.

“누가 그랬어.”

평소와 다르지 않은 낮은 목소리였지만 서아는 순간 대답을 망설였다.

“……아빠요.”

이헌의 시선이 다시 목에 남은 자국으로 내려갔다.

턱이 미세하게 굳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길게 숨을 한 번 내쉬었다. 우산 손잡이를 움켜쥔 손등 위로 힘줄이 도드라졌다가 천천히 가라앉았다.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윤태식을 찾아가는 일이 아니었다.

눈앞의 아이부터 비를 피하게 하는 것이 먼저였다.

잠시 후 이헌이 손을 들어 서아의 뺨 쪽으로 가져갔다.

서아의 어깨가 순간 움찔했다.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

이헌의 눈빛이 달라졌다.

자신이 손을 드는 것만으로도 겁을 먹었다.

그 사실이 목에 남은 손자국보다 더 기분 나빴다.

그는 굳어 버린 서아의 얼굴을 잠시 바라보다 손을 내리고 한 걸음 물러났다.

“미안.”

짧게 말한 이헌은 입고 있던 코트를 벗어 서아의 어깨에 걸쳐 주었다.

코트 안쪽에 남아 있던 체온이 차갑게 젖은 몸을 감쌌다.

“차에 타.”

서아가 코트 자락을 움켜쥐었다.

“어디 가요?”

“우리 집.”

그의 대답에도 서아의 발은 바로 움직이지 않았다.

이헌은 그 작은 망설임을 놓치지 않았다. 먼저 뒷좌석 문을 열었다가 그녀가 굳어 있는 것을 보고 차에서 한 걸음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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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비가 미친 듯이 쏟아지고 있었다.서아는 우산도 없이 골목을 달렸다. 젖은 운동화가 물웅덩이를 밟을 때마다 찬물이 발목까지 튀었지만 멈출 수 없었다.등 뒤에서 현관문이 거칠게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윤서아!”아버지의 고함이 빗소리를 뚫고 골목까지 따라왔다.서아는 돌아보지 않았다.조금 전까지도 아버지는 술에 취한 채 등록금으로 모아 둔 돈을 내놓으라고 했다. 없다고 하자 카드를 내놓으라고 했고, 그것마저 거절하자 손이 날아왔다.뺨을 맞고 바닥에 쓰러진 서아의 머리채를 움켜쥐어 일으킨 것도 모자라 목까지 졸랐다.숨이 막히는 순간, 서아는 있는 힘껏 무릎으로 아버지를 밀쳐 냈다.그리고 도망쳤다.휴대전화 하나만 손에 쥔 채였다.“너 이년, 잡히기만 해 봐! 다리몽둥이를 부러뜨려 놓을 테니까!”욕설이 멀어질 때까지 서아는 계속 달렸다.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몰랐다. 그저 저 집으로 다시 끌려가서는 안 된다는 생각뿐이었다.얼마나 달렸을까.큰길로 나온 뒤에야 다리에 힘이 풀렸다. 서아는 편의점 처마 아래로 몸을 숨기듯 들어가 벽에 기댔다.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목이 아팠다.떨리는 손으로 휴대전화를 켜자 빗물이 화면 위로 떨어졌다. 서아는 손바닥으로 대충 닦아 낸 뒤 연락처를 천천히 내려 보았다.대학교 친구.아르바이트 사장님.과외 학생 어머니.손가락은 몇 번이나 번호 위에서 멈췄지만 결국 누르지 못했다.친구 집에 가면 아버지가 학교로 찾아올 것이다. 아르바이트 사장님에게 이런 사정을 털어놓을 수도 없었고, 과외 학생 집은 더더욱 아니었다.그러다 손가락이 한 이름에서 멈췄다.차이헌.단성그룹 대표.마흔 살.자신보다 정확히 스무 살 많은 남자였다.서아는 한동안 그 이름만 바라봤다.그와 아주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다. 몇 번 마주쳤고, 우연한 계기로 연락처를 주고받았을 뿐이었다.그런데 이상하게도 다른 누구보다 먼저 그의 얼굴이 떠올랐다.말수가 적고 웃는 일도 많지 않은 남자.사람을 바라볼 때면 상대가 먼저 자세를 고쳐 앉게 만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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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가기 싫으면 다른 데 가도 돼. 네가 원하는 곳까지 데려다줄게.”그는 서아를 재촉하지 않은 채 우산을 그녀 쪽으로 조금 더 기울였다.“대신 오늘 너 혼자 두고 가는 건 못 하겠다.”빗물이 이헌의 어깨를 적셨다.서아는 한동안 열린 차 문을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갔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헌의 눈이 잠시 가늘어졌다.이상했다.서아가 자신의 차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조금 전부터 들끓던 분노가 아주 조금 가라앉았다.마치 이제야 자신이 손댈 수 있는 곳까지 데려온 것처럼.그 생각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굳이 밀어내지도 않았다.문을 닫으려던 이헌이 잠시 멈췄다.“서아야.”처음 듣는 호칭에 서아가 고개를 들었다.“오늘은 아무도 너 못 건드려.”문이 닫히는 순간 거센 빗소리가 차단됐다.서아는 따뜻한 코트 안으로 몸을 조금 더 웅크렸다.이상하게도 그제야 숨이 제대로 쉬어졌다.***이헌의 집에 도착했을 때 서아는 현관에서부터 걸음을 멈췄다.넓고 조용한 집이었다.사람이 사는 곳이라기보다 호텔처럼 정돈되어 있었지만 이상하게 차갑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신발을 벗던 서아가 작게 숨을 들이켰다.발뒤꿈치가 까져 피가 배어 나오고 있었다.뒤따라오던 이헌이 곧바로 그것을 발견했다.그는 서아의 팔을 붙잡는 대신 옆에 있던 의자를 끌어왔다.“앉아.”“괜찮아요.”서아가 한 발을 내딛으려 하자 얼굴이 미세하게 찌푸려졌다.이헌은 말없이 그녀를 바라봤다.서아는 결국 의자에 앉았다.이헌은 집 안쪽을 향해 따뜻한 음식과 갈아입을 옷을 준비해 달라고 말한 뒤 직접 구급함을 가져왔다.그리고 서아 앞에 한쪽 무릎을 굽혔다.서아가 놀라 발을 뒤로 빼려 했다.“대표님, 제가 할게요.”이헌의 시선이 그녀의 손으로 향했다.아직도 떨리고 있었다.그는 굳이 지적하지 않았다. 소독약을 적신 거즈를 꺼내 서아의 발목 가까이로 손을 가져갔다가 잠시 멈췄다.“조금 따가울 거야.”거즈가 상처에 닿자 서아의 발끝이 움찔했다.이헌의 손길이 곧바로 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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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이헌은 그제야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다른 사람의 얼굴을 기억하는 일도 드문 자신이 윤서아가 언제 웃었는지까지 기억하고 있었다.하지만 자신과는 스무 해나 차이가 났다.그래서 몇 번이고 선을 그었고, 예쁜 얼굴이 눈에 들어와도 오래 바라보지 않았다. 연락처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먼저 연락하지 않은 것 역시 같은 이유였다.그 정도의 절제는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다.적어도 오늘 밤 전까지는.전화기 너머에서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갈 데가 없다고.그 말을 듣는 순간 이헌은 생각할 틈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빗속에서 엉망이 된 서아를 발견하고 목에 남은 손자국까지 본 순간에는 자신이 왜 그렇게 급하게 달려왔는지 더 이상 모른 척할 수 없었다.화가 났다.그녀를 저렇게 만든 인간에게도 화가 났지만, 그보다 먼저 든 생각은 놀라울 만큼 단순했다.데려가야겠다고.자신이 데리고 있어야겠다고.서아가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그래도 계속 대표님한테 신세 질 수는 없잖아요.”방법은 얼마든지 있었다.아파트를 하나 구해 주고 경호원을 붙여도 됐다. 학교를 다니는 동안 필요한 돈을 지원하는 것쯤은 이헌에게 아무 일도 아니었다.그런데 그 방법들은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렇게 하면 결국 서아를 자신의 집에서 내보내야 했다.이헌은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그녀를 가만히 바라봤다.젖은 머리를 말리고 자신이 준비하게 한 옷을 입은 채, 자신이 내준 음식을 먹고 있는 스무 살 여자.이상할 정도로 자연스러웠다.마치 처음부터 저 자리에 있어야 했던 사람처럼.그 생각이 든 순간 이헌은 스스로도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날 뻔했다.고작 몇 번 본 여자였다.그것도 자신보다 스무 살이나 어린 여자.그런데 지금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은 하나였다.보내고 싶지 않았다.누군가에게 맡기는 것도 싫었다.내일 아침이 되었다고 다시 혼자 세상 밖으로 내보내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 사실을 인정하고 나자 오히려 생각은 간단해졌다.“그럼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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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서아는 한동안 닫힌 문을 바라봤다.아직 자신의 것이 아닌 ‘내 아내’라는 호칭이 이상할 만큼 오래 가슴에 남았다.그날 밤 서아는 태어나 처음으로 방문을 잠그지 않은 채 잠들었다.벽 너머에서는 폭언도, 술병이 깨지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문고리가 갑자기 돌아갈까 봐 숨죽여 귀를 세울 필요도 없었다.협탁 위에는 물 한 병과 휴대전화 충전기가 놓여 있었다.서아는 한동안 충전기를 바라봤다.깨진 휴대전화와 얼마 남지 않은 배터리를 누군가 눈여겨봤다는 뜻이었다.별것 아닌 배려였지만 이상하게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졌다.***다음 날 아침, 서재 앞을 지나던 서아는 살짝 열린 문틈으로 들려오는 이헌의 목소리에 걸음을 멈췄다.“윤태식이 서아한테 직접 연락 못 하게 해.”어젯밤 자신에게 말할 때와는 전혀 다른 목소리였다.이헌은 창가에 서서 한 손으로 셔츠 소매를 걷어 올리며 전화기 너머의 말을 듣고 있었다.“법적 절차는 서아가 원할 때 진행하고, 그전까지 돈 요구한 내역이든 폭행 증거든 전부 확보해 둬.”상대가 무언가를 묻자 소매 끝을 반듯하게 접던 손이 잠시 멈췄다.이헌은 창밖으로 시선을 돌린 채 낮게 말했다.“접근 자체를 막아. 학교든 여기든 근처에 나타나면 바로 나한테 보고하고.”전화기 너머에서 다시 무언가가 들려왔다.“아버지?”이헌이 낮게 되물었다.서재 밖에 서 있던 서아의 손끝이 움찔했다.그는 천천히 책상 앞으로 걸어가 서류 한 장을 넘겼다.“딸 목을 조르는 인간한테 그 호칭까지 챙겨 줄 필요 없어.”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했다.오히려 그래서 더 서늘했다.“한 번만 더 그 애한테 손대면 내가 직접 상대해. 그때는 나도 적당히 안 끝내.”통화가 끊겼다.이헌은 휴대전화를 책상 위에 내려놓다가 문밖에 희미하게 드리운 그림자를 발견했다.고개를 돌리자 서아와 눈이 마주쳤다.서아가 당황해 몸을 굳혔지만 이헌은 조금 전의 서늘한 기색을 거두고 그녀를 위아래로 한 번 살폈다.시선이 맨발에서 멈췄다.“슬리퍼.”“네?”이헌이 턱으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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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어젯밤부터 처음 보는 웃음이었다.멍든 얼굴로도 저렇게 웃는구나.가슴 한쪽이 묘하게 당겼다.문득 저 얼굴이 다 나으면 어떤 표정으로 웃을지 궁금해졌다.그리고 그때도 자신이 보고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이헌의 눈빛이 아주 미세하게 깊어졌다.그는 먼저 시선을 내려 계약서로 돌렸다.서아가 몇 장을 읽다가 종이 끝을 만지작거리며 입을 열었다.“저 사실 계약서 안 봐도 할 거예요.”이헌이 눈을 들었다.서아는 이번에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대표님은 제가 싫다고 하면 멈춰 주잖아요. 그래서…… 믿어도 될 것 같아요.”이헌의 표정에서 희미한 웃음기가 사라졌다.믿는다는 말이 예상보다 무겁게 들어왔다.그는 서아가 왜 자신을 선택했는지 이제 알 것 같았다.자신이 좋은 사람이어서가 아니었다.그녀가 싫다고 했을 때 멈춰 주었기 때문이었다.겨우 그것뿐이었다.누군가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 이 아이에게는 사람을 믿을 이유가 됐다.그 사실이 다시 한번 이헌의 속을 뒤틀었다.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던 그가 의자에서 일어나 책상을 돌아왔다.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천천히 좁혀졌다.서아가 자연스럽게 고개를 들었다.이헌의 손이 올라와 부어오른 뺨 가까이 다가갔다.서아의 어깨가 아주 조금 굳었다.손끝이 그대로 멈췄다.이헌은 그녀의 눈을 잠시 바라보다 손을 내렸다.“아직은 안 되겠네.”“뭐가요?”그는 대답하는 대신 서아가 들고 있던 계약서 끝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드렸다.“그러니까 더 제대로 읽어. 네가 날 믿는 것하고 계약서를 확인하는 건 다른 문제니까.”이헌이 한 걸음 물러나자 서아도 다시 종이로 시선을 내렸다.그가 책상 모서리에 기대며 말을 이었다.“그리고 나랑 결혼하면 네 아버지 일도, 학교 일도, 돈 문제도 더는 혼자 감당하지 마. 내가 할 거야.”마치 이미 결정된 일처럼 단정한 말투였다.서아의 심장이 조금 빨라졌다.“대표님이 다 해 주시면 저는 뭐 해요?”이헌의 눈이 가늘게 휘었다.그는 잠시 그녀를 내려다보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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