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아가 검은색 세단에 올라타는 모습을 선재는 멀찍이서 지켜보고 있었다.후문 앞에 세워진 차량은 평범한 학생이 이용할 만한 차가 아니었다. 운전기사가 직접 내려 뒷좌석 문을 열어 주었고, 서아가 자리에 앉자 곧바로 출발했다.선재는 차가 교차로 너머로 사라질 때까지 그 자리에 서 있었다.군대에 있는 동안 수없이 상상했던 재회는 이런 모습이 아니었다.복학하면 서아를 찾아가 밥부터 먹일 생각이었다. 예전처럼 학교 앞 분식집에서 떡볶이를 먹거나, 그녀가 좋아하던 작은 카페에 앉아 군대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 그러다 분위기가 좋아지면 오래전부터 마음에 담아 두었던 말도 조심스럽게 꺼내 볼 참이었다.그런데 막상 다시 만난 서아는 기억 속의 그녀보다 훨씬 조심스러워져 있었다.특히 점심을 먹자는 제안에 누군가에게 확인해 보겠다고 했던 말이 마음에 걸렸다.서아는 원래 자신의 일을 다른 사람에게 허락받는 사람이 아니었다. 아버지의 눈치를 보느라 늘 조심스러워했지만, 학교에서만큼은 작은 일이라도 스스로 결정하려고 애썼다.아르바이트 시간을 조정하고 장학금을 신청하는 일부터, 조별 과제 때문에 밤을 새우는 일까지 혼자 해결하려 했던 아이였다.그런 서아가 친구와 점심을 먹는 일조차 누군가에게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선재는 조금 전 그녀가 타고 간 차를 떠올렸다.서아를 데리러 온 사람이 누구인지, 그 사람 앞에서도 그녀가 오늘처럼 조심스러운 얼굴을 하는지 궁금했다.선재가 처음 서아를 만난 것은 군 입대를 앞두고 있던 봄이었다.당시 그는 부모가 운영하는 회사의 해외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할 예정이었다. 부모는 아들이 대학을 졸업한 뒤 자연스럽게 경영 수업을 받기를 원했고, 선재 역시 그 계획에 특별한 불만이 없었다.그러던 어느 날, 교양 수업 조별 과제에서 윤서아를 만났다.서아는 발표 자료를 정리하는 내내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다른 학생들이 각자 맡은 일을 미루거나 연락을 받지 않아도 불평하지 않았고, 결국 대부분의 자료를 혼자 정리하고 있었다.
Last Updated : 2026-10-09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