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붉은 매듭 향낭은 절대 고르면 안 된대요.”매화의 얼굴이 굳었다.“금향이옵니까?”“알아요?”“왕실에서 금한 향이 몇 가지 있사옵니다. 그중 하나는… 후궁들이 전하의 총애를 얻으려 몰래 쓴다는 소문 때문에 금지되었사옵니다.”은하는 어이가 없어 웃었다.“그러니까 누가 저를 전하 유혹하려던 여자로 만들려는 거네요?”“그리 되면 간택장에서 바로 쫓겨나는 정도가 아닐 수도 있사옵니다.”“목이 또 등장하나요?”매화는 대답하지 못했다.은하는 바닥에 앉아 머리를 감싸 쥐었다.“여긴 진짜 하루가 너무 길다…”하지만 쉴 수 없었다. 내일은 두 번째 과제. 누군가 판을 짜고 있다. 백시윤은 정보를 줬지만 믿을 수 없고, 이혁은 도와주는 듯하면서도 언제든 자신을 미끼로 쓸 수 있다.그리고 이상하게도, 그 와중에 가장 자꾸 생각나는 건 이혁의 질문이었다.‘내 앞에서 웃는 것도 무기냐.’은하는 손등으로 얼굴을 가렸다.“아니, 왜 그런 걸 물어봐서…”“아씨?”“아무것도 아니야.”매화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은하를 보다가 조용히 물러났다. 은하는 한동안 잠들지 못했다. 머릿속에서 내일의 향낭들이 떠다녔고, 백시윤의 미소와 이혁의 차가운 눈이 번갈아 나타났다.다음 날.두 번째 과제는 대비전 앞뜰에서 열렸다.향을 고르는 자리답게 낮은 탁자 위에는 수십 개의 향낭이 놓여 있었다. 붉은 매듭, 푸른 매듭, 금실, 은실, 옥 장식, 매화 자수. 규수들은 각자 품격과 취향을 드러낼 향을 골라, 그 이유를 설명해야 했다.은하는 탁자를 보자마자 속으로 욕했다.붉은 매듭 향낭이 하나가 아니었다.다섯 개였다.‘역시 판을 바꿨네.’이혁의 말이 맞았다. 상대는 이미 대비했다. 붉은 매듭 하나만 피하면 되는 일이 아니었다. 다섯 개 중 하나가 금향일 수도 있고, 어쩌면 붉은 매듭이라는 정보 자체가 미끼일 수도 있었다.은하는 천천히 향낭들 앞에 섰다.상석에는 대비마마가 앉아 있었고, 그 옆에는 이혁이 있었다. 이혁의 시선이 은하에게 닿았다.
Terakhir Diperbarui : 2026-10-08 Baca selengkapn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