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장 내관이 낮게 말했다.“여인.”“네?”“아니, 윤설화 아씨라 불러야겠군.”은하가 어색하게 웃었다.“아직 확정은 아닌 것 같은데요.”“방금 전하께서 그 이름으로 부르셨소. 이 궁에서는 그보다 강한 확정도 드물지.”그 말은 이상하게 무거웠다.궁녀들이 은하를 보는 눈빛도 달라져 있었다. 이상한 여자에서, 어쩌면 정말 윤설화일지도 모르는 사람으로. 혹은 왕이 직접 살려둔 수상한 존재로. 은하는 그 시선들을 느끼며 천천히 앉았다.“그럼 내일 그 예비 심문이라는 거, 뭐 하는 건데요?”장 내관은 곤란한 얼굴로 대답했다.“가문, 예법, 시서, 언행, 몸가짐을 본다오. 간택에 오를 규수라면 반드시 익혀야 할 것들이지.”“시서?”“시와 글.”“예법?”“절하는 법부터 말하는 법, 걷는 법, 앉는 법까지.”은하는 잠시 천장을 바라보았다.노래, 연기, 춤, 인터뷰, 광고 멘트, 팬서비스, 눈물 연기, 생방송 대처, 악플 대응. 그녀가 할 줄 아는 것은 많았다. 하지만 조선 양반가 규수의 예법은 단 한 번도 배운 적이 없었다.“장 내관님.”“말씀하시오.”“내일까지 그거 다 배울 수 있어요?”장 내관은 매우 솔직한 얼굴로 말했다.“불가능하오.”“그럼 가능하게 만들어야죠.”“어찌 말이오?”은하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무대 전날 밤샘 리허설. 촬영장 대본 수정. 갑작스러운 라이브 요청. 생방송 사고. 그녀는 늘 말도 안 되는 시간을 버텨 결과를 만들어냈다.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다.다만 이번엔 실패하면 기사 제목이 아니라 부고가 뜰 뿐.은하가 치마폭을 걷어 올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일단 절하는 법부터 알려주세요.”궁녀 하나가 조심스럽게 다가왔다.“아씨, 절은 고개를 이렇게 숙이시고…”은하는 따라 했다. 그런데 중심이 맞지 않아 옆으로 휘청였다. 궁녀가 놀라 손을 뻗었고, 장 내관은 한숨을 삼켰다.“다시.”은하는 이를 악물었다.“오케이. 다시.”“오… 무엇?”“아, 알겠습니다. 다시 하겠습니다.”그렇
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08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