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 차해린은 어제의 달콤했던 데이트가 거짓말이었다는 듯 평소와 다름없이 사무실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검은 재킷. 깔끔하게 묶은 머리. 책상 위에는 사건 기록과 출력된 자료들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다. 그리고 모니터에는 이도하의 스토킹 사건 관련 자료가 빼곡하게 떠 있었다.해린은 커피 한 모금을 마시고 첫 번째 사진을 확대했다. 이도하가 촬영장으로 들어가는 모습. 다음 사진. 검은색 차량. 그다음 사진. 촬영장 근처 카페 앞에 서 있는 남자. 해린의 눈빛이 서늘해졌다.“사무원님.”“네, 변호사님.”“이 사진들 촬영 시간하고 위치 다시 정리해 주세요.”“네.”“그리고 이도하 씨가 최근 한 달 동안 이동한 동선도 확보 가능한 범위에서 전부 받아주세요. 촬영장, 자택, 소속사, 연습실, 자주 가는 장소까지요.”“알겠습니다.”사무원님이 자료를 챙겨 나가자 해린은 다시 화면을 바라봤다. 처음에는 단순한 악성 팬의 집착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상했다. 너무 정확했다. 이도하가 이동한 직후마다 검은 차량이 나타났다. 촬영 장소가 바뀌어도 따라왔다. 심지어 공개되지 않은 개인 일정에도. 해린은 사진을 넘겼다. 그리고 멈췄다.“…이건.”사진 한 장. 이도하가 차량에서 내리는 순간이었다. 그 뒤편에 서 있는 남자.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손에 들린 휴대전화 화면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해린은 사진을 확대했다. 화면에는 이도하의 사진이 떠 있었다. 그 밑에 짧은 문장이 적혀 있었다.‘오늘도 혼자네요.’해린의 표정이 굳었다.“단순한 미행이 아니네.”누군가 이도하의 일정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었다. 해린은 바로 휴대전화를 들었다. 상대는 몇 번 울리지도 않고 받았다.“네, 변호사님.”이도하였다. 평소처럼 밝은 목소리였다.“지금 어디예요?”“회사요.”“혼자 있어요?”“아니요. 매니저 형이랑 있어요.”“오늘 촬영 일정은요?”“오후 세 시부터요.”“촬영 장소는요.”“…갑자기 왜요?”해린의 목소리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Last Updated : 2026-10-13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