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하룻밤이면 충분했다.: Chapter 31 - Chapter 40

47 Chapters

31화. 앞으로 계속

“오늘은 내가 좀 더 잘할게요.”태준의 말에 해린이 웃었다.“뭘 잘해?”“남자친구.”“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는데요.”“그래요?”“네.”해린이 웃으며 그의 손을 잡아당겼다.“갑시다.”두 사람은 나란히 걸었다. 오늘의 목적지는 태준이 미리 예약해둔 작은 레스토랑이었다. 해린이 메뉴판을 내려놓으며 물었다.“여기 어떻게 알았어요?”“당신 좋아할 것 같아서.”“내가 이런 데 좋아한다고 말한 적 있었나요?”“없어요.”“그런데 어떻게 알아요?”태준이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옆에서 당신 보면서 알았죠.”“뭘요?”“시끄러운 곳 싫어하고.”“…….”“사람 너무 많은 곳도 싫어하고.”“…….”“맛보다 분위기 중요하게 생각하고.”해린이 그를 빤히 바라봤다.“나 관찰했어요?”“많이.”“무섭네.”“연애하려면 이 정도는 해야죠.”해린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누가 보면 오래 사귄 줄 알겠다.”태준이 그녀를 바라봤다.“오래 사귈 거니까요.”그 말에 해린이 잠시 말을 잃었다.“…그런 말을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하네요.”“진심인데.”태준이 와인을 따라주며 덧붙였다.“오래 봐야 하니까.”해린은 괜히 잔만 만지작거렸다.“강태준.”“네.”“가끔 너무 반칙이에요.”“뭐가요?”“그런 말.”태준이 웃었다.“그럼 더 할까요?”“하지 마요.”“왜요?”“심장 아파요.”태준이 웃음을 터뜨렸다.“그건 내가 어떻게 해줄 수 있는데요?”“…….”“같이 병원 갈까요?”“됐어요.”“그럼 내가 책임져야겠네.”해린이 그를 노려봤다.“진짜 말이 많아졌어.”“당신 앞에서만 그래요.”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자 밤공기가 선선했다. 해린이 코트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이제 어디 가요?”“아직 비밀.”“또요?”“네.”“데이트 계획을 전부 비밀로 하는 남자친구는 처음이네.”“싫어요?”“아뇨.”해린이 태준의 팔에 살짝 기대었다.“좋아요.”태준의 걸음이 아주 잠깐 느려졌다.“방금 뭐라고 했어요?”“못 들었어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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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화. 첫 번째 연결고리

다음 날 아침. 차해린은 어제의 달콤했던 데이트가 거짓말이었다는 듯 평소와 다름없이 사무실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검은 재킷. 깔끔하게 묶은 머리. 책상 위에는 사건 기록과 출력된 자료들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다. 그리고 모니터에는 이도하의 스토킹 사건 관련 자료가 빼곡하게 떠 있었다.해린은 커피 한 모금을 마시고 첫 번째 사진을 확대했다. 이도하가 촬영장으로 들어가는 모습. 다음 사진. 검은색 차량. 그다음 사진. 촬영장 근처 카페 앞에 서 있는 남자. 해린의 눈빛이 서늘해졌다.“사무원님.”“네, 변호사님.”“이 사진들 촬영 시간하고 위치 다시 정리해 주세요.”“네.”“그리고 이도하 씨가 최근 한 달 동안 이동한 동선도 확보 가능한 범위에서 전부 받아주세요. 촬영장, 자택, 소속사, 연습실, 자주 가는 장소까지요.”“알겠습니다.”사무원님이 자료를 챙겨 나가자 해린은 다시 화면을 바라봤다. 처음에는 단순한 악성 팬의 집착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상했다. 너무 정확했다. 이도하가 이동한 직후마다 검은 차량이 나타났다. 촬영 장소가 바뀌어도 따라왔다. 심지어 공개되지 않은 개인 일정에도. 해린은 사진을 넘겼다. 그리고 멈췄다.“…이건.”사진 한 장. 이도하가 차량에서 내리는 순간이었다. 그 뒤편에 서 있는 남자.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손에 들린 휴대전화 화면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해린은 사진을 확대했다. 화면에는 이도하의 사진이 떠 있었다. 그 밑에 짧은 문장이 적혀 있었다.‘오늘도 혼자네요.’해린의 표정이 굳었다.“단순한 미행이 아니네.”누군가 이도하의 일정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었다. 해린은 바로 휴대전화를 들었다. 상대는 몇 번 울리지도 않고 받았다.“네, 변호사님.”이도하였다. 평소처럼 밝은 목소리였다.“지금 어디예요?”“회사요.”“혼자 있어요?”“아니요. 매니저 형이랑 있어요.”“오늘 촬영 일정은요?”“오후 세 시부터요.”“촬영 장소는요.”“…갑자기 왜요?”해린의 목소리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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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화. 사람 잘못 건들었어

전화가 끊긴 뒤에도. 차해린은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휴대전화 화면을 바라보던 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재밌네.”강태준이 눈썹을 올렸다.“뭐가요?”“나 방금 협박받았잖아요.”“그러니까.”“근데 하나 알아냈어요.”해린이 통화 기록을 확인했다.“상대는 내가 이도하 씨 사건을 맡았다는 걸 알고 있어요.”“그건 소속사에서 흘렸을 수도 있고.”“그쵸.”해린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런데 문제는.”화면을 태준에게 보여줬다.“내 개인 번호로 전화했어요.”태준의 표정이 굳었다.“…….”“사무실 대표번호가 아니라.”“언제부터 알고 있었을까.”“그게 핵심이죠.”해린은 의자에 앉으며 노트북을 열었다.“내 번호를 알고 있는 사람.”하나씩 손가락을 접었다.“사무실 직원들.”“그리고?”“기존 의뢰인 일부.”“또.”“가족.”태준이 그녀를 바라봤다.“그리고 나.”해린이 고개를 들었다. 태준이 말했다.“나도 당신 번호 알고 있잖아요.”“당신은 범인이 아니니까 제외.”“확신해요?”“네.”“왜?”해린이 태준을 빤히 바라봤다.“범인이면 어제 그렇게 진하게 키스 안 했겠지.”태준의 입꼬리가 올라갔다.“그건 또 그렇네요.”“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아니, 나는 중요한 증거라고 생각하는데.”“강태준 씨.”“네.”“일해요.”“네.”태준이 얌전히 대답했다. 하지만 웃고 있었다. 해린은 그런 태준을 한번 흘겨본 뒤 다시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사무원님.”“네, 변호사님.”“조금 전에 들어온 전화번호 통신사 확인 가능한 범위까지 알아봐 주세요. 그리고 오늘 오전 이도하 씨 촬영 일정 변경을 요청한 사람이 누구인지 소속사에 공식적으로 확인해 주세요.”“알겠습니다.”“그리고.”해린이 잠시 생각했다.“이도하 씨 전 매니저 김도윤 씨.”“네.”“주소하고 현재 직장, 최근 통화 기록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도 찾아주세요.”“네.”사무원님이 나가자 태준이 말했다.“당신 진짜 무섭다.”해린이 고개도 들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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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화. 전 세컨드도 좋아요.

소속사 건물 앞에 도착했을 때였다. 차에서 내린 해린이 주변을 한 번 훑었다.입구. 주차장. 건물 뒤편. 그리고 맞은편 건물의 출입구까지.이미 그녀가 미리 요청해 둔 보디가드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주변 확인됐습니다.”한 명이 다가와 낮게 보고했다.“현재까지 수상한 사람은 없습니다.”“차량 출입 기록도 확인해 주세요.”“네.”그 옆에서 강태준이 주변을 둘러봤다.“이 정도까지 해놨어요?”“네.”“언제?”“아까 전화하고 바로.”태준이 피식 웃었다.“역시 차해린.”“뭐가요.”“저 괜히 따라온 거 아닌가요.”“당신은 보디가드 아니에요.”“알아요.”태준이 해린을 바라봤다.“남자친구.”해린이 피식 웃었다.“그건 맞네요.”두 사람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소속사 직원이 기다리고 있었다.“차해린 변호사님 맞으시죠?”“네.”“이쪽으로 오시면 됩니다.”복도를 지나 회의실 문이 열렸다. 그리고. 소파에 앉아 있던 이도하가 벌떡 일어났다.“변호사님.”해린이 들어오는 걸 확인한 도하의 표정이 안도감으로 바뀌었다. 그러다. 해린 뒤에 따라 들어오는 태준을 보고 눈을 깜빡였다.“…….”도하의 시선이 태준에게 고정됐다. 그리고 다시 해린을 봤다.“변호사님.”“네.”“혼자 오시는 줄 알았는데.”도하가 태준을 가리켰다.“저 사람까지 데리고 왔어요?”해린이 태연하게 대답했다.“제 보디가드예요.”“…….”태준이 헛웃음을 터뜨렸다.“보디가드?”“응.”해린이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제 남자친구이자 보디가드.”도하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제가 위험하다고 했는데 왜 본인 보디가드를 데려오세요?”“저도 위험할 수 있으니까요.”해린은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그리고.”태준이 자연스럽게 해린 옆에 앉았다.“이 사람은 돈도 안 받아요.”도하가 태준을 바라봤다.“…부럽네요.”태준이 웃었다.“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해린이 둘을 번갈아 봤다.“둘 다 그만.”도하는 결국 웃으며 맞은편에 앉았다.“알겠습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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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화. 이건 정말 반칙이네요.

회의가 끝난 건 오후 여섯 시가 조금 넘어서였다. 해린이 서류를 정리하는 동안 태준은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평소 같으면 한두 마디씩 농담을 던졌을 텐데. 오늘은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 해린이 가방을 닫으며 그를 바라봤다.“태준 씨.”“네.”“왜 그러세요?”“제가 뭘요?”“아까부터 말이 없으시잖아요.”태준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대답했다.“생각 좀 하고 있었습니다.”“무슨 생각인데요?”“세컨드.”해린이 황당하다는 듯 눈을 깜빡였다.“아직도 그거 생각하세요?”“네.”“농담이었잖아요.”“알아요.”“그럼 됐잖아요.”태준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런데 기분이 별로 좋지는 않네요.”“왜요?”“제 여자친구한테 다른 남자가 세컨드가 되고 싶다고 하는데 기분 좋은 남자가 어디 있습니까.”해린의 입꼬리가 올라갔다.“질투하셨어요?”“네.”너무 솔직한 대답이었다. 해린이 웃었다.“귀여우시네요.”“안 귀엽습니다.”“귀여운데요.”“저 지금 진지합니다.”“저도 진지해요.”해린이 그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태준의 넥타이를 살짝 잡았다. 태준의 시선이 그녀에게 내려왔다.“그럼 어떻게 해드릴까요?”“…….”“질투 안 나게 해드릴까요?”태준이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바라봤다. 해린이 작게 웃었다.“저 남자친구 한 명밖에 없습니다.”“…….”“그리고 그 남자친구를 굉장히 좋아하고요.”태준의 표정이 조금 풀렸다.“그게 누군데요?”해린이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알면서 물어보시는 거예요?”“한 번 더 듣고 싶어서요.”“강태준 씨요.”태준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네.”“그러니까 질투하지 마세요.”“노력하겠습니다.”“노력이요?”“쉽지는 않을 것 같아서.”해린이 웃었다.“정말 유치하시네요.”“해린 씨 때문에 그렇습니다.”잠깐. 태준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아주 작게 말했다.“너무 좋아하니까.”해린의 눈빛이 흔들렸다.“…….”“제가 많이 좋아합니다.”평소보다 낮은 목소리였다. 해린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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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화. 어긋난 사랑

“…이도하 씨가 만나는 모든 사람요.”“이유는요?”“그건…….”한서진이 입술을 깨물었다.“저도 몰랐습니다.”해린은 잠시 생각하다가 물었다.“김도윤 씨가 이도하 씨를 담당한 기간이 얼마나 됐죠?”“거의 3년입니다.”“그동안 이상한 행동은 없었습니까?”한서진은 한참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있었습니다.”“말씀하세요.”“도하 씨가 누구랑 식사를 했는지, 누구랑 통화했는지…… 지나치게 신경 썼어요.”“업무 때문이라고 생각하셨습니까?”“처음에는요.”한서진이 씁쓸하게 웃었다.“워낙 도하 씨를 잘 챙기는 사람이었으니까.”해린은 자료를 내려다봤다.“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달라졌군요.”“네.”“어떻게요?”“도하 씨가 다른 사람과 가까워지는 걸… 싫어했습니다.”해린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질투처럼 보였습니까?”한서진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 침묵이 대답과 같았다.그날 오후. 해린은 이도하와 마주 앉았다. 태준도 함께였다. 도하는 테이블 위에 놓인 자료를 한참 바라보고 있었다.“김도윤 씨요.”그 이름을 들은 순간부터 표정이 굳어 있었다.“…네.”해린이 조심스럽게 물었다.“그 사람과 일할 때 이상했던 점이 있었습니까?”도하는 잠시 생각했다.“이상했다기보다는….”말끝이 흐려졌다.“뭔가 불편했어요.”“어떤 점이요?”“설명하기가 어려워요.”도하는 손가락으로 컵을 만지작거렸다.“저를 너무 잘 알고 있었어요.”해린은 아무 말 없이 들었다.“제가 뭘 먹는지, 어떤 시간에 운동하는지, 어떤 날 기분이 안 좋은지까지.”“매니저라면 어느 정도 알 수 있지 않습니까?”“그렇죠.”도하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서 저도 처음엔 별 생각 없었어요.”잠시 침묵.“그런데….”도하가 낮게 말했다.“제가 다른 사람하고 있으면 계속 신경 쓰더라고요.”해린의 눈빛이 움직였다.“누구와 있을 때요?”“친구도 그렇고.”도하가 한숨처럼 웃었다.“여자 배우들이랑 촬영할 때도 그랬고.”그리고 아주 잠깐 멈췄다.“남자 친구들이랑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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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화. 내가 먼저 찾아갈게

밤 11시 48분. 불이 꺼진 원룸 안. 김도윤은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방 안은 이상할 정도로 정돈되어 있었다.침대. 책상. 옷장. 그리고 벽 한쪽을 가득 채운 사진들. 모두 한 사람의 사진이었다.이도하. 촬영장에서 웃고 있는 모습. 차에서 내리는 모습. 편의점에서 음료를 고르는 모습. 팬들에게 손을 흔드는 모습. 누군가와 식사하는 모습. 사진 아래에는 날짜와 시간이 적혀 있었다.3월 18일 / 21:174월 2일 / 18:425월 11일 / 23:06그리고 사진 한가운데. 가장 오래된 사진 한 장. 매니저로 처음 배정받았던 날. 젊었던 이도하가 웃으며 자신에게 손을 내밀고 있었다.김도윤은 그 사진을 한참 바라봤다. 그리고 아주 조용히 말했다.“그때는 나만 보면 웃었잖아.”대답은 없었다. 그는 사진을 손끝으로 천천히 쓸었다.“내가 제일 가까운 사람이었는데.”책상 위에는 작은 노트 한 권이 놓여 있었다. 노트의 첫 페이지. 이도하 일정 기록. 두 번째 페이지. 좋아하는 음식. 세 번째. 싫어하는 것. 네 번째. 기분이 좋을 때 하는 행동.그리고 마지막 페이지. 도하가 좋아하는 사람. 그 밑에는 이름이 여러 개 적혀 있었다. 그리고 하나씩 지워져 있었다.김도윤은 검은 펜을 들었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 적힌 이름을 천천히 지웠다.차해린.“…변호사.”그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책상 위에는 오늘 찍은 사진이 있었다. 해린과 도하가 함께 건물에서 나오는 모습. 그리고 그 옆에는 태준이 있었다. 김도윤의 손이 멈췄다. 사진 속 태준을 한참 바라보던 그가 중얼거렸다.“이 사람은 누구야.”다음 사진. 해린과 태준이 손을 잡고 있었다. 김도윤의 표정이 굳었다.“…남자친구?”그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사진을 뒤집었다. 뒷면에는 이미 적혀 있었다.강태준 / 변호사 / 차해린 남자친구김도윤이 천천히 웃었다.“알아냈네.”마치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나 끝낸 사람처럼.***다음 날 아침. 차해린의 사무실. 해린은 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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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화. 납치소동

오전 9시 20분. 이도하는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근처 호텔 로비에 앉아 있었다. 밤새 한숨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현관 앞에 놓여 있던 사진. 그리고 그 문장.‘내가 네 곁에 있었던 시간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길어.’사진을 다시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속이 답답했다. 그때.“이도하 씨.”고개를 들자 차해린이 걸어오고 있었다. 그 뒤에는 강태준이 있었다. 도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변호사님.”“괜찮아요?”“네.”하지만 해린은 도하의 얼굴을 잠시 바라봤다.“안 괜찮아 보이는데요.”“…조금 무섭긴 했어요.”해린은 더 묻지 않았다. 대신 도하의 앞에 앉았다.“오늘은 집에 들어가지 마세요.”“네.”“경찰이 출입 기록이랑 주변 CCTV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안전한 곳에 계시는 게 좋습니다.”도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태준이 맞은편에 앉았다.“오늘 일정은 어떻게 됩니까?”“오후에 촬영이 하나 있습니다.”해린이 바로 물었다.“취소할 수 있어요?”도하는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저었다.“어제 말씀드렸던 것처럼 이미 잡혀 있던 일정이라….”“그렇군요.”해린이 한숨처럼 숨을 내쉬었다.“그럼 혼자 움직이지 마세요.”도하가 고개를 끄덕였다.“네.”태준이 말했다.“저희도 같이 가겠습니다.”도하가 그를 바라봤다.“두 분이요?”“네.”태준이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오늘은 변호사님 혼자 두기에는 위험하고.”잠시 도하를 바라봤다.“의뢰인도 혼자 두기에는 위험하니까요.”도하가 피식 웃었다.“제가 두 분 데리고 다녀야겠네요.”해린이 바로 받아쳤다.“반대예요.”“네?”“오늘은 저희가 이도하 씨를 데리고 다닐 겁니다.”도하는 잠시 해린을 바라보다 웃었다.“알겠습니다.”***오후 촬영 전.세 사람은 소속사에서 준비한 차량을 타고 이동했다. 도하는 뒷좌석에 앉아 있었고, 해린은 옆에 앉았다. 태준은 앞좌석이었다. 잠시 후 도하가 말했다.“변호사님.”“네.”“제가 촬영하는 동안에도 계속 같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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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화. 믿으시겠어요?

병원 응급실. 밤 10시가 훌쩍 넘은 시간이었다. 이도하는 침대에 앉아 있었다. 의사는 손목에 남은 자국과 가벼운 타박상을 확인한 뒤 크게 다친 곳은 없다고 했다.다행이었다. 정말 다행이었다. 그런데도. 도하의 손은 계속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별거 아니네요.”도하가 웃었다.“이 정도면 내일 촬영도 가능하겠는데요?”해린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도하의 손끝을 바라봤다. 떨림이 멈추지 않고 있었다.“이도하 씨.”“네.”“손.”도하가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아.”그리고 멋쩍게 웃었다.“이게 제 손인지도 모르겠네요.”“…….”“변호사님 앞이라 긴장해서 그런가 봐요.”여전히 웃고 있었다. 평소처럼. 능글맞고 여유로운 얼굴. 하지만 해린은 알고 있었다. 저 웃음이 진짜가 아니라는 걸.“무서웠죠.”도하의 웃음이 잠깐 멈췄다.“…조금요.”“많이 무서웠을 텐데요.”“아니에요.”도하가 고개를 저었다.“변호사님이 오셨잖아요.”“그래도 무서운 건 무서운 거예요.”도하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작게 웃었다.“저 사실….”그가 손을 내려다봤다.“칼 봤을 때 진짜 죽는 줄 알았어요.”목소리가 낮게 떨렸다.“그런데 괜찮은 척하면 진짜 괜찮아질 줄 알았거든요.”해린은 조용히 그의 말을 들었다.“그래서 계속 웃었어요.”도하가 웃었다. 이번에는 웃음소리마저 조금 떨렸다.“근데 안 괜찮네요.”해린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럴 수 있어요.”“…….”“지금 당장 아무렇지 않아지려고 하지 마세요.”해린은 차분하게 말했다.“잠을 못 자거나, 갑자기 그때 장면이 떠오르거나, 혼자 있을 때 불안해지거나 그런 반응이 생길 수도 있어요.”도하가 그녀를 바라봤다.“변호사님은 이런 것도 잘 아시네요.”“업무상 이런 상황을 겪은 분들을 많이 봤으니까요.”잠시 고민하던 해린이 말했다.“제가 잘 아는 심리상담센터가 하나 있어요.”“상담이요?”“네.”“저 멀쩡한데.”“알아요.”해린이 바로 대답했다.“그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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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화.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믿으시겠어요?”김도윤이 웃으며 물었다. 해린은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조금 전까지 이어지던 침묵도, 변호사를 부르는 태도도, 지금의 여유로운 미소까지. 전부 계산된 행동처럼 보였다.“믿고 싶지 않은데요.”해린이 담담하게 대답했다.“김도윤 씨가 혼자였다는 말을요.”도윤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갔다.“그럼 제가 누구랑 같이했다고 생각하십니까?”“그건 제가 묻고 싶은 말이죠.”해린은 테이블 위의 서류를 앞으로 밀었다.“촬영장 내부 사정을 어떻게 알았습니까?”“인터넷에도 정보는 많잖아요.”“공개되지 않은 정보였습니다.”“그럼 내부자가 유출했겠네요.”“그 내부자가 누구냐고 묻는 겁니다.”도윤은 어깨를 으쓱했다.“제가 어떻게 압니까?”“김도윤 씨.”해린의 목소리가 한층 낮아졌다.“지금 저랑 말장난하자는 건 아니겠죠?”“제가 아는 게 없어서요.”“정말 아무도 모릅니까?”“네.”도윤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저 혼자 했습니다.”너무 빠른 대답이었다. 해린은 오히려 그 점이 마음에 걸렸다. 보통 궁지에 몰린 사람은 자신에게 유리한 말을 고른다. 그런데 김도윤은 마치 정해진 문장을 반복하듯 같은 대답만 내놓고 있었다.누군가에게 미리 준비된 답변을 받은 사람처럼. 해린은 서류를 다시 정리하며 물었다.“그럼 하나만 더 확인하겠습니다.”“말씀하세요.”“당신은 그 사람의 이름을 말하지 않기로 약속했습니까?”도윤의 손가락이 멈췄다. 아주 잠깐이었다. 그러나 해린은 보았다.“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네요.”“모르면 대답하지 않으셔도 됩니다.”해린은 미소조차 짓지 않았다.“대신 기억해 두세요. 혼자 책임지겠다는 선택이 다른 사람을 지켜 주는 결과로 이어질지는 아무도 모릅니다.”“…….”“당신이 입을 다물고 있는 동안, 그 사람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자기 자리에서 일하고 있겠죠.”김도윤의 표정이 굳었다. 해린은 그제야 확신했다. 자신이 짚은 방향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회사에 있습니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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