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하룻밤이면 충분했다.: Kabanata 1 - Kabanata 10

47 Kabanata

1화. 낯선 도시의 밤

출장지에서의 밤은 이상하게 길었다. 낯선 도시, 낯선 언어, 낯선 사람들. 하루 종일 이어진 미팅을 끝내고 호텔 바에 내려온 해린은 바에 기대어 천천히 잔을 돌렸다. 평소라면 쉽게 하지 않을 행동이었다.하지만 오늘만큼은 괜찮았다. 내일이면 다시 돌아갈 테니까. 그때였다.“혼자예요?”낮고 느긋한 목소리가 들렸다. 해린은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대답했다.“그렇게 보이나요?”“네.”그제야 그녀가 옆을 바라봤다. 남자가 있었다. 깔끔하게 걷어 올린 셔츠 소매, 느슨하게 풀린 넥타이, 무심한 표정.잘생겼다는 말로는 조금 부족했다. 사람을 오래 바라보게 만드는 얼굴이었다. 그런데 해린은 눈을 마주친 순간에도 별다른 표정을 보이지 않았다.“그럼 맞나 보네요.”남자의 입꼬리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보통은 이름부터 물어보던데.”“제가요?”“네.”“왜요?”“궁금하니까.”해림은 잔을 천천히 내려놓았다.“궁금하면 직접 물어보세요.”남자가 잠시 그녀를 바라봤다. 그러더니 낮게 웃었다.“재미있네요.”“뭐가요?”“이런 식으로 대답하는 사람.”“그쪽도 처음부터 질문이 별로였고요.”이번에는 남자가 웃음을 참지 못했다.“그럼 다시 할게요.”그가 몸을 조금 돌려 그녀를 제대로 마주 봤다.“이름이 어떻게 돼요?”해린은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대답했다.“그건 비밀.”“비밀이 많은가 봅니다.”“처음 보는 사람한테 이름까지 알려줄 만큼 한가하지 않아서요.”“그럼 저는 이름 알려드릴까요?”“안 궁금한데.”짧은 정적. 남자는 오히려 재미있다는 듯 그녀를 바라봤다. 처음이었다. 자신에게 이런 식으로 관심 없는 척하는 여자는.아니. 정확히는 관심이 없는 게 아니었다. 관심이 있으면서도 절대 내보이지 않는 눈이었다. 남자는 그녀가 자신을 의식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해린 역시 그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 이상했다. 누가 먼저 시선을 피하느냐를 두고 싸우는 것 같았다. 결국 먼저 잔을 들어 올린 건 해린이었다.“그럼 좋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10-12
Magbasa pa

2화.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았던 사람

서울중앙지방법원. 오전 9시 55분. 강태준은 법정 앞에서 서류를 넘기고 있었다.“상대방 측 변호사 아직 안 왔습니까?”“아니요. 방금 도착했다는 연락 받았습니다.”태준은 고개를 들었다.“누구죠?”“차해린 변호사입니다.”태준의 손이 멈췄다. 그 이름이 낯설지는 않았다.차해린. 최근 몇 년 사이 굵직한 사건마다 이름을 올린 변호사였다. 승률은 높았다. 수단은 가리지 않는다는 평도 있었다.상대방의 약점을 찾아내면 끝까지 물고 늘어지고, 협상보다 소송을 선호했다. 의뢰인의 사정 따위보다 자신이 이기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변호사. 태준과 비슷했다.그래서 한 번쯤 만나보고 싶었던 상대였다. 그런데. 법원 복도 끝에서 한 여자가 모습을 드러냈다.검은 재킷. 정돈된 셔츠. 높은 구두. 한 손에는 판례집이 들려 있었다. 차해린이었다.태준은 그녀를 보는 순간, 숨을 멈췄다. 아니. 정확히는 기억이 먼저 반응했다.낯선 호텔. 붉은 조명. 술잔을 내려놓으며 자신을 올려다보던 여자. 그리고 아침. 눈을 떴을 때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던 여자. 그 여자였다.태준의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설마.”해린 역시 그를 발견했다. 그 순간 그녀의 걸음이 아주 잠깐 멈췄다. 하지만 그것도 찰나였다. 곧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걸어왔다. 태준은 가만히 그녀를 기다렸다.해린이 그의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손을 내밀었다.“차해린입니다.”태준은 그녀의 손을 바라봤다. 웃음이 나왔다. 정말 모르는 사람처럼 구는군. 그는 천천히 손을 맞잡았다.“강태준입니다.”두 사람의 손이 맞닿았다. 해린은 아무렇지 않게 손을 빼냈다.“이번 사건 상대방 대리인이시죠?”“네.”“잘 부탁드립니다.”“저야말로.”태준은 그녀를 빤히 바라봤다. 해린은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눈썹을 살짝 올렸다.“왜 그렇게 보세요?”“아니요.”태준이 웃었다.“그냥 처음 보는 사람 같아서.”해린의 입꼬리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처음 보는 사람 맞는데요.”“그래요?”“네.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10-12
Magbasa pa

3화. 먼저 흔들리는 쪽이 진다.

다음 날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 차해린은 법정 문 앞에서 손목시계를 확인했다.9시 58분. 정각 이 분 전.“역시 일찍 왔네요.”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해린은 돌아보지 않았다.“강 변호사님도요.”“기다리고 있었습니다.”“저를요?”“네.”그제야 해린이 돌아봤다. 강태준은 서류 한 장 들고 서 있었다. 오늘도 흐트러짐이 없었다. 마치 어제 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처럼. 해린은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재판 준비나 하시죠.”“하고 있습니다.”“그럼 저한테 신경 쓸 여유가 없을 텐데요.”태준이 웃었다.“그게 문제입니다.”“뭐가요?”“신경이 너무 쓰여서.”해린의 눈썹이 올라갔다.“업무 얘기만 하기로 하지 않았어요?”“지금 업무 얘기인데요.”“…….”“상대방 변호사가 신경 쓰이는 것도 업무의 일부니까.”해린은 피식 웃었다.“그럼 제가 오늘 열심히 해드려야겠네요.”“기대하고 있습니다.”법정 문이 열렸다. 두 사람이 동시에 들어갔다.재판이 시작되고 20분. 태준은 예상대로 공격적이었다. 상대방 증인의 진술에서 모순을 찾아냈고, 해린이 제출한 증거의 신빙성을 하나씩 흔들었다.해린은 가만히 듣고 있었다. 그리고 태준이 마지막 질문을 던지는 순간.“이상입니다.”해린이 자리에서 일어났다.“재판장님.”목소리는 차분했다.“반대신문 진행하겠습니다.”그 순간 태준의 눈빛이 달라졌다. 해린은 증인을 바라봤다.“증인께서는 어제 제출된 계약서가 처음 작성된 시점이 언제라고 하셨죠?”“지난해 3월입니다.”“확실합니까?”“네.”“그런데 이상하네요.”해린이 서류를 한 장 들어 올렸다.“이 계약서에 찍힌 전자서명 기록은 2월 28일입니다.”법정 안이 조용해졌다. 태준의 표정이 굳었다. 해린이 그를 바라봤다. 딱 한 번. 그리고 다시 증인에게 시선을 돌렸다.“계약서가 작성되기 한 달 전에 전자서명이 먼저 이루어졌다는 게 가능한가요?”증인이 말을 잃었다. 해린은 천천히 미소 지었다.“아니면 누군가 계약서를 사후에 수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10-12
Magbasa pa

4화. 당신이 몰랐던 그날 밤

밤 10시. 서울의 한 호텔 라운지. 강태준은 창가 자리에 앉아 있었다.정확히 9시 58분. 차해린이 들어왔다. 오늘도 검은색이었다. 그녀는 태준을 발견하자 곧장 걸어왔다.“기다렸어요?”“두 시간쯤.”해린이 시계를 바라봤다.“제가 10시에 오라고 했는데요.”“알아요.”“그럼 왜 두 시간이나 일찍 왔어요?”태준이 잔을 내려놓았다.“당신이 안 올까 봐.”해린이 웃었다.“의외네요.”“뭐가요?”“강태준 변호사님도 불안할 때가 있구나.”“당신 때문에 생겼습니다.”해린의 표정이 잠시 굳었다. 그러나 곧 의자에 앉았다.“뭐 마실래요?”“아무거나.”태준이 직원에게 주문한 뒤 그녀를 바라봤다.“이제 말해요.”“뭘요?”“왜 사라졌는지.”해린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테이블 위에 놓인 물잔을 천천히 돌렸다.“그날 밤 기억나죠?”“잊을 리가 없죠.”“나는 기억하고 싶지 않았어요.”태준의 눈빛이 바뀌었다.“왜?”“당신을 기억하면 안 됐으니까.”“그게 무슨 말입니까?”해린이 그를 바라봤다.“그날 밤 만나기 전부터 당신을 알고 있었어요.”태준의 표정이 굳었다.“……뭐?”“강태준.”처음으로 그녀가 그의 이름을 낮게 불렀다.“그날 밤 처음 본 남자가 아니었어요.”태준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해린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당신이 그곳에 온 이유도 알고 있었고.”“…….”“누구를 만나러 왔는지도 알고 있었어요.”태준이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설명해.”“그날 당신이 맡고 있던 사건.”해린이 말했다.“내가 맡고 있던 사건이기도 했어요.”태준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그럼 처음부터 나한테 접근한 겁니까?”“아니요.”“그럼?”“우연이었어요.”“그걸 믿으라고?”“믿든 말든.”해린은 태준을 똑바로 바라봤다.“하지만 그날 밤 당신이 누군지 알게 된 순간에도 나는 당신에게 말하지 않았어요.”“왜?”해린은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아주 조용히 말했다.“당신을 믿을 수 없었으니까.”태준의 눈빛이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10-12
Magbasa pa

5화. 당신의 편은 누구입니까

법정 안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재판장은 제출된 자료를 한 장씩 넘겼다.“이 자료의 출처가 어디입니까?”해린이 자리에서 일어났다.“제보를 통해 확보했습니다.”“제보자 신원은 확인했습니까?”“확인했습니다.”태준이 곧바로 일어섰다.“재판장님, 이의 있습니다.”해린이 그를 바라봤다.“제보자의 신원과 자료 확보 경위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증거능력을 판단하기 전에 출처부터 확인해야 합니다.”재판장이 고개를 끄덕였다.“차 변호사, 설명해보세요.”해린은 잠시 태준을 바라봤다. 그리고 말했다.“확인할 수 있습니다.”태준의 눈썹이 올라갔다.“다만 지금 공개할 수는 없습니다.”“왜죠?”“제보자의 안전 때문입니다.”태준이 피식 웃었다.“또 비밀입니까?”해린이 그를 바라봤다.“변호사라면 비밀을 지키는 게 당연하지 않나요?”“의뢰인에게 불리한 사실까지 숨기는 건 별개의 문제죠.”“그럼 강 변호사님은 항상 모든 진실을 공개합니까?”태준이 잠시 말을 멈췄다. 해린이 웃었다.“아닌 것 같은데.”법정 안에 작은 웃음이 흘렀다. 태준은 웃지 않았다. 그녀가 자신의 약점을 정확히 찔렀다.“좋습니다.”태준이 천천히 말했다.“그럼 저도 하나 묻겠습니다.”그가 서류를 들어 올렸다.“이 자료를 제공한 사람이 누군지는 몰라도, 이 계약서에 등장하는 회사의 법률대리인이 차 변호사였다는 건 확인됐습니다.”해린의 표정이 굳었다.“그런데 왜 그 사실을 재판부에 알리지 않았습니까?”이번에는 해린이 침묵했다. 태준은 그녀를 바라봤다.“이해충돌 문제가 있는 것 아닙니까?”재판장이 해린을 바라봤다.“차 변호사?”해린은 잠시 눈을 감았다가 떴다.“해당 계약에 관여한 건 사실입니다.”태준이 미세하게 웃었다.“그렇군요.”“하지만 현재 사건과는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습니다.”“직접적이지 않다?”태준이 서류를 한 장 더 꺼냈다.“그럼 이건요?”그가 내민 문서에는 해린의 서명이 있었다. 해린의 눈빛이 변했다. 처음이었다. 태준이 그녀를 완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10-12
Magbasa pa

6화. 우연은 두 번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가 다시 만난 것까지 우연이었다고 생각합니까?”태준의 말이 떨어진 뒤에도 해린은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창밖으로 서울의 불빛이 길게 번지고 있었다.“……아니요.”해린이 먼저 입을 열었다.“이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그럼?”“누군가 의도적으로 우리를 붙여놓은 거겠죠.”“왜?”“그걸 알아내야죠.”태준이 웃었다.“좋습니다.”그가 테이블 위에 놓인 서류를 집어 들었다.“그럼 오늘부터 공동조사입니다.”“공동?”“각자 조사하다가 서로 뒤통수치는 것보다 낫잖아요.”“당신이 그런 말을 하니까 더 불안한데요.”“저도 당신이 하는 말은 하나도 안 믿습니다.”“그런데 같이 하자고요?”“믿을 필요 없죠.”태준이 서류를 내려놓았다.“필요한 순간에 서로 이용하면 됩니다.”해린의 입꼬리가 아주 희미하게 올라갔다.“역시 강태준답네요.”“칭찬으로 듣겠습니다.”그때 해린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문자 하나였다.[그날 밤 호텔 CCTV 원본이 있습니다.]해린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 태준이 바로 눈치챘다.“뭡니까?”“정보가 하나 들어왔어요.”“누구한테?”“발신번호 표시 제한.”“보여줘요.”“싫어요.”“차해린.”“왜요.”태준이 손을 내밀었다.“지금부터 공동조사라면서요.”해린은 잠시 그를 바라보다 휴대전화를 건넸다. 태준이 문자를 읽었다. 그리고 곧바로 화면 아래에 적힌 시간을 확인했다.“오늘 밤 11시.”“네.”“장소는?”해린이 다음 문자를 확인했다. 잠시 후 그녀가 말했다.“호텔.”태준의 눈썹이 올라갔다.“설마.”“맞아요.”해린이 그를 바라봤다.“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 호텔.”태준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피식 웃었다.“재미있네요.”“뭐가요?”“우리를 만나게 한 사람이 다시 같은 장소로 부르고 있어요.”“함정일 수도 있어요.”“물론.”“그런데 갈 거죠?”태준이 해린을 바라봤다.“당신 혼자 보내면 안 될 것 같아서.”“걱정돼요?”“아니요.”그가 천천히 그녀 앞으로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10-12
Magbasa pa

7화. 1703호

엘리베이터가 17층에 멈췄다. 띵. 문이 열렸다.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다. 카펫 위로 두 사람의 발소리만 낮게 울렸다.1703호. 해린이 문 앞에 멈춰 섰다.“잠깐.”태준도 걸음을 멈췄다. 해린이 손잡이를 바라봤다.“문이 안 잠겨 있어요.”태준의 표정이 굳었다.“문자 받은 지 10분도 안 됐는데.”“누군가 먼저 들어갔다는 뜻이죠.”태준이 해린을 바라봤다.“여기서 기다려요.”“싫어요.”“차해린.”“나 혼자 두고 들어가겠다는 말이면 더 싫어요.”태준이 피식 웃었다.“이럴 때는 말을 잘 듣는 게 좋습니다.”“당신 말을 들었다가 죽을 수도 있잖아요.”“그럼 같이 죽죠.”“농담할 상황 아닌데요.”“농담 아닙니다.”태준이 문을 열었다. 철컥. 어두운 객실 안으로 두 사람이 천천히 들어갔다. 불을 켰다. 아무도 없었다.방은 지나치게 깨끗했다. 침대도. 소파도. 테이블도. 마치 누군가 일부러 아무것도 남기지 않은 것처럼. 해린이 방 안을 둘러봤다.“이상해요.”“뭐가?”“사람이 없어요.”“그게 이상합니까?”“아니요.”해린의 시선이 침대 옆으로 향했다.“너무 깨끗한 게 이상해요.”태준도 주변을 살폈다. 그때. 딸깍. 어딘가에서 작은 소리가 났다. 둘이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TV였다. 전원이 꺼져 있던 TV가 혼자 켜졌다. 화면에는 날짜가 떠 있었다.3년 전 9월 17일. 해린의 얼굴이 굳었다. 태준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이거…”화면이 바뀌었다. 호텔 로비. 그리고 익숙한 얼굴이 나타났다. 해린이었다. 3년 전의 해린. 그녀가 호텔에 들어오고 있었다. 태준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이건 호텔 CCTV군요.”영상 속 해린은 혼자였다. 잠시 뒤. 태준이 화면에 나타났다. 그 역시 혼자였다. 둘은 서로를 모르는 사람처럼 지나쳤다. 그리고 몇 분 뒤. 바에서 마주 앉았다. 해린이 숨을 멈췄다.“누가 이걸 가지고 있었던 거죠?”태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화면 속 두 사람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소리는 없었다.하지만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10-12
Magbasa pa

8화. 하나 약속해요

태준은 USB를 손에 쥔 채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해린 역시 그의 옆에 서 있었다. 너무 가까웠다. 조금만 움직여도 서로의 어깨가 닿을 거리.“정말 열 거예요?”해린이 물었다.“당신이 옆에 있는데 안 열 이유가 있습니까?”“내가 옆에 있어서 더 위험할 수도 있죠.”태준이 고개를 돌렸다.“그건 인정.”“그런데도요?”“그래도 옆에 있어요.”짧은 대답이었다. 해린은 순간 말을 잃었다. 태준이 USB를 노트북에 연결했다. 화면에 파일 하나가 나타났다.HK_0917_FINAL해린의 손끝이 굳었다. 태준이 파일을 열었다. 영상이 재생됐다.3년 전 그날 밤. 바. 두 사람이 처음 마주 앉았던 순간. 그리고 영상 속 태준이 해린에게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다. 소리는 없었다. 해린이 화면을 바라보다 낮게 말했다.“소리가 없어요.”“일부러 지운 것 같습니다.”태준이 영상을 멈췄다.“그런데 이상하군요.”“뭐가요?”“카메라 위치.”“……”“호텔 CCTV가 아닙니다.”태준이 화면을 확대했다.“이건 객실 맞은편에서 찍은 겁니다.”해린의 표정이 굳었다.“누군가 직접 찍었다는 거네요.”“그렇죠.”잠시 침묵. 그때 해린이 화면을 다시 바라보다 말했다.“잠깐.”영상 속 태준이 해린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있었다. 해린 역시 그에게서 물러서지 않았다. 그 장면을 보던 해린이 무심코 숨을 내쉬었다. 태준이 그녀를 바라봤다.“기억납니까?”“뭐가요?”“저때.”“……기억나죠.”“전부?”해린이 그를 바라봤다.“당신은요?”태준은 대답 대신 그녀 쪽으로 몸을 돌렸다.“나는 하나도 안 잊었습니다.”해린의 눈빛이 흔들렸다.“그날 당신이 어떤 표정이었는지.”한 걸음.“어떤 목소리였는지.”또 한 걸음.“내가 가까워졌을 때 피하지 않았던 것도.”해린은 뒤로 물러나지 않았다.“그게 왜 지금 중요하죠?”“중요합니다.”태준의 목소리가 낮아졌다.“그날 밤까지 누군가가 계획한 거였다면…”그가 잠시 말을 멈췄다.“적어도 내가 당신에게 끌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10-12
Magbasa pa

9화. 이상한 사람

“그건 아직 나도 당신한테 말할 생각 없습니다.”태준의 말에 해린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피식 웃었다.“참 이상한 사람이네요.”“왜요?”“말하지 않겠다면서 굳이 좋아한다고 알려주는 건 무슨 심리예요?”태준도 웃었다.“당신이 궁금해할 것 같아서.”“안 궁금한데요.”“거짓말.”“자신감이 지나치네요.”“당신 앞에서는 좀 지나쳐도 괜찮을 것 같아서.”해린은 고개를 저었다.“정말 얄미워.”“그런데 손은 안 놓네요.”해린이 아래를 내려다봤다. 여전히 태준의 손이 자신의 손을 잡고 있었다. 그녀가 손을 빼려 하자 태준이 오히려 가볍게 힘을 주었다.“잠깐.”“왜요?”“아직 약속 안 끝났습니다.”“무슨 약속이요?”“서로 숨기는 거 없기.”“그건 방금 했잖아요.”“아니요.”태준이 그녀를 바라봤다.“나는 아직 하나 남았습니다.”“뭔데요?”태준이 천천히 손을 놓았다.“당신이 나한테 숨기고 있는 가장 큰 것.”해린의 표정이 굳었다.“뭔지 알아요?”“대충.”“말해봐요.”태준이 그녀 앞으로 한 걸음 다가왔다.“당신도 그날 밤 이후 나를 찾았다는 거.”해린의 눈빛이 흔들렸다.“……근거 있어요?”“있죠.”태준이 휴대전화를 꺼냈다. 사진 한 장을 보여줬다. 3년 전.사람들 사이에 서 있는 해린이었다. 그리고 사진 한쪽 구석. 태준 역시 같은 곳에 있었다. 해린이 눈을 크게 떴다.“이 사진을 어떻게…”“내가 찍은 거 아닙니다.”“그럼 누가?”“모르죠.”태준이 사진을 확대했다.“하지만 중요한 건 이겁니다.”해린의 시선이 화면에 멈췄다.사진 속 해린의 손에는 작은 메모가 들려 있었다. 호텔 이름과 객실 번호.1703. 해린이 천천히 말했다.“이건…”“당신이 그날 밤 받았던 메모죠?”“……네.”“그런데 이상하지 않습니까?”태준이 화면을 넘겼다. 이번에는 태준의 사진이었다. 그 역시 같은 메모를 들고 있었다. 해린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우리 둘 다 1703호로 유도됐어요.”“그런데 우리는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10-12
Magbasa pa

10화. 공동 피고인

“두 분이 다시 만나는 날을 3년 동안 기다렸습니다.”어둠 속 남자의 말이 끝났다. 태준은 한 치도 움직이지 않았다. 해린 역시 마찬가지였다.“누구시죠?”해린이 먼저 물었다. 남자는 천천히 불을 켰다. 4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남자였다. 깔끔한 셔츠에 어두운 재킷. 표정은 이상할 정도로 평온했다.“최도윤입니다.”태준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윤상혁 회장의 법률 자문역이었던 사람.”남자가 웃었다.“역시 강태준 변호사는 빠르군요.”해린이 태준을 바라봤다.“알아요?”“이름만.”태준은 시선을 남자에게 고정한 채 말했다.“그런데 이상하네요.”“뭐가요?”“죽은 사람의 변호사가 3년 동안 숨어 있다가 우리 앞에 나타난 것.”최도윤이 천천히 웃었다.“숨어 있었던 게 아닙니다.”그가 테이블 위에 서류봉투 하나를 올려놓았다.“기다리고 있었습니다.”태준이 봉투를 바라봤다.“무엇을?”“두 분이 서로를 다시 찾는 것.”해린의 표정이 굳었다.“우리가 다시 만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는 거예요?”“알고 있었습니다.”“왜?”최도윤이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해린에게 물었다.“차해린 변호사.”“네.”“3년 전 강태준 변호사를 처음 만났을 때, 이상한 점 없었습니까?”해린이 잠시 생각했다.“없었어요.”“정말요?”“네.”“그럼 왜 그날 아침에 도망쳤습니까?”순간. 태준의 눈빛이 변했다. 최도윤은 그 변화를 보고 웃었다.“두 분 사이에 아직 말하지 않은 이야기가 많군요.”태준이 앞으로 한 걸음 나섰다.“그 이야기는 당신이 신경 쓸 일이 아닙니다.”“물론이죠.”최도윤이 태연하게 말했다.“하지만 그날 밤이 이번 사건의 시작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해린이 물었다.“무슨 뜻이에요?”최도윤은 서류봉투를 열었다. 안에서 사진 한 장을 꺼냈다. 사진 속에는 젊은 윤상혁이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서 있는 어린 해린. 해린의 얼굴이 굳었다.“……이게 뭐죠?”태준도 사진을 바라봤다.“당신, 윤상혁을 안다고 했잖아요.”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10-12
Magbasa pa
PREV
12345
I-scan ang code para mabasa sa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