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결혼과 동시에 이혼을 약속했습니다. : Capítulo 21 - Capítulo 30

39 Capítulos

21화. 네가 누구를 좋아하든

월요일 아침.강도윤은 식탁에 앉아 있었다. 맞은편 자리는 비어 있었다.“한서윤 씨는 아직 안 내려오셨습니까?”그가 묻자 집사가 대답했다.“오늘은 일찍 출근하신다고 하셨습니다. 아침도 회사에서 드신다고요.”“…그래요?”도윤은 커피잔을 내려놓았다.평소 같았으면 그러려니 했을 일이었다. 서윤은 원래 자기 일정에 간섭받는 걸 싫어했다. 아침을 먹든 말든, 일찍 출근하든 늦게 출근하든, 그가 신경 쓸 일은 아니었다.그런데 오늘따라 식탁이 지나치게 넓어 보였다.도윤은 시계를 확인했다.오전 7시 42분. 서윤이 평소 집에서 나가는 시간보다 삼십 분은 빨랐다. 뭐가 그렇게 급하다고.그는 다시 커피를 마셨다. 그리고 정확히 십 초 뒤,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 메시지를 보낼 생각은 없었다. 그저 오늘 일정이나 확인하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화면을 켜자마자 서윤과의 대화창이 눈에 들어왔다. 마지막 대화는 사흘 전이었다.[오늘 양가 식사 일정 잊지 마세요.]그가 보낸 메시지.[네, 확인했습니다.]서윤의 답장. 딱 그게 전부였다.도윤은 한참 동안 화면을 바라보다가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잘됐네.”대화할 일이 없다는 건 좋은 일이었다. 괜히 쓸데없는 말로 시간을 낭비할 필요도 없고, 서로의 사생활에 간섭할 일도 없을 테니까. 그는 만족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리고 출근하는 내내 서윤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물론 연락할 이유가 없었으니까. 정말로.***한편, 한서윤은 회사 근처 카페에서 윤태하를 만나고 있었다.“너 요즘 바쁘지?”태하가 물었다.“응. 신사업 때문에 정신없어.”“잠은 잘 자고?”“당연하지.”“거짓말.”서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가?”“너 피곤하면 오른쪽 눈부터 비비잖아.”태하가 손을 뻗어 그녀의 눈가를 가리켰다.“지금도 그러고 있네.”서윤은 무의식적으로 눈가에 올렸던 손을 내렸다.태하는 늘 그랬다. 서윤이 좋아하는 커피가 무엇인지, 스트레스를 받으면 어떤 음식을 찾는지, 괜찮다고 말하면서도 사실은 괜찮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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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사이

오후 여섯 시.서윤은 회사 로비에서 태하와 헤어지고 있었다.“오늘 고마웠어.”“내가 뭘 했다고.”“그냥… 들어 줘서.”태하는 그녀를 바라봤다.“다음에는 네가 내 얘기 들어 줘.”서윤이 웃었다.“무슨 얘기?”“내가 얼마나 오래 널 좋아했는지.”“야.”“농담 아니야.”태하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다음에는 정말 제대로 이야기할게.”서윤은 대답하지 못했다. 태하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 주려다가 손을 멈췄다. 그리고 대신 그녀의 어깨에 걸친 가방끈을 바로잡아 주었다.“들어가. 늦겠다.”“응. 너도 조심히 가.”서윤이 돌아서려는 순간, 태하가 그녀를 불렀다.“서윤아.”“응?”“나,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서윤은 그를 바라봤다. 태하는 씁쓸하게 웃었다.“그런데 그 행복에 내가 있었으면 좋겠어.”그 말은 고백보다 조용했고, 그래서 더 깊이 남았다.서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태하는 더 기다리지 않았다.“가. 다음에 보자.”그가 먼저 돌아섰다.서윤은 한동안 그 뒷모습을 바라봤다. 그러다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정말 나쁜 사람.”태하는 아무것도 잘못하지 않았다. 그런데 왜 이렇게 마음이 복잡한 걸까.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건물 밖으로 걸어 나갔다.그리고 그 순간.“한서윤.”낯익은 목소리가 들렸다.서윤이 고개를 들었다. 강도윤이 서 있었다.“…여기서 뭐 하세요?”“미팅이 근처에서 끝났어.”“아, 그러세요.”서윤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먼저 가세요. 저도 가야 해서.”그녀가 지나치려는 순간, 도윤이 물었다.“윤태하 만났어?”서윤은 걸음을 멈췄다.“네.”“무슨 이야기 했는데?”서윤의 표정이 굳었다.“그걸 왜 물어보세요?”도윤은 잠시 침묵했다.“그냥.”“그냥이요?”서윤은 짧게 웃었다.“강도윤 씨, 저한테 관심 없다고 하셨잖아요.”“…….”“제가 누구를 만나든 상관없다고도 하셨고요.”도윤의 눈빛이 차가워졌다.“그래서?”“그런데 왜 자꾸 물어보세요?”서윤은 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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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제대로 된 데이트

토요일 오전 열 시. 강도윤은 휴대전화 화면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정확히는, 업무 메일을 확인하고 있었다. 적어도 본인은 그렇게 생각했다. 화면에는 한 시간 전 비서가 전달한 보고서가 떠 있었다. 해외 사업 확장 건에 대한 검토 자료였다. 중요한 내용이었다. 이번 분기 실적을 좌우할 수도 있는. 그런데도 도윤의 시선은 자꾸만 화면 위쪽으로 올라갔다. 한서윤. 마지막 메시지는 어젯밤이었다. [오늘 늦을 것 같으니, 먼저 자세요.] 그게 전부였다. 예전 같았으면 어디서 무슨 일을 하는지 물었을 것이다. 늦는 이유가 뭔지, 언제쯤 들어올 건지, 저녁은 먹었는지. 물론 그런 질문을 했던 건 단순히 같은 집에 사는 사람으로서 필요한 확인이었을 뿐이다. 이제는 그럴 필요도 없었다. 서윤이 먼저 선을 그었으니까. 서로에게 아무것도 기대하지 말자고. 사생활에 간섭하지 말자고. 도윤은 휴대전화를 뒤집어 놓았다. “……잘됐네.” 누구 들으라고 하는 말인지도 모를 혼잣말이었다. 그때였다. 띠링. 휴대전화가 울렸다. 도윤은 거의 반사적으로 화면을 확인했다. 한서윤이 아니었다. 비서였다. [대표님, 다음 주 월요일 오전 회의 자료 전달드립니다.] 도윤은 화면을 한참 바라보다가 휴대전화를 소파 위에 던졌다. “미쳤나, 진짜.” 그가 낮게 중얼거렸다. 대체 뭘 기대한 건지. *** 같은 시각. 서윤은 햇살이 쏟아지는 야외 테라스에서 웃고 있었다. “이거 기억해?” 윤태하가 테이블 위에 작은 상자를 내려놓았다. 서윤은 상자를 열어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거!” “맞아. 네가 예전에 갖고 싶다고 했던 거.” 안에는 작고 정교한 은색 책갈피가 들어 있었다. 책갈피 끝에는 조그만 별 장식이 달려 있었다. 몇 년 전, 서윤이 서점에서 발견하고 예쁘다고 말했던 물건이었다. 그때는 가격이 조금 부담스러워 그냥 내려놓았었다. 그걸 태하는 기억하고 있었다. “너 이걸 아직도 기억해?” “내가 네가 한 말을 얼마나 잘 기억하는데.” 태하가 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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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강도윤 씨는 자꾸 선을 넘어요

오후 네 시. 서윤은 전시회장 출구에서 태하와 나란히 걸어 나왔다. “오늘 재밌었어.” “다행이네.” “책갈피도 고마워. 잘 쓸게.” “그럼 다음엔 책도 사 줄까?” “됐거든. 그건 내가 살 수 있어.” “알았어. 그럼 책을 고르는 데만 동행할게.” “그게 그거잖아.” 태하가 웃었다. “다음 주에도 시간 비워 둘까?” 서윤은 잠시 고민했다. 예전 같았으면 선뜻 그러자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달랐다. 자신의 마음을 정리해야 했다. 누구를 좋아하는지, 누구와 함께 있고 싶은지. 그리고 무엇보다, 누군가의 애매한 태도에 흔들리느라 자신의 마음을 함부로 소모하고 싶지 않았다. “다음 주는 아직 모르겠어. 일정 확인해 보고 연락할게.” 태하는 아쉬운 기색을 감추지 않았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기다릴게.” “너는 맨날 기다린대.” “그럼 이번엔 기다리는 대신 먼저 연락할게.” “그건 또 뭐야.” “내가 적극적으로 구애하겠다는 뜻.” 서윤은 결국 웃었다. “진짜 대단하다, 윤태하.” “칭찬으로 들을게.” 태하는 그녀의 머리 위로 손을 올리려다 잠깐 멈췄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머리 만져도 돼?” 서윤의 눈이 조금 커졌다. 예전에는 묻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해 주던 행동이었다. 그런데 지금 태하는 허락을 구하고 있었다. 자신의 마음이 아무리 크더라도, 서윤의 마음을 마음대로 다루지는 않겠다는 듯이. 서윤은 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태하가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정리해 주었다. 그 장면을. 주차장 입구에 세워진 검은색 세단 안에서 강도윤이 보고 있었다. 정확히는, 볼 생각이 없었다. 정말이었다. 그는 거래처 미팅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운전기사가 잠시 차를 세웠고, 그때 우연히 두 사람을 발견했을 뿐이다. 그런데 시선이 떨어지지 않았다. 태하가 서윤의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는 모습. 서윤이 그 손길을 피하지 않는 모습. 그리고 태하를 향해 웃는 얼굴. 도윤은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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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화. 우연히. 정말 우연히

다음 날 아침. 서윤은 평소보다 일찍 집을 나섰다. 식탁 위에는 도윤이 좋아하는 커피가 놓여 있었다. 그 옆에는 짧은 메모가 있었다. [오늘 아침 회의 있다고 했죠? 커피 내려놨어요.] 그 아래에는 작은 글씨가 덧붙어 있었다. [계약 상대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입니다. 오해 금지.] 도윤은 메모를 읽고 헛웃음을 터뜨렸다. “……끝까지 사람을 열받게 하네.” 그는 커피를 들었다. 따뜻했다. 분명 조금 전에 내린 것이었다. 도윤은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메모를 버리려다 멈췄다. 한참을 들고 있던 그는 결국 메모를 반듯하게 접어 서랍 안에 넣었다. 버릴 필요는 없었다. 그냥 종이니까. 별다른 의미도 없었다. 그런데 그날 오전 열한 시. 도윤은 서윤의 회사에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대표님, 한서윤 대표님께서 방금 외부 미팅을 나가셨습니다.” “그래서요?” “미팅 상대가 윤태하 씨라고 합니다. 그리고….” 비서가 잠시 말을 멈췄다. “이번 주말에 두 분이 함께 해외 출장을 갈 예정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도윤의 손이 멈췄다. “해외 출장?” “네. 공동 프로젝트 관련해서요. 일정은 금요일 출국, 일요일 귀국으로 확인 중입니다.” 도윤은 천천히 의자에 등을 기댔다.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사흘. 한서윤과 윤태하가 함께 해외에 나간다. 업무 때문이라면 문제 될 건 없었다. 그는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입에서 먼저 나온 말은 전혀 다른 것이었다. “…그 일정, 누가 승인했습니까?” “네?” 도윤은 자신의 목소리가 지나치게 차갑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눈을 감았다가 떴다. “아니, 됐습니다. 업무 일정이면 알아서 하겠죠.” “네. 알겠습니다.” 전화가 끊겼다. 도윤은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천천히 계약서를 꺼냈다. 익숙한 조항이 눈에 들어왔다. 제7조. 양 당사자는 계약 기간 중 상대방의 사생활 및 대외적 관계에 관여하지 않는다. 도윤은 그 문장을 읽었다. 한 번. 두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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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화. 윤태하, 그 손 치워

탑승 안내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도윤은 비행기에 올랐다. 그의 좌석은 비즈니스석 앞쪽이었다. 그리고 그가 좌석에 도착했을 때. “…….” 두 좌석 앞에 한서윤과 윤태하가 나란히 앉아 있었다. 서윤이 창가 쪽, 태하가 그 옆이었다. 태하는 서윤의 가방을 선반에 올려 주고 있었고, 서윤은 무언가를 설명하며 웃고 있었다. 도윤은 자신의 좌석 번호를 확인했다. 다시 확인했다. 틀림없었다. 그는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 비서가 옆에서 조용히 물었다. “대표님, 괜찮으십니까?” “뭐가요?” “……아닙니다.” 도윤은 안전벨트를 매며 낮게 말했다. “저쪽은 신경 쓰지 마세요.” “네.” “내가 신경 쓰는 것처럼 보입니까?” 비서는 입을 다물었다. 도윤은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전혀 아니잖아요.” “…네.” 그런데 이륙하기도 전에 태하가 서윤에게 담요를 건네는 모습이 보였다. “추우면 덮어.” “너는?” “나는 괜찮아.” “또 그러네. 너도 추우면서.” 서윤은 담요를 반으로 나누어 태하 쪽으로 밀었다. “그럼 같이 덮어.” 태하가 잠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웃었다. “그래. 같이 덮자.” 도윤은 눈을 질끈 감았다. 정말 별것도 아닌 일이었다. 담요 하나를 같이 덮든, 두 개를 덮든. 자신이 관여할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왜 저 남자는 매번 저렇게 자연스럽게 서윤의 옆자리를 차지하는 걸까. 왜 서윤은 저 남자 앞에서만 경계심을 풀고 웃는 걸까. 그리고 왜…… 자신과 있을 때보다 더 편안해 보이는 걸까. 도윤은 눈을 떴다. 그 순간, 앞좌석의 서윤이 몸을 돌렸다. 시선이 마주쳤다. “아.” 서윤이 작게 웃었다. “강도윤 씨도 이 비행기였죠.” 도윤은 어이가 없었다. 이제야 기억났다는 듯한 말투라니. “네. 아까 말씀드렸잖습니까.” “그러네요. 제가 깜빡했어요.” 서윤은 다시 앞을 향했다. 그리고 태하에게 물었다. “우리 도착하면 바로 호텔로 갈 거지?” “응. 체크인하고 저녁 먹으러 가자.”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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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화.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지

“…윤태하, 그 손 치워. 내 아내한테 허락도 없이 손대지 마.”기내의 공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서윤은 자신을 향해 뻗어 있던 태하의 손을 내려다보았다.태하는 그녀의 손을 잡고 있었다. 정확히는, 비행기가 이륙하며 기체가 흔들리는 순간 서윤이 중심을 잃을까 봐 손을 잡아 준 것뿐이었다. 그게 전부였다.그런데 강도윤은 마치 현장에서 범죄라도 적발한 사람처럼 서 있었다.서윤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뭐라고요?”도윤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못 들었습니까?”“들었어요.”서윤은 태하의 손을 가볍게 놓고 안전벨트를 풀었다. 그리고 도윤을 똑바로 올려다보았다.“그런데 제가 잘못 들었나 싶어서요.”“한서윤 씨.”“강도윤 씨가 지금 제 남편이라고 하신 거예요?”도윤은 입을 다물었다.“아니면 계약 상대인 제가 다른 남자와 손을 잡는 게 계약 위반이라고 하신 건가요?”“그런 뜻이 아닙니다.”“그럼 무슨 뜻인데요?”서윤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화가 난 것 같지도 않았다. 오히려 정말로 이해가 안 된다는 듯한 표정이었다.그게 도윤을 더 신경 쓰이게 했다. 차라리 화를 냈으면 좋았을 것이다. 왜 그런 말을 하느냐고 따졌으면, 그저 남편으로서 한 말이라고 둘러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서윤은 그에게 설명을 요구하고 있었다.자신이 무슨 자격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우리는 서로의 사생활에 간섭하지 않기로 했어요.”서윤이 말했다.“기억하시죠?”“기억합니다.”“그런데 왜 이러세요?”“…….”“제가 누구를 만나든 상관없다고 하셨잖아요. 누구를 좋아하게 되든 상관없다고도 하셨고요.”도윤의 미간이 좁아졌다.“그건 그렇지만, 적어도 다른 사람들 앞에서—”“다른 사람들 앞에서요?”서윤이 짧게 웃었다.“지금 태하랑 저밖에 없는데요.”“…….”“아니면 강도윤 씨가 보고 계셔서요?”도윤은 대답하지 않았다. 서윤은 그 침묵을 보고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구나.”그 한마디에 도윤의 속이 뒤틀렸다. 무엇을 이해했다는 건지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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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화. 업무 이야기가 먼저입니다

도윤이 호텔에 도착해 체크인을 마친 순간, 프런트 직원이 말했다.“고객님, 요청하신 대로 같은 층에 객실을 준비했습니다.”도윤은 잠시 침묵했다.요청? 자신이 그런 요청을 했던가? 아. 비서에게 호텔 정보를 확인하라고 했을 때, 비서가 알아서 조정한 모양이었다.도윤은 그 사실을 굳이 바로잡지 않았다.“알겠습니다.”객실 키를 받아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을 때. 복도 끝에서 서윤이 태하와 함께 걸어오고 있었다.서윤은 웃으며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태하가 그녀의 캐리어를 끌고 있었고, 서윤의 손에는 작은 쇼핑백이 들려 있었다.두 사람이 도윤을 발견했다. 서윤의 웃음이 사라졌다.“…설마.”도윤은 태연하게 객실 키를 들어 보였다.“여기서 뵙네요.”서윤은 그의 손에 든 키를 확인했다. 그리고 자신의 객실 번호를 확인했다. 도윤의 객실은 바로 옆이었다.“강도윤 씨.”“네.”“이것도 우연이에요?”도윤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물론입니다.”태하가 작게 웃었다.“정말 우연일까요?”도윤의 시선이 태하에게 향했다.“무슨 뜻입니까?”“아니요. 그냥 신기해서요.”태하는 서윤의 캐리어를 객실 앞에 세워 두었다.“세상 참 좁네요.”“그러게요.”서윤은 어색하게 웃었다. 그리고 도윤을 향해 말했다.“그럼 내일 뵐게요. 오늘은 좀 쉬고 싶어서요.”“잠깐.”도윤이 그녀를 불렀다. 서윤이 돌아보았다.“내일 저녁, 업무 관련해서 논의할 게 있습니다.”“내일 미팅 끝나고요?”“아니요. 저녁에 따로.”서윤은 잠깐 고민했다.“태하랑 저녁 약속이 있는데요.”그 순간. 도윤의 표정에서 미소가 사라졌다.“취소하세요.”말이 떨어지자마자 복도가 조용해졌다. 서윤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뭐라고요?”도윤도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뱉은 말이었다. 그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업무 이야기가 먼저입니다.”서윤은 한참 동안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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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화. 우연치고는 지나치게 집요한 남자

다음 날 오후 일곱 시.서윤은 거울 앞에서 귀걸이를 고쳐 걸었다. 검은색 원피스에 작은 진주 귀걸이. 평소보다 조금 신경 쓴 차림이었다.오늘은 태하와의 저녁 약속이 있었다. 오랜만에 둘만의 시간을 보내기로 한 날이었으니까.휴대전화가 울렸다.[나 먼저 도착했어. 천천히 와.]태하의 메시지였다. 서윤은 웃으며 답장을 보냈다.[금방 갈게!]그리고 가방을 집어 들었다. 그때 휴대전화가 다시 울렸다.이번에는 강도윤이었다.[어디입니까?]서윤은 화면을 바라보다가 미간을 찌푸렸다.[왜요?]답장은 바로 도착했다.[할 이야기가 있습니다.][무슨 이야기요?][만나서 하죠.]서윤은 헛웃음을 터뜨렸다. 어제부터 대체 왜 저러는 걸까.업무 이야기가 있다더니, 정작 무슨 일인지는 말해 주지 않았다. 그렇다고 무시하자니 같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입장에서 신경이 쓰였다.결국 서윤은 짧게 답장을 보냈다.[내일 업무 시간에 이야기하세요. 오늘은 약속이 있습니다.]전송 버튼을 누르자마자 답장이 왔다.[알겠습니다.]…정말? 서윤은 의심스러운 눈으로 화면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순순히 물러난다고? 평소 같았으면 한마디쯤 더 덧붙였을 사람이었다. 그녀는 고개를 갸웃했지만, 곧 휴대전화를 가방에 넣었다.뭐, 잘된 일이었다. 오늘만큼은 아무 생각 없이 즐겁게 보내고 싶었다. 그 상대가 강도윤이 아니라 윤태하라는 사실이, 이제는 조금도 미안하지 않았다.식당에 도착한 서윤은 입구에서 걸음을 멈췄다. 예약자 이름을 확인한 직원이 웃으며 안내했다.“윤태하 고객님께서 예약하신 자리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네, 감사합니다.”태하는 창가 자리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서윤이 다가가자 자리에서 일어나 의자를 빼 주었다.“왔어?”“응. 오래 기다렸어?”“아니. 나도 방금 왔어.”태하는 서윤을 바라보다가 웃었다.“오늘 예쁘네.”서윤은 잠시 눈을 깜빡였다. 그리고 어색하게 웃었다.“갑자기?”“갑자기가 아니라 아까부터 하고 싶었던 말인데.”“너 요즘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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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화. 내가 허락 못 해

서윤이 식당 안으로 돌아왔을 때 태하는 그녀의 표정을 보고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대신 의자를 빼 주었다.“괜찮아?”“응.”서윤은 자리에 앉았다.“미안해. 괜히 분위기 망쳤네.”“그런 말 하지 마.”태하는 그녀의 앞에 물을 놓아 주었다.“오늘은 나랑 밥 먹으러 온 거잖아. 그럼 나랑 즐겁게 보내면 돼.”서윤은 태하를 바라보았다.“너는 정말….”“응?”“너무 좋은 사람이야.”태하의 표정이 잠깐 멈췄다. 그 말이 기쁘면서도 아팠다.좋은 사람. 서윤이 자신을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말이었지만, 자신이 원하는 대답은 아니었다.그는 웃으며 물었다.“그럼 좋은 사람한테 한 번만 더 기회를 줄래?”서윤은 말없이 그를 바라보았다.“당장 대답하라는 뜻은 아니야.”태하가 덧붙였다.“다만 나는 네가 누군가 때문에 상처받았다는 이유로 나한테 오는 건 원하지 않아. 네가 정말로 나를 선택하고 싶어졌을 때, 그때 내 손을 잡아 줬으면 좋겠어.”서윤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응.”태하는 그녀의 손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번에는 잡지 않았다. 그저 미소 지었다.“자, 음식 식겠다. 먹자.”서윤은 웃으며 포크를 들었다.그때였다. 식당 직원이 다가왔다.“실례합니다. 혹시 한서윤 고객님이실까요?”서윤이 고개를 들었다.“네?”“옆 테이블 고객님께서 와인을 보내셨습니다.”직원이 테이블 위에 와인 한 병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작은 카드를 건넸다. 서윤은 카드를 받아 들었다. 익숙한 필체였다.[식사는 편하게 하세요. 방해하지 않겠습니다.]보낸 사람의 이름은 없었다. 하지만 알 수 있었다. 서윤은 카드를 내려놓았다.“…진짜 어이가 없네.”태하가 물었다.“누가 보냈어?”서윤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고개를 돌렸다. 식당 한쪽 구석. 강도윤이 혼자 앉아 있었다.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메뉴를 보고 있었다.서윤은 자리에서 일어나려다 멈췄다.'방해하지 않겠다고? 그럼 왜 여기 있는 건데?'서윤은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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