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e Kapitel von 결혼과 동시에 이혼을 약속했습니다. : Kapitel 11 – Kapitel 20

30 Kapitel

11화. 태하는 당신처럼 굴지 않아요

오후 네 시.강도윤은 회의 중이었다.“해당 계약은 다음 주까지 검토를 마치고 최종안을 올리겠습니다.”“좋습니다. 그럼 다음 안건으로 넘어가죠.”회의실의 분위기는 평온했다.그때 도윤의 휴대전화가 짧게 진동했다. 화면에 뜬 이름은 정세린이었다.[오늘 서윤 씨 만나 봤어.]도윤의 시선이 멈췄다. 회의가 끝난 뒤, 그는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왜 만났어?”- 나도 인사하고 싶었으니까.“무슨 얘기 했는데?”- 우리 얘기.도윤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뭐?”- 걱정하지 마. 나쁜 이야기는 아니었어.세린은 잠시 침묵하다가 물었다.- 도윤아. 너희 정말 이혼할 거야?도윤은 대답하지 않았다.- 서윤 씨가 그러더라. 계약이 끝나면 이혼할 거라고.“계약 내용이니까.”- 그래. 그렇겠지.세린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하지만 도윤은 그 안에 섞인 감정을 알아차렸다.- 그런데 있잖아.“말해.”- 너, 요즘 좀 이상해.도윤의 미간이 좁아졌다.“무슨 뜻이야?”- 예전에는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라도 상관없었어. 어차피 네가 어디로 가든 돌아올 곳은 나라고 생각했으니까.도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모르겠어.세린이 조용히 말했다.- 네가 어디로 돌아오고 싶은 건지.전화기 너머가 조용해졌다.도윤은 창밖을 바라봤다. 한참 뒤,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쓸데없는 생각 하지 마.”- 그래. 알았어.세린은 더 묻지 않았다. 통화가 끝났다.도윤은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잠시 후, 비서를 불렀다.“한서윤 씨 오늘 일정 확인해 봐요.”“사모님 일정 말씀이십니까?”“그래.”“확인하겠습니다.”비서가 나간 뒤, 도윤은 책상에 기대앉았다.정세린과 한서윤이 만났다. 둘이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알고 싶었다. 왜인지 모르게, 자신이 모르는 곳에서 두 사람이 자신에 대해 이야기했다는 사실이 불쾌했다.그런데 잠시 후 비서가 가져온 보고는 예상과 달랐다.“사모님께서는 정세린 씨와 점심 식사를 하신 뒤, 오후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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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당신은 그 여자를 사랑하지 않잖아요

오전 9시 57분.강도윤은 시계를 확인했다. 정확히 3분 뒤면 윤태하가 도착할 예정이었다.그는 아침부터 기분이 좋지 않았다. 회의 자료는 이미 검토를 마쳤고, 오전 일정도 비워 두었다. 굳이 시간을 낼 필요까지는 없었지만, 도윤은 태하와의 만남을 다른 일정 뒤로 미루고 싶지 않았다.궁금했으니까. 그 남자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한서윤과 어떤 관계인지. 그리고 어제부터 자신을 끊임없이 불쾌하게 만드는 저 남자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똑똑.노크 소리가 들렸다.“들어오세요.”문이 열렸다. 윤태하는 약속 시간보다 1분 일찍 도착했다.짙은 회색 정장에 검은색 셔츠. 단정한 차림이었다. 한 손에는 서류 가방을 들고 있었고, 얼굴에는 여유로운 미소가 걸려 있었다.“윤태하입니다.”“알고 있습니다. 앉으시죠.”“감사합니다.”태하는 맞은편에 앉았다.도윤은 비서를 불러 커피를 준비하게 했다. 태하는 사양하지 않았다.두 남자는 잠시 서로를 바라봤다. 첫인상은 나쁘지 않았다.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그랬다.도윤은 태하가 왜 서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을 만한 사람인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잘생긴 얼굴, 자연스러운 태도, 상대를 불편하게 만들지 않는 말투.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을 편안하게 만드는 여유.도윤은 그런 종류의 여유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특히 한서윤 앞에서 그 여유를 부리는 남자는 더더욱.“서윤이와 오래 알고 지내셨다고 들었습니다.”도윤이 먼저 입을 열었다. 태하는 가볍게 웃었다.“네. 꽤 오래됐습니다.”“단순한 친구 사이는 아닌 것 같던데요.”“그렇게 보이셨습니까?”“제 착각입니까?”태하는 대답 대신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아니요. 착각은 아니십니다.”도윤의 눈빛이 가늘어졌다. 태하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저는 서윤이를 사랑합니다.”너무도 담담한 고백이었다. 마치 오늘 날씨가 좋다고 말하는 것처럼.도윤은 잠시 침묵했다.“본인 입으로 그렇게 말씀하시는군요.”“숨길 이유가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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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사랑하지 않는 아내를, 사랑하게 되어 버렸을 때

태하가 떠난 뒤에도 도윤은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서윤이가 정말로 이 결혼을 끝내고 싶다고 하면, 보내 주실 수 있습니까?'말도 안 되는 질문이었다. 계약이 끝나면 이혼하기로 했다. 그건 처음부터 정해진 일이었다.그녀가 원한다면 보내 주는 게 아니라, 애초에 붙잡을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왜 대답하지 못했을까.도윤은 창밖을 바라봤다.한서윤이 이혼을 이야기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담담한 얼굴로 계약이 끝났다고 말하겠지. 사업적인 목표는 달성했고, 더는 결혼 생활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고. 그리고 아마 웃으면서 말할 것이다.'고생했어요, 강도윤 씨. 이제 각자 살아요.'그다음에는 윤태하를 만나러 가겠지. 그 남자는 오래 기다렸다는 듯 그녀를 안아 줄 것이다.서윤은 웃을 것이다. 어제 행사에서 그랬던 것처럼.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환하게.도윤은 책상 위의 펜을 집었다가 내려놓았다.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엉망이었다.“…젠장.”그는 마침내 인정했다.윤태하가 두려운 게 아니었다. 태하가 서윤을 데려갈 수 있다는 사실이 두려운 것이었다.그런데 그보다 더 두려운 사실이 하나 있었다. 서윤은 자신이 붙잡지 않아도 떠날 수 있는 여자였다. 그리고 자신은, 그녀가 떠나지 않을 이유를 단 하나도 만들어 주지 못했다.같은 시각. 서윤은 사무실에서 태하의 메시지를 확인하고 있었다.[오늘 도윤 씨 만나고 왔어.]서윤은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태하야. 무슨 일이야? 무슨 말 했어?”- 걱정하지 마. 싸운 건 아니야.“그런데 왜 만났어?”- 그냥 확인하고 싶었어.“뭘?”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 사람이 널 어떻게 생각하는지.서윤의 손끝이 멈췄다.“…그래서?”- 사랑하지 않는대.서윤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예상했던 대답이었다. 그런데 막상 다른 사람의 입으로 들으니 기분이 이상했다.- 서윤아.“응.”- 괜찮아?서윤은 웃으려 했다.“당연하지. 애초에 사랑해서 결혼한 것도 아닌데.”- 그래.태하는 더 묻지 않았다. 그 침묵이 오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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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질투는 계약에 없었다

강도윤은 오후 여섯 시 삼십 분부터 휴대전화를 세 번 확인했다.첫 번째는 여섯 시 삼십 분.두 번째는 여섯 시 삼십이 분.세 번째는 여섯 시 삼십사 분.확인할 때마다 달라지는 건 없었다. 한서윤에게서 온 메시지는 없었다.그럴 만했다. 오늘 저녁 윤태하와 식사한다고 직접 말한 사람이었다. 자신에게 보고할 의무도 없고, 연락해야 할 이유도 없었다. 애초에 연락을 기다리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었다.도윤은 휴대전화를 뒤집어 놓았다.“대표님, 다음 일정 준비하겠습니다.”“오늘 일정은 여기까지죠?”“네. 추가로 확인하실 사항 있으십니까?”“없습니다. 퇴근하세요.”비서가 나가고 사무실이 조용해졌다. 도윤은 자리에서 일어나 재킷을 집어 들었다.집으로 돌아가면 서윤이 있을 것이다. 아니, 없을 수도 있었다. 그녀는 태하와 식사하고 늦게 들어올 수 있다고 했다.그렇다면 자신이 집에 일찍 들어갈 이유도 없었다. 도윤은 잠시 생각하다가 휴대전화를 들었다. 검색창에 근처 레스토랑 이름을 입력했다가 지웠다. 그리고 다시 입력했다.이런 식으로 행동하는 자신이 어이가 없었다. 윤태하가 서윤을 어디로 데려가든 무슨 상관인가. 비싼 레스토랑이든, 분위기 좋은 와인바든, 그 남자의 집이든. 그건 전부 두 사람이 알아서 할 일이었다.도윤은 화면을 껐다.“…내가 미쳤지.”그는 그대로 사무실을 나섰다. 그런데 엘리베이터에 오르자마자 다시 휴대전화를 확인했다.여전히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한서윤은 오랜만에 마음 편하게 웃고 있었다.“그러니까 그 사람이 뭐라고 했다고?”“네가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다고.”태하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아니, 그럼 그때 내가 가만히 있었어야 해? 네가 혼자 뒤집어쓰게 생겼는데?”“그래도 네가 대신 혼났잖아.”“그게 뭐.”태하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네가 혼나는 것보단 내가 혼나는 게 낫지.”서윤은 포크를 내려놓았다.“너는 진짜…….”“왜.”“그런 말을 너무 쉽게 해.”태하는 잠시 그녀를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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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강도윤 씨, 혹시 나 좋아해요?

서윤은 식사를 마치고도 한동안 자리에 앉아 있었다.“아까… 도윤 씨 봤지?”태하의 질문에 서윤이 고개를 들었다.“응.”“많이 신경 쓰여?”서윤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태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구나.”“태하야, 나는….”“괜찮아.”태하가 웃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웃음이 조금 슬퍼 보였다.“서윤아. 내가 네 옆에 오래 있었다고 해서 네 마음까지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서윤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런 뜻이 아니야.”“알아.”태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코트를 챙겼다.“그래도 하나만 약속해 줘.”“…뭔데?”그는 코트를 건네며 서윤을 바라봤다.“네가 정말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된다면, 나한테 미안해서 숨기지는 마.”서윤은 코트를 받아 들지 못했다.“태하야.”“나는 네가 나를 선택해 주면 좋겠어.”태하의 목소리는 조용했다.“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거야.”그는 잠시 멈췄다.“그런데 네가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됐는데도 나를 선택하는 척하는 건 싫어.”서윤의 눈가가 뜨거워졌다.“…너는 왜 그렇게까지 나를 생각해?”태하는 씁쓸하게 웃었다.“그러게.”그는 서윤의 어깨에 코트를 걸쳐 주었다.“나도 가끔은 내가 좀 싫어.”서윤은 그를 바라봤다. 태하는 다시 평소의 미소를 지었다.“가자. 집까지 데려다줄게.”“괜찮아. 나 혼자 갈 수 있어.”“알아.”태하는 문을 열어 주었다.“그래도 데려다주고 싶어.”서윤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두 사람은 나란히 레스토랑을 나섰다.태하는 끝까지 서윤을 배려했다. 그런데 오늘따라 그 다정함이 유난히 아프게 느껴졌다.***밤 열 시.서윤이 집에 도착했을 때, 도윤은 거실에 앉아 있었다. 텔레비전은 꺼져 있었고, 테이블 위에는 읽다 만 서류가 펼쳐져 있었다. 그는 서윤이 들어오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왔어?”“네.”서윤은 구두를 벗었다.“안 주무셨어요?”“잠이 안 와서.”“그러세요.”서윤은 가방을 내려놓고 계단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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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언제까지 결혼 생활을 유지할 생각이세요?

월요일 아침.한서윤은 식탁에 놓인 토스트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들었다.“이거 뭐예요?”“토스트.”“그건 저도 알아요.”맞은편에서 신문을 읽던 강도윤이 시선도 들지 않은 채 대답했다.“그럼 뭘 물어본 거지?”“제가 좋아하는 잼이 발라져 있어서요.”“주방장이 준비한 거겠지.”서윤은 토스트를 한 번 더 내려다봤다. 딸기잼. 그녀가 아침에 입맛이 없을 때 유일하게 먹는 잼이었다.이 집에 들어온 뒤 몇 번 말한 적은 있지만, 일부러 기억해 달라고 한 적은 없었다.“주방장님이 제 취향을 이렇게 잘 아셨나?”“그걸 왜 나한테 묻지?”“아니, 그냥요.”서윤은 의심스러운 눈으로 도윤을 바라봤다.“혹시 강도윤 씨가 말해 준 거 아니에요?”신문을 넘기던 손이 아주 잠깐 멈췄다.“내가 왜?”“그러니까요. 왜 그랬을까 싶어서.”“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먹어. 출근 시간 다 됐어.”“네에.”서윤은 길게 대답하며 토스트를 베어 물었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저 인간, 가끔 보면 이상하다니까.'물론 도윤에게 직접 물어볼 생각은 없었다. 물어봤자 돌아오는 대답은 뻔했다.'착각하지 마.''관심 없어.''네가 알아서 해.'그 세 가지 중 하나겠지. 서윤은 커피를 마시며 피식 웃었다.도윤은 신문 너머로 그 모습을 봤다.“뭐가 웃겨?”“아무것도 아니에요.”“혼자 웃는 버릇 좀 고쳐.”“제 버릇까지 관리하세요?”“아침부터 시끄러우니까.”“네, 네. 조용히 먹겠습니다.”서윤은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정확히 삼십 초 뒤, 휴대전화가 울리자 웃음을 터뜨렸다.도윤은 신문을 접었다.“한서윤.”“네?”“내가 방금 뭐라고 했지?”“아침부터 시끄럽다고 하셨죠.”“기억은 하네.”“그럼요. 제가 기억력이 좀 좋아요.”서윤은 씩 웃었다. 도윤은 어이가 없다는 듯 그녀를 바라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먼저 간다.”“네. 조심히 가세요.”그는 현관으로 향했다. 그러다 문득 뒤를 돌아봤다. 서윤은 여전히 휴대전화를 보며 웃고 있었다.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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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지금 저는 그 사람의 아내예요

서윤의 손이 멈췄다.“…그건 왜 궁금하세요?”세린은 잠시 그녀를 바라봤다.“저는 도윤 씨를 오래 봐 왔으니까요.”그녀는 담담하게 말했다.“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도 알고, 무엇을 원하는지도 어느 정도는 알아요. 그런데 결혼은…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갑작스러웠거든요.”“그랬겠네요.”“혹시 두 분, 정말 서로 좋아해서 결혼한 건 아니죠?”서윤은 대답하지 않았다. 세린은 그 침묵을 긍정으로 받아들인 듯했다.“그럼 다행이에요.”서윤의 눈빛이 차가워졌다.“뭐가 다행이라는 거죠?”“도윤 씨가 누군가를 사랑해서 저를 떠난 건 아니라는 뜻이니까요.”세린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저는 도윤 씨와의 관계를 쉽게 정리할 생각이 없어요. 물론 결혼하셨으니 예전처럼 만날 수는 없겠죠.”그녀는 서윤을 똑바로 바라봤다.“하지만 그 사람이 정말 원하는 게 무엇인지는, 저도 확인해 보고 싶어요.”서윤은 천천히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이해는 됐다. 세린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었다. 자신과 도윤의 결혼이 사업적 합의에 가깝다는 사실을 안다면, 아직 기회가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말을 듣는 순간 기분이 좋지 않았다.서윤은 그 감정을 굳이 분석하지 않았다. 대신 웃었다.“정세린 씨.”“네.”“도윤 씨가 뭘 원하는지는 도윤 씨에게 물어보세요.”세린의 표정이 조금 달라졌다.“저는 그 사람의 마음을 대신 설명해 드릴 수 없거든요.”서윤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리고 한 가지 더요.”그녀는 부드럽게 웃었다.“저희 결혼이 어떤 결혼이든, 지금 저는 그 사람의 아내예요. 그러니까 저한테 허락을 구하실 필요도 없지만, 저를 통해 그 사람의 마음을 확인하실 필요도 없어요.”세린은 한동안 서윤을 바라봤다. 그러다 천천히 미소 지었다.“생각보다 단단한 분이시네요.”“그런 말 자주 들어요.”“그럼 다음에 또 이야기해요.”“네. 들어가세요.”서윤은 라운지를 나섰다. 복도를 걷는 동안에도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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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착각하지 마

토요일 오후 두 시.한서윤은 거울 앞에서 귀걸이를 착용하고 있었다. 오늘은 오랜만에 태하와 보내는 주말이었다. 거창한 계획은 없었다. 점심을 먹고, 전시회를 보고, 시간이 남으면 카페에 들를 생각이었다.평범한 데이트. 그런데 옷을 고르는 데 평소보다 십 분이나 더 걸렸다. 서윤은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다가 미간을 좁혔다.“…뭐 하는 거야, 한서윤.”누구를 만나든 평소처럼 입으면 그만이었다.태하를 만나는 데 특별히 신경 쓸 이유도 없었다.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고, 함께 보내는 시간이 어색할 리도 없었다. 그런데 자꾸만 다른 사람이 떠올랐다.'너 오늘 누구 만나?'물어볼 리도 없는 남자였다.'누굴 만나든 내 알 바 아니야.'분명 그렇게 말할 사람이었다. 서윤은 립스틱을 내려놓았다.“아, 몰라.”가방을 집어 들고 방을 나섰다. 그 순간이었다.“어디 가?”거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서윤은 걸음을 멈췄다. 강도윤이었다.주말인데도 셔츠에 슬랙스 차림이었다. 소파에는 펼쳐 놓은 서류가 놓여 있었고, 테이블 위에는 식어 가는 커피가 있었다.서윤은 시계를 확인했다.“약속 있어요.”“누구랑?”질문이 너무 자연스러웠다. 서윤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그걸 왜 물어보세요?”도윤은 서류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주말에 외출한다니까 물어본 거야.”“제 외출 일정까지 보고해야 하나요?”“그런 말 안 했어.”“그럼 왜 궁금한데요?”그제야 도윤이 고개를 들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윤태하?”서윤은 눈을 가늘게 떴다.“와.”“뭐.”“진짜 신기하다.”“뭐가.”“제가 누구 만나는지 관심 없다고 하시는 분이 이름은 기가 막히게 기억하시네요.”도윤의 표정이 굳었다.“그쪽이 네 주변에서 제일 자주 언급되는 사람이니까.”“제가 언제 그렇게 자주 언급했어요?”“됐어. 나갈 거면 나가.”“네. 그러려고요.”서윤은 현관으로 향했다. 신발을 신으려는 순간, 도윤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한서윤.”“이번엔 또 왜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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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남편 노릇은 계약에 없었는데요

오후 네 시 삼십 분.강도윤은 예정에 없던 장소에 도착해 있었다. 정확히는, 회사 관계자와의 미팅이 근처에서 끝났다.그는 비서가 준비한 차에 오르려다가 길 건너편을 바라봤다. 그리고 보았다.한서윤. 윤태하.두 사람은 전시관을 나오는 중이었다.태하가 서윤의 코트 깃을 정리해 주고 있었다. 서윤은 웃으며 무언가를 말했고, 태하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아주 자연스러운 행동이었다. 오래된 연인처럼.도윤은 그 자리에 멈춰 섰다.“대표님?”비서가 조심스럽게 불렀다. 도윤은 대답하지 않았다.태하가 서윤의 손을 놓지 않은 채 길을 건너려 했다. 그때 서윤이 웃으며 무언가를 말하자 태하가 그녀의 손등을 가볍게 두드렸다. 도윤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차 대기시켜.”“네?”“저쪽으로.”비서는 도윤의 시선이 향한 곳을 바라봤다. 그리고 잠시 망설였다.“…사모님이 계시네요.”“못 봤나?”“아닙니다.”“그럼 움직여.”비서는 더 묻지 않았다. 검은색 세단이 도로를 따라 움직였다. 마침 서윤과 태하가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차량이 두 사람 앞에 멈춰 섰다. 뒷좌석 창문이 내려갔다.“한서윤.”서윤은 눈을 크게 떴다.“…강도윤?”도윤은 태하를 한 번 바라본 뒤 서윤에게 시선을 돌렸다.“타.”서윤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뭐라고요?”“집에 가야 하잖아.”“아직 시간 남았는데요?”“양가 식사.”“알아요. 여섯 시 반까지 들어가면 되잖아요.”도윤은 손목시계를 확인했다.“지금 네 시 반이야.”“그러니까요.”“차 타.”서윤은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기울였다.“강도윤 씨.”“왜.”“저 지금 태하랑 같이 있잖아요.”“보이는데.”“그런데 왜요?”도윤은 대답하지 않았다. 서윤이 웃었다.“설마 데리러 오신 거예요?”“지나가는 길이야.”“아, 지나가는 길.”서윤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가던 길 가세요. 저희도 알아서 갈게요.”도윤의 표정이 굳었다. 태하가 옆에서 조용히 웃었다.“괜찮습니다. 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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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 누가 누구를 우숩게 여겨

저녁 일곱 시.양가 식사 자리는 예상보다 화기애애했다. 양가 부모님은 공동 사업의 진행 상황을 이야기했고, 앞으로 두 사람이 함께 참석해야 할 공식 행사에 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서윤은 평소처럼 웃으며 대화를 이어 갔다. 도윤 역시 빈틈없이 행동했다. 두 사람은 나란히 앉아 있었고, 누가 보더라도 사이가 좋은 부부였다.적어도 겉으로는.“요즘 두 사람은 어때?”서윤의 어머니가 물었다. 서윤은 미소를 지었다.“좋아요. 잘 지내고 있어요.”도윤도 자연스럽게 말을 받았다.“서윤이가 잘해 줘서 편하게 지내고 있습니다.”서윤은 포크를 쥔 손에 힘을 줬다.'이 인간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도윤은 태연했다.“그렇지, 여보?”서윤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여보? 방금 여보라고 했어?'도윤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 서윤은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그럼요. 저희 남편이 워낙 잘해 주셔서요.”이번에는 도윤의 손이 멈췄다. 양가 부모님은 흐뭇하게 웃었다.“아이고, 신혼이라 그런가. 둘이 보기 좋네.”“그러게요. 도윤이가 원래 저렇게 살갑게 구는 애가 아닌데.”서윤은 환하게 웃었다.“집에서는 더 잘해요.”도윤은 물을 마셨다. 서윤은 그가 잔을 내려놓는 순간, 아주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남편 노릇 잘하시네요.”도윤도 웃는 얼굴로 답했다.“너도 아내 노릇은 잘하네.”“그럼요. 계약은 지켜야 하니까요.”“…그래.”그는 미소를 유지했다.“계약은 지켜야지.”두 사람의 웃음은 완벽했다. 하지만 테이블 아래에서 서윤의 구두 끝이 도윤의 구두를 살짝 건드렸다. 실수인 척.도윤이 그녀를 돌아봤다. 서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물을 마셨다.도윤은 낮게 웃었다.이 여자.정말 보통이 아니었다.***식사가 끝난 뒤.두 사람은 나란히 차에 올랐다.문이 닫히자마자 서윤이 먼저 입을 열었다.“여보는 무슨 여보예요?”도윤은 안전벨트를 매며 대답했다.“부부니까.”“평소에는 이름도 제대로 안 부르시면서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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