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희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림책은 오래 펼쳐두지 못했다.칠판에 적힌 식이 자꾸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한석준 교수가 학생들에게 내준 문제는 정수론에 관한 것이었다.그는 칠판 한가운데 다음과 같은 식을 적어놓았다.x² − 2y² = 1문제는 이 식을 만족하는 양의 정수 x와 y를 찾아내고, 그런 해가 무한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기존 정리를 인용하지 않고 증명하는 것이었다.학생들은 작은 숫자를 넣어 몇 가지 해를 찾아냈다.(3, 2), (17, 12), (99, 70)그러나 그다음부터는 계산이 급격히 복잡해졌다.한 학생은 숫자를 계속 대입했고, 다른 학생은 식을 변형해 일반적인 규칙을 찾으려 했다. 몇몇은 이미 알려진 정수론의 정리를 적용하려 했지만, 한 교수는 기존 정리를 인용하지 말고 스스로 해를 만들어내는 방법을 찾으라고 요구했다.“몇 개의 해를 찾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어떤 해에서 다음 해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그리고 그 방법이 계속 통한다는 걸 보여줘야 합니다.”학생 한 명이 지친 얼굴로 말했다.“교수님, 숫자가 너무 빨리 커집니다. 앞의 해에서 다음 해로 넘어가는 규칙을 찾기가 어렵습니다.”한 교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서 좋은 문제인 거죠. 계산을 많이 하는 것과 구조를 이해하는 것은 다르니까요.”재희는 그림책을 덮었다.칠판에 적힌 식을 한참 바라보던 그녀는 공책을 꺼냈다.처음에는 식의 뜻을 정확히 알 수 없었다. 재희는 아버지에게 다가가 조용히 물었다.“아빠, 저 위에 작은 2는 뭐야?”정호는 딸이 가리킨 부분을 확인했다.“같은 숫자를 두 번 곱하라는 뜻이야. 세 제곱은 세 번 곱하는 거고.”“그럼 저 글자들은 숫자 대신 쓰는 거야?”“그렇지. 어떤 숫자가 들어갈지 모르니까 문자로 적는 거야.”재희는 설명을 듣고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그녀는 칠판에 적힌 세 쌍의 숫자를 공책에 옮겼다.3과 2, 17과 12, 99와 70.처음에는 아무 규칙도 보이지 않았다.하지만 숫자들을 나란히 적어놓고
Zuletzt aktualisiert : 2026-10-16 Mehr les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