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는 죽은 황후를 품에 안고 처형대를 내려왔다.검은 곤룡포의 소매에서는 아직도 피가 떨어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빗물처럼 흘러내리던 피가 시간이 지날수록 끈적하게 엉겨 붙었고, 건휘가 계단을 내려설 때마다 손가락 사이에 고여 있던 핏방울이 돌바닥에 떨어졌다. 서화의 흰 죄수복은 이미 본래의 빛깔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검붉게 물들어 있었다.그녀의 몸은 이상할 정도로 가벼웠다.십 년 동안 황후의 자리를 지키며 수많은 사람을 품었던 여인이었다. 건휘는 서화가 자신을 기다리다 잠든 밤이면 가끔 그녀를 안아 침상으로 옮기곤 했다. 그때마다 서화는 잠결에도 그의 옷깃을 붙잡으며 조금만 더 곁에 있어 달라고 속삭였고, 그는 그런 그녀를 귀찮아하면서도 끝내 뿌리치지 못했다.그러나 지금 품에 안긴 서화는 아무리 몸이 흔들려도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았다.건휘는 그녀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처형 직후 수습한 몸과 머리를 맞대어 감싼 흰 천 아래로 피가 배어 나왔다. 궁인들이 여러 겹 덧댄 천마저 검붉게 젖어 있었고, 그 아래에서 흘러나온 피가 건휘의 손목을 적셨다.그는 피가 새어 나오는 자리를 손바닥으로 누르다가 서화가 아플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힘을 늦추었다.“폐하, 황후마마를 소신에게 맡겨 주시옵소서.”대내관 조덕수가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황제의 곤룡포에 피가 스며드는 모습을 보고 더는 지체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지만, 손을 뻗기도 전에 건휘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손대지 마라.”그 목소리는 낮고 잠겨 있었다.조덕수는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황제의 눈은 심하게 충혈되어 있었고, 서화의 어깨를 감싼 손가락에는 피가 검붉게 굳어 있었다. 평소라면 눈빛 하나로 신하들을 굴복시키던 사내였지만, 지금은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지조차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처럼 보였다.“폐하, 부디 옥체를 보전하시옵소서. 피가 너무 많이 묻었사옵니다.”건휘는 조덕수의 손을 내려다보다가 천천히 자신의 손바닥을 펼쳤다. 손금 사이마다 피가 엉겨 있었고, 손톱 아래에는 검붉은 핏
Última atualização : 2026-10-16 Ler ma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