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후 윤서화는 들으라!”형관의 우렁찬 목소리가 황궁 남문 밖에 마련된 처형장에 울려 퍼졌다.동이 트기 전부터 내리던 비는 반 시진쯤 전에 그쳤지만, 처형장에는 여전히 축축한 냉기가 감돌았다. 흙탕물이 고인 바닥에는 수백 명의 발자국이 뒤엉켜 있었고, 비에 젖은 깃발들은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에 무겁게 흔들렸다. 처형대를 둘러싼 군사들의 창끝에는 빗방울이 맺혀 있었으며, 그 너머로 몰려든 백성들은 저마다 목을 길게 빼고 높은 단상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십 년 동안 대윤의 국모였던 여인이 역적이 되어 죽는 날이었다.장사꾼들은 가게 문을 닫고 나왔고, 아이를 업은 여인들은 군사들의 어깨너머로 처형대를 살폈다. 평소라면 황후의 행차를 보기 위해 길가에 엎드렸을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오늘 그들 앞에 선 여인은 황후의 예복 대신 낡은 죄수복을 입고 있었다.“폐후 윤서화는 황실의 재물을 사사로이 빼돌리고, 역도들과 내통하여 황위를 위협하였으며, 천명을 어지럽힌 죄를 범하였으니…….”죄목을 읽는 소리가 길게 이어지는 동안에도 서화는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며칠 동안 제대로 먹지도 못한 탓에 뺨은 홀쭉하게 꺼졌고, 갈라진 입술에는 말라붙은 핏자국이 남아 있었다. 두 손목을 묶은 굵은 밧줄이 살갗을 파고들었으며, 발목에 채워진 쇠사슬은 조금만 몸을 움직여도 둔탁한 소리를 냈다. 옥사에서 끌려오는 동안 비를 맞은 죄수복은 무릎과 소매 끝까지 흙탕물에 젖어 있었다.그럼에도 그녀의 등은 곧았다.열여덟 살에 황태자비가 되어 궁에 들어왔고, 스물여덟이 된 지금까지 수많은 의례와 연회를 치렀다. 무거운 봉황관을 쓰고도 흐트러짐 없이 걸어야 했으며, 때로는 온종일 대신들의 부인들을 맞이하면서도 단정한 미소를 잃지 않아야 했다.그 세월이 몸에 새겨 놓은 자태는 죄수복 한 벌로 지워지지 않았다.“고개를 숙이시오!”형관이 죄목을 읽다 말고 호통쳤다.서화는 천천히 그를 바라보았다. 형관의 손에 들린 문서에는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죄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흉년이 들었을 때 굶
Last Updated : 2026-10-15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