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발, 나를 무슨 중고 물건 내놓듯이 소개하고 지랄이야.”설주는 통화를 끊지도 못한 채 태건을 노려봤다. 싱크대에는 덜 씻은 접시가 쌓여 있었고, 행주에서 떨어진 물이 맨발 가까이까지 흘러왔다. 태건은 부엌 문틀에 어깨를 기대고 있었다. 전화기 너머에서는 정옥이 딸의 대답을 재촉했다.“설주야, 듣고 있어? 태건이가 괜찮은 사람 있대.”설주는 수도를 잠갔다. 물소리가 사라지자 태건의 휴대전화 화면에 떠 있는 대화방까지 눈에 들어왔다. 정옥이 보낸 부탁에 그는 짧게 '알아볼게요'라고 답해 놓았다. 제 누나에게 먼저 물어볼 생각은 없었던 모양이었다.“엄마, 나중에 얘기해. 지금 설거지 중이니까.”“너 33살이야. 나중에, 나중에 하다가 세월 다 간다.”어머니는 말끝에 웃음을 섞었다. 늘 딸이 잘되기만 바라는 사람이었다. 그 기대가 설주에게는 가장 잔인한 종류의 호의가 되어 돌아왔다. 아무 죄 없는 어머니를 상대로 소리칠 수 없어 전화를 끊었고, 곧장 태건에게 돌아섰다.“누가 너보고 내 남자 찾아 달랬어?”“엄마가.”“그럼 싫다고 했어야지. 네가 무슨 결혼정보회사 직원이냐?”태건은 대꾸하지 않고 젖은 바닥을 보았다. 설주의 발치로 물이 번지자 선반에서 걸레를 꺼내 던졌다.그 무심한 행동 때문에 설주의 속이 더 부글부글 끓었다. 자신은 저 새끼가 다른 년의 좆이라도 빨아대는 상상만 해도 하루 종일 머릿속이 개판이 되는데,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녀를 이름 모를 새끼 앞으로 밀어 내고 있었다.“조건은 괜찮아. 현장에서 알게 된 형인데, 일도 성실하고.”“너랑 아는 새끼면 다 괜찮냐?”“사람이 괜찮다니까. 한 번 만나 보고 싫으면 말고.”태건이 정말로 쓰레기 같은 새끼를 소개한다면 욕이라도 실컷 퍼부을 수 있었을 텐데, 일도 성실하고 부모한테 말할 수 있을 만큼 신원이 분명한 놈이라니. 마땅히 거절할 핑계를 찾기 어려웠다.설주는 걸레를 집어 바닥을 닦았다. 손목을 움직일 때마다 어머니가 아까 붙여 둔 밴드가 떠올랐다. 엄마는 손을 베면서도
Last Updated : 2026-10-17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