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맨스 / 올가미 / Chapter 1 - Chapter 10

All Chapters of 올가미: Chapter 1 - Chapter 10

29 Chapters

1화. 구경거리

“씨발, 누나. 남의 방 훔쳐보는 취미까지 있었어?”윤설주는 뒤로 물러나려다 발뒤꿈치로 걸레받이를 찼다. 문틈 사이로 기태건이 자신을 똑바로 보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 방 안에서는 선풍기 소리와 함께, 태건이 자기 좆을 빠르게 쓸어 올리며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만 들렸었다. 지금은 그 모든 게 멈춰 있었다.그가 자위를 하고 있었다는 걸 알아차린 순간, 설주는 돌아섰어야 했다. 그런데도 그녀는 문틈에 붙어 서서 침을 삼켰다. 태건의 손이 아직도 자기 좆을 감싼 채 멈춰 있었고, 귀두 끝에 맺힌 투명한 액이 빛났다. 수건 찾으러 왔다는 변명은 이미 개소리였다. 수납장은 바로 옆에 있었으니까.“아니, 난…….”“말 골라. 괜히 나까지 더러워지게 하지 말고.”태건은 문을 완전히 열지 않았다. 손바닥으로 문짝을 짚은 채, 방과 복도 사이의 좁은 틈만 허락했다. 설주는 그의 턱을 바라봤지만 시선은 자꾸 아래로 떨어졌다. 그가 아직도 단단하게 선 좆을 손으로 가리고 있다는 게 눈에 밟혔다.“수건 가지러 왔어.”“그럼 수건이나 가져가.”태건이 고갯짓한 곳에 수납장이 있었다. 설주는 위에 놓인 수건을 낚아챘다. 손끝에 닿은 천은 말라 있었지만, 방 안에서 나던 정액 냄새가 아직 코를 찔렀다.“그만 쳐다봐.”“네가 지금 내 좆 보고 있잖아.”“누나가 내 문에 붙어 있었잖아.”“붙어 있긴 누가 붙어 있어. 지랄하지 마.”그녀는 수건을 안고 돌아섰다. 그때 1층에서 정옥이 불렀다. 계단이 삐걱거리며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설주가 걸음을 멈추자 태건이 문을 닫았다. 문이 닫히는 순간, 방금까지 그 틈에 있던 그의 숨소리와, 손으로 쓸던 좆의 형태가 복도에 그대로 남아 있는 것 같았다.“설주야, 거기 있니?”“응.”“이불은 찾았어?”설주가 대답을 찾는 사이 태건이 다시 문을 열었다. 이미 바지를 입고 단정하게 옷을 추린 그는 수납장에서 이불을 꺼냈다. 그의 바지 안쪽에 아직도 반쯤 선 좆의 윤곽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제가 드릴게요, 엄마.”정옥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7
Read more

2화. 가족 식탁

“씨발, 그러니까 뭘 기대했는데?”설주가 낮게 물었다. 태건은 문을 완전히 닫지 않고 손잡이를 잡은 채 서 있었다. 복도 끝에서 정옥이 그릇 포개는 소리가 들렸다. 누가 올라오면 이 꼴을 어떻게 설명할지. 설주는 수건을 쥔 손을 등 뒤로 숨겼고, 태건은 그녀의 손이 수건으로 자신의 좆을 문지르는 걸 끝까지 지켜봤다.“누나가 먼저 와 놓고 나한테 따지네.”“착각하지 마. 다시는 네 방 근처 안 갈 거야.”“그건 누나가 정할 일이 아니지.”태건이 문을 닫았다. 사과도, 웃음도 없었다. 설주는 닫힌 문 앞에서 3초 동안 더 서 있다가 제 방으로 돌아왔다. 침대 위에 수건을 내던졌다가, 곧 주워서 다시 가지런히 접었다. 남의 방문을 들여다보며 자위를 했다는 걸 지울 수 없으니, 수건이라도 제자리에 놓고 싶었다.아침, 설주는 일찍 나가려고 했으나 1층으로 내려가기도 전에 태건과 마주쳤다. 그는 양치질하다 만 사람처럼 입가에 물기를 묻힌 채, 그녀의 여행 가방을 발로 툭 차서 비켜 놓았다. 어젯밤 일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 무심함이 더 거슬려서 설주는 일부러 가방 손잡이를 세워 복도 한가운데 놓았다.“지나가려면 말해.”“비켜 줘.”“말 잘하네.”태건이 직접 가방을 치웠다. 설주는 그가 욕 한마디 안 하는 게 더 열받았다. 기분 나쁜 건 자신이면서, 쓸데없이 까칠한 누나 노릇을 혼자 하고 있는 것 같았다.낮에 손님방 수건을 세던 설주는 창밖으로 태건이 누군가와 통화하는 걸 봤다. 그는 전화하면서도 한 손으로 바지 위로 불룩한 좆을 쓸어 올리듯 만지고 있었다. 설주는 수건을 세던 손을 멈췄다. 저 좆이 어젯밤 어떻게 서 있었는지, 자신이 수건으로 문지르며 상상했던 게 떠올라서. 숫자가 틀려 다시 세기 시작했는데, 또 시선이 창밖으로 갔다.저녁상에는 고등어구이와 묵은지가 올랐다. 승표는 배관 수리비 때문에 투덜거렸고, 정옥은 설주가 돌아와서 좋다며 밥을 더 퍼 주었다. 태건은 맞은편에 앉아 생선 가시를 골랐다. 설주는 고개를 숙이려 해도 그의 손이 움직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7
Read more

3화. 새벽 1시 17분

설주는 휴대전화를 태건 쪽으로 밀어 버렸다. 화면에 남은 여자 사진이 식탁 조명 아래 번들거렸다. 정옥은 딸이 농담하는 줄 알고 웃었지만, 승표는 밥그릇을 내려놓으며 또 시비냐고 물었다. 설주는 생선 가시를 접시 가장자리로 모으며, 목구멍에서 새어나오려는 욕설을 삼켰다.“가. 대신 그 여자랑 잘돼도 나한테 축하해 달란 소리는 하지 마.”태건이 먼저 답을 정했다. “누나가 싫대요. 소개팅은 다음에 할게요.”“넌 무슨 연애를 누나 허락받고 하니?” 정옥의 타박에 태건은 어깨만 한 번 들썩였다.“그러게요. 왜 허락을 구했을까요.”그는 설주를 보지도 않고 남은 밥을 먹었다. 설주는 입안의 음식을 삼키지 못했다. 태건은 그녀가 말할 수 없는 것을 정확하게 짚어냈고, 부모 앞에서는 언제든 남매 싸움으로 돌릴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설거지는 설주가 했다. 싱크대에 기름이 동동 떠 있었고, 뜨거운 물에 담갔던 손가락이 벌겋게 불었다. 태건이 옆을 지나며 물컵 하나를 내려놓았다.“네가 싫다니까 안 만난대도.”“생색내지 마.”“그럼 내일 만나?”“씨발, 너 진짜.” 그녀가 몸을 돌렸을 때 태건은 이미 마당으로 향하고 있었다. 설주는 그가 웃었는지조차 확인하지 못했다. 한 번 더 붙잡아 대답을 듣고 싶었으나, 부엌과 마당 사이에는 정옥이 서류를 정리하는 카운터가 있었다. 이 집에서는 복도를 가로지르는 몇 걸음도 함부로 쓸 수 없었다.다음 날 태건은 아침부터 배관 공사를 나갔다. 설주는 객실용 수건을 접고 냉장고에 식재료를 채웠다. 그녀는 자신이 뱉은 말이 하루 종일 머릿속을 맴도는 걸 느꼈다. 잘되면 축하하지 않겠다니. 애초에 태건이 누구와 사귀든 축하할 위치에 있지 않은 것처럼 말해 버렸다. 머릿속에서는 태건의 좆이 다른 여자 보지에 박히는 장면이 떠올랐다. 그 생각에 설주의 다리 사이가 미세하게 뜨거워졌다.저녁 8시가 넘어서야 태건에게서 전화가 왔다. 설주가 아니라 승표에게였다. 작업이 길어져 친구들과 밖에서 식사한 뒤 들어오겠다는 이야기였다. 승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7
Read more

4화. 기다리는 버릇

“씨발, 입 좀 닥쳐. 내가 네 뒤나 캐고 다니는 사람 같아?”설주는 현관문을 끝까지 벌려젖혔다. 경첩이 삐걱거리자 2층 창문을 올려다봤는데, 부모 방 불은 꺼진 채 고요했다. 태건은 차 옆에 서서 그녀를 말리지 않았다. 그 무심한 얼굴이 방금 던진 더러운 말보다 더 빡치게 만들었다.그는 이미 이야기를 끝낸 듯했지만, 설주는 끝내지 못했다. 그가 누굴 만났는지 듣는 게 무서웠다. 그에게 따질 자격이 없다는 생각은 열 번도 더 떠올랐지만, 그 말이 그녀를 집 안으로 보내주진 않았다.“누나가 먼저 물었잖아. 누구 만났냐고.”“집에 기어들어 오는 시간이 이래서 물은 거야.”“아버지한테 연락했어.”“그럼 됐네. 처자.”설주는 발을 돌리면서도 그가 따라오는지 확인했다. 젖은 슬리퍼 소리가 타일을 문지르는 게 한 발, 두 발. 태건은 차 문을 잠그고 나서야 들어왔고, 그녀 옆을 지나치면서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 시간만 확인했다.설주가 작게 욕을 뱉었다.“뭐라고?”“넌 사람 갖고 노는 게 그렇게 재밌냐?”“오늘은 안 놀릴게.”태건은 그 말로 끝내고 계단을 올랐다. 복도 센서등이 그의 발밑을 밝혔고, 맨 끝 방 문이 닫히자 다시 어두워졌다.설주는 거실 한가운데 멈춰 섰다. 들볶을 때는 한 대 때리고 싶더니, 입을 다물어버리니 뒤통수에라도 뭐 하나 던지고 싶은 기분이었다.주방에 태건 몫 저녁이 남아 있었다. 정옥이 덮어둔 냄비를 열자 식은 된장 냄새가 올라왔고, 밥솥에는 마른 밥 한 공기가 들어 있었다. 설주는 그대로 두려다 결국 국을 데웠다. 가스 불꽃을 보면서 자기가 하는 짓을 알면서도, 이미 국은 끓기 시작했다.그릇 꺼내는 소리에 정옥이 잠옷 차림으로 내려왔다.“아직 안 잤니?”“배고파서.”“저녁 잘 먹었잖아.”“또 먹으면 안 돼?”어머니는 대답 대신 태건 신발을 봤다.“걔 왔구나. 배고플 텐데 밥 좀 먹으라 그래.”설주는 뜨거운 냄비 손잡이를 놓쳤다. 행주를 다시 감는 동안 정옥이 이미 계단 쪽으로 가고 있었다.“엄마, 내가 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7
Read more

5화. 여자 목소리

“씨발, 없는 여자까지 만들어 줬네.”설주는 메시지를 취소하려다 손을 멈췄다. 가족 단체톡방에서 읽은 사람 숫자가 하나 줄어 있었다. 정옥과 승표는 이미 잤을 테니, 읽은 건 복도 끝 방에 있는 놈밖에 없었다.태건은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 그게 더 열받았다. 자기가 먼저 여자 있는 척해서 부모를 속여놓고, 정작 누나가 어떻게 나올지 겁나서 폰만 들여다보는 새끼.방문 아래 불빛이 꺼졌다. 설주는 그제야 제 방으로 들어갔지만, 침대에 누워서도 폰을 놓지 못했다. 태건이 ‘내가 언제 여자 있다고 했어?’라고 물으면 뭐라고 할까. 소개팅 싫다고 했잖아, 네가 먼저 날 약 올렸잖아. 그런데도 한밤중에 가족방에 그런 글을 남긴 이유는 아무 변명으로도 설명이 안 됐다.아침 식탁에서 정옥이 먼저 입을 열었다.“태건아, 너 여자 사귀는 거 있니?”태건은 달걀 노른자를 터뜨리고 있었다. 설주는 국그릇을 놓다 손가락을 데었지만, 이를 악물었다.“누나가 그래요?”“가족방에 써놨던데. 언제부터 만났어?”“모르겠는데요. 누나가 나보다 잘 아나 봐요.”정옥이 설주를 돌아봤다.“너는 어떻게 알았니?”“쟤가 소개팅 싫다고 하잖아. 그냥 엄마 기대하지 말라고 한 소리겠지.”“없으면 없다고 하지, 왜 있는 것처럼 말을 해?”설주는 밥을 씹었다. 어머니한테 거짓말한 건 사실이었다. 그런데도 태건이 한마디만 보태주면 될 일을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자신이 더 역겨웠다.승표가 신문을 접으며 말했다.“성인인 애들 연애는 알아서 하게 둬. 태건이 너도 누나 좀 그만 놀리고.”태건이 대답했다.“예. 누나가 먼저 시작하지만 않으면요.”설주는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어제부터 그가 하는 말마다 뒷말이 붙어 있는 것 같았다. 부모는 절대 듣지 못할 뒷말.점심이 지나고 태건은 203호 배관을 손보다 부엌으로 들어왔다. 셔츠 등판이 땀에 젖어 달라붙었고, 손톱에 기름때가 끼어 있었다. 설주는 객실에서 가져온 컵을 씻고 있었다. 그가 냉장고 문을 열고 닫는 소리에도 귀가 저절로 움직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7
Read more

6화. 네가 뭔데

“씨발, 나보고 그 여자한테 무슨 말을 하라고?”태건이 휴대전화를 내민 채 기다렸다. 통화 너머에서 여자가 또 물었고, 설주는 한순간 대꾸할 뻔했다. 당신은 저 새끼랑 무슨 사이길래 점심마다 전화질이냐고. 그렇게 내뱉는 순간 제 입에서 나오는 말이 얼마나 한심한지, 그년도 금방 알아들을 터였다.마당에 세탁기 호스가 뱀처럼 처져 있었고, 한낮 볕에 젖은 시멘트에서 비린내가 올라왔다. 건조대 수건들이 설주의 팔꿈치를 스쳤다. 그녀는 한 발 물러섰다. 태건의 전화기에 귀를 댈 생각은 없었는데, 여자가 웃을 때마다 더 듣고 싶어졌다.“여보세요? 태건 씨, 안 들려요?”설주는 입을 열었다가 다물었다. 대신 태건의 손목을 낚아채 전화기를 밀어냈다. 태건이 통화를 끊었다. 화면에 여자 이름이 잠깐 떴지만 설주는 이미 고개를 돌린 뒤였다.“누구냐고.”“아까는 받기 싫다며.”“내가 그년이랑 왜 통화를 해? 너한테 묻는 거야.”태건은 호스를 발로 밀어 치웠다. 설주는 그 느긋한 태도가 더 열받았다. 현관에서 손님 캐리어가 지나가고, 정옥이 열쇠 찾는 소리가 났다. 태건은 손을 씻으며 말했다.“일 아는 사람이야. 됐어?”“일하는 년이 밤에 만나자고까지 해?”“저녁 먹자는 게 뭐가 문제야.”설주는 그가 내민 수건을 세게 잡아채며 말했다.“네가 어디서 누구 좆을 빨든 상관없어. 그런데 집까지 전화 끌고 들어오지는 마.”“여기가 내 집이기도 하잖아.”태건이 수건을 되찾아 손을 닦았다. 설주가 진짜 못마땅한 건 여자 목소리가 들린 게 아니라, 그 소리를 듣고도 “그만해”라고 말할 권리가 없다는 사실이었다. 어머니 앞에서 누나는 언제나 먼저 대답해야 했고, 밥 차리고, 약 찾아주고, 귀가 시간 묻는 건 가족이라는 이유로 허락됐지만, 그 이상은 아무도 묻지 않았다.돌아온 지 며칠밖에 안 됐는데, 밤새 켜 둔 거실 불, 데워 놓은 국, 정옥에게 한 거짓말이 벌써 한 무더기였다. 들키면 누가 제일 먼저 설주를 경멸할까. 자신은 이미 시작한 뒤였다.“누나, 내 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7
Read more

7화. 남매니까

설주는 손에 든 집게를 태건의 작업화 앞에 내던졌다. 마당 바닥에 고인 물이 튀었고, 젖은 집게가 배수구 옆에 처박혔다. 태건은 집게를 줍지 않았다. 설주는 그 새끼가 입을 열지 않는 게 더 거슬려서 차라리 욕이라도 퍼부었으면 했다.“내가 네 여자 접대까지 해야 돼? 씨발, 사람을 아주 개호구로 아네.”태건은 여전히 가만히 서 있었다. 설주는 그의 주머니에서 휴대폰이 또 울릴까 봐 신경이 곤두섰다. 그 여자 목소리가 또 들릴까 봐.“객실 사진 찍으러 오는 사람이야. 예약 사이트 새로 올린다니까.”“그럼 업자라고 하지, 왜 아까부터 여자니 뭐니 지랄이야?”“누나가 먼저 여자 있냐고 캐물었잖아.”설주는 입을 다물었다. 처음부터 그랬다. 남의 통화 엿듣고, 없던 여자친구를 지어내더니, 이제는 그년이 집에 온다는 이유로 속이 뒤집혔다. 태건의 바지 안쪽에 들어갈 보지가 따로 있다는 생각만 해도 배가 아렸다.“네가 집에 누구를 끌고 오든 관심 없어. 내 근무 시간에 일 시키지 말라고.”“알았어. 엄마한테 다른 날로 바꾸자고 할게.”태건이 몸을 돌리자 설주는 반사적으로 그를 불렀다. 바꾸면 그년이 언제 오는지 알 길이 없어질 것 같아서. 그걸 깨닫는 순간 혀를 깨물고 싶었지만 이미 태건이 돌아보고 있었다.“뭐.”“얼굴은 보고 결정하자고. 사진이든 뭐든, 여관 홍보용이면 내가 봐야 할 거 아냐.”태건의 눈길이 설주가 쥔 집게 통으로 내려갔다. 설주는 그걸 숨기려 등 뒤로 팔을 돌렸다. 그런데 속으로는 이미 태건의 좆이 그년 보지 안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떠올라서 손가락이 부들거렸다.“둘이 또 무슨 일인데?”정옥이 세탁실 문을 밀고 나왔다. 태건은 금세 빨랫감을 받아 들며 설명했다. 설주는 입을 열 틈도 없었다. 태건이 “누나가 싫대요”라고 하자 정옥은 그냥 웃으며 “누나랑 상의해야지”라고 말했다.설주는 어머니의 말에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전까지는 그년 목소리만 들어도 속이 뒤집혔는데, 이제는 예산과 일정 때문에 태건의 목소리에 집중하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7
Read more

8화. 네가 미칠 날짜까지 계산했어

“그럼 아예 문짝 떼고 가. 씨발, 동네 구경거리라도 되게.”설주는 수납장 위에 놓인 열쇠를 건드리지 않았다. 태건이 출장 가방에 티셔츠를 밀어 넣는 동안, 그의 방에서 세제 냄새와 오래된 책 냄새가 섞여 흘러나왔다. 문은 벌어져 있었고 그녀는 그 문턱에서 한 뼘도 움직이지 못했다. 첫날 그 앞에서 무슨 꼴을 당했는지 떠올리면 당장 돌아서야 하는데, 저 새끼가 내일부터 일주일이나 없다는 말이 자꾸 발목을 잡았다.“내 방 환기나 똑바로 해. 엄마가 시켰잖아.”“네 빨래까지 하라고 해 봐. 진짜 태워 버릴 테니까.”태건이 가방 지퍼를 채웠다. 설주는 그가 자신을 한 번 더 쳐다보기를 기다렸으나, 그는 충전기와 작업 장갑부터 챙겼다. 그녀에게는 며칠을 버텨야 하는 일이 그에게는 공구 하나 더 넣는 일만큼 간단해 보였다.이튿날 새벽, 태건의 작업차가 주차장을 빠져나갔다.설주는 침대에서 그 소리를 들었다. 눈을 뜨고 있었으면서도 커튼을 걷지 않았고, 누구에게도 잘 다녀오라는 인사를 하지 않았다. 차가 골목을 벗어날 무렵에야 맨발로 창가까지 걸어갔으나 이미 후미등은 사라진 뒤였다. 그녀는 다리가 후들거리는 걸 느끼며 침대로 돌아와 누웠다. 속옷 사이로 이미 미끄러운 게 배어 나오고 있었다. 태건이 없는 일주일, 그 새끼 좆이 그리워서 이렇게 젖는 게 참을 수 없었다.아침상에서 정옥이 물었다.“태건이한테 전화 왔니? 무사히 도착했대?”“아니. 지가 알아서 하겠지.”그 말에 승표가 고개를 끄덕였다. 설주는 국을 떠먹었지만, 5분 뒤 휴대전화 화면을 켜는 순간 속이 더러워졌다. 태건의 이름 아래에는 사흘 전 통화 기록만 남아 있었다. 그녀는 다리 사이가 다시 축축해지는 걸 느꼈다. 그 새끼가 없는데도 보지가 저리게 조여들었다.낮에는 침구 업체에서 납품한 수건의 수량이 맞지 않았다. 설주는 창고에 들어가 포장 끈을 하나씩 풀었고, 203호 손님이 베개를 더 달라고 하자 사다리를 끌어다 높은 선반을 뒤졌다. 계단을 4번 오르내리고 나니 종아리가 뻐근했다. 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7
Read more

9화. 웃은 년이 졌다

설주는 승표가 내민 휴대전화를 보며 물었다.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이 지나치게 정확해서 뒤늦게 입술을 깨물었다. 승표는 딸의 농담이 별나다는 듯 웃었고, 공구함에 전화기를 던져 넣었다.“지가 시켰다니까. 네가 물으면 직접 얘기하겠다고.”“지가 뭔데 사람을 갖고 놀아요.”“태건이 너랑 말싸움하는 게 재밌나 보지. 너도 맨날 받아 주잖아.”설주는 웃어넘기지 못했다. 정작 태건은 현장에 도착했다는 문자 하나 보내지 않았는데, 멀리서 자기가 어떻게 굴지 짐작하고 있었다. 전화하지 않았다. 번호를 누르는 순간 그 예상을 확인해 주는 꼴이 될 테니까. 이미 보지가 축축해지는 게 느껴졌다. 태건 생각만 해도 젖이 단단해지고, 속옷이 스며들었다.목요일 저녁에는 203호 투숙객이 뜨거운 물이 안 나온다며 프런트로 내려왔다. 설주는 승표를 불러 수리 일정을 잡았으나, 영수증을 출력하는 동안 자꾸 휴대전화를 확인했다. 불평하던 손님이 그녀의 명찰을 읽고 이름을 부르자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 누구 때문에 돈 받는 일까지 망치고 있는지 알면서도 손가락은 다시 화면으로 갔다. 손가락 끝이 떨렸다. 태건의 좆이 자기 입이나 보지에 박히는 상상만 해도 허벅지가 저렸다.금요일 밤에는 한미주가 보낸 수정 견적서가 도착했다. 태건에게서 전달받은 설명을 반영했다는 문장 아래 그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설주는 계약 금액을 확인해야 했지만 같은 줄을 몇 번이나 읽었다. 일주일 동안 자기한테는 문자 한 통 없던 인간이 남의 여자한테는 객실의 조명 위치까지 설명해 줬다는 생각에 종이를 구겨 버렸다. 그러고는 구겨진 종이를 펴서 비용을 다시 확인했다. 돈이 오가는 일이었다. 질투가 난다고 숫자까지 틀리게 적을 순 없었다. 대신 속으로 욕을 내뱉었다. ‘이 새끼, 미주한테는 친절하게 구는데 나한테는 왜 이렇게 좆같이 구는 거야. 내 보지에 박히고 싶어서 그래?’토요일 오후에는 비가 내렸다. 승표는 보일러 부품을 사러 나갔고 정옥은 1층 창고에서 침대보를 정리했다.설주는 사무실 바닥을 닦다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7
Read more

10화. 웃는 꼴까지 들켰다

설주는 1층 카운터에서 복도 끝까지 들리도록 악을 쓸 뻔했다. 혀끝에 붙은 욕을 겨우 삼킨 까닭은 태건의 말이 던져진 곳이 어머니의 방문에서 불과 몇 걸음 떨어진 복도였기 때문이었다.손에는 손님이 맡긴 반지 봉투가 구겨져 있었고, 그 안의 작은 원이 손바닥을 찍어 눌렀다. 누군가 계단을 내려오기라도 하면 자신이 왜 이렇게 화가 났는지부터 해명해야 했다.태건은 여행 가방을 침대 옆에 내려놓고 있었다. 나흘 만에 돌아온 방인데도 창문은 반쯤 열려 있었고 책상 위로 노을빛이 길게 들어왔다. 설주가 매일 열었다 닫은 창문이었다. 정옥은 어제 분명 닫아 두었다고 했으니 남은 사람은 설주 하나뿐이었다.“욕 그만하고 올라와. 엄마 들으셔.”그가 턱으로 계단을 가리켰다. 설주는 더 기가 막혔다. 사람을 발가벗겨 세워 놓은 것처럼 몰아붙인 주제에, 이제 와서 부모 걱정까지 하는 꼴이었다.“네 방에 들어간 건 환기 때문이야. 엄마가 시켰다고 몇 번을 말해?”“그래. 믿어.”믿는다는 대답이 설주를 더욱 들끓게 했다. 그는 따지지도, 확인하지도 않았다. 설주는 씩씩거리며 계단을 올랐다가 자신의 방문 앞으로 가는 대신 태건의 문턱에 섰다.물기를 잔뜩 머금은 작업 가방이 바닥을 더럽히고 있었고, 태건은 꺼내 놓은 셔츠를 의자 등받이에 걸었다. 설주는 저 셔츠를 출장 동안 옷장 안에서 꺼내 들었던 일을 떠올리자 귓속까지 열이 올랐다. 가슴이 벌렁거리고, 이미 속옷 안쪽이 축축하게 젖어들기 시작했다.“똑바로 말해. 뭘 봤다는 건데?”“누나가 내 방 드나든 거.”“엄마도 들어왔어.”“알아. 엄마는 이불도 안 건드리셨어.”설주의 눈길이 침대로 달아났다.각 잡혀 접혀 있던 여름 이불은 멀쩡했다. 그녀는 거기 눕지도 않았고, 오래 손댄 적도 없었다. 그럼에도 태건이 무슨 증거라도 찾아냈다는 듯 말하자 자신을 변호할 말들이 뒤엉켰다. 태건의 침대에 누워 그의 체취를 맡으며 손가락으로 자신의 보지를 문지르던 순간이 떠올라 얼굴이 화끈거렸다.무죄를 증명해야 할 사람이 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7
Read more
PREV
123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