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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외상센터 닥터E: Chapter 21 - Chapter 30

36 Chapters

021화. 지켜보는 사람들

“지켜보다가 늦으면 어떡합니까?”정아의 남편이 물었다. 수술할 사람이 없어서 미루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을 듣고도 그 질문은 남은 모양이었다.은채는 펜을 내려놓았다.“변화를 못 보고 지나가는 게 걱정되시는 거죠?”“집에서도 멀쩡하게 걸어서 나왔어요. 그런데 지금은 피가 고였다니까…….”“그래서 일반 병실보다 더 가까이 상태를 볼 수 있는 곳으로 옮깁니다. 배를 다시 진찰하고, 맥박과 혈압, 피검사 결과가 어떻게 이어지는지 볼 겁니다.”남편은 복도 끝으로 시선을 돌렸다.“그래도 처음부터 꿰매놓으면 마음은 놓일 것 같은데요.”정아가 배 위에 올린 손을 거두었다.“당신 마음 놓자고 내 배 여는 거야?”“그런 뜻이 아니라.”“알아. 나도 무서워서 그래.”은채는 두 사람이 말을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 수술을 하지 않는다는 말에서 남편은 치료받지 못하는 상황을, 정아는 몸에 칼을 대지 않아도 되는 가능성을 먼저 듣고 있었다.“수술에도 위험이 있습니다. 지금은 그 위험을 감수해서 얻을 이득이 더 크다고 보지 않습니다. 다만 출혈이 계속되거나 다른 문제가 확인되면 판단은 바뀝니다.”“그때는 선생님이 바뀌어요?”이번에는 정아가 물었다.“치료 방법이 달라져도 저희 외과팀이 계속 봅니다. 혈관 쪽 시술이 필요하면 영상의학과 교수님과 함께하고요.”정아는 그 설명에 고개를 끄덕였다. 수술한다는 말을 듣는 것보다, 누가 계속 자기를 보는지 아는 편이 도움이 되는 듯했다.입실 준비가 끝났다는 연락이 왔다.은채는 집중 관찰이 필요한 이유와 현재 계획을 기록하고, 환자를 받는 쪽에 직접 전달했다. 낮 동안의 변화와 아직 하지 않은 처치가 섞이지 않도록 했다. 정아는 수혈을 받은 적이 없었다. 혈압을 유지하려고 지원을 계속 늘리는 상황도 아니었다.침대가 움직이자 남편이 옆에서 보폭을 맞췄다. 정아가 손을 뻗어 그의 소매를 잡았다.“가방에 내 안경 있어. 휴대전화 글씨가 안 보여.”“챙겼어.”“자전거 열쇠도.”“그건 지금 필요 없잖아.”“잃어버리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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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화. 숫자가 내려간 뒤

정아는 먼저 손바닥을 펴 보였다.“어디 더 아픈 건 없어요.”의사가 다시 온 이유를 이미 아는 눈치였다. 은채는 정아의 얼굴을 살폈다. 대답을 길게 하기 전에 직접 봐야 했다.“어지럽거나 식은땀이 나지는 않으셨어요?”“아뇨. 그냥 여기만 아파요.”왼쪽 윗배였다. 처음보다 넓게 아프다고 하지는 않았다. 의식은 또렷했고 손끝이 새로 차가워지지도 않았다. 은채는 배를 진찰하고 호흡을 살핀 뒤, 모니터의 추이를 확인했다.입실 직후보다 맥박이 조금 느려져 있었다. 혈압을 붙들기 위해 수액이나 다른 지원을 계속 늘린 상태도 아니었다.검사 결과만 보면 나빠진 것 같았다. 환자를 보면 그대로였다.둘 중 편한 쪽을 고를 수는 없었다.은채는 담당 간호사에게 채혈 시각과 그동안 들어간 수액을 확인했다. 검사실에도 검체에 문제가 없었는지 물었다. 최초 출혈 뒤 혈액 수치가 뒤늦게 달라질 수 있고, 수액의 영향도 고려해야 했다. 그렇다고 이번 변화가 전부 그것 때문이라고 확정할 근거는 없었다.문정원이 들어와 같은 환자를 다시 봤다.“진찰은 아까하고 비슷하네.”“순환도 유지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수혈은 없고요.”“복부 초음파도 같이 보자.”침상에서 확인한 액체는 이전보다 뚜렷하게 늘었다고 말하기 어려웠다. 그 결과만으로 작은 혈관 문제까지 배제할 수는 없었다. 문정원은 은채와 현재 판단을 맞춘 뒤 검사 간격을 조정하고 관찰을 이어가기로 했다.출혈이 커진다고 판단되면 계획을 바꿀 준비는 그대로였다.정아가 두 사람을 번갈아 봤다.“피가 줄었다면서요. 수혈은 안 해요?”은채가 이번에는 앉았다.“피검사 수치가 내려갔습니다. 하지만 지금 결과 하나만으로 수혈이나 수술을 정하지는 않습니다. 계속 내려가는지, 몸의 다른 반응은 어떤지 함께 봐야 합니다.”“그럼 저는 좋은 쪽이에요, 나쁜 쪽이에요?”간단한 대답을 원했다. 은채는 그 마음을 알면서도 둘 중 하나를 고르지 못했다.“좋은 점은 혈압과 의식이 유지되고 있다는 겁니다. 더 확인해야 하는 점은 피검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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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3화. 정해둔 약속

정아의 메모에는 같은 시간이 두 번 적혀 있었다.하나는 진통제를 맞은 시각이었고, 다른 하나는 남편과 통화한 시각이었다. 두 줄 모두 덜 아팠다고 적혀 있었다.“이런 것까지 써도 돼요?”그녀가 물었다.“말씀하시는 데 도움이 되면요. 다만 적느라 호출을 늦추지는 마세요.”“기록 잘하면 빨리 나갈 수 있는 건 아니죠?”은채가 웃자 정아도 따라 웃었다. 전날보다 문장이 길어졌다.은채는 밤부터 아침까지의 진찰과 검사 결과를 설명했다. 집중 관찰은 계속 필요했다. 침대에서 자세를 바꾸는 일과 더 큰 활동을 시작하는 일은 구분해 안내했다. 식이도 통증과 속의 불편을 보며 조금씩 진행하기로 했다.정아는 수요일에 다시 영상검사를 검토한다는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피검사 괜찮아졌는데도 사진을 봐요?”“처음에는 뚜렷하지 않던 혈관 변화가 나중에 확인되기도 합니다. 정아 씨 손상은 그 부분도 확인하는 쪽으로 계획했습니다.”“그때까지 아무 일 없어도요?”“네. 상태가 나빠지면 그 전에 다시 보고요.”정아가 종이의 빈 곳에 수요일이라고 적었다. 은채는 그 옆에 퇴원이라는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복도로 나오자 남편이 옷 봉투를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면회 안내를 받는 사이 은채에게 한 가지만 묻겠다고 했다.“제가 어제 너무 같은 말만 했죠.”“걱정되셨잖아요.”“수술 안 하는 게 마음에 안 들었던 건 아닙니다. 뭐라도 끝났다는 말을 듣고 싶었던 것 같아요.”그는 봉투 손잡이를 내려다봤다.“집에 가서 생각해보니까, 내가 빨리 안심하고 싶었던 거더라고요.”은채는 남편이 고개를 들기를 기다렸다가 오늘 확인한 내용과 수요일에 볼 부분을 나눠 말했다. 그는 옷 봉투를 한 손으로 고쳐 들고 끝까지 들었다.“그럼 수요일 검사 얘기도 집사람하고 같이 듣겠습니다.”그는 안경 닦는 천을 봉투에서 찾아 맨 위에 넣었다. 어제부터 아내가 부탁했던 모양이었다.***장동식은 배액관을 뺀 자리에 붙은 드레싱을 내려다봤다.수술 후 6일째였다. 문정원과 은채는 식사할 때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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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4화. 새로 보이는 것

수요일 오전, 정아의 혈액검사 결과는 전날과 큰 차이가 없었다.은채는 야간 기록까지 읽고 병상으로 갔다. 정아는 도서관에 보낼 병가 관련 서류를 남편에게 부탁하고 있었다. 자료실에서 책을 정리하는 일을 한다고 했다. 자전거는 출퇴근용이었다.“넘어졌다는 말만 했더니 내일 나올 수 있냐고 물어서요. 제가 다쳤다는 설명을 너무 작게 했나 봐요.”은채는 필요한 서류는 정식 절차로 발급받도록 안내했다. 정아가 무리하게 출근 일정을 약속하지 않게, 치료가 아직 진행 중이라는 사실도 설명했다.진찰을 마칠 때까지만 해도 전날과 뚜렷하게 달라진 부분은 없었다.그런데 오전 11시 무렵 미경에게 연락이 왔다.“정아 씨, 통증 다시 봐주세요. 아침 약 드린 뒤 잠깐 괜찮았는데 이번에는 어깨까지 불편하다고 하세요.”“어디가 달라졌습니까?”“왼쪽 배는 계속 아프고요. 어깨 쪽도 불편하다고 하십니다. 진찰하고 영상 시간 같이 보셨으면 해요.”미경은 그날 오전 근무였다. 야간 담당에게 인계를 받은 뒤 정아를 직접 본 시간이 있었다. 비교하는 말에 기준이 붙어 있었다.은채는 병동에서 하던 일을 다른 담당에게 넘기고 중환자실로 갔다.정아는 오른손으로 왼쪽 어깨를 쓸고 있었다. 숨이 차서 말을 못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아침보다 대답이 짧았다.“언제부터 이쪽도 불편하셨어요?”“아까 조금요. 베개 때문인가 했는데, 누워 있어도 계속 그래요.”은채는 아픈 위치와 호흡, 어지럼증을 확인하고 다시 진찰했다. 복부 전체가 단단해진 것은 아니었다. 왼쪽 윗배의 압통이 전날보다 두드러졌고, 맥박도 아침보다 빨라져 있었다. 혈압은 유지되고 있었다.미경이 약을 준 시각과 환자가 다시 불편을 호소한 시각을 알려줬다.“제가 침상에 갔을 때 말씀하셨어요. 피검사가 안정됐다는 말을 듣고 따로 호출하는 건 망설이셨대요.”정아가 미안한 얼굴을 했다.“피검사 괜찮다니까 그냥 누워 있으면 되는 줄 알았어요.”“말씀해주셔서 지금 다시 보고 있습니다.”은채는 정아가 자기 잘못을 설명하는 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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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5화. 다른 길로 들어가는 사람

열린 문 안으로 큰 촬영 장비가 보였다. 혈관조영실은 은채에게 익숙한 수술실과 달랐다.정아는 앞쪽 준비 공간에서 멈췄다. 남편이 마지막 설명을 함께 들을 수 있도록 자리가 마련돼 있었다. 직원들이 환자와 시술 내용을 대조하는 동안 은채는 이동 중의 상태부터 전달했다.혈압이 떨어지거나 의식이 변하지는 않았다. 왼쪽 윗배의 통증은 남아 있었지만, 그 사이 더 심해지지는 않았다.준영은 정아가 들을 수 있는 위치에서 다시 설명했다. 혈관을 통해 손상 부위까지 접근하고, 문제가 생긴 가지의 혈류를 차단해 출혈 위험을 줄일 계획이었다. 확인된 병변과 실제 혈관의 모양에 따라 방법이 달라질 수도 있었다.“배를 열지는 않는 거죠?”“지금 계획은 그렇습니다. 다만 이것으로 조절되지 않으면 다른 치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그는 예상되는 불편과 시술 뒤 확인할 문제를 짚었다. 정아는 동의서의 자기 이름을 확인한 뒤 남편을 한 번 봤다.남편이 묻고 싶다는 듯 입을 열었다가 다물었다. 준영은 그쪽으로 몸을 돌렸다.“더 궁금한 것 있으십니까?”“어제까지 기다린 걸 되돌릴 수는 없는 거죠?”정아가 남편의 소매를 잡았다. 은채는 그 질문이 비난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시간을 돌리면 지금 이 방에 들어오지 않아도 됐을지 알고 싶은 얼굴이었다.준영이 모니터에 두 검사의 시점을 띄웠다.“처음 사진에서 이 병변은 뚜렷하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늘은 확인됐고요. 그 변화에 맞춰 지금 치료를 하는 겁니다.”“처음에 수술했으면…….”“그때 바로 장기를 제거하는 수술을 했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선택마다 얻는 것과 감수하는 것이 있습니다.”은채는 자신이 덧붙이려던 말을 삼켰다. 설명을 더 길게 하는 것보다, 남편이 방금 들은 말을 따라갈 시간을 주는 편이 나았다.정아가 먼저 말했다.“저는 지금 할 수 있는 것부터 들을래요.”정아가 남편의 소매를 놓았다. 남편은 직원의 안내에 따라 밖으로 나가기 전, 침대 옆에 놓인 안경집의 방향을 바로잡았다.***설명과 동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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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6화. 관을 뺀 자리

목요일 아침, 정아는 자신이 어젯밤에 몇 번 깼는지 기억하지 못했다.“배가 묵직해서 한 번, 옆에서 소리가 나서 한 번. 그다음은 잘 모르겠어요.”야간 기록에는 그녀가 기억하지 못하는 시간도 남아 있었다. 반복해서 확인한 통증과 활력징후, 필요한 처치와 그 반응. 은채는 정아의 말과 기록을 나란히 놓고 봤다.새로운 출혈을 의심할 만큼 맥박이 빨라지거나 혈압이 떨어지는 변화는 없었다. 복부 진찰도 전날 시술 뒤와 크게 다르지 않았고, 혈액검사 추이는 유지되고 있었다. 접근 부위에도 새로 불거진 문제가 없었다.정아는 자신이 결국 수술실로 가게 될까 봐 걱정했다고 털어놓았다.“통증이 있다고 곧바로 수술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달라졌을 때 다시 보는 건 필요해요.”“어제처럼요?”“네. 그걸 위해 여기 계시는 거고요.”은채는 앞으로의 활동과 식사 계획을 문정원, 담당팀과 맞췄다. 막연히 아프면 안 된다는 주의 대신, 어떤 변화가 생기면 바로 알려야 하는지 정아가 자기 말로 다시 설명하도록 했다.정아는 중간에 한 번 물었다. 잠들었다 깨서 땀이 날 때는 어떻게 구분해야 하느냐고.은채는 혼자 구분하려고 애쓰지 말고 불러달라고 했다. 환자가 미리 진단을 붙여야 호출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정아가 종이를 접으며 말했다.“숙제인 줄 알았네요.”“시험은 아닙니다.”“그럼 틀려도 되죠?”“말씀하셨다가 별일 아닌 건 괜찮습니다.”복도로 나온 은채는 이후 진찰 시각을 확인하고 병동으로 향했다.***임기석의 흉관 옆에 놓인 배액 용기에는 전날보다 적은 양이 모여 있었다.태오는 그 숫자 하나로 제거를 결정하지 않았다. 최근 배액의 양과 성상, 공기 누출 여부와 영상, 호흡 상태를 함께 확인했다. 더 유지해야 할 이유가 없는지 담당팀과 마지막으로 맞춘 뒤 기석에게 설명했다.“오늘 빼겠습니다.”기석이 침대에서 몸을 세우려다 선옥의 손에 멈췄다.“아직 안 뺐잖아.”“아, 그렇지.”은채도 그 말을 듣고 웃었다. 지난주에는 호흡기를 뗄 수 있을지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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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7화. 기다리면 안 되는 이유

“선생님, 배 아프신 분인데 사타구니에도 뭐가 만져집니다.”금요일 오후 3시 20분, 민재가 은채를 불렀다.은채는 오후 근무를 시작한 뒤 병동 인계를 확인하고 있었다. 오전 팀이 본 환자들 가운데 정아는 시술 뒤 경과를 더 확인한 후 일반병동으로 옮겨 있었다. 새 출혈을 의심할 만한 변화는 없었다.은채는 그 기록을 닫고 민재에게 물었다.“지금 상태는?”“의식 명료하고 혈압은 유지됩니다. 구토했고 배가 불러 있습니다. 권 선생님이 먼저 보고 외과 요청하셨습니다.”“통증은 언제부터?”“오늘 아침부터라고 하십니다. 사타구니 불편은 그전에도 가끔 있었고요.”은채는 진료 구역으로 내려가며 필요한 준비를 요청했다. 우선 환자를 직접 보고, 검사와 처치는 상태에 맞춰 진행해야 했다.침대에는 작은 체구의 여성이 오른쪽 다리를 조금 굽힌 채 누워 있었다. 보호자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침대 난간에는 구토용 주머니가 걸려 있었다.“오순자 님 맞으시죠?”“네.”“외과 서은채입니다. 어디가 제일 아프세요?”순자는 배 가운데를 가리켰다가 손을 내렸다.“여기도 아프고, 아래쪽도요. 운동을 잘못했나 봐요.”순자는 69세였다. 일주일에 두 번 동네에서 탁구를 친다고 했다. 며칠 전 공을 받으려 다리를 뻗은 뒤 오른쪽 사타구니가 당겼다. 쉬면 덜해져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오늘은 아침부터 통증이 가라앉지 않았다.점심 무렵에는 구토가 시작됐다.은채는 과거 수술과 질환, 복용약, 식사와 배변 상태를 확인했다. 복부 수술을 받은 적은 없었다. 마지막으로 먹은 것은 오전 9시께의 죽이었다.“아래쪽도 진찰해야 합니다. 커튼 닫고 필요한 부분만 보겠습니다.”담당 간호사가 곁에 섰다. 은채는 진찰할 범위를 설명하고 환자의 동의를 얻었다. 순자는 담요를 놓지 못하다가 은채의 말에 손을 풀었다.오른쪽 사타구니 아래에 작고 단단한 종괴가 있었다. 겉으로 크게 부풀지 않았지만 압통은 뚜렷했다. 복부도 팽만해 있었고, 통증이 반복되는 사이에도 완전히 편해지지 않았다.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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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8화. 사라진 덩이

마취가 진행된 뒤, 사타구니의 덩이가 작아졌다.체위를 잡고 준비하는 동안에는 더 이상 처음처럼 뚜렷하게 만져지지 않았다. 은채는 달라진 진찰 소견을 문정원에게 바로 말했다.“환원된 것 같습니다.”“들어간 장이 괜찮다는 뜻은 아니지.”밖으로 끼어 나왔던 장이 안으로 돌아간 것일 수 있었다. 마취로 근육의 긴장이 풀린 뒤 자연스럽게 환원되기도 했다. 하지만 혈류가 눌린 동안 장벽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겉에서 알 수 없었다.수술 계획은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복강 안에서 해당 장을 정확히 찾아 평가해야 할 이유가 분명해졌다.은채는 모니터의 위치를 확인했다. 팀이 준비를 마쳤고, 마취과에서 환자의 상태를 전달했다.“시작하겠습니다.”카메라가 들어가자 팽창한 소장이 화면을 채웠다. 평소보다 움직일 공간이 좁았다. 늘어나 얇아진 장벽을 누르지 않도록, 은채는 기구 끝이 화면 밖으로 벗어나지 않게 움직였다.오른쪽 아래를 향하자 대퇴관 쪽으로 이어지는 결손이 보였다. 지금 그 입구에는 장이 끼어 있지 않았다.은채는 빈 구멍을 오래 보지 않았다.빠져나온 장을 찾아야 했다.문정원이 시야를 도왔다. 은채는 정상 부위에서부터 장을 따라 시야를 옮겼다. 한쪽에서 갑자기 색이 어두워지는 구간이 나타났다. 장벽에는 눌렸던 흔적이 남아 있었고, 주변 조직은 부어 있었다.“여기입니다.”화면 가운데로 해당 부위를 옮겼다. 억눌렸던 짧은 구간이 주변의 붉은 장과 분명하게 달랐다. 은채는 반대쪽 면도 볼 수 있게 방향을 바꿨다.첫눈에 검게 죽어버린 장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어두운 자국을 그대로 두고 괜찮다고 판단할 수도 없었다.문정원이 물었다.“어떻게 할래?”“천공은 보이지 않습니다. 먼저 회복 조건을 확인하고 다시 평가하겠습니다. 돌아오지 않거나 생존성이 의심되면 절제하겠습니다.”은채는 마취과에 현재 순환 상태를 확인했다. 화면 속 장의 색만 보는 동안 환자의 전체 상태가 달라져서는 안 됐다. 원인이 풀린 뒤 혈류가 돌아올 시간을 주면서 다른 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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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화. 먼저 물어봐도 됩니까

토요일 낮에 출근한 은채는 밤과 오전의 기록을 읽은 뒤 순자의 병실로 갔다.수술 후 1일째였다. 마취에서 충분히 깨어났고, 호흡과 혈압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었다. 복부 팽만과 통증은 수술 전보다 줄어 있었다. 감압관도 경과를 확인한 뒤 오전에 제거됐다.순자는 은채를 보자마자 담요를 조금 내렸다.“보여드려야죠?”“제가 말씀드리면 그때요.”옆 침대 쪽 커튼을 치고 설명한 뒤 진찰했다. 상처의 상태와 복부 압통을 확인하는 동안 순자는 아픈 위치를 손가락으로 짚었다. 전날처럼 배 전체를 움켜쥐지는 않았다.회복실에서 나눴던 대화는 절반쯤 기억한다고 했다.“장을 안 잘랐다는 건 기억나요.”“그때 바로 물으셨어요.”“기억에 남으라고 그랬나 보네요.”나경이 어머니의 물컵을 옮겼다. 담당팀은 속의 불편과 복부 상태를 살피며 식이를 진행하고, 통증 조절을 맞춰 활동을 늘릴 계획이었다. 은채는 갑자기 배가 더 아프거나 토하는 등 새로운 변화가 생기면 바로 알려달라고 했다.나경은 어제보다 질문이 구체적이었다. 침대에서 일어날 때 어디를 도와야 하는지, 집에 가면 어느 정도까지 움직여도 되는지 물었다.퇴원 날짜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회복을 준비하는 일은 시작할 수 있었다.순자가 침대 옆 가방을 눈으로 가리켰다.“저 안에 라켓 있어요. 집에 가져가.”“입원 짐에 그걸 왜 넣었어?”“운동 가던 가방 그대로 왔으니까.”은채는 활동을 다시 시작하는 시점은 수술 부위와 회복을 보며 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순자는 당장 치겠다는 뜻이 아니라며 손을 저었다.“안 잃어버리려고 그래요. 손잡이가 내 손에 딱 맞거든.”나경이 가방 지퍼를 닫았다. 은채는 수술 전 순자가 했던 말을 기억했다. 아직 걷는 것은 잘한다고 했었다.은채는 집에 가져간다는 라켓을 한 번 더 봤다. 다음 외래에서는 어느 정도 움직일 수 있을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기를 바랐다.***정아는 일반병실 창가에 앉아 있었다.금요일 오전 옮긴 뒤에도 진찰과 활력징후, 필요한 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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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화. 다음에 부를 이름

월요일 아침, 정아의 침대 아래에 운동화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은채는 일요일 담당팀의 진찰과 추적 영상을 먼저 확인했다. 색전술로 치료한 혈관 병변은 더 이상 채워지지 않았고 새 출혈 소견도 없었다. 시술한 부위의 변화는 예상 범위에서 관찰됐으며, 추가 처치가 필요한 문제는 확인되지 않았다.진찰과 검사 추이, 식사와 활동 상태를 함께 검토한 뒤 문정원과 퇴원을 결정했다.입원한 지 7일이 지났고, 시술 후에는 5일째였다.정아는 마지막 설명을 들을 때 무릎 위에 종이를 올려놓았다. 처음에는 아픈 시각만 적었던 종이에 이제 외래 날짜와 물어볼 일들이 붙어 있었다.“급하게 배가 더 아프거나 어지럽고 식은땀이 나면 기다리지 않는 거죠?”“네. 외래 날짜가 잡혀 있어도 새로운 증상이 생기면 바로 평가받으셔야 합니다.”은채는 연락과 내원 방법을 확인하고 활동 계획을 다시 설명했다. 당분간 책 상자를 옮기지 않고, 자전거도 쉬기로 했다. 더 큰 활동으로 돌아가는 시점은 추적 진찰과 필요한 영상으로 회복을 확인하며 조정할 예정이었다.“그럼 버스 타고 출근하는 건 언제부터요?”정아가 물었다.은채는 출퇴근 자체뿐 아니라 실제로 맡을 일과 하루를 견딜 체력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우선 회복할 시간을 확보하고, 외래에서 업무 조정 내용까지 다시 상의하기로 했다.남편이 가방의 책을 빼 자기 가방에 넣었다.“이건 제가 들겠습니다.”“그 책 한 권보다 당신이 가져온 것들이 더 무겁겠다.”정아가 웃었다. 남편은 대답 대신 가방을 닫았다.은채는 시술 부위와 복부 상태를 마지막으로 살피고, 정아가 준비해둔 질문이 남아 있는지 물었다.“수술 잘하시는 분이라고 들었거든요.”정아가 말했다.“그런데 저는 다른 선생님한테 시술받고 나가네요.”은채는 잠깐 웃었다.“정아 씨한테 필요한 치료가 그쪽이었으니까요.”“그럼 선생님은 안 아쉬워요?”“아니요. 오늘 집에 가시는 게 좋습니다.”정아는 접은 종이를 가방 바깥 주머니에 넣었다. 그러고는 한 번 더 은채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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