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재가 카메라를 조금 가까이 옮겼다.화면 속 십이지장 벽이 커졌다. 구멍 가장자리는 주변보다 색이 탁했고, 얇은 막처럼 들뜬 부분도 있었다. 은채는 물러진 조직을 무리하게 집지 않고 봉합이 버틸 범위를 살폈다.“류 선생, 지금보다 조금 뒤로요. 주변까지 보이게.”화면이 넓어졌다. 은채는 그 안에서 기구를 움직였다.작은 구멍 옆으로 조직이 물러져 있었다. 은채는 바늘을 대려던 곳에서 조금 더 바깥으로 눈을 옮겼다. 구멍을 덮어도 약한 가장자리가 찢어지면, 막았던 곳이 다시 샐 수 있었다.문정원이 다른 쪽 시야를 확보했다. 은채는 어디까지를 안정된 조직으로 보는지 설명했고, 문정원은 직접 상태를 살핀 뒤 진행하도록 했다.첫 봉합을 잡는 동안 기구의 각도가 불편했다. 은채는 손목에 힘을 더 주는 대신 잠깐 멈췄다.“교수님, 이쪽 시야 조금만 더 열어주실 수 있을까요?”문정원이 위치를 바꾸었다. 다음 동작이 부드럽게 이어졌다.전에는 그런 부탁을 하는 몇 초가 아까웠다. 본원에서는 어색해하는 틈을 보이면 바로 기구를 넘기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손에 힘을 더 주고 어떻게든 해내는 버릇이 남아 있었다.지금 문정원은 기구를 빼앗지 않았다. 필요한 공간을 만들어주고, 은채가 끝낼 때까지 자기 위치를 지켰다.“그 각도면 괜찮겠어?”“네. 이제 보입니다.”은채는 말한 대로 진행했다.손끝보다 화면 속 조직의 움직임을 먼저 봤다. 당기는 힘이 한곳에 몰리지 않도록 조절하자 들떠 있던 부분이 안정됐다. 문정원이 같은 자리를 확인하는 동안 그녀는 다음에 필요한 것을 준비했다.수술실의 소리가 또렷하게 들렸다. 흡인기가 멈추는 순간, 마취기에서 이어지는 숨소리, 기구간호사가 필요한 물건을 놓는 소리. 은채가 설명하지 않아도 통하는 부분이 조금씩 늘고 있었다.“순환 유지되고 있습니다.”소민의 보고가 왔다.은채는 반사적으로 속도를 올리지 않았다. 환자가 지금 견딘다고 불필요한 시간을 더 써도 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서두르다 다시 해야 하는 일도 만들 수 없었
Last Updated : 2026-10-17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