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전화기 너머에서 한참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다 헛기침을 했다."……있제. 어디 가겄냐.""얼마예요?""세어 봤냐고? 세어 봤제. 백오십육 장. 삼 년에 목요일이 백오십육 번이더라. 한 번도 안 빠졌어, 그 청년. 비 와도, 눈 와도, 명절 끼어도. 명절 목요일엔 가게 문 닫았는디, 셔터에 천 원을 테이프로 붙여 놓고 갔더라."보리는 처음 듣는 얘기였다."아빠, 그걸 왜 저한테 말 안 했어요?""니가 알면 부담스러울까 봐. 사내가 천 원 붙이고 간 걸 여자가 알면 쓰겄냐."아빠 기준으론 그렇다. 보리 기준으론 아니었다. 보리는 전화를 끊고 한참 앉아 있었다. 셔터에 테이프로 붙인 천 원. 그 모습이 자꾸 떠올랐다.―태오 생일 당일, 월요일 새벽 세 시. 순옥이네 김밥.보리가 가게 불을 켰다. 평소보다 한 시간 반 일렀다. 조리대 위에 둥근 케이크 틀 하나. 찬이가 어제 제과 재료 가게에서 사 온 거였다."누나, 진짜 김밥으로 케이크를 해?"찬이가 하품을 하며 물었다. 오토바이 배달 기사로 새벽 소집됐다."응. 봐 봐."보리가 김밥을 말았다. 기본, 참치, 치즈, 우엉 두 줄. 네 가지를 한 줄씩. 그걸 도톰하게 썰었다. 케이크 틀 바닥에 밥을 얇게 깔고, 김밥 조각을 단면이 위로 오게 빙 둘러 세웠다. 바깥 원은 참치, 안쪽 원은 치즈, 그 안쪽은 기본, 한가운데는 우엉 두 줄.위에 달걀지단을 얇게 부쳐 덮었다. 노란 크림 대신. 지단 위에 김 가루로 글씨를 썼다. 손가락 끝으로 한 자씩.«목요일»"누나, 생일인데 왜 목요일이야?""오늘 월요일이잖아. 그래서."찬이는 이해 못 했다. 괜찮다. 이해할 사람은 따로 있다.마지막으로 꼬다리. 보리가 꼬다리를 하나씩 케이크 가장자리에 꽂았다. 초 대신. 하나, 둘, 셋……. 서른한 개."누나. 초를 꼬다리로 꽂아?""응. 오빠는 삼 년 동안 꼬다리만 먹었어. 오늘은 꼬다리가 오빠 나이를 세는 거야."찬이가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말했다."누나. 이거 새벽상에
Last Updated : 2026-10-19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