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이 조용했다. 에어컨 바람에 커튼 끝이 흔들렸다.태오가 먼저 입을 열었다."큰어머니. 차례 음식은 매년 큰어머니랑 오 여사님이 두 달 전부터 준비하시잖아요. 그걸 결혼 석 달 된 사람한테…….""그러니까 배워야지, 태오야. 친척들까지 사십 명이에요. 차례상 두 벌, 손님상 여섯 개. 전 열두 가지, 나물 아홉 가지, 탕 세 가지, 떡 두 가지. 목록은 오 여사한테 있어요."혜란이 보리를 봤다."그리고 하나만 더. 새아기 친정 도움은 안 돼요. 이 집 며느리로서 하는 거니까."태희가 포크를 내려놨다. 소리가 컸다. 예나는 고개를 숙였다. 회장은 말이 없었다. 생각 중이다.보리는 빨간 머리끈을 풀었다가 다시 조였다. 식탁 위에서, 모두가 보는 앞에서. 이건 순옥이네 식 선전포고다. 물론 이 집 사람들은 그걸 모른다."네, 큰어머님. 할게요.""……보리야."태오가 보리 손목을 잡았다. 보리가 태오 손등을 두 번 두드렸다. 괜찮다는 뜻이다."하나만 여쭤볼게요, 큰어머님. 장은 시장에서 봐도 되죠? 돈 내고 사는 거니까요. 친정 도움이 아니라 장사잖아요."혜란이 멈칫했다. 그리고 웃었다."장이야 어디서 보든 새아기 마음이죠.""그리고 이 집 식구들이 돕겠다고 하면요?""……식구가 식구 돕는 거야 누가 말려요.""네. 감사합니다."태희가 식탁 밑으로 엄지를 들었다. 예나가 고개를 살짝 들었다. 회장이 고무줄을 튕겼다. 탁.혜란은 그 순간 알았다. 방금 자기가 문을 두 개나 열어 줬다는 걸. 시장 문과 식구 문. 하지만 이미 늦었다. 말은 김밥이랑 같아서, 한 번 말면 다시 펼 수가 없다.―다음 날 오후. 본가 부엌. 오 여사가 서랍 맨 밑 칸에서 믹스커피 대신 공책 세 권을 꺼냈다. 표지가 누렇게 바래 있었다."차례 장부예요. 삼십 년 치."해마다 날짜, 인원, 음식, 양, 장 본 곳, 값. 그리고 맨 아래 작은 글씨.«올해 동그랑땡 남음. 내년 스무 개 줄일 것.»«회장님 토란국 두 그릇. 간 딱 맞음.»«식혜 한 통
ปรับปรุงล่าสุด : 2026-10-19 อ่านเพิ่มเติ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