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내시장에서 제일 먼저 불이 켜지는 집이 어디냐고 물으면, 요즘 시장 사람들은 대답하다 싸운다.순옥이네 김밥이라는 사람. 새벽 네 시 반.배가네 떡방이라는 사람. 새벽 두 시. 요즘은 할머니 대신 딸이 불을 켠다. 일주일에 사흘. 서림동에서 첫차보다 먼저 기사 차를 타고 온다. 진주 귀걸이는 떡집 서랍에 넣어 두고.태민 반찬이라는 사람. 새벽 세 시 반. 계란말이는 새벽에 부쳐야 결이 곱다고, 새로 온 반찬 가게 사장이 우긴다.그래서 요즘 솔내시장의 새벽은 세 번 켜진다. 두 시, 세 시 반, 네 시 반. 떡, 계란, 김밥. 시장 사람들은 그걸 "솔내 새벽 삼 교대"라고 부른다. 태식이가 지었다.―목요일 새벽 네 시 반. 결혼하고 딱 일 년이 되는 주.보리가 셔터 밑으로 허리를 숙이고 들어갔다. 조금 천천히. 배가 아직 티는 안 났지만 몸이 먼저 조심했다. 빨간 머리끈을 한 번 더 조였다."자, 오늘도 백이십 줄."노란 앞치마를 두르고 «순옥이네» 글자를 손바닥으로 쓸었다. 출근 도장.엄마가 조리대 옆에 서 있었다. 원래는 아홉 시에 나오는 엄마가, 요즘은 네 시 반에 같이 나온다. 딸이 새벽에 혼자 김밥 싸는 걸 못 보겠다고."오늘은 네가 싸라. 참기름 냄새 괜찮냐?""괜찮아요, 엄마. 입덧 끝났어요. 오늘은 제가 쌀게요.""그래. 오늘은 니가 싸야제. 목요일이잖여."엄마는 알고 있었다. 오늘이 무슨 목요일인지. 순옥 여사는 모르는 척을 잘하지만, 아는 척도 딱 필요한 만큼 한다.밥솥 두 개가 칙칙 소리를 냈다. 보리가 밥을 펼쳤다.들기름 한 방울. 깨소금 한 줌. 소금 조금.주걱은 세워서 자르듯이. 밥을 비비지 말고 달래라.시금치, 당근, 지단, 어묵, 햄. 그리고 우엉 두 줄.김 한 장, 밥 한 주걱, 재료 가지런히. 말고, 누르고, 참기름 붓질.사십 초.일 년 전 봄과 똑같은 손이었다. 조금 달라진 게 있다면, 이제 조리대 서랍 안에 공책이 두 권 더 있다는 것. 온도 기록장 옆에 단골 장부 백사십 줄. 그리고 새
Last Updated : 2026-10-19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