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막내며느리는 김밥집 딸

재벌가 막내며느리는 김밥집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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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oUpdated just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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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목요일 새벽 여섯 시 십 분, 김밥 꼬다리만 사 가던 단골이 청혼했다. 그런데 그 남자의 할아버지가 해강그룹 회장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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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꼬다리는 천 원입니다

솔내시장에서 제일 먼저 불이 켜지는 집이 어디냐고 물으면, 시장 사람 열에 아홉은 순옥이네 김밥이라고 답한다.

나머지 한 명은 떡집 할머니다. 할머니는 새벽 두 시에 떡을 찌니까, 사실 그 말이 맞다. 하지만 떡집은 셔터를 열한 시에 올리니 아무도 쳐주지 않는다.

아무튼 새벽 네 시 반.

입구에서 세 번째 가게, 순옥이네 김밥의 셔터가 반쯤 올라갔다. 그 밑으로 스물여덟 살 윤보리가 허리를 숙이고 들어갔다. 빨간 머리끈을 한 번 더 조이면서.

"자, 오늘도 백이십 줄."

혼잣말이지만 이 말을 안 하면 하루가 시작되지 않는다. 보리 나름의 출근 도장이다. 도장은 하나 더 있는데, 노란 앞치마 가슴께에 수놓인 «순옥이네» 글자를 손바닥으로 한 번 쓸어 주는 것이다.

밥솥 두 개가 칙칙 소리를 냈다. 보리는 큰 양푼에 밥을 퍼서 펼쳤다.

들기름 한 방울. 깨소금 한 줌. 소금 조금.

주걱은 세워서 자르듯이. 비비면 밥알이 운다. 이건 열두 살 때 엄마한테 주걱으로 손등을 맞아 가며 배운 것이다.

"밥을 비비지 말고 달래라, 달래!"

엄마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자동 재생됐다. 십육 년째 재생 중이다.

시금치, 당근, 달걀지단, 어묵, 햄. 그리고 우엉 두 줄.

다른 집은 단무지 넣는 자리에 순옥이네는 우엉을 두 줄 넣는다. 씹을수록 달아서, 단골들은 이걸 알고 온다. 모르고 온 손님도 두 번째부터는 안다.

김 한 장, 밥 한 주걱, 재료 가지런히.

말고, 누르고, 참기름 붓질.

한 줄에 사십 초. 시장에서 보리보다 빠른 손은 딱 하나, 보리 엄마 손뿐이다.

여섯 줄쯤 쌓였을 때 맞은편 셔터가 드르륵 올라갔다.

"보리 사장! 벌써 나왔나!"

곽씨네 반찬 곽 사장이다. 상인회장이고, 이 시장에서 목소리가 제일 크다. 경상도 사람이라 반가울 때도 싸우는 것처럼 들린다.

"사장님, 오늘 우엉 조림 있어요?"

"있다. 근데 오늘은 좀 비싸다."

"어제보다요?"

"어제보다 천 원."

"그럼 어제 거 주세요."

"어제 건 없다. 다 팔렸다."

"그럼 내일 거 미리 주세요. 내일은 천 원 싸게 하실 거잖아요."

"하이고, 저 주둥이. 순옥 씨 딸 아니랄까 봐!"

곽 사장은 결국 우엉 조림을 한 통 가득 담아 가게 문턱에 올려 두고 갔다. 계산은 월말에 몰아서. 솔내시장은 그렇게 돌아간다.

―

다섯 시 반부터 손님이 들었다.

첫 손님은 늘 청소 일 하는 박 씨 아주머니다.

"참치 둘이제?"

"응. 우리 영감 거 하나, 내 거 하나."

"아저씨 허리는 좀 괜찮으세요?"

"아이고, 그걸 어떻게 기억해 쌌노."

보리는 대답 대신 김밥 두 줄을 은박지에 쌌다. 기억하는 건 어렵지 않다. 사람 얼굴을 보면 그 사람 김밥이 먼저 떠오른다. 박 씨 아주머니는 참치 둘. 건너편 버스 기사님은 기본 셋에 단무지 따로. 학원 가는 쌍둥이는 햄 빼고.

여기서 잠깐, 보리에게는 김밥으로 외우는 손님이 한 명 더 있다.

여섯 시가 되면 보리는 스테인리스 쟁반 하나를 조리대 앞쪽으로 당겨 놓는다. 김밥 썰고 남은 양 끝, 꼬다리를 모아 둔 쟁반이다. 재료가 삐죽삐죽 튀어나와 못생겼지만 속은 제일 꽉 찬 부분.

원래는 식구들 점심이거나 시장 할머니들 간식이었다. 삼 년 전까지는.

여섯 시 칠 분. 보리가 은박 봉지를 꺼냈다.

여섯 시 구 분. 꼬다리를 한 줌 담았다.

여섯 시 십 분.

"안녕하세요."

딱 그 시각에 그 목소리가 들렸다.

권태오. 서른한 살. 남색 코트, 단정하게 넘긴 머리, 늘 조금 피곤해 보이는 눈. 삼 년째 매주 목요일 여섯 시 십 분에 나타나 꼬다리만 사 가는 남자다.

"오늘도 꼬다리요?"

"오늘도 꼬다리요."

태오는 봉지를 받고 천 원짜리 한 장을 계산대 동전통 밑에 끼웠다.

처음에 보리는 이 돈을 안 받았다. 꼬다리는 파는 물건이 아니니까. 그런데 이 남자가 석 달 내내 천 원을 몰래 끼워 두고 갔다. 결국 보리가 졌다. 그렇게 순옥이네 메뉴판에 없는 메뉴가 하나 생겼다. 꼬다리 한 봉지, 천 원.

그리고 일 년 전부터, 이 남자는 보리의 남자친구였다.

이 사실을 시장에서 모르는 사람은 없다. 모르는 척하는 사람만 있을 뿐이다.

"오늘은 일 분 늦으셨네요."

"시계 보고 있었어?"

"아니요. 김밥이 알려 줬어요."

태오가 웃었다. 이 남자는 입보다 눈이 먼저 웃는다.

"보리야, 오늘 가게 몇 시에 닫아?"

"목요일이니까 두 시요. 왜요?"

"그럼 두 시에 다시 올게. 반차 냈어."

보리 손이 멈췄다. 연애 일 년 동안 이 남자가 반차를 쓴 적은 없었다. 데이트는 늘 밤 아홉 시 넘어서였다. 회사원은 원래 다 그런 줄 알았다.

"무슨 일 있어요?"

"두 시에 말할게."

태오는 목례를 하고 가다가 돌아섰다.

"보리야. 오늘 머리끈 새로 샀어?"

"아니요. 원래 이거예요."

"그래? 오늘따라 더 빨개 보여서."

그 말만 남기고 갔다.

보리는 김 한 장을 찢어 입에 넣었다.

"저 사람 오늘 이상하다."

그렇다. 이상했다. 그리고 그 이상함은 오후 두 시에 폭발한다.

―

같은 시각, 시장 입구 대로변.

태오가 검은 승용차 뒷좌석에 타자 운전석의 비서 정우진이 백미러로 힐끔 봤다.

"본부장님, 또 그거 드십니까."

"응."

태오는 꼬다리 하나를 입에 넣었다. 우엉이 씹혔다. 달았다.

"오늘 두 시 일정 비워 놨습니다. 그리고 이거."

우진이 조수석 서랍에서 남색 벨벳 상자를 꺼냈다.

"금은방 사장님이 두 번 물어보셨습니다. 정말 이 글자가 맞느냐고."

상자 안에는 장식 하나 없는 은반지가 있었다. 안쪽에 작은 글씨.

«목요일 6:10»

"맞아."

"다이아몬드도 아니고 금도 아니고 새긴 글자가 그거라니까, 사장님이 걱정하시더군요."

"그 사람은 다이아몬드 끼고 김밥 못 말아."

우진은 더 묻지 않았다. 삼 년 동안 목요일마다 시장 입구에 차를 대 온 사람의 지혜였다.

―

아홉 시가 넘자 엄마 양순옥이 가게에 나왔다. 가게 간판의 그 순옥이다. 전라도 해남 출신이라 말끝이 살짝 올라간다.

"백이십 줄 다 쌌냐?"

"백십사 줄이요. 밥이 모자라서요."

"밥을 넉넉히 하라니께. 너는 꼭 딱 맞게 하드라."

"딱 맞아야 안 남죠."

"안 남으면 뭐 한다냐. 모자라서 못 판 손님은 어쩌고."

잔소리를 하면서 엄마는 벌써 쌀을 씻고 있었다. 엄마의 걱정은 늘 잔소리 모양으로 나온다.

뒤따라 아빠 윤만복이 들어와 계산대 앞에 앉았다. 개인택시 이십 년을 하다 허리 때문에 그만둔 뒤로, 배달과 계산이 아빠 몫이다.

"보리야, 목요일 청년 왔다 갔냐?"

"왔다 갔어요."

"천 원 두고 갔냐?"

"두고 갔어요."

"그 청년은 천 원을 참 성실하게 두고 가."

아빠는 동전통 밑에서 천 원을 꺼내 서랍 속 봉투에 넣었다. 봉투 겉에 아빠 글씨로 «목요일». 삼 년 치 천 원이 거기 다 들어 있다.

"아빠, 그거 아직도 모아요?"

"모아야제. 나중에 돌려줄지 축의금으로 줄지 봐서."

"아빠!"

"농담이다, 농담."

농담이라는데 얼굴은 진지했다. 아빠 농담은 원래 그렇다. 웃기려고 하는 건지 아닌지 본인도 모른다.

열 시쯤 떡집 배 할머니가 쟁반을 들고 왔다.

"순옥아, 꽃송편 남은 거여. 보리도 하나 먹어 봐."

매화 모양 누름틀로 찍은 송편이다. 솔내시장에서 배가네 떡방 꽃송편을 모르면 간첩이다.

"할머니, 오늘은 왜 이렇게 많이 남았어요?"

"손이 자꾸 많이 가더라구. 서울 사는 우리 딸 생각하면서 빚으니께."

할머니는 늘 그렇게 말한다. 서울 가서 잘 사는 우리 딸. 그런데 그 딸을 본 사람이 시장에 아무도 없다. 이 이야기가 한참 뒤에 어디로 흘러갈지, 이때는 할머니도 몰랐다.

―

오후 두 시. 셔터를 반쯤 내린 가게.

엄마 아빠는 은행에 갔다. 태오가 빈손으로 들어왔다.

"점심 먹었어요? 남은 거 있는데."

"보리야, 잠깐 앉아 봐."

둘은 조리대를 사이에 두고 앉았다. 보리가 매일 새벽 백이십 줄을 마는 자리다. 태오가 왼쪽 귀를 만졌다. 곤란할 때 나오는 버릇이다.

"삼 년 전 비 오던 날 기억나?"

"그럼요. 오빠 비 쫄딱 맞고 우리 가게 차양 밑에 앉아 있었잖아요. 무슨 조사 나왔다면서."

"네가 우산 줬잖아. 검은 장우산."

"손잡이에 순옥이네라고 써 놓은 거요. 그거 아직도 안 돌려줬죠."

"안 돌려줄 거야."

태오가 주머니에서 남색 상자를 꺼냈다.

보리의 검지가 허공에 작은 동그라미를 그렸다. 긴장하면 저절로 나오는 버릇이다. 김 마는 손동작이다.

"그날 김밥도 한 줄 줬잖아. 그거 먹고 생각했어. 이 사람 옆에서 아침을 먹고 싶다고. 그래서 삼 년 동안 목요일마다 왔어. 이제 목요일 말고 매일 오고 싶어."

상자가 열렸다. 은반지.

"안쪽 봐 봐."

«목요일 6:10»

"결혼해 줄래?"

가게 밖으로 오토바이가 지나갔다. 멀리서 떡집 할머니가 외쳤다. "꽃송편 떨이요오!"

분위기는 없었다. 하지만 보리한테는 이게 분위기였다.

반지를 끼워 봤다. 딱 맞았다. 김밥 마는 손이라 마디가 굵은데도.

"사이즈는 어떻게 알았어요?"

"네가 고무장갑 벗어 놓을 때마다 봤어."

보리가 웃음을 터뜨렸다. 웃다가 코끝이 시큰해졌다.

"해요. 결혼."

태오가 숨을 크게 내쉬었다. 삼 년 치 숨이었다.

자, 여기까지는 아주 훌륭한 청혼이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근데 보리야. 하나 말 안 한 게 있어."

태오가 다시 왼쪽 귀를 만졌다. 아까보다 오래. 귀가 빨개질 만큼.

"나 회사원 맞아. 해강유통 다니는 것도 맞고."

"알아요. 본부장이라면서요. 승진 빨리 했다고."

"그게, 빨리 한 이유가 있어."

보리는 반지 낀 손을 조리대 위에 올려놓고 기다렸다. 김밥집 딸은 기다리는 데 익숙하다. 밥이 뜸 드는 동안은 뚜껑을 열면 안 되니까.

태오가 드디어 뚜껑을 열었다.

"우리 할아버지가 해강그룹 회장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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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다리는 천 원입니다
솔내시장에서 제일 먼저 불이 켜지는 집이 어디냐고 물으면, 시장 사람 열에 아홉은 순옥이네 김밥이라고 답한다.나머지 한 명은 떡집 할머니다. 할머니는 새벽 두 시에 떡을 찌니까, 사실 그 말이 맞다. 하지만 떡집은 셔터를 열한 시에 올리니 아무도 쳐주지 않는다.아무튼 새벽 네 시 반.입구에서 세 번째 가게, 순옥이네 김밥의 셔터가 반쯤 올라갔다. 그 밑으로 스물여덟 살 윤보리가 허리를 숙이고 들어갔다. 빨간 머리끈을 한 번 더 조이면서."자, 오늘도 백이십 줄."혼잣말이지만 이 말을 안 하면 하루가 시작되지 않는다. 보리 나름의 출근 도장이다. 도장은 하나 더 있는데, 노란 앞치마 가슴께에 수놓인 «순옥이네» 글자를 손바닥으로 한 번 쓸어 주는 것이다.밥솥 두 개가 칙칙 소리를 냈다. 보리는 큰 양푼에 밥을 퍼서 펼쳤다.들기름 한 방울. 깨소금 한 줌. 소금 조금.주걱은 세워서 자르듯이. 비비면 밥알이 운다. 이건 열두 살 때 엄마한테 주걱으로 손등을 맞아 가며 배운 것이다."밥을 비비지 말고 달래라, 달래!"엄마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자동 재생됐다. 십육 년째 재생 중이다.시금치, 당근, 달걀지단, 어묵, 햄. 그리고 우엉 두 줄.다른 집은 단무지 넣는 자리에 순옥이네는 우엉을 두 줄 넣는다. 씹을수록 달아서, 단골들은 이걸 알고 온다. 모르고 온 손님도 두 번째부터는 안다.김 한 장, 밥 한 주걱, 재료 가지런히.말고, 누르고, 참기름 붓질.한 줄에 사십 초. 시장에서 보리보다 빠른 손은 딱 하나, 보리 엄마 손뿐이다.여섯 줄쯤 쌓였을 때 맞은편 셔터가 드르륵 올라갔다."보리 사장! 벌써 나왔나!"곽씨네 반찬 곽 사장이다. 상인회장이고, 이 시장에서 목소리가 제일 크다. 경상도 사람이라 반가울 때도 싸우는 것처럼 들린다."사장님, 오늘 우엉 조림 있어요?""있다. 근데 오늘은 좀 비싸다.""어제보다요?""어제보다 천 원.""그럼 어제 거 주세요.""어제 건 없다. 다 팔렸다.""그럼 내일 거 미리 주세요. 내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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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 바구니는 두 개
"……해강그룹이요?"보리는 반지 낀 손을 조리대 위에 그대로 둔 채 물었다."그 해강? 마트도 하고 호텔도 하고, 택배 트럭 옆구리에 파란 글씨로 쓰여 있는 그 해강?""응. 그 해강.""할아버지가 거기 회장님이고요?""응.""그럼 오빠는…….""손자. 막내."보리의 검지가 허공에 동그라미를 세 번 그렸다. 김밥 세 줄 분량의 동요였다."오빠. 삼 년 동안 꼬다리를 천 원 주고 사 먹은 사람이 재벌 손자였어요?""응.""왜요?""왜냐니?""재벌 손자면 참치김밥 사 먹어도 되잖아요. 사천오백 원밖에 안 하는데."태오가 웃음을 참다가 터뜨렸다. 보리도 따라 웃었다. 사람이 너무 놀라면 웃음이 나온다. 이건 과학이다. 아마도."미리 말 못 해서 미안해.""왜 못 했는데요?""처음엔 그냥 김밥 사러 오는 사람이고 싶었어. 사귀고 나서는……."태오가 왼쪽 귀를 만졌다."네가 도망갈까 봐."보리는 반지를 내려다봤다. 도망가려면 이걸 빼야 했다. 그런데 손가락에서 빠질 생각을 안 했다. 김밥 마는 손이라 마디가 굵어서, 라고 보리는 생각하기로 했다."안 도망가요. 대신 조건 하나.""뭐든.""우리 엄마한테는 오빠가 직접 말해요. 나 혼자 말하면 엄마가 나부터 잡아요.""그건 원래 내가 할 일이야."바로 그때였다. 셔터 밑으로 누가 허리를 숙이고 들어왔다."보리야, 순옥 이모 계시냐? 오징어가 좀 남는데……."생선가게 막내 태식이였다. 서른다섯, 미혼, 시장 소식통. 이 사람 입은 기자보다 빠르다. 시장 사람들은 태식이를 «솔내 속보»라고 부른다.태식이의 눈이 보리 손가락, 태오 얼굴, 조리대 위 남색 상자를 차례로 훑었다. 딱 삼 초."……어. 나 나중에 올게."태식이는 들어온 속도의 두 배로 나갔다.보리가 이마를 짚었다."오빠. 저녁까지는 아무도 모를 줄 알았는데.""응.""삼십 분이면 시장 끝까지 가요."실제로는 이십 분이 걸렸다. 태식이는 그날 자기 기록을 경신했다.―저녁 여섯 시. 시장 뒤편 이층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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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새벽 네 시.순옥이네 김밥은 일요일에 쉰다. 그런데 조리대에 불이 켜져 있었다."너 지금 뭐 허냐."엄마가 잠옷 바람으로 내려왔다."김밥 싸요.""오늘 쉬는 날인디.""오늘 본가 가잖아요. 빈손으로 가요?""그런 집에 김밥을 들고 가? 과일이나 한과를 사 가야제.""과일은 그 집에도 있을 거고 한과도 있을 거예요. 근데 이 김밥은 없어요."엄마는 더 말리지 않았다. 대신 옆에 서서 지단을 부치기 시작했다. 말리는 척하다 돕는 것, 이것이 순옥 여사의 전통 기술이다."들기름 한 방울 더 넣어라. 어른들 드시는 거여.""네.""우엉은 두 줄. 빼먹지 말고.""한 번도 안 빼먹었어요.""오늘 빼먹을 수도 있잖여. 떨리면."보리는 떨리지 않는다고 말하려다 말았다. 검지가 벌써 허공에서 두 바퀴를 돌고 있었다.열 줄을 쌌다. 삼단 찬합에 담았다. 엄마가 옷장 깊숙이에서 쪽빛 비단 보자기를 꺼내 왔다."이거 너 돌잔치 때 쓴 거다.""이걸 아직도 갖고 있었어요?""딸 시집갈 때 쓸라고 뒀제."엄마가 매듭을 두 번 묶었다. 손이 조금 떨렸다. 보리는 못 본 척했다. 이 집 식구들은 서로 못 본 척하는 데 도가 텄다.―저녁 다섯 시 사십 분. 송림동 언덕 위 본가.담장이 길었다. 차로 담장을 따라 한참을 올라가서야 대문이 나왔다."오빠. 여기 담장이 우리 시장 골목보다 길어요.""조금.""조금이 아닌데요."대문이 열리자 누렁이 한 마리가 달려 나왔다. 덩치가 보리 허리만 했다."대장이야. 할아버지 개. 사람 가려서 짖어."대장이 보리 앞에 딱 멈췄다. 보리는 숨을 참았다. 대장이 코를 킁킁거렸다. 보자기 쪽으로. 그리고 꼬리를 흔들었다."……김밥 냄새 맡았나 봐요.""대장이 처음 보는 사람한테 꼬리 흔드는 거 처음 봐."여기서 미리 말해 두자면, 이 집에서 대장의 판단은 꽤 정확한 편이다. 적어도 사람보다는.현관에 들어서니 거실이 한눈에 들어왔다. 천장이 높고 소파가 길었다. 사람들이 그 소파를 따라 쭉 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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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치 두 줄, 꼬다리 한 봉지
"회장님이 오신다고?"월요일 새벽 네 시. 엄마 양순옥은 잠옷 위에 앞치마를 두르고 가게 바닥에 걸레질을 하고 있었다. 세 번째였다."엄마, 바닥 아까 닦았어요.""또 닦아야제. 회장님이 오신다는디.""회장님도 발은 두 개예요.""발이 두 개라도 비싼 발이잖여."아빠 윤만복은 계산대 앞에서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결혼식 때 한 번, 찬이 입대할 때 한 번 맨 넥타이다. 오늘이 세 번째 출전이다."아빠, 넥타이는 왜요.""회장님 오시는디 동전을 넥타이 없이 세면 쓰겄냐.""동전을 넥타이 매고 세는 사람이 어딨어요.""여기 있제."찬이는 새벽부터 오토바이로 시장 골목을 세 바퀴 돌았다. 곽 사장네 앞 빈 상자를 치우고, 생선가게 앞 물기를 쓸고, 떡집 할머니한테 "오늘 귀한 손님 와요" 하고 말하고 왔다. 결과적으로 시장 사람들이 다 알게 됐다. 찬이는 비밀을 지키는 데 소질이 없다. 대신 부지런하다.보리만 평소처럼 밥을 펼쳤다. 들기름 한 방울, 깨소금 한 줌.평소처럼 해야 했다. 평소처럼 안 하면 회장님이 보는 건 보리가 아니라 긴장한 보리니까.물론 검지는 평소보다 많이 돌았다.―다섯 시 십 분. 시장 입구 쪽에서 개 짖는 소리가 났다. 한 번, 낮고 굵게.누렁이 한 마리가 차양 밑으로 들어왔다. 대장이었다. 목줄 끝을 쥔 사람은 회색 점퍼에 털모자를 쓴 노인이었다.정장도 없고 비서도 없었다. 저 멀리 대로변에 검은 차 한 대가 비상등을 켜고 서 있는 게 전부였다."문 열었나.""네, 할아버님. 어서 오세요."엄마가 걸레를 등 뒤로 숨겼다. 아빠가 넥타이를 고쳐 맸다. 회장이 아빠 넥타이를 힐끗 보고 짧게 말했다."덥겠소.""……예. 좀 덥습니다."아빠가 넥타이를 풀었다. 엄마가 아빠 옆구리를 꼬집었다. 넥타이의 세 번째 출전은 십 초 만에 끝났다.회장은 가게를 한 바퀴 둘러보더니 가게 앞 빨간 플라스틱 의자에 앉았다. 손님용 의자다. 대장이 그 발밑에 엎드렸다."하던 거 해라."보리는 김을 폈다. 밥 한 주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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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복초에 대추 물
상견례 날 아침 여덟 시. 보리네 이 층 안방에 옷이 산처럼 쌓였다."이건 너무 화려하고, 이건 너무 수수하고, 이건 작년 곽 사장네 딸 결혼식 때 입은 거라 시장 사람들이 다 알어.""엄마, 시장 사람들 상견례에 안 와요.""사진 찍으면 볼 거 아니여."엄마 양순옥은 결국 남색 원피스를 골랐다. 시장 세탁소 아저씨가 어젯밤 급하게 품을 늘려 준 거였다."숨 쉬어도 돼요, 엄마.""숨 쉬면 배 나오잖여.""나와도 돼요.""안 돼. 상대가 재벌이여."아빠는 넥타이를 맸다. 이번 달 두 번째 출전이다. 지난번엔 십 초 만에 퇴장당했으니 이번엔 좀 오래 버텨 주길 바랐다.찬이는 제대하고 산 유일한 재킷을 입고 나왔다."누나, 나도 가?""너도 가족이잖아. 가서 밥 먹어. 조용히.""조용히는 자신 없는디."엄마가 찬이 등짝을 쳤다. 찬이는 재킷 구겨질까 봐 몸을 비틀었다.보리는 오늘 머리를 풀기로 했다. 그런데 손이 자꾸 머리끈을 찾았다. 결국 빨간 머리끈을 손목에 감았다. 어디서 본 모양이었다. 회장님 손목의 노란 고무줄처럼."엄마, 하나만 약속해요. 큰어머님이 뭐라고 하셔도 참지 마요. 대신 화내지도 마요.""참지도 말고 화내지도 말라고? 그게 뭔 소리여.""엄마 제일 잘하는 거 있잖아요. 말로 이기는 거. 웃으면서."엄마가 거울 속 보리를 봤다. 그리고 립스틱을 한 번 더 발랐다."그건 니가 나 닮은 거여."―해강호텔 한식당 운정은 이십 층에 있었다. 복도 카펫이 발소리를 다 먹었다."여기 신발 벗어야 돼?"찬이가 속삭였다."아니.""카펫이 너무 폭신해서 벗어야 될 것 같은디."방에는 긴 상 하나에 방석이 양쪽으로 놓여 있었다. 권씨 쪽 방석이 네 개가 아니라 여섯 개였다.회장 권영철. 아버님 권정민. 어머님 배숙희. 태오. 그리고 초대장에 없던 두 사람, 큰아버님 권정훈과 큰어머님 장혜란."집안 맏이로서 빠질 수가 있어야죠. 사돈 되실 분들 얼굴은 뵈어야지요."혜란이 비취 반지 낀 손으로 엄마 손을 잡았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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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저 열두 벌과 믹스커피
봉투는 집에 와서 열었다. 옥상 평상 위에 종이 석 장이 펼쳐졌다. 온 식구가 둘러앉았다."……밍크코트 두 벌."찬이가 읽었다."어른들용 명품 시계 세 개. 은수저 열두 벌. 반상기 두 세트. 비단 이불 다섯 채. 그리고 현금 예단."찬이가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셌다. 너무 많아서 두 번 셌다."누나, 이거 우리 가게 몇 년 치여?"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하면 숫자가 진짜가 될 것 같았다.엄마가 종이를 집었다. 손이 떨렸다. 이번엔 숨기지 않았다."보리야. 적금 깨자. 가게 보증금도 빼고. 모자라면 곽 사장한테 좀 빌리고.""엄마, 이거 하면 우리 빚져요.""빚지면 갚으면 되제. 나 김밥 싸서 갚는다."엄마 목소리가 커지다가 갈라졌다. 아빠가 종이를 엄마 손에서 빼서 천천히 접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여보. 택시 할 때 말이여.""지금 그 얘기 할 때여요?""들어 봐. 손님이 목적지를 이상하게 말하면 어떻게 하는 줄 알어? 그냥 가면 안 돼. 한 번 물어봐야 돼. 손님, 거기 맞으십니까? 하고.""…….""보리야. 니가 가서 물어봐라. 이거 진짜 맞냐고."택시 이야기 사상 처음으로 쓸모 있는 결론이 나온 순간이었다. 찬이가 추임새도 잊고 박수를 쳤다.보리가 접힌 종이를 받았다. 빨간 머리끈을 조였다."네. 물어볼게요."―그날 밤 태오는 종이를 보고 말이 없어졌다. 한참 귀를 만지다 휴대폰을 들었다."큰어머니한테 전화할게.""하지 마요.""보리야, 이건…….""오빠가 전화하면 큰어머님은 오빠한테 지세요. 근데 그다음에 저한테 이기려고 하실 거예요. 오빠 없는 데서. 김밥집도 그래요. 까다로운 손님은 사장님이 나서면 그날은 조용해요. 대신 다음 날 알바생한테 더 까다로워요. 그러니까 알바생이 직접 이겨야 돼요. 그래야 다음이 없어요.""넌 알바생 아니잖아.""그 집에선 알바생이에요. 아직은."태오가 휴대폰을 내려놨다."그럼 나는 뭐 해.""오 여사님 번호 알려 줘요."―다음 날 오후 세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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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백 대추는 백 개
밤 열 시 오 분. 보리가 옥상에서 뛰어 내려갔다. 엄마는 안방에서 결혼식 한복 옷고름을 다리고 있었다."엄마! 폐백 업체 주방에 불났대요. 내일 폐백 음식 못 한대요!"다리미가 멈췄다."……뭐여?""대추, 밤, 구절판 전부요."엄마가 다리미 코드를 뽑았다. 벽시계를 봤다. 열 시 칠 분."열다섯 시간.""네?""식이 내일 한 시니께 열다섯 시간 남았다. 김밥 삼백 줄 싸고도 남는 시간이여."엄마가 앞치마를 둘렀다. 옷고름은 다리다 만 채 침대 위에 버려졌다. 결혼식 한복보다 폐백 대추가 먼저다. 이것이 순옥 여사의 우선순위다."찬아! 일어나! 오토바이 시동 걸어!"―열 시 십오 분. 보리가 가게 불을 켜고 전화를 돌렸다. 첫 번째는 떡집이었다."할머니, 주무세요?""떡집 늙은이가 이 시간에 자면 새벽 떡은 누가 찌남. 왜?""폐백 대추랑 밤이 필요해요. 내일 아침까지요."전화 너머가 잠깐 조용했다."……폐백 대추는 아무렇게나 하는 게 아녀. 대추를 실에 꿰고 잣을 박아야 혀. 밤은 모양 내서 쳐야 하고.""할머니 하실 줄 아세요?""내가 안 하면 이 시장에서 누가 햐. 이리 와. 대추는 우리 집에 있어."두 번째는 곽 사장."보리 사장, 이 밤에 무슨 일이고?""구절판 채소 좀 주세요. 오이, 당근, 표고, 석이버섯.""석이버섯? 그건 우리 집에 없는데.""사장님 형님네 도매에 있잖아요.""……니는 우리 형님 창고까지 외우나."세 번째 태식이, 네 번째 정육점, 다섯 번째 민 여사."보자기는 결혼 선물로 내가 이미 만들어 놨어, 얘. 걱정 마."전화 돌리는 데 이십 분. 열 시 삼십오 분, 순옥이네 셔터가 끝까지 올라갔다. 시장 골목에 불이 하나둘 켜졌다. 한밤중 솔내시장 비상 소집이었다.―열한 시 반. 떡집 조리대.배 할머니가 대추를 실에 꿰었다. 보리는 옆에서 대추 씨를 빼고 잣을 하나씩 박았다."폐백 대추는 자식 많이 낳으라는 거여. 밤은 조상 잘 모시라는 거고.""할머니, 이거 해 보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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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는 빼 주세요
신혼여행은 사흘이었다. 제주도에서 이틀 자고 사흘째 아침 비행기로 돌아왔다. 태오는 일주일을 쉬자고 했고, 보리가 사흘로 깎았다."가게 엄마 혼자 보시잖아요.""찬이도 있잖아.""찬이가 김밥을 말면 김밥이 아니라 이불이 돼요."찬이 본인도 인정했다. 지난번 싼 김밥은 옆구리가 아니라 배가 터졌다고.신혼집 첫날 밤. 둘은 짐을 풀었다. 보리 짐은 단출했다. 옷 몇 벌, 노란 앞치마 두 장, 빨간 머리끈 한 주먹, 그리고 엄마가 싸 준 밑반찬 통 여섯 개. 냉장고를 여니 반찬 통이 해강호텔 케이터링 도시락보다 먼저 자리를 차지했다.태오 짐에서는 뜻밖의 물건이 나왔다. 검은 장우산. 손잡이에 «순옥이네».태오가 그 우산을 현관 신발장 옆 제일 잘 보이는 자리에 걸었다."오빠, 그걸 거기 걸어요?""응. 여기가 이 집에서 제일 좋은 자리야.""우산을 제일 좋은 자리에요?""이 우산 아니었으면 이 집도 없었어."보리는 할 말이 없어서 반찬 통을 하나 더 냉장고에 넣었다. 멸치볶음이었다. 이 집의 첫 번째 가훈이 정해진 셈이었다. 현관엔 우산, 냉장고엔 엄마 반찬.―돌아온 다음 날 새벽 네 시. 솔내역 앞 아파트 11층.알람보다 보리가 먼저 눈을 떴다. 몸이 시간을 안다. 살금살금 일어나는데 옆에서 태오도 같이 일어났다."오빠, 자요. 오빠 출근 아홉 시잖아요.""데려다주려고.""걸어서 칠 분이에요.""그러니까 칠 분 같이 걷자고."태오가 부스스한 머리로 양말을 찾아 신었다. 짝이 안 맞았다. 한쪽은 남색, 한쪽은 회색. 보리는 봤지만 말하지 않았다. 새벽 네 시에 짝 안 맞는 양말 신고 따라나서는 사람한테 할 말이 아니었다.신혼집을 이 아파트로 정한 건 태오였다. 송림동 근처 해강 소유 아파트를 두고 시장까지 걸어서 칠 분짜리를 골랐다. 큰어머님이 "막내가 왜 그런 데를" 하자 태오는 "보리 출근길이 칠 분이라서요" 했다. 대화 끝.새벽 골목은 파랬다."보리야. 이제 나 부를 때 오빠 말고 다른 거 불러 보면 어때.""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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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엉 외상은 월말에
월요일 오후 세 시. 가게 정리를 마치는데 휴대폰이 울렸다.«신예나 님이 윤보리 님을 초대했습니다.»방 이름은 «해강 가족». 인원은 열두 명. 회장님부터 하율이까지 다 있었다. 하율이 프로필 사진은 티라노사우루스였다. 회장님 프로필 사진은 없었다. 회색 기본 그림. 회장님다웠다.곧이어 예나에게서 따로 문자가 왔다.«동서, 단톡방 규칙 알려 줄게. 읽고 외워.1. 아침 인사는 7시 전에. 회장님이 7시에 확인하심.2. 어른 메시지엔 5분 안에 답장.3. 사진은 어머님(큰어머님)이 먼저 올리시면 그다음에.4. 회장님 메시지엔 “네, 할아버님.”만. 길게 쓰지 말 것.5. 개인적인 얘기 금지. 가게 얘기도 되도록.»보리는 두 번 읽었다. 김밥집 메뉴판보다 길었다. 순옥이네 메뉴판은 네 줄이다. 기본, 참치, 치즈, 꼬마.«형님, 하나만 여쭤봐도 돼요? 새벽 다섯 시부터 일곱 시가 제일 바빠요. 손에 김 가루랑 참기름 묻어서 휴대폰을 못 만져요. 아침 인사를 다섯 시 전에 해도 돼요?»한참 뒤에 짧은 답이 왔다.«……그 시간엔 아무도 안 일어나 있어.»«그럼 제가 제일 먼저네요.»답이 없었다. 예나는 그날 밤 휴대폰을 들고 한참 웃음을 참았다고 나중에 고백했다. 물론 한참 나중에.―다음 날 새벽 네 시 이십팔 분.«좋은 아침입니다. 오늘 솔내시장은 맑음이에요. 시금치가 좋아요.»네 시 이십구 분, 읽음 표시 하나가 사라졌다. 누군지는 몰랐다. 새벽 네 시 이십구 분에 깨어 있는 해강 사람은 한 명밖에 없다는 사실을, 보리는 나중에 알게 된다.일곱 시 정각. 회장이 단톡방에 글을 올렸다. 결혼 후 처음 보는 회장의 글이었다.«시금치.»한 단어였다. 단톡방이 얼어붙었다. 규칙 4번에 따르면 "네, 할아버님"이라고 써야 했다. 그런데 시금치에 네라고 하는 게 맞는지 아무도 몰랐다. 혜란도, 숙희도, 예나도, 해강그룹 부회장도.보리는 그때 스무 번째 김밥을 말고 있었다. 삼 분 뒤 손을 닦고 휴대폰을 봤다.«네, 할아버님.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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