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양재민은 우리 집에 남아서 저녁을 먹었다.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강호준과 결혼한 뒤 어떻게 지냈는지부터 강호준이 첫사랑을 집에 데려온 일까지.언제부터 회사 경영을 강호준에게 완전히 맡겼는지, 그 결과 세원그룹이 어떻게 강호준에게 속속들이 장악됐는지도 다 털어놓았다.불과 몇 시간 만에 그동안 못다 한 이야기를 전부 다 나눈 것 같았다.양재민은 내 이야기를 끝까지 잘 들어줬다. 웃으면서 나를 바라봤고, 아무리 오래 이야기해도 귀찮아하는 기색 하나 없었다.밤 12시가 가까워질 무렵, 하루 내내 잠잠하던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다.강호준이었다. 마침내 참지 못하고 전화를 걸어온 것이다.나는 핸드폰을 들고 맞은편에 앉은 양재민을 바라봤다.다정하게 내 이야기를 들어주던 표정은 온데간데없었다. 차갑게 굳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던 양재민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 눈빛에서 싸늘한 기운이 느껴졌다.[심서연, 보양식 사 오랬더니 대체 어디 간 거야? 집에 임신한 사람이 널 기다리고 있는 거 몰라?]강호준이 전화기 너머로 버럭 화를 냈다. 내 체면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말투였다.그의 말을 듣고 있자니 내가 집안일을 해 주는 사람보다도 못한 존재가 된 것 같았다.“먹고 싶으면 직접 사. 난 네 하인이 아니야, 강호준. 넌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명령할 자격 없어.”나는 차갑게 말했다.[심서연, 이젠 나한테 대놓고 대들겠다는 거야? 집에 돌아올 생각은 있어?]내가 그렇게 나올 줄은 몰랐는지, 강호준은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다시 따져 물었다.“강호준, 그런 말 하기 전에 잘 생각해 봐. 지금 네가 사는 집이 누구 집인지. 네가 먹고 마시고 쓰는 게 다 누구 돈인지.”나는 코웃음을 치며 나직이 물었다.[그래, 좋아. 심서연, 아주 잘났어. 이래서야 어떻게 같이 살겠냐? 어디 끝까지 집에 안 들어와 봐. 언젠가 반드시 후회하게 될 테니까!]뚜-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강호준이 전화를 끊었다. 나는 핸드폰을 쥔 채 막막해졌다.알고 있었다. 이 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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