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 제77조에 뭐라고 쓰셨어요?"차 안의 공기가 멈췄다. 도헌의 팔이 세아의 허리에서 천천히 풀렸다. 그는 대답하지 못했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그건 말 못 해.”"박지윤은 알고 있대요. 제 아버지도 알고 계시고요. 저만 몰라요.""세아.""계약서 제3조, 과거를 묻지 않는다. 그건 이미 깨졌잖아요."“77조는 과거가 아니야. 미래야.”그의 목소리가 낮게 갈라졌다. 세아는 한참 그의 눈을 보다가 그의 무릎에서 내려와 옆자리에 앉았다. 머릿속은 차갑게 식어 갔다. 몸은 아직 그의 체온을 기억하는데도.“……좋아요. 오늘 밤 10시에 얘기해요.”"세아, 지금은."“10시 전에는 계약 시간이 아니니까, 아무것도 안 들을래요.”그녀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도헌은 허공에 뜬 손을 한참 만에 내렸다.밤 10시 정각.현관문은 열려 있었다. 거실에는 스탠드 하나만 켜져 있었고, 탁자 위에 와인 한 병과 잔 두 개가 놓여 있었다. 도헌은 소파에 앉아 있었다. 재킷도 넥타이도 없이, 셔츠 소매를 걷은 채로."왔네.""네.""묻고 싶은 거, 전부 물어도 돼."세아는 코트를 벗어 의자에 걸었다. 안에는 짙은 와인색 슬립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퇴근길에 일부러 갈아입은 옷이었다. 도헌의 시선이 어깨의 가는 끈에서 멈췄다가, 천천히 허리선을 따라 내려갔다. 목울대가 움직였다.“……그 옷은 반칙인데.”"조건이 있어요.""뭔데.""질문 하나에 대답 하나. 거짓말하거나 대답을 피하면."세아가 그의 앞에 서서 셔츠의 맨 윗단추를 손끝으로 톡 건드렸다."한 겹씩 벗어요. 대표님이."도헌의 눈빛이 어두워졌다.“……내가?”"제가 묻는 쪽이니까요. 대답하면 제가 한 겹 벗고, 피하면 대표님이 벗는 거예요. 멈추고 싶으면 제100조라고 말하면 되고.""당신, 정말."그가 낮게 웃었다. 놀랐고, 즐거웠고, 위험했다."좋아. 시작해."세아가 그의 맞은편, 탁자 위에 걸터앉았다. 한쪽 다리를 천천히 꼬았다. 슬립의 가장자리가 허벅지 위로
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25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