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 정각, 강태성의 저택 서재.벽난로 불은 꺼져 있었다. 초상화 속 이은서는 여전히 웃고 있었지만, 그 앞에 앉은 강태성의 얼굴에는 웃음이 없었다. 책상 위에는 위임장 한 장과 만년필 한 자루가 놓여 있었다.세아는 혼자 걸어 들어갔다. 도헌은 정문 밖 차 안에 있었다. 귀에는 작은 수신기가 꽂혀 있었고, 그의 낮은 숨소리가 그 안에서 들렸다."앉아라.""서서 읽겠습니다.""고집은 어미를 닮았구나."세아는 서류를 집어 들었다. 한진정밀 지분 포함, 태성그룹 18퍼센트의 의결권 전부를 강태성에게 위임한다는 문서였다. 서명란은 둘이었다. 위임인 한세아, 그리고 그 아래 증인란.증인란에는 이미 서명이 되어 있었다.세아의 눈이 멈췄다. 낯익은 필체였다. 모서리가 살짝 기우는 글씨. 3개월 전 편지에서 본, 아버지의 글씨였다.“……이건.”"네 아버지가 오늘 오후에 서명했다. 병실에서.""거짓말.""전원이 끊긴다고 했지, 협박이라고 한 적은 없다. 한도식은 스스로 서명했어. 딸을 살리려고."세아의 손끝이 서늘해졌다. 귓속 수신기에서 도헌의 숨이 짧게 끊기는 소리가 났다. 그녀는 한 번 길게 숨을 쉬고 서류를 책상에 내려놓았다."펜을 주시죠.""현명하구나."세아가 만년필을 집어 들었다. 한진정밀 로고가 새겨진, 1화의 그 펜이었다. 강태성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녀는 서명란 앞에서 펜촉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한 가지만 묻겠습니다. 이 서류의 증인 서명, 아버지가 직접 쓰신 건 맞죠.""내가 지켜봤다.""그럼 됐어요."세아가 웃었다. 1화에서 도헌을 처음 마주했을 때처럼, 가면이 아니라 칼날 같은 웃음이었다."아버지는 왼손잡이세요."강태성의 눈이 가늘어졌다."사고 이후 오른손에 힘이 안 들어와서 글씨가 달라지셨다고 하셨죠. 이 서명은 편지와 같은 오른손 필체고, 필압이 너무 정확해요. 쓰러진 3년 동안 근력이 빠진 손으로는 불가능한 선이에요."“…….”"그리고 편지 필체는 3개월 전 것이었어요. 모서리가 기운 글씨, 그건 아
最終更新日 : 2026-10-31 続きを読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