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ICIAR SESIÓN완벽한 비서 윤세아는 대표 강도헌이 내민 계약서에 서명한다. "낮에는 비서, 밤 10시부터 새벽 6시까지는 내 사람. 기간은 100일." 하지만 세아에게는 이 계약을 받아들인 비밀이 있다. 그를 무너뜨리러 왔다는 것. 그리고 도헌은 그 사실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Ver más“77조를 쓴 사람은 누구예요?”아침 햇살이 안가 거실의 유리창을 가로질렀다. 도헌은 막 눈을 뜬 참이었다. 세아는 소파 맞은편에 팔짱을 끼고 서 있었다. 간밤의 온기가 남은 어깨 위로 그의 셔츠가 헐렁하게 걸려 있었지만, 눈빛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병원에서 연락 왔어?”"어머니가 읽지 말고 먼저 당신에게 물으라고 하셨어요. 조항을 쓴 사람이 정말 아버지냐고."도헌의 시선이 처음으로 옆으로 미끄러졌다. 1화에서 세아를 정면으로 훑던 남자가, 지금은 그녀의 눈을 피하고 있었다."대답해요."“……내가 썼어.”세아의 숨이 얕아졌다."한도식 회장님은 동의만 하셨어. 병상에서 눈을 뜨신 날 내가 조항 초안을 보여 드렸고, 그분은 고개를 끄덕이셨지. 자기가 쓰게 했다고 말씀하신 건 당신이 나를 덜 미워하게 하려던 거야.""왜 거짓말을 시켰어요.""그 조항의 진짜 목적을 당신이 알면 안 됐으니까.""진짜 목적이 뭔데요."도헌이 천천히 몸을 일으켜 앉았다. 손바닥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3년 동안 잠들지 못한 남자의 얼굴이 아침 빛 아래 낱낱이 드러났다."나는 위험한 사람이야, 세아. 아버지의 피를 받았고, 아버지가 가르친 방식으로 컸어. 가진 걸 지키려다 가두고, 놓치기 싫어서 숨기고. 당신 아버지를 숨긴 것도, 당신에게 말하지 않은 것도 그 방식이었어."“…….”“77조는 당신이 아니라 나를 묶는 조항이야. 계약이 새어 나가면, 당신이 위험해지면, 내가 먼저 떠나야 하도록. 내가 당신을 집어삼키기 전에 나를 막을 장치가 필요했어.”침묵이 길었다. 세아는 입술을 깨물었다. 분노보다 먼저 올라온 건 이상한 아픔이었다. 이 남자는 자기 자신을 제일 못 믿고 있었다."그럼 아버지가 쓰게 했다는 말은요.""내가 당신 아버지 이름을 빌렸어. 미안해.""봉투 안에는 뭐가 더 있어요."“……그건 못 말해. 읽힌 건 민재 손이고, 내용은.”"도헌.""세아, 제발.""한 번만 더 피하면 저 나갈 거예요."그가 고개를 들었다. 눈이 붉었다.
자정 정각, 강태성 회장의 저택 정문이 소리 없이 열렸다.세아는 혼자 걸어 들어갔다. 도헌에게는 "차에서 기다려요"라고 했다.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그녀의 손목을 놓기 전에 안쪽 맥박 위를 엄지로 한 번 눌렀다. 이름 대신 하는 인사였다.서재 문이 열리자 와인 향이 먼저 닿았다. 강태성은 벽난로 앞 가죽 의자에 앉아 있었다. 칠십 가까운 나이에도 등이 곧았고, 눈은 도헌과 똑같이 사람을 재는 눈이었다."혼자 왔구나. 한도식의 딸답게 무모하고.""어머니는 어디 계시죠.""앉아라. 서서 듣기엔 긴 이야기다.""앉지 않겠습니다.""그럼 서서 들어라."그가 벽에 걸린 초상화를 올려다보았다. 세아와 같은 얼굴이 웃고 있었다."이은서. 스물여섯에 내 비서였다. 지금 네 나이쯤이지. 낮에는 완벽했고, 밤에는 내 서재에서 이 자리에 앉아 나와 와인을 마셨다."세아의 눈썹이 움직였다.“……비서였다고요.”"그래. 지금 네 위치와 똑같이. 도헌이 이 구도를 만든 게 우연이라고 생각하느냐? 그 아이는 내 안목을 물려받았다. 가장 위험한 여자 앞에서 가장 약해지는 취향까지.""어머니를 가두셨습니까.""가두다니. 은서는 내가 아니라 네 아버지를 택했다. 그래서 그 둘을 떼어 놓았을 뿐이다. 3년 전 한도식이 쓰러진 날, 은서를 이 집으로 데려왔지. 기억이 흐려지는 약과 함께."세아의 손끝이 서늘해졌다. 그런데 목소리는 오히려 낮고 단단했다."그건 사랑이 아니에요. 소유죠.""사랑과 소유가 다르다고 믿는 건 젊은 사람의 특권이다."강태성이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왔다. 와인잔을 든 손이 천천히 올라와 세아의 턱 가까이에서 멈췄다. 닿지는 않았다."거래를 하자. 네가 이 집에 머물면, 은서를 한도식에게 돌려보내겠다. 계약서의 을이 도헌이 아니라 내가 되는 것이다. 낮에는 내 비서로, 밤에는.""그 다음 말은 하지 마세요."세아가 그의 손목을 쳐 내렸다. 서늘한 목소리가 서재를 갈랐다."저는 한 번 정한 계약자 말고는 밤에 곁에 두지 않습니다.
삐, 삐, 삐-도어락이 열리는 소리가 현관에서 길게 울렸다. 도헌은 말보다 먼저 움직였다. 세아의 손목을 낚아채 서재로 끌고 가서는 책장 가장자리를 눌렀다. 딸깍. 책장 한 칸이 벽 안으로 밀려 들어가며 어둠이 입을 벌렸다."들어가.""이게 뭐예요.""비상용 방이야. 소리 내면 안 돼."세아가 들어서자 도헌이 뒤따라 들어와 책장을 닫았다. 불빛이 사라졌다. 1평도 안 되는 공간이었다. 두 사람의 몸은 어쩔 수 없이 맞닿았다. 세아의 등이 벽에 닿고, 그의 가슴이 정면에서 그녀를 눌렀다.현관 쪽에서 구두 소리가 났다. 둘, 아니 셋. 서재 문이 열렸다."금고부터."낮고 건조한 목소리였다. 오 비서관이었다.도헌의 손이 세아의 입가를 가만히 덮었다. 말하지 말라는 신호였다. 손바닥은 따뜻했고 손끝은 아주 조금 떨렸다. 세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입이 막히자 감각이 이상하게 다른 곳으로 몰렸다. 목덜미에 닿는 그의 숨. 맨살에 걸친 셔츠 한 장 너머로 느껴지는 심장 소리. 허리 뒤를 받친 그의 다른 손의 무게.벽 너머에서 서랍이 열렸다 닫히는 소리가 났다.“……없습니다. 비밀번호가 바뀐 것 같습니다.”"부수십시오."도헌의 턱이 세아의 이마 위에서 굳었다. 세아는 어둠 속에서 그의 눈이 있을 자리를 올려다보았다. 보이지 않았다. 대신 그의 숨이 점점 가까워졌다. 입술 바로 위, 닿을락 말락 한 곳에서 멈췄다.문득 장난기가 아닌 무언가가 그녀를 움직였다. 두려움이 지나치면 몸이 오히려 대담해질 때가 있다. 세아는 그의 가슴 위에 얹었던 손을 천천히 올려 셔츠 단추 하나를 만졌다. 그의 몸이 아주 조금 굳었다.하지 마.입 모양이 그녀의 손바닥 아래에서 읽혔다. 세아는 그의 손을 자기 입술에서 살짝 떼어 내고, 귓가에 숨만으로 속삭였다.“……소리 안 낼게요.”“…….”"당신이 참으면요."도헌의 목울대가 움직이는 게 손끝에 전해졌다. 그가 이를 악무는 기척이 어둠 속에서 선명했다. 세아는 그의 쇄골 위로 입술을 가져갔다. 키스라기보다
"서명하지 마세요, 대표님."서재 문이 열렸다. 문턱에 선 남자는 회색 코트 차림에 오른손에 태블릿을 들고 있었다. 세아는 그 얼굴을 알았다. 아버지 곁을 20년 지킨 사람, 최진우 이사였다. 3년 전 사고로 죽었다고 들은 사람이었다.“……최 이사님?”"오랜만입니다, 아가씨. 놀라시는 건 나중에 하시고, 지금은 이걸 보셔야 합니다."그가 태블릿을 책상 위에 세웠다. 화면이 켜지고, 가죽 의자에 앉은 백발의 노인이 나타났다. 강태성 회장이었다. 도헌과 같은 눈매인데 온기가 하나도 없었다."아들아. 새벽부터 부산스럽구나."도헌의 손이 펜 위에서 멈췄다."계약서를 고치려는 모양인데, 그 종이는 원본이 아니다. 원본은 3년 전부터 내 금고에 있어. 너희가 쓰는 건 사본에 불과하지."세아의 심장이 철렁했다. 그러나 그녀는 눈을 피하지 않았다."그렇다면 회장님은 왜 지금 전화를 거셨죠? 사본이라면 무슨 짓을 해도 상관없을 텐데요."화면 속 노인의 눈이 가늘어졌다."영리하구나, 한도식의 딸답게.""사본이 무의미하다면 최 이사님을 이 새벽에 여기 보내실 이유가 없어요. 서명이 무서우신 거죠. 우리가 같은 종이에 이름을 올리는 게."침묵이 흘렀다. 노인의 입꼬리가 아주 조금 굳었다. 도헌이 세아를 보았다. 놀라움 뒤로 낮은 웃음이 스며들었다.“……이게 내가 반한 사람이야, 아버지.”"도헌, 네가 그 아이 때문에 무엇을 잃는지.""잃을 건 이미 잃었어요. 3년 전에."도헌이 펜을 들어 세아가 적은 부칙 아래에 이름을 휘갈겼다. 세아가 그 옆에 자기 이름을 겹쳤다. 두 사람의 서명이 한 줄 위에서 엉켰다. 시계가 정각 6시를 알렸다.화면 속 강태성이 천천히 몸을 뒤로 젖혔다."좋다. 그럼 이것도 보거라."카메라가 옆으로 돌았다. 병실이었다. 침대에 누운 한도식 회장, 그 곁에 서 있는 여자. 긴 머리를 한쪽으로 넘긴 한서린이 그의 어깨 너머로 이쪽을 보고 있었다. 표정이 없었다.세아의 숨이 멎었다."서린 양은 처음부터 내 사람이었다. 아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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