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공항은 복작댔다.어디서 이 많은 사람들이 나타났다 사라지는지 재헌은 가끔 의문을 품었다.‘이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중에, 현이는 없어.’재헌은 그저, 지나가는 사람들을 그는 무심히 휘둘러볼 뿐이었다.1년 전, 유학을 가는 그녀를 공항에서 배웅했다.약혼한 사이였지만 사랑했기에, 그의 아내로만 살 수 없다는 그녀의 꿈을 지지하고자 그녀의 유학길을 막지 않았다.그녀는 4년제 대학을 3년 안에 패스하고 오겠다고 호언장담했다. 그가 그녀를 더 이상 말리지 못하게 하려 했다는 걸 그 역시 모르지 않았다.사랑했다.잠시의 이별도 힘들었지만, 그녀의 말이라면 들어줄 수밖에 없을 정도로.그녀의 호언장담은, 1년 후 갑작스레 돌아온 이별 통보로 끝이 났다.그곳에서 다른 남자를 만나 결혼하게 되었다는 게 이유였다.믿을 수 없어서 재헌 혼자 나선 길이었다.전세기도 수행원도 없이, 그렇다고 퍼스트 클래스 티켓을 산 것도 아니었다.소용없는 짓이겠지만, 일단 비행기를 탈 때는 누구도 그가 움직이는 건 몰랐으면 했다.‘변심한 연인을 만나러 가는데, 과한 관심이라니.’피식 웃음이 났다.정비서의 굳은 표정을 떠올리자 한 번 더 바람 빠진 풍선같은 웃음이 났다.맞춤막하게 보딩을 알리는 안내음이 들렸다.그가 일어나자, 그제야 자신을 힐끔거리는 몇몇 시선들을 깨달을 수 있었다.‘알아보았나?’쓰고 있던 캡을 깊숙이 내렸다.‘곤란한데...’애써 태연한 척 걸음을 옮겼지만 그는 몰랐을 것이다.그가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이유가 공인이어서가 아니라, 그가 생각지 않은 이유로 그렇다는 걸.혼자 떠나는 여행객처럼, 단촐한 차림으로 작은 캐리어를 끌고 걷는 그는, 모델이나 다름없었다.190이 넘은 키에 넓은 어깨, 옷으로 가려 놓아도 눈썰미 좋은 사람들이면 알아챌 수 있는 탄탄하고 균형 잡힌 몸에 눈을 가렸어도 드러나는 준수한 얼굴.휴대폰을 끄기 전, 그는 정비서에게 연락을 취했다.[어디십니까?]전화를 받자마자 바로 건너온 말에,“...숨 좀 쉬지?”
Last Updated : 2026-10-2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