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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필연
우연히, 필연
Autor: 몽베니

1화-공항

Autor: 몽베니
last update Fecha de publicación: 2026-10-21 10:53:58

부다다다다-.

우툴두툴한 도로 위로 구르는 바퀴 때문에 소음이 꽤나 따가웠다.

“이야-, 한동안 이 릭샤도 그립겠네.”

옆에 앉은 순아의 말에 은수는 설핏 웃었다.

“돌아올 때까지 애들이나 어른들이나 잘 있어야 할 텐데...”

뒤이어 중얼거린 그 말에 순아는 그녀를 돌아보았다.

“...왜?”

“그냥.”

웃는 얼굴로 묻는 순아에게 달리, 은수는 고개를 저었다.

“그냥은 무슨.”

순아는 픽 웃었다.

“그런 일을 겪고도 또 여기 오고 싶냐, 뭐 그런 거 물으려던 거 아니었어?”

콕 집어내듯 은수의 속마음을 물으며 순아는 또 슬쩍 웃었다.

은수 역시도 말없이 웃었다.

그 뒤로는, 둘 사이에 더 이상 오가는 말은 없었다.

여전히 릭샤가 달리며 내는 소리와 사방이 뚫린 터라 맡을 수밖에 없는 매캐한 매연이 두 사람의 침묵을 오롯이 채울 뿐이었다.

원래 있던 곳에서 공항과 가까운 버스 정류장까지 꼬박 네 시간 동안 버스를 탔다.

현지인 친구들과는 예사로 가던 길이 두 사람만 딱 나오는 길이다 보니 어쩐지 더 멀게 느껴졌다. 그도 그럴 게, 두 사람 모두 그곳을 떠날 수밖에 없는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겨버려서 떠나는 길이었으니까.

공항에 도착한 후, 수하물로 짐을 부치고 났더니 그제야 조금은 홀가분해졌다.

“차 한 잔 할까?”

“그러지 뭐.”

공항 안의 카페로 자연스럽게 흘러들어 자리를 잡았다.

"마지막이니까, 짜이 한 잔 마셔야지."

에어컨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곳이라 후덥지근 했는데도, 순아는 뜨거운 짜이를 시켰다.

"너는?"

인도에 있는 내내, 은수는 하루 세 번씩 갖는 티타임 중 짜이를 한 번도 제대로 마신 적 없었다.

"스프라이트."

단호히 떨어진 그 말에 순아는 고운 눈을 흘겼으면서, 짜이 한 잔과 스프라이트, 얼음도 함께 주문해 주었다.

은수가 시킨 음료는 짜이의 두 배나 되는 값이었다. 스프라이트 값이나마 자신이 치르겠다고 주머니를 뒤지던 은수에게 순아는 손을 흔들어 댔다.

“내가 낼께.”

“응?”

“루피 남은 거 써야 돼서.”

“루피가 아직 있다고?”

“어쩌다 보니. 한국에서는 환전도 안 되는데.”

가는 마당에 굳이 현짓돈을 남길 필요가 뭐 있겠냐며 그녀는 지폐뭉치를 꺼냈다.

“너도 남기지 말고 얼른 써버려.”

꽤 진지한 충고에 은수는 픽 웃었다.

“...주고 왔지.”

교통비 빼고 전부 현지 스태프들에게 넘겼다는 말을 우물쭈물 전한다.

“허, 그럼 음료수 값은 어떻게 내려고 했는데?”

“..30루피는 있어.”

어쩐지 배신감에 젖은 순아의 표정에 은수는 농담 아니었다는 뜻으로 씨익 웃었다.

곱게 눈을 흘기면서도 순아는 픽 웃어버렸다. 확실하지 않으면 말하지도, 답하지도, 그리고 행동하지도 않는 은수의 성격을 한 번 더 깨닫는 중이었으니까.

그들의 음료를 주문받은 점원이 가버리고 나자, 그들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음료를 기다리고 그들 앞에 나올 때까지.

출국으로 이어진 일에 대해 할 말을 찾고 있던 중이었다. 순아는 은수가, 은수는 순아가 겪은 일에 어떻게 유감을 표해야 할지 몰랐다.

"...머물 데는 있어?"

짜이를 반이나 비우고 나서야 순아는 입을 열었다.

"진짜?"

은수가 말없이 끄덕이자, 순아는 의심스런 눈초리로 재차 물었다.

"있다니까."

"솔직히 말해. 없으면 우리 집 방 한 칸 내 줄 테니까."

괜찮다며 웃는 은수에게 순아는 기어이 눈을 부라렸다..

"있다니까."

그럴 거 없다며 은수는 손을 흔들었다.

"어휴, 그냥 기대면 좀 어때서. 나한테는 좀 솔직해도 된다니까 그러네."

힘들면 언제든 손을 내밀어도 된다고 했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철벽인지라, 순아는 부러 서운해했다.

이번에도, 은수는 소리없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명백한 거절의 뜻이었다.

은수와 순아는, 인도 현지의 빈민가 어린이들과 여자들을 위해 일하겠다는 같은 꿈을 꾼 동지이자 친구였다. 다섯살 가까운 나이차에도 불구하고 순아는 그녀를 친구처럼 동생처럼 대해주었다.

"...한국 돌아가면, 뭐 할지 계획은 있어?”

짜이 잔을 비우며 순아는 물었다.

“...일단, 쉬어보려고요.”

옅은 미소를 머금은 채 은수는 말했다.

“...그래. 그래야겠네.”

뜨끔한 표정을 애써 감추며 순아는 끄덕였다.

저도 모르게 그녀를 물끄러미 보았다. 그렇게 보면 아무리 친한 사람이라도 민망한 기분이 들 수 있다는 걸 알기에, 순아는 조금 부산스레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 일어나자.”

“왜? 어디 갈 데 있어?”

음료수를 마시던 은수가 쿨럭, 기침을 하며 물었다. .

“앉아 있으면 뭐 하니? 들어가서 쇼핑이나 할까 해서지.”

“살 거 있어? 루피가 아직 남은 거야?”

영 귀찮아하는 표정이면서도 은수는 마지못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니. 그냥 내키면 달러라도 안기려고.”

해사한 대답과 함께, 순아는 그녀의 목에 걸린 지갑을 시선으로 가리켰다.

“그거 보이지 않게 해.”

“어, 답답해서 그만.”

은수는 얼른 셔츠 단추를 채웠다.

여권이나 보딩패스, 얼마 되지 않지만 달러로 바꿔둔 현찰까지.

손바닥만 한 천지갑이었다. 줄이 달려 있어서 목에 걸고 셔츠로 가려 보이지 않게 만들 수 있었다. 도난 사고가 종종 일어나니 그렇게 예방책을 마련해 둔 것이다.

“갖고 싶은 거 있으면 말해. 이 언니가 우리 은수 갖고 싶은 거 다 사줄 수 있어.”

호기롭게 반걸음 앞장 서 가며, 순아는 ‘아자!’ 하는 것처럼 팔뚝을 들어보이기도 했다. 그녀 특유의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됐어. 짐만 늘지 뭐.”

3년 전 한국에서 사갔던 물건들도 전부 현지 스태프들에게 주어버리고 나온 길이었다. 수하물로 부친 짐이라고 해봐야 그곳에 올 때 들었던 백팩 하나였다.

아끼는 책 몇 권과 그동안 훈련 받으며 적었던 노트 외에 든 게 없는.

“사준대도 참.”

나무랐지만, 순아도 알았다.

베낭 하나가 그녀가 감당할 수 있는 짐일 수 있다는 것을.

한국에 돌아갔을 때.

최악의 경우, 손에 주렁주렁 달려 있는 것들을 어쩌지 못하고 은수는 어정쩡하니 서서 밤을 보내야 할 수도 있다고.

왜냐하면 김은수는,

“진짜, 안 되겠다 싶으면 무조건 나한테 연락해, 응?”

한국에 돌아가도, 돌아갈 ‘집’이 없었으니까.

“응.”

미소를 지으며 끄덕이는 그녀를 보고 순아는 혀를 츳츳 찼다. 은수가 너무 짠해서.

“속도 없이 웃기는. 내 속도 모르고...”

맺지 못한 말 대신, 순아는 한숨을 쉬었다.

‘큰일은 자기도 겪었으면서...’

쓰게 웃으면서도 은수 역시 말없이 그녀를 따라 걸었다.

한국에서의 사정 때문에 귀국하기로 결정한 은수에 맞춰 순아 역시 귀국을 결심했다.

은수는, 자신과 함께 동행해주는 순아가 고마웠다. 그녀의 상황이 유감스러우면서도.

‘좋은 일 있겠지.’

조금 앞서 걷는 그녀를 보며 은수는 소리내어 말할 수 없는 바람을 속으로 빌었다.

‘그러니까, 여기에서 일은 훌훌 털어.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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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다다다다-.우툴두툴한 도로 위로 구르는 바퀴 때문에 소음이 꽤나 따가웠다.“이야-, 한동안 이 릭샤도 그립겠네.”옆에 앉은 순아의 말에 은수는 설핏 웃었다.“돌아올 때까지 애들이나 어른들이나 잘 있어야 할 텐데...”뒤이어 중얼거린 그 말에 순아는 그녀를 돌아보았다.“...왜?”“그냥.”웃는 얼굴로 묻는 순아에게 달리, 은수는 고개를 저었다.“그냥은 무슨.”순아는 픽 웃었다.“그런 일을 겪고도 또 여기 오고 싶냐, 뭐 그런 거 물으려던 거 아니었어?”콕 집어내듯 은수의 속마음을 물으며 순아는 또 슬쩍 웃었다.은수 역시도 말없이 웃었다.그 뒤로는, 둘 사이에 더 이상 오가는 말은 없었다.여전히 릭샤가 달리며 내는 소리와 사방이 뚫린 터라 맡을 수밖에 없는 매캐한 매연이 두 사람의 침묵을 오롯이 채울 뿐이었다.원래 있던 곳에서 공항과 가까운 버스 정류장까지 꼬박 네 시간 동안 버스를 탔다.현지인 친구들과는 예사로 가던 길이 두 사람만 딱 나오는 길이다 보니 어쩐지 더 멀게 느껴졌다. 그도 그럴 게, 두 사람 모두 그곳을 떠날 수밖에 없는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겨버려서 떠나는 길이었으니까.공항에 도착한 후, 수하물로 짐을 부치고 났더니 그제야 조금은 홀가분해졌다.“차 한 잔 할까?”“그러지 뭐.”공항 안의 카페로 자연스럽게 흘러들어 자리를 잡았다."마지막이니까, 짜이 한 잔 마셔야지."에어컨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곳이라 후덥지근 했는데도, 순아는 뜨거운 짜이를 시켰다."너는?"인도에 있는 내내, 은수는 하루 세 번씩 갖는 티타임 중 짜이를 한 번도 제대로 마신 적 없었다."스프라이트."단호히 떨어진 그 말에 순아는 고운 눈을 흘겼으면서, 짜이 한 잔과 스프라이트, 얼음도 함께 주문해 주었다.은수가 시킨 음료는 짜이의 두 배나 되는 값이었다. 스프라이트 값이나마 자신이 치르겠다고 주머니를 뒤지던 은수에게 순아는 손을 흔들어 댔다.“내가 낼께.”“응?”“루피 남은 거 써야 돼서.”“루피가 아직 있다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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