ホーム / 로맨스 / 우연히, 필연 / 3화-어색한 관계

共有

3화-어색한 관계

作者: 몽베니
last update 公開日: 2026-10-21 12:41:52

원래 살던 집이 아니었다.

그녀가 떠나오기 전, 그들이 살던 집은 15평 조그만한 아파트였으니까.

짧다면 짧은 세월이 불과 3년인데도, 그들은 이층에 지하까지 있는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온 모양이었다.

번듯했다. 유산을 물려받았다더니 그게 좀 많았나 보다고 은수는 생각했다.

내부는 어떤지 알지 못했다.

대문을 끼고, 계모가 쌍심지를 켜듯 했으니까.

“뭐 하러 왔니?”

은수를 보자마자, 퉁명스레 쏘아붙이는 그녀.

“너 좋다고 혼자 나가서 3년이나 코빼기도 안 비치더니.”

그녀는 말과 함께 날선 눈으로 은수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아버지 장례는 치뤄야죠.”

“그뿐이니? 네가 여기 온 이유가?”

은수의 작은 목소리와 상대적으로 따져 묻는 그녀의 목소리가 사뭇 아팠다.

“...예.”

“그럼 이대로 가.”

작게 답한 말인데 즉답이 돌아왔다.

“여기, 너 있을 곳 없으니까.”

“예?”

“어차피 오늘부터 장례 치른다고 다들 장례식장 가 있을 테니까 너도 이대로 가라고.”

카앙.

은수의 눈앞에서 대문이 잠겼다.

계모는 아예, 그녀가 대문 안으로 들어오지도 못하게 해버렸다.

인도의 먼지 바람은 거셌다.

아무리 깔끔히 차려 입고 왔어도 은수의 모습은 피곤에 쩔고 꾀죄죄했으리라.

“짐 놓고 씻고 가면 안 돼요?”

은수는 부탁조로 말했다.

“장례 치르러 왔다며?”

언짢은 기색을 내비치며 계모는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소리 말라는 투였다.

“장례 치르면 끝인데 여기다 짐은 왜 둬? 뭐 여기서 살 거야?”

할 말이 없었다.

‘그냥, 남이라는 소리구나...’

집 안에는 들어가 보지도 못한, 은수는 인도에서 돌아온 그대로 장례식장으로 가야했다. 당연히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목욕탕부터 찾아서 씻고 옷도 갈아입고 가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럼, 저는 따로 가겠습니다.”

“그렇게 해. 안 그래도 차에 너 탈 자리는 없었어.”

계모는 돌아보지도 않고 자신의 차에 올랐다. 그 누구도 그녀와 동행하는 사람은 없었기에 자리는 많았다.

은수는 아무말 않고 장례식장 주소만 받았다.

‘기대도 안 했다지만...’

입술 새로 체념 섞인 웃음이 샜다.

자식 없이 두 사람만 생각하며 살던 부부에게 그녀는 단 3년 동안의 ‘동거인’이었다.

기대치가 높은 부모는 아니었지만, 은수의 부모는 어른답지 못했다. 그래서 화가 많이 났었다.

‘밉다’, ‘야속하다’ 같은 감정은 사랑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걸 깨닫고 나서는 분노조차 저만치 치워버렸다. 은수는 그들에 대한 속상한 마음을 그렇게 내려놓았다.

‘머리카락 너무 길지 않나? 자를까?’

씻고 나온 후 수건으로 닦던 은수는 제 머리카락의 길이를 가늠했다.

그 생각이 얼마나 쓸데없는 건지는 알고 있었다.

체념했다 해서 아예 아무렇지도 않다는 뜻은 아니었다.

슬프지 않거나 화내지 않으려 다른 생각을 하던 중이었다.

아버지 장례가 끝나면 그녀는 정말로 한국에서는 갈 데가 없었다.

“너 있을 곳 없어.”

무슨 가게 이름처럼 자꾸만 떠오르는 계모의 말.

‘...처음부터 남이었지.’

원망하지는 않았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깨닫고 후회한다던 아버지는 그래도 혈육이었고, 그녀의 말대로 두 사람은 남이었으니까.

=====

그래도 열 살 이후로는 그들의 딸로 살았다고 믿었다.

얼굴도 기억하기 힘든 두 살 무렵, 엄마라는 사람이 집을 나갔다.

은수는 두 사람에게 갑작스레 생긴 아이였다고 했다.

임신과 출산 후 그 아이가 두 살 먹을 때까지 불화는 끊이지 않았었다.

혼자 남은 아버지는 딸을 홀로 키울 수 없다며 시골의 할머니집에 그녀를 데려다 놓았다.

모든 사람들이 그러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좋은 분들만은 아니었다는 건 자명했다.

할아버지는 아침에 눈 뜨면 나가 점심 무렵이면 술에 취해 들어왔다. 밤까지 이어지는 주정과 욕설과 위협의 시간이 흘렀다.

생활력은 없었으니 반대로 할머니의 삶이 고생스러웠다.

새벽에 첫 차를 타고 쥐치포 공장이나 굴 양식장으로 일을 하러 갔다.

하루 쉬는 날이라도 생기면 밀렸던 밭일이나 논일을 했다.

그녀의 아버지가 어떤 경제적 도움도 준 적이 없었으니, 뭘 하든 해야 세 사람 입에 풀칠이라도 할 수 있어 그랬을 것이다.

할머니에게는 그런 ‘생존의 시간’이, 어린 은수에게는 ‘방치의 세월’이었다.

몸이 자라고 머리가 굵어갈 무렵, 술 취해 비틀대며 걷던 할아버지가 낙상을 했다.

치료에 시간을 썼지만, 오랜 시간 술에 절은 몸은 회복되지 않았다.

할머니에게 때때로 폭력도 행사했던 할아버지였다. 할머니는 그와 더 이상은 못 살겠다고 남몰래 가슴을 치며 울던 날도 있었다.

그런데도, 정작 할아버지 장례가 끝난 후에 할머니는 마음을 놓아버렸다.

은수는 그녀의 곁에 있었다.

오래오래 참았다.

초등학교 졸업 무렵 할아버지를 보냈는데, 중학교 졸업 무렵에는 할머니를 보내드렸다.

혼자 남은 그녀에게 아버지는 마지못해 손을 내밀어주었다.

그렇게 고등학교 3년을 함께 살았다.

고우나 미우나, 할아버지 할머니는, 은수에게 부모나 다름없었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을 눈앞에서 잃은 사람은, 은수였다.

혼자 남는 일이 깜깜하고 두려워서, 무책임한 어른인 줄 알면서도 은수는 내미는 아버지의 손을 덥썩 잡았다.

조금이라도 예쁨받고 인정받으려고 애썼다.

적응하느라 힘들었던 서울 생활에 학교 공부는 놓았어도 알바는 했다.

외아들이라, 조부모님 돌아가시고 나서 적으나마 아버지가 받은 유산에 계모가 웃는 걸 보아서였다.

열심히 일해서 차비 정도 두고 다 계모에게 주었다.

그녀의 존재 가치는 딱 그쯤이었다.

어쩌다 몸이 아파 알바를 못 가고 집에 오면 쫓겨났으니까.

하루 벌이 공치면 그 손해가 얼마냐고.

주민등록증이 나오고 난 후, ‘성인’이구나 하는 자각 후에 은수는 그들에게서 예쁨 받기를 포기했다.

점점 말이 없어졌다.

계모에게 주는 돈도 절반으로 줄었다.

불만을 품은 계모는 여지없이 손찌검을 했다.

그 꼴을 보고도 아버지는 말이 없었다.

“신경 쓰이게 하지 마.”

그게 그녀가 들은 전부였다.

고등학교 졸업 무렵, 그녀는 알바해서 모은 돈을 건네는 일이 없었다.

대신 차곡차곡 모아서 외국에 나갈 준비를 했다.

교회를 열심히 다니다가 알게 된 봉사단체가 해외에도 있다는 말에 알아보았다.

미주나 유럽은 턱없이 비쌌다.

그나마 비자 얻기 수월하고 모은 돈으로도 갈 수 있는 곳이 ‘인도’였다.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지, 얼마나 험난할지 겁이 안 나는 건 아니었다.

그런데도 결심했던 건 어디든 한국보다는 나으리란 사실이었다.

출국하기 전날, 그녀는 짐싸기를 마치고 두 사람과 마주 앉았다.

처음 있는 일이라서 약간의 긴장감이 돌았지만 운을 떼는 그녀는 애써 덤덤해했다.

아버지 앞에서, 그녀는 머리카락이 뜯기고 뺨이 붓도록 맞았다.

아무 말이 없던 아버지는, 어쩌다 후려친 계모의 손에 코피가 터지자 그제야 그녀를 말렸다.

그 때가 아버지와 얼굴을 보았던 마지막이었다.

그녀는 도망치듯 인도로 가버렸다.

그래도 혈육이라고 아버지는 중간중간 연락을 하며 미안하다 했다.

외려 그의 삶에 끼어든 건 자신이라고 그녀도 미안하다 했다.

물론, 알고는 있었다.

그도 그녀도, 서로에게 진심은 아니었다는 걸.

그런 데 진심을 부여하기에는, 방치되었던 시간이 너무 오래 되었으니까.

은수는 다 체념하고 내려놓고 살려고 애썼다.

먼지와 땟국물에 절은 현지 아이들을 만나 손톱을 깎아주고 종이접기 같은 걸 가르쳐 주었다.

궁극적으로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만한 게 뭐가 있나 같은 고민을 하며 바쁘게 살던 그때였다.

연락이 온 건.

아버지의 부고였다.

この本を無料で読み続ける
コードをスキャンしてアプリをダウンロード

最新チャプター

  • 우연히, 필연   6- 버려진 아이

    장례는 힘들었다.낯모르는 사람들에게 수없이 인사하고, 가끔 앉았다가도 일어나기를 반복했다.계모는 친척들과 자주 밖으로 나갔다.뭘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은수는 거의 혼자서 상주 노릇을 했다. 예사로 끼니도 놓치고.발인 날, 계모는 그녀에게 통보하듯 했다.“성남의 OO동에 있는 납골당에 모실 거야. 나중에 가보든지 하고, 넌 안 와도 돼.”“예?”은수는 이틀 밤을 꼬박 샌지라 피곤하고 허기진 상태였다.“발인 날인데, 같이 가지 말라구요?”기가 막혔다.“네가 뭐 자식이었어?”계모는 눈을 부릅떴다.“해준 것도 없는 년이 자식이라고 이틀 설쳤으면 됐지 뭘 끝까지 나서, 나서길?”“아니, 그래도 마지막인데...”“아 됐으니까,”밀치는 손길에 은수는 휘청거렸다.“이제 가. 찾아오지도 말고.”그녀는 오만원 권 지폐 몇 장을 그녀에게 휙 뿌렸다.“엄...”부를 수 없는 이름이었다. ‘엄마’라니.한 번도 가져본 적 없던 이름이라 그녀는 입을 다물었다.그들이 떠나고, 은수는 혼자 남았다.바닥에는, 계모가 던져놓고 간 오만원 권 지폐가 휴지조각처럼도 보였다.사흘동안, 한 번도 눈물이 나지 않았다.눈물이 나올 만큼 아버지에 대해 애틋한 마음이 있던 게 아니라서.그 오만원권 지폐를 주우면서, 그제야 눈물이 났다.한 번 더, 버려졌으니까.‘...네 장이네.’고교 시절 그녀가 알바해서 계모에게 건넨 돈은 열 배가 넘었다.‘고작 이걸 바라고 온 게 아닌데...’바닥으로 똑똑 떨어지는 눈물방울에 그녀는 이를 악물었다.휴지조각처럼 버려졌던 그 돈을 구깃구깃 쥔 채로 그녀는 일어섰다.자지 못하고 먹지 못했다.휘청거렸지만, 그녀는 어지럼증을 털어내고 밖으로 성큼 성큼 나갔다.그들은 막 버스에 오르려던 참이었다.납골당까지는 한 시간여의 꽤나 긴 여정일 터였다.돌진하듯, 계모에게 다가간 은수는 손부터 뻗어 그녀의 어깨를 확 돌렸다.“너...”놀란 얼굴로 저를 알아본 그녀에게 은수는 쥐고 있던 돈을 홱 던졌다.“이게, 야

  • 우연히, 필연   5화- 제안

    인도에서 지낸 3년 동안, 그녀는 인도의 문화와 음식 어느 것에도 적응하지 못했다.늘 배앓이를 했고, 서너 시간 후면 잠에서 깼으며 고질적인 빈혈로 철분제를 복용했다. 다 소용없었지만.“너 괜찮아? 웬 땀을 이렇게 흘리니?”은수의 이마에서 볼을 타고 흐르는 땀을 보고, 은영은 기겁을 하듯 했다.여름이 한창 시작되는 중이었지만 실내는 서늘했다. 땀 날 일이 없었다는 뜻이다.“아, 뜨거운 걸 먹어서...”은수는 육개장에 말아놓은 밥을 한 술 한 술 뜨던 중이었다.“몸이 허한가보다.”은영의 그 말에 은수는 오그라드는 기분이 들었다.사시사철 더운 곳에서 3년을 있었다. 그곳에서 땀이 나면 그게 식은 땀인지 진땀인지 알 리 없었다.‘허하다’는 뜻도 당연히 몰랐다.“그걸로 되겠어?”뒤이어 온 큰어머님이 큰아버님 옆에 앉으며 물었다.“음식이 왜 이래? 뭐가 이렇게 없어?”식탁을 둘러보며 낯을 찡그리자, 은영은 인상을 썼다.“엄마, 들으면 어쩌려고...?”“이걸 사람 먹으라고 시킨 거니? 너도 눈 있으면 봐.”큰어머님은 들은 체도 않고 싫은 소리를 했다.은수는 상위를 한 번 더 훑었다.뭐가 이상한 건지는 몰랐다.‘뭐가, 더 있어야 했나?’인도에서 치렀던 친구 아버지 장례식이 떠올랐다.이미 죽은 아버지를 생전의 모습처럼 씻기고 옷 입히고 안경까지 씌우더니, 살아있는 사람들과 사진을 찍게 했다.살아있는 사람들이 그 사체와 하룻밤, 하루 낮을 함께 보냈다.그리고 나서는, 그들도 더러 가서 멱을 감는 강가의 모래밭에 사체를 묻었다!하나같이 약속이나 한 듯, 장례 내내 그들은 금식했다.‘아무것도 먹지 않는 고인 앞에서, 그들은 산자임을 티내며 먹는 걸 불경스러워했지.’마지막 남은 밥 한 술을 뜨며 은수는 그런 생각을 했다. 그러니, 그녀 앞에 놓여진 음식은 함부로 평가받아야 할만큼 형편없지는 않다고.“은수야. 앞으로 너는 어떻게 할 거야?”큰어머님도 자신 앞에 놓여진 육개장 국물에 밥을 말았다. 찬이 없다며 ‘사람 먹는 음식이냐’

  • 우연히, 필연   4화- 장례식장

    아버지과 계모 사이에는 자식이 없었다.아예 두 사람만 살기로 작정을 했던 것인지, 계모 쪽 조카들이 그 자식 대신이었는지 겉으로 보기에도 각별해 보였다.고인의 친딸이면서도, 그녀는 꿔다 놓은 보릿자루나 다름없었다.찾아온 사람들은 죄다 계모와 관련이 있었고, 상복만 입었다 뿐이지 그녀는 영 모르는 사람이었으니까.“은수야.”갑작스레 부르는 말에 눈을 번쩍 떴다.“피곤했나 봐.”고개를 번쩍 들었다.계모와 친척들이 와서 우르르 나간 후로 혼자 상주 노릇을 하던 중이었다.저도 모르게 졸았던지라 민망해서 얼른 일어났다.“외국 있었다며? 바로 온 거야?”“예.”안부는 묻는 그들에게 은수는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했다.큰아버님네 가족이었다.할아버지의 형님 되시는 큰할아버지의 장남 가족.그녀의 할아버지와 달리, 그 집은 자녀들이 많았다.홀로 컸던 아버지는 종종 그 댁의 형제들과 스스럼없이 지냈다고 했다.특히 나이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 큰아버님과.“밥은 먹었니?”꽃 한 송이 제단에 올리고 나서 큰어머님이 물었다.“생각이 없어서...”상주 자리를 비울 수 없었을 뿐이었다.“입술이 다 바짝 말랐는데 무슨 소리야?”은수는 놀랐다. 곧바로 그녀의 상태를 꿰뚫어 본 것 같은 그녀의 말에.“얼굴이 왜 이렇게 상했어?”큰어머님이 은수의 얼굴을 쓸었다.“가서 무슨 고생을 얼마나 한 거야?”어른의 손이 닿은 건 처음이나 마찬가지였다.당황해서 애써 웃는데,“형님?”순식간에 얼음이 되어버렸다.“오셨어요?”계모가 친척들과 함께 돌아왔던 것이다.“어디, 다녀온 거야? 상주가 자리를 비우면 쓰나?”은수를 힐끗 보며 그녀는 계모를 나무랐다.“마음이 안 좋아서...”목이 메 꺼지는 목소리로 계모는 우는 소리를 했다.“잠깐 바람 쐬자 해서요. 은수도 그러라고 했고.”애써 침착하려 했지만, 은수는 당황한 표정을 숨길 수가 없었다.‘내가 언제?’그저 그러면 그러는 줄 알고 입을 다물어버릴 뿐이었다.은수는, 그런 배려의 말을 할 줄 몰라서

  • 우연히, 필연   3화-어색한 관계

    원래 살던 집이 아니었다.그녀가 떠나오기 전, 그들이 살던 집은 15평 조그만한 아파트였으니까.짧다면 짧은 세월이 불과 3년인데도, 그들은 이층에 지하까지 있는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온 모양이었다.번듯했다. 유산을 물려받았다더니 그게 좀 많았나 보다고 은수는 생각했다.내부는 어떤지 알지 못했다.대문을 끼고, 계모가 쌍심지를 켜듯 했으니까.“뭐 하러 왔니?”은수를 보자마자, 퉁명스레 쏘아붙이는 그녀.“너 좋다고 혼자 나가서 3년이나 코빼기도 안 비치더니.”그녀는 말과 함께 날선 눈으로 은수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아버지 장례는 치뤄야죠.”“그뿐이니? 네가 여기 온 이유가?”은수의 작은 목소리와 상대적으로 따져 묻는 그녀의 목소리가 사뭇 아팠다.“...예.”“그럼 이대로 가.”작게 답한 말인데 즉답이 돌아왔다.“여기, 너 있을 곳 없으니까.”“예?”“어차피 오늘부터 장례 치른다고 다들 장례식장 가 있을 테니까 너도 이대로 가라고.”카앙.은수의 눈앞에서 대문이 잠겼다.계모는 아예, 그녀가 대문 안으로 들어오지도 못하게 해버렸다.인도의 먼지 바람은 거셌다.아무리 깔끔히 차려 입고 왔어도 은수의 모습은 피곤에 쩔고 꾀죄죄했으리라.“짐 놓고 씻고 가면 안 돼요?”은수는 부탁조로 말했다.“장례 치르러 왔다며?”언짢은 기색을 내비치며 계모는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소리 말라는 투였다.“장례 치르면 끝인데 여기다 짐은 왜 둬? 뭐 여기서 살 거야?”할 말이 없었다.‘그냥, 남이라는 소리구나...’집 안에는 들어가 보지도 못한, 은수는 인도에서 돌아온 그대로 장례식장으로 가야했다. 당연히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목욕탕부터 찾아서 씻고 옷도 갈아입고 가야겠다고 마음 먹었다.“그럼, 저는 따로 가겠습니다.”“그렇게 해. 안 그래도 차에 너 탈 자리는 없었어.”계모는 돌아보지도 않고 자신의 차에 올랐다. 그 누구도 그녀와 동행하는 사람은 없었기에 자리는 많았다.은수는 아무말 않고 장례식장 주소만 받았다.‘기대도 안

  • 우연히, 필연   2화 -1초 신부

    여전히 공항은 복작댔다.어디서 이 많은 사람들이 나타났다 사라지는지 재헌은 가끔 의문을 품었다.‘이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중에, 현이는 없어.’재헌은 그저, 지나가는 사람들을 그는 무심히 휘둘러볼 뿐이었다.1년 전, 유학을 가는 그녀를 공항에서 배웅했다.약혼한 사이였지만 사랑했기에, 그의 아내로만 살 수 없다는 그녀의 꿈을 지지하고자 그녀의 유학길을 막지 않았다.그녀는 4년제 대학을 3년 안에 패스하고 오겠다고 호언장담했다. 그가 그녀를 더 이상 말리지 못하게 하려 했다는 걸 그 역시 모르지 않았다.사랑했다.잠시의 이별도 힘들었지만, 그녀의 말이라면 들어줄 수밖에 없을 정도로.그녀의 호언장담은, 1년 후 갑작스레 돌아온 이별 통보로 끝이 났다.그곳에서 다른 남자를 만나 결혼하게 되었다는 게 이유였다.믿을 수 없어서 재헌 혼자 나선 길이었다.전세기도 수행원도 없이, 그렇다고 퍼스트 클래스 티켓을 산 것도 아니었다.소용없는 짓이겠지만, 일단 비행기를 탈 때는 누구도 그가 움직이는 건 몰랐으면 했다.‘변심한 연인을 만나러 가는데, 과한 관심이라니.’피식 웃음이 났다.정비서의 굳은 표정을 떠올리자 한 번 더 바람 빠진 풍선같은 웃음이 났다.맞춤막하게 보딩을 알리는 안내음이 들렸다.그가 일어나자, 그제야 자신을 힐끔거리는 몇몇 시선들을 깨달을 수 있었다.‘알아보았나?’쓰고 있던 캡을 깊숙이 내렸다.‘곤란한데...’애써 태연한 척 걸음을 옮겼지만 그는 몰랐을 것이다.그가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이유가 공인이어서가 아니라, 그가 생각지 않은 이유로 그렇다는 걸.혼자 떠나는 여행객처럼, 단촐한 차림으로 작은 캐리어를 끌고 걷는 그는, 모델이나 다름없었다.190이 넘은 키에 넓은 어깨, 옷으로 가려 놓아도 눈썰미 좋은 사람들이면 알아챌 수 있는 탄탄하고 균형 잡힌 몸에 눈을 가렸어도 드러나는 준수한 얼굴.휴대폰을 끄기 전, 그는 정비서에게 연락을 취했다.[어디십니까?]전화를 받자마자 바로 건너온 말에,“...숨 좀 쉬지?”

  • 우연히, 필연   1화-공항

    부다다다다-.우툴두툴한 도로 위로 구르는 바퀴 때문에 소음이 꽤나 따가웠다.“이야-, 한동안 이 릭샤도 그립겠네.”옆에 앉은 순아의 말에 은수는 설핏 웃었다.“돌아올 때까지 애들이나 어른들이나 잘 있어야 할 텐데...”뒤이어 중얼거린 그 말에 순아는 그녀를 돌아보았다.“...왜?”“그냥.”웃는 얼굴로 묻는 순아에게 달리, 은수는 고개를 저었다.“그냥은 무슨.”순아는 픽 웃었다.“그런 일을 겪고도 또 여기 오고 싶냐, 뭐 그런 거 물으려던 거 아니었어?”콕 집어내듯 은수의 속마음을 물으며 순아는 또 슬쩍 웃었다.은수 역시도 말없이 웃었다.그 뒤로는, 둘 사이에 더 이상 오가는 말은 없었다.여전히 릭샤가 달리며 내는 소리와 사방이 뚫린 터라 맡을 수밖에 없는 매캐한 매연이 두 사람의 침묵을 오롯이 채울 뿐이었다.원래 있던 곳에서 공항과 가까운 버스 정류장까지 꼬박 네 시간 동안 버스를 탔다.현지인 친구들과는 예사로 가던 길이 두 사람만 딱 나오는 길이다 보니 어쩐지 더 멀게 느껴졌다. 그도 그럴 게, 두 사람 모두 그곳을 떠날 수밖에 없는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겨버려서 떠나는 길이었으니까.공항에 도착한 후, 수하물로 짐을 부치고 났더니 그제야 조금은 홀가분해졌다.“차 한 잔 할까?”“그러지 뭐.”공항 안의 카페로 자연스럽게 흘러들어 자리를 잡았다."마지막이니까, 짜이 한 잔 마셔야지."에어컨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곳이라 후덥지근 했는데도, 순아는 뜨거운 짜이를 시켰다."너는?"인도에 있는 내내, 은수는 하루 세 번씩 갖는 티타임 중 짜이를 한 번도 제대로 마신 적 없었다."스프라이트."단호히 떨어진 그 말에 순아는 고운 눈을 흘겼으면서, 짜이 한 잔과 스프라이트, 얼음도 함께 주문해 주었다.은수가 시킨 음료는 짜이의 두 배나 되는 값이었다. 스프라이트 값이나마 자신이 치르겠다고 주머니를 뒤지던 은수에게 순아는 손을 흔들어 댔다.“내가 낼께.”“응?”“루피 남은 거 써야 돼서.”“루피가 아직 있다고?”“어

続きを読む
無料で面白い小説を探して読んでみましょう
GoodNovel アプリで人気小説に無料で!お好きな本をダウンロードして、いつでもどこでも読みましょう!
アプリで無料で本を読む
コードをスキャンしてアプリで読む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