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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1초 신부

作者: 몽베니
last update 公開日: 2026-10-21 11:29:35

여전히 공항은 복작댔다.

어디서 이 많은 사람들이 나타났다 사라지는지 재헌은 가끔 의문을 품었다.

‘이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중에, 현이는 없어.’

재헌은 그저, 지나가는 사람들을 그는 무심히 휘둘러볼 뿐이었다.

1년 전, 유학을 가는 그녀를 공항에서 배웅했다.

약혼한 사이였지만 사랑했기에, 그의 아내로만 살 수 없다는 그녀의 꿈을 지지하고자 그녀의 유학길을 막지 않았다.

그녀는 4년제 대학을 3년 안에 패스하고 오겠다고 호언장담했다. 그가 그녀를 더 이상 말리지 못하게 하려 했다는 걸 그 역시 모르지 않았다.

사랑했다.

잠시의 이별도 힘들었지만, 그녀의 말이라면 들어줄 수밖에 없을 정도로.

그녀의 호언장담은, 1년 후 갑작스레 돌아온 이별 통보로 끝이 났다.

그곳에서 다른 남자를 만나 결혼하게 되었다는 게 이유였다.

믿을 수 없어서 재헌 혼자 나선 길이었다.

전세기도 수행원도 없이, 그렇다고 퍼스트 클래스 티켓을 산 것도 아니었다.

소용없는 짓이겠지만, 일단 비행기를 탈 때는 누구도 그가 움직이는 건 몰랐으면 했다.

‘변심한 연인을 만나러 가는데, 과한 관심이라니.’

피식 웃음이 났다.

정비서의 굳은 표정을 떠올리자 한 번 더 바람 빠진 풍선같은 웃음이 났다.

맞춤막하게 보딩을 알리는 안내음이 들렸다.

그가 일어나자, 그제야 자신을 힐끔거리는 몇몇 시선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알아보았나?’

쓰고 있던 캡을 깊숙이 내렸다.

‘곤란한데...’

애써 태연한 척 걸음을 옮겼지만 그는 몰랐을 것이다.

그가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이유가 공인이어서가 아니라, 그가 생각지 않은 이유로 그렇다는 걸.

혼자 떠나는 여행객처럼, 단촐한 차림으로 작은 캐리어를 끌고 걷는 그는, 모델이나 다름없었다.

190이 넘은 키에 넓은 어깨, 옷으로 가려 놓아도 눈썰미 좋은 사람들이면 알아챌 수 있는 탄탄하고 균형 잡힌 몸에 눈을 가렸어도 드러나는 준수한 얼굴.

휴대폰을 끄기 전, 그는 정비서에게 연락을 취했다.

[어디십니까?]

전화를 받자마자 바로 건너온 말에,

“...숨 좀 쉬지?”

재헌은 낮고도 퉁명스레 되받아쳤다.

[결제를 기다리는 서류를 떠맡겨 두고 가신 분이 할 말은 아니신 것 같은데요?]

못지않았다.

정비서는 그의 최측근에서 회사의 생사고락을 같이 했기에 할 수 있는 말이기도 했다.

“이제 비행기 탈 거야.”

그러거나 말거나 재헌은 툭 내뱉듯 했다.

[이코노미죠.]

여지없이 같은 수준의 답이 돌아왔다. 은근슬쩍 경멸을 섞은 목소리로.

“사적인 일로 나가는 거니까.”

짧고 굵은 답이었다.

건실한 기업체를 운영하는 그가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이후로 행동을 조심했던 그였다. 그러니, 사적인 일로 비즈니스석을 탔다가 괜히 눈에 띌 일은 없어야 했다.

[...잘 다녀오십시오.]

정비서의 말 속에 이제는 유감스러움이 비쳤다. 물론, 아주 슬쩍.

“그러지. 금방 돌아오겠지만. 그리고...뭐지?”

[예?]

자신의 빈자리를 대신할 정비서이기에 재헌은 몇 가지의 당부만 할 생각이었다.

그러기 전에 말이 끊겼다. 위엣층에서 다투고 있던 남녀의 소란스러움 때문에.

“네가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 있어?”

“여기서 이러지 말고..”

새된 소리를 내지르는 여자에게 남자는 어쩔 줄 모르는 중이었다.

[...대표님?]

말 하던 사람 어디 가고 중간에 끊겼으니 답답한 게 당연했다.

“어...”

[무슨 일 있으십니까?]

“아니. 그냥 좀 시끄러운 일이 있어서.”

얼결에 느려졌던 걸음을 재촉하며 재헌은 다시 통화를 이어가려 했다.

“혹시 무슨 일 생기면 연락하고..”

“꺼져!”

한 번 더 들린 앙칼진 목소리에 한 번 더 위를 올려다보고 말았지만.

“...!”

[...대표님?]

또 조용해진 그에게 정비서의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홧김에 한 행동인지 그가 주어서 버린 것이었는지, 여자는 제 목에 매고 있던 머플러를 풀어 내던져 버렸다.

의도한 바는 아니었으나 재헌은 목도하고 말았다.

하늘 하늘 내려오던 하얀 머플러가 마주오던 여성의 머리 위에 내려앉는 것을.

“어머나, 이게 뭐야?”

“엇, 이게 왜 여기...?”

제 머리에 베일처럼 앉은 머플러 때문에 눈 앞의 여자는 정말 난감해했다.

얼른 그 머플러를 내릴 생각도 하지 않고 위를 한 번 올려다보고 다시 고개를 돌린 걸 보니, 많이 놀란 모양이었다.

재헌 역시 그랬다. 얼떨결에 , 생면부지의 그녀가 꼭 얼굴을 베일로 가린 자.신.의. 신부 같아서.

또다시 걸음이 느려진지도 모른 채, 재헌은 두 사람을 지나치며 나누는 이야기를 듣고 말았다.

“이거, 가서 돌려줘야겠지?”

“꼭 그래야 할까?”

“그렇다고 버릴 수는 없는 거니까.”

‘1초 신부’였던 여자가 심지어 착한 성품이었던가 보았다. 제 머리에 떨어진 것이니 쓰레기통에 처박아도 시원치 않았을 텐데, 그들 옆을 씩씩대며 지나가는 머플러 주인을 붙잡았으니.

그들을 지나쳐 걸으면서도 재헌은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저, 이거, 떨어뜨린 것 같은데...”

“버려요.”

쌀쌀맞은 한 마디를 던진 여자때문에 ‘1초 신부’는 조금 더 당황했다.

‘성질은...’

머리 위로 떨어진 게 머플러가 아니라 무게가 있는 것이었다면 그녀는 크게 다쳤을 것이다.

그에 대해 사과 한 마디 없는 여자에 대한 분기가 일었지만 재헌은 한편, 궁금하기도 했다.

그녀가 정말 그걸 버릴는지.

다른 데 보는 척 돌아보자, 두 사람의 서 있는 뒷모습이 보였다.

그 머플러를 어떻게 할지 상의하는 것 같았다.

몇 마디 오가는 것 같은 몸짓 후, 그의 ‘1초 신부’는 손에 든 머플러를 잘 말아 가방에 넣는 모습이 보였다.

“허, 그냥 버리지.”

기가 막혀 중얼거렸는데,

[저한테 한 말입니까?]

휴대폰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통화가 끝나지 않았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아, 미안.”

[뭡니까? 거기 뭐 있습니까?]

“어.”

재헌은 미소를 지었다.

“아주, 희한한 사람을 봐서.”

다시 걷는 걸음이 어쩐지 가벼웠다.

변심한 연인을 찾으러 가는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그런데도 마음이 무거웠던 좀 전과 달리, 그는 서서히 평온해진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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