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차가 흔들리자 쪽지 끝이 무릎에서 미끄러졌다. 연화는 종이를 붙잡고 밤글방의 모습을 다시 떠올렸다.책상 가까이 놓인 등잔, 벽 앞을 밝히던 등잔. 왕야가 글을 쓰는 동안에는 모두 불이 켜져 있었다.“석영, 왕부에 향로가 있나요?”맞은편에서 노을뿌리 자루를 받치고 있던 석영이 고개를 들었다.“없습니다. 왕야께서 향 냄새를 싫어하셔서요.”“왕야 방에도요?”“예. 손님이 가져온 것도 집사님이 따로 치워 두십니다.”연화는 쪽지를 접어 옷 안에 넣었다. 향로가 없다면 다른 것을 살펴야 했다. 불이 붙는 것, 불 가까이 놓이는 것. 왕야가 오래 머무는 곳부터 확인할 생각이었다.“돌아가면 밤글방을 좀 봐야겠어요.”“왕야께 말씀드리겠습니다.”“제가 직접 말씀드릴게요. 석영은 부엌에서 쓰는 장작을 어디에 두는지 알려 주세요.”석영은 마차 창밖을 살피다가 연화 쪽으로 몸을 돌렸다.“장작까지요?”“음식에 든 게 아니라면, 음식 밖에 있는 것도 봐야죠.”석영은 더 묻지 않았다. 대신 발치의 자루를 옆으로 당겨 연화가 다리를 펼 자리를 만들었다.◑봄 셋째 달 3일 아침, 연화는 밤글방 창을 열었다.밤새 머문 기름 냄새가 바깥 공기와 섞였다. 등잔은 꺼져 있었지만 심지 끝에는 검은 흔적이 남아 있었다.왕야는 책상 위의 종이를 거두어 서랍에 넣었다. 연화는 서랍보다 책상 양쪽에 놓인 등잔을 먼저 보았다.“이것도 옮겨도 돼요?”“옮겨.”“책도 조금 비켜 놓을게요.”왕야가 책을 직접 들었다. 연화는 책이 놓여 있던 자리와 벽 사이를 들여다보았다. 먼지가 조금 앉았을 뿐, 타다 남은 물건은 없었다.석영이 문 옆에서 빈 상자를 들고 기다렸다.“향로는 정말 없네요.”“내가 없다고 하지 않았나.”“혹시 선반 안쪽에 오래된 게 남아 있을 수도 있어서요.”왕야는 선반 아래 문을 열었다. 종이 묶음과 여분의 붓이 들어 있었다. 연화는 가까이 가 냄새를 맡은 뒤 문을 닫았다.창가에는 아직 쓰지 않은 초가 놓여 있었다. 석영이 집어 올리려 하자 연화가
Last Updated : 2026-10-2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