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화는 하인이 내민 패를 의자 옆에 놓았다.“지금은 심부름보다 몸을 먼저 볼게요. 옷깃을 조금 내려 주시겠어요?”하인은 손을 들다 기침했다. 땀에 젖은 옷이 목에 붙어 있었다. 연화는 깨끗한 천을 가져와 손에 쥐여 주고, 숨이 고르게 돌아올 때까지 기다렸다.옷깃 아래에도 붉은 반점이 있었다. 첫 환자에게 나타난 것과 같은 모양이었다.“열은 언제부터 났어요?”“그제 저녁부터요. 어제는 좀 괜찮아서…….”“오늘도 일하셨나요?”하인이 고개를 끄덕였다.연화는 얼굴빛과 입술을 살폈다. 가죽골까지 걸어온 탓만으로 보기에는 숨이 거칠었다. 열꽃병이 궁 안까지 들어갔을 수 있었다.손목을 받치자 빠르고 약한 맥이 닿았다. 목의 불편한 곳을 확인하고 물을 삼킬 수 있는지도 보았다. 하인은 물잔을 받아 조금 마신 뒤 무릎 위에 내려놓았다.“돌아가서 말씀만 드리고 오면 안 될까요?”“누구에게 전하면 되는지 알려 주세요. 사람을 보낼게요.”“제가 맡은 심부름이라서요.”연화는 의자 옆의 패를 집어 들었다.“이것도 함께 보내 드릴게요. 빠뜨린 일 없이 전할 테니, 지금은 쉬세요.”하인은 그제야 벽에 기댔던 등을 떼었다.연화는 빈 창고 안에 자리를 펴게 했다. 젖은 옷을 갈아입힐 천을 준비하고, 열을 내리는 처치를 했다. 침통을 여닫는 작은 소리 사이로 하인의 기침이 이어졌다. 연화는 숨이 가빠질 때마다 손을 멈추고 상태를 확인했다.처치를 마친 뒤에는 돌배잎 달인 물을 곁에 두었다.“혼자 일어나지 마세요. 필요한 게 있으면 문 쪽으로 불러 주세요.”하인은 이불 끝을 당기며 물었다.“궁에서 왔다고 다른 분들이 싫어하진 않겠죠?”“여기서는 어디서 오셨는지보다 어디가 아픈지가 먼저예요.”연화는 문 앞에 앉아 쪽지를 펼쳤다.『둘째 환자. 내약원 심부름 하인. 열, 붉은 반점, 기침.맥 빠르고 힘 약함. 따로 돌봄. 함께 지낸 사람 확인 필요.』석영이 심부름 패를 받아 들었다.“내약원에 다녀오겠습니다.”“열이 시작된 때와 함께 지낸 사람을 확인해
Last Updated : 2026-10-2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