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주가 놓인 잔은 깨끗했다.온연화는 잔 가장자리부터 보았다. 이가 나간 곳도, 오래 묵은 때도 없었다. 궁에서 의녀들에게 내주던 그릇보다 좋았다.“마셔.”옥졸은 잔을 내려놓고 물러났다. 연화의 발목에 닿은 쇠사슬이 짧게 울렸다.“유 소의께 드린 건 약이 아니었어요.”대답은 없었다.“저는 맥을 짚고, 열이 있다고 적었어요. 드신 것을 가져오라고 했고요.”그날 적었던 종이는 어디로 갔을까. 내약원 책상에 두고 나온 진료 쪽지에는 유 소의의 손끝이 차다는 말도 있었다. 열이 있는데 손끝이 찼다. 이상해서 다시 살피려 했을 때, 사람들이 들어와 연화의 팔을 잡았다.옥에는 그 종이 대신 죄를 적은 종이가 들어왔다.유 소의를 독살한 의녀 온연화.스물셋이 될 때까지 하루도 놓지 않았던 침통은 빼앗겼다. 지금 연화에게 남은 것은 머리를 고정한 긴 은비녀 하나였다.복도 끝에서 옷자락 끌리는 소리가 났다. 옥졸이 허리를 깊이 숙였다.연화는 고개를 들었다.황후 소씨가 옥문 앞에 서 있었다. 늘 보던 웃는 얼굴이었다. 내약원의 의녀들에게 수고했다고 말할 때도, 유 소의의 죽음을 듣고 입을 가렸을 때도 저런 얼굴이었다.“아이야, 잔이 식겠구나.”연화는 바닥에 놓인 잔을 보지 않았다.“유 소의께서 무엇을 드셨는지 아시죠.”황후는 대답하지 않았다. 옥문 사이로 연화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천천히 훑어보았다.“네 어미도 그렇게 조용했지.”연화의 손이 무릎 위에서 멈췄다.어머니는 병으로 죽었다고 했다. 아버지는 그 말을 전하면서도 연화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궁에서 돌아온 어머니의 손은 차가웠고, 연화가 아무리 붙들어도 다시 움직이지 않았다.그 손의 차가움이 열일곱 해 뒤가 아니라, 바로 어제의 일처럼 선명해졌다.“어머니도…….”황후의 웃음이 조금 더 깊어졌다.연화는 끝까지 묻지 않았다. 물어도 이곳에 적어 줄 사람은 없었다. 옥졸은 고개를 숙였고, 황후 곁의 사람은 복도 바닥만 보고 있었다.연화는 잔을 들었다.입 안에 쓴맛이 남았다. 빈 잔을
最終更新日 : 2026-10-21 続きを読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