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교수님, 맞선은 근무 외입니다: Capítulo 11 - Capítulo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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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화. 보호자를 설득하는 법

# 11화. 보호자를 설득하는 법“한소이 선생 어머니가 왜 교수님한테 반찬을 보내셨습니까?”박민우의 질문이 복도 한가운데 떨어졌다.한소이는 몇 걸음 떨어진 자리에서 그대로 굳었다.박민우의 손에는 익숙한 반찬통이 들려 있었다. 투명한 뚜껑 위에 붙은 메모까지 선명했다.우리 소이 잘 부탁드립니다.엄마는 왜 하필 저 문장을 골랐을까.건강 조심하세요도 아니고, 맛있게 드세요도 아니고, 우리 소이를 잘 부탁한다니.윤재혁은 연구실 안에서 서류를 보고 있었다. 박민우의 질문을 들었을 텐데도 당황한 기색이 없었다.오히려 복도에 선 소이를 천천히 바라봤다.말해 보라는 눈이었다.소이는 재빨리 두 사람 사이로 걸어갔다.“그거 의국 전체에 보내신 겁니다.”박민우가 메모를 다시 읽었다.“여기에는 윤재혁 교수님 앞으로라고 적혀 있는데?”“택배를 보내려면 수령인이 있어야 하니까요.”“왜 하필 윤 교수님인데?”“일반외과 교수님 중에 인터넷 검색하면 제일 먼저 나오셔서요.”말을 내뱉은 뒤 소이는 눈을 감고 싶었다.윤재혁이 검색 결과 상단에 뜬다는 사실까지 어머니에게 들었다고 밝힌 셈이었다.박민우의 시선이 미묘해졌다.“한소이 선생 어머니가 윤 교수님을 검색했어?”“제가 외과에 들어왔으니까 어떤 교수님들이 계시는지 궁금하셨던 것 같습니다.”“그런데 왜 ‘우리 소이 잘 부탁드립니다’야?”“부모님들은 원래 자식 직장 상사한테 그런 말 하지 않습니까?”“우리 어머니는 교수님한테 반찬 안 보내시는데.”“선배 어머니와 저희 어머니는 다른 분이니까요.”한소이는 최대한 뻔뻔한 얼굴을 유지했다.오른쪽 눈썹이 올라가려는 것을 느끼고 이마에 힘까지 줬다.박민우가 고개를 기울이며 윤재혁에게 물었다.“교수님은 미리 알고 계셨습니까?”“아니요.”재혁의 대답은 짧고 정확했다.소이는 속으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거짓말도 하지 않았고, 맞선 사실도 드러내지 않는 완벽한 대답이었다.윤재혁이 박민우 손에 들린 반찬통을 가리켰다.“의국으로 가져가세요.”“교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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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화. 편드는 방식이 너무 무섭다

# 12화. 편드는 방식이 너무 무섭다“내 수술에 들어올 만큼.”윤재혁의 말은 그날 내내 한소이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수술에 들어온다는 건 수술복을 입고 옆에 서 있기만 하면 된다는 뜻이 아니었다.환자의 병력과 검사 결과, 수술 과정, 예상되는 합병증까지 모두 알고 있어야 했다. 윤재혁은 자신이 준비하지 못한 부분을 수술대 위에서 친절하게 기다려 줄 사람이 아니었다.소이는 최광식의 차트를 처음부터 다시 펼쳤다.혈액검사와 심폐기능검사, 영상 자료, 복용 중인 약물까지 하나씩 확인했다. 수술 전 중단해야 하는 약과 추가로 필요한 검사를 별도의 표로 정리했다.박민우가 모니터 너머로 고개를 내밀었다.“아직도 최광식 환자 보고 있어?”“아직이 아니라 이제 시작입니다.”“오전 내내 보고 있었잖아.”“그때는 환자 상태를 본 거고, 지금은 수술 준비를 보는 겁니다.”“뭐가 다른데?”“윤 교수님한테 살아남을 확률이 달라집니다.”박민우가 고개를 끄덕였다.“그건 중요하지.”소이는 수술 전 처방 화면을 확인하다가 미간을 좁혔다.최광식이 복용 중인 항혈소판제 중단 기록이 보이지 않았다.입원 전 외래 기록에는 심혈관 질환으로 약을 먹고 있다는 내용이 있었다. 수술 일정이 정해졌다면 관련 과와 상의해 중단 시점부터 확인해야 했다.“선배.”“응?”“최광식 환자 항혈소판제 중단됐습니까?”박민우가 화면을 들여다봤다.“심장내과 협진 들어갔을 텐데.”“협진 답변은 왔는데 중단 처방이 없습니다.”“전날 담당이 누구였지?”박민우가 당직표를 확인했다.“이준석 선생.”일반외과 3년 차 이준석은 전날 최광식의 입원 처방을 정리했다. 소이와 같은 팀은 아니었지만 당직 시간 동안 새로 입원한 환자들을 함께 봤다.“약은 오늘도 드신 겁니까?”소이가 투약 기록을 확인했다.아침 투약까지 완료돼 있었다.수술은 다음 주였으니 당장 취소될 정도로 늦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더 미뤄서는 안 됐다.“준석 선생한테 확인해 봐.”박민우의 말에 소이는 곧장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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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화. 첫 번째 어시스트

# 13화. 첫 번째 어시스트수술 당일 새벽 네 시 반.한소이는 알람이 울리기 전에 눈을 떴다.잠을 설친 탓에 머리는 무거웠지만 이상하게 정신만은 또렷했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자 가장 먼저 최광식 환자의 영상이 떠올랐다.췌장 두부에 자리한 종양.주변 혈관과의 거리.담관이 좁아진 위치.지난 며칠 동안 반복해서 본 수술 영상의 순서까지 머릿속에서 차례로 이어졌다.소이는 출근 준비를 마치며 혼잣말처럼 수술 과정을 되뇌었다.병원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다섯 시 반이었다.병동에 올라가자 최광식은 이미 잠에서 깨어 있었다. 수술복으로 갈아입은 채 침대에 누워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다.소이는 활력징후와 수술 전 준비 상태를 다시 확인했다.금식 여부.약물 중단 여부.수술 동의서와 수혈 동의서.수술 부위 표시와 검사 결과.며칠 전 문제가 됐던 항혈소판제 중단 기록도 한 번 더 확인했다.모든 준비는 정상적으로 이뤄져 있었다.“선생님.”최광식이 소이를 불렀다.“네, 환자분.”“나 오늘 괜찮겠지?”평소보다 목소리가 작았다.소이는 곧바로 괜찮다고 대답하지 않았다.큰 수술을 앞둔 환자에게 근거 없는 확신을 주고 싶지는 않았다.“윤재혁 교수님이 수술하시고, 저희 팀이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있을 겁니다.”“선생님도 들어와?”“네. 저도 수술실에 들어갑니다.”최광식의 표정이 조금 풀어졌다.“잘 부탁해.”소이는 환자의 손등을 가볍게 감쌌다.“수술 끝나고 병실에서 다시 뵙겠습니다.”병실을 나오자마자 가슴이 무거워졌다.잘 부탁한다는 말은 짧았지만 그 안에 환자가 맡긴 것이 너무 많았다.수술실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은 소이는 손 씻는 순서를 머릿속으로 몇 번이나 확인했다.마스크 끈을 조이고 수술모 안으로 머리카락을 밀어 넣는데 배하린이 옆으로 다가왔다.“너 오늘 윤 교수님 수술 들어간다며?”“응.”“췌장 수술에?”“어시스트로만.”“그래도 첫 달에 들어가는 건 빠른데.”소이는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바라봤다.“나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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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화. 실수의 값

# 14화. 실수의 값“잘했습니다.”윤재혁의 한마디가 밤늦도록 귓가에 남았다.한소이는 최광식 환자가 중환자실에 도착한 뒤에도 몇 번이나 그 말을 떠올렸다.처음 수술에 들어간 것치고는 잘했다고 했다.출혈 지점도 빨리 찾았고, 지시하기 전에 움직였다고 했다.수술실에서 받은 지적은 열 개가 넘었지만 칭찬은 단 한마디였다.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한마디만 선명했다.“입꼬리 내려.”옆에서 기록을 확인하던 박민우가 말했다.소이가 곧바로 표정을 굳혔다.“안 웃었습니다.”“웃었어.”“환자 상태 확인 중에 제가 왜 웃습니까?”“윤 교수님한테 칭찬받은 뒤부터 계속 혼자 기분 좋아 보이는데.”“선배가 피곤해서 잘못 보신 겁니다.”“내가 피곤하면 남의 입꼬리가 올라가 보이나?”박민우가 피식 웃으며 최광식의 모니터를 확인했다.“어쨌든 수술은 잘 끝났고 상태도 안정적이야. 오늘 밤이 중요하니까 잘 봐.”“네.”소이는 환자의 활력징후와 배액량을 다시 확인했다.수술 뒤 처음 시행한 혈액검사 결과도 예상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당장은 안정적이었지만 긴 수술을 받은 고령 환자였다. 작은 변화도 놓쳐서는 안 됐다.그녀는 모니터 수치를 시간대별로 정리하고 수액과 항생제 처방을 확인했다.중환자실 간호사가 물었다.“이 항생제는 수술 후 첫 투여가 몇 시예요?”소이는 처방 화면을 열었다.“자정에 투여 예정입니다.”“수술방에서 마지막으로 들어간 시간이 언제였죠?”질문을 받은 소이는 수술 기록을 확인했다.오후 여섯 시 십 분.처방대로라면 다음 투여까지 여섯 시간 정도였다.“자정 맞습니다.”“확인했어요.”간호사는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갔다.소이는 다른 처방을 계속 확인했다.그때 병동에서 호출이 왔다.김복순의 배액관 주변으로 액체가 새고 있다는 연락이었다.중환자실과 일반 병동 사이를 오가며 환자들을 확인하는 동안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밤 열한 시가 조금 넘었을 때였다.최광식의 보호자 최동현이 중환자실 앞에서 소이를 붙잡았다.“수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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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화. 새벽 두 시의 과외

# 15화. 새벽 두 시의 과외새벽 두 시 십칠 분.외과 의국에는 한소이 혼자 남아 있었다.모니터 화면에는 최광식의 수술 영상이 멈춰 있었다. 윤재혁의 손끝이 조직을 분리하기 직전의 장면이었다.소이는 영상을 다시 재생했다.빠르게 지나가는 수술 장면을 따라가며 해부학 책과 자신의 메모를 번갈아 확인했다. 수술실 안에서는 분명히 보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화면으로 다시 보니 놓친 부분이 한둘이 아니었다.어느 순간 시야를 바꿨는지.왜 그 혈관을 먼저 확인했는지.출혈이 생기기 전에 무엇을 보고 손을 멈췄는지.직접 들어갔던 수술이 맞나 싶을 정도로 이해하지 못한 장면이 많았다.소이는 영상을 십 초 전으로 되돌렸다.“거기서 멈춰요.”등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손가락이 굳었다.소이는 천천히 돌아봤다.의국 문 앞에 윤재혁이 서 있었다.검은 셔츠 소매를 팔꿈치까지 걷은 차림이었다. 가운도, 넥타이도 없었다. 평소 병원에서 보던 모습보다 조금 느슨했지만 피곤한 눈매만큼은 감춰지지 않았다.“교수님.”“왜 아직 안 갔습니까?”“공부하고 있었습니다.”“그건 보입니다.”윤재혁은 안으로 들어와 소이 뒤의 모니터를 봤다.“내일 당직 아니죠?”“아닙니다.”“그럼 퇴근해야 하는 사람인데.”“모르는 게 너무 많아서요.”“오늘 안에 다 알 수 있을 것 같습니까?”“조금이라도요.”윤재혁의 시선이 책상 위로 향했다.해부학 책과 출력물, 수술 기록, 손으로 그린 그림이 뒤섞여 있었다. 옆에는 이미 식어 버린 커피와 뜯지도 않은 에너지바가 놓여 있었다.“저녁은?”소이는 화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먹었습니다.”“뭘?”“그걸 꼭 말씀드려야 합니까?”“못 먹었군.”“커피 마셨습니다.”“그건 또 식사가 아니고.”“이번에는 에너지바도 있습니다.”“뜯지도 않았는데?”소이는 재빨리 포장지를 뜯었다.“지금 먹으려고 했습니다.”윤재혁은 한동안 말없이 그녀를 바라봤다.소이는 괜히 에너지바를 크게 한입 베어 물었다. 퍽퍽한 식감 때문에 입안의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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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화. 교수님에게 여자가 생겼다

# 16화. 교수님에게 여자가 생겼다윤재혁의 차 안은 지나치게 조용했다.새벽 세 시가 가까운 도로에는 차가 거의 없었다. 가로등 불빛이 일정한 간격으로 차창을 스쳤고, 낮게 깔린 라디오 소리만 침묵을 채웠다.한소이는 조수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만지작거렸다.병원 밖에서 윤재혁과 단둘이 있는 건 맞선 이후 처음이었다.정확히는 맞선 이후에도 커피와 회식, 반찬 같은 사건이 있었지만, 그때는 늘 병원 사람들이 주변에 있었다.지금은 아니었다.흰 가운도 수술복도 없는 윤재혁은 병원에서 보던 모습과 조금 달랐다. 셔츠 소매를 걷은 팔이 운전대를 잡고 있었고, 피로가 밴 얼굴은 평소보다 덜 날카로워 보였다.그렇다고 편안한 건 아니었다.오히려 모르는 모습이 많아져 더 불편했다.“주소.”윤재혁이 말했다.소이는 창밖을 보던 고개를 돌렸다.“네?”“집 주소요.”“아.”택시를 탔다면 벌써 말했을 텐데, 왜인지 윤재혁에게 집 주소를 알려 주려니 망설여졌다.“병원 앞에 내려 주셔도 됩니다.”“지하철 끊겼다면서요.”“택시 타면 됩니다.”“내 차도 택시처럼 움직이고 있습니다.”“요금도 받으실 겁니까?”“한소이 선생은 택시 기사에게도 이렇게 말이 많습니까?”“교수님이랑 택시 기사님은 다르죠.”“어떻게?”소이는 잠시 생각했다.“택시 기사님은 다음 날 회진 때 저를 혼내지 않으십니다.”윤재혁의 입가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주소 부르세요.”결국 소이는 집 근처 편의점 주소를 알려 줬다.정확한 집 앞까지 가는 건 너무 사적인 것 같았다.내비게이션에 목적지가 입력되자 예상 도착 시간이 떴다. 삼십 분 남짓이었다.피곤해서인지 긴장이 조금씩 풀렸다.소이는 차창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았다.“자지 마요.”윤재혁의 목소리에 다시 눈을 떴다.“안 잡니다.”“방금 눈 감았는데.”“생각 중이었습니다.”“코로 생각합니까?”소이는 그를 노려봤다.“제가 코를 골았습니까?”“아직은.”“그러면 자도 되는 것 아닙니까?”“주소를 정확히 말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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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화. 범인은 이 안에 있다

# 17화. 범인은 이 안에 있다윤재혁 교수의 비밀 맞선녀를 찾아내겠다는 계획은 점심시간이 되기도 전에 제법 구체적인 형태를 갖췄다.일반외과 의국 한쪽에 화이트보드까지 세워졌다.누가 가져왔는지는 알 수 없었다.한소이는 환자 차트를 들고 의국에 들어왔다가 화이트보드 위에 적힌 문장을 보고 걸음을 멈췄다.[윤재혁 교수 비밀 맞선 상대 추적 현황]그 아래에는 세 개의 항목이 정갈하게 나뉘어 있었다.1. 병원 내부 직원일 가능성2. 외부 의료계 종사자일 가능성3. 재벌가 또는 병원장 지인일 가능성소이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가 떴다.사라지지 않았다.오히려 정유라가 보드 앞에 서서 새로운 단서를 적고 있었다.[맞선 상대 이름 세 글자 추정]소이가 기막힌 얼굴로 물었다.“이게 지금 뭡니까?”정유라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대답했다.“수사.”“환자 보셔야 하는 분들이 무슨 수사를 합니까?”“점심시간이야.”“점심은요?”“추리하면서 먹으면 돼.”테이블 위에는 김밥과 샌드위치, 컵라면이 한가득 놓여 있었다.박민우는 김밥 한 줄을 집어 들고 심각한 표정으로 화이트보드를 바라봤다.“확실한 단서부터 정리하자.”소이는 자신의 자리에 가방을 내려놓았다.“정리할 단서가 어디 있습니까?”“윤 교수님이 맞선을 봤어.”박민우가 손가락 하나를 폈다.“애프터는 거절했고.”두 번째 손가락이 올라갔다.“상대방 이름이 메시지에 적혀 있었어.”세 번째 손가락까지 펴졌다.“그런데 누군가가 휴대전화 앞을 가로막아서 이름을 못 봤지.”의국 안의 시선이 일제히 소이에게 모였다.소이는 태연한 척 차트를 펼쳤다.“남의 휴대전화를 보면 안 되는 게 당연한 것 아닙니까?”“그건 맞아.”박민우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런데 보통은 그렇게 몸까지 날려서 막지는 않거든.”“제가 언제 몸을 날렸습니까?”“거의 슬라이딩했지.”배하린이 컵라면 뚜껑을 누르며 끼어들었다.“나도 봤어. 언니가 갑자기 휴대전화 앞에 딱 섰잖아.”“윤 교수님이 돌아오시면 괜히 오해하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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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화. 다정한 선배의 부작용

# 18화. 다정한 선배의 부작용“시끄럽고, 말대꾸를 잘하고, 식사를 자주 거르고.”한소이는 병동을 걷는 내내 윤재혁의 말을 떠올렸다.“거짓말할 때 오른쪽 눈썹이 올라가는 사람.”마지막 문장까지 생각난 순간, 소이는 걸음을 멈추고 이마를 짚었다.왜 하필 그렇게 구체적으로 말했을까.맞선 상대가 어떤 사람이냐고 물은 건 자신이었지만, 그렇다고 정말 자신을 설명할 줄은 몰랐다.그것도 사람을 놀리는 것처럼 웃으면서.“한소이 선생.”익숙한 목소리가 뒤에서 들렸다.소이는 반사적으로 오른쪽 눈썹을 손바닥으로 눌렀다.윤재혁이 복도 끝에 서 있었다.“뭐 합니까?”“눈썹 정리 중입니다.”“복도에서?”“갑자기 상태가 안 좋아진 것 같아서요.”윤재혁의 시선이 그녀의 이마에 머물렀다.“평소와 똑같은데.”“교수님은 제 눈썹에서 관심 좀 꺼 주십시오.”“내가 먼저 관심 가진 건 아닙니다.”“어제 아주 자세히 관찰하셨던데요.”윤재혁의 입가가 미세하게 움직였다.소이는 괜히 그 표정을 더 보기 싫어 차트를 펼쳤다.“최광식 환자 아침 검사 결과 나왔습니다. 염증 수치는 전날보다 감소했고 배액 양상도 안정적입니다.”“복부 상태는?”“압통은 있지만 악화되지는 않았습니다. 발열도 없습니다.”“식이는?”“오늘 오전부터 물 섭취 시작할 예정입니다.”소이는 환자 상태를 빠르게 보고했다.윤재혁은 질문을 몇 가지 더 던진 뒤 고개를 끄덕였다.“회진 때 다시 봅시다.”그가 먼저 걸음을 옮겼다.소이는 뒤따르지 않고 잠시 제자리에 남았다.평소라면 자연스럽게 함께 병실로 갔을 텐데 오늘은 괜히 거리를 두고 싶었다.윤재혁이 몇 걸음 앞에서 멈췄다.“안 옵니까?”“저는 다른 환자 먼저 확인하겠습니다.”“최광식 환자 회진 갈 건데.”“그럼 가야죠.”결국 소이는 그의 뒤를 따라갔다.복도를 걷는 동안 윤재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런데도 소이는 자신이 걷는 모습부터 눈썹의 높이까지 전부 관찰당하는 기분이었다.그 불편한 의식은 오전 내내 이어졌다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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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화. 당직표를 바꾼 이유

# 19화. 당직표를 바꾼 이유“다음 달 당직표 작성한 사람, 내 방으로 오라고 하세요.”윤재혁의 호출을 받고 연구실에 들어온 사람은 정유라였다.유라는 출력한 당직표와 전공의 근무 현황을 들고 책상 앞에 섰다.“부르셨습니까?”윤재혁은 당직표의 한 칸을 손가락으로 짚었다.금요일 야간 당직.박민우.한소이.“이날 배정은 누가 했습니까?”“제가 했습니다.”“무슨 기준으로?”정유라가 잠시 눈을 깜빡였다.당직표를 만든 사람을 불러 기준부터 묻는 교수는 처음이었다.“저연차와 고연차를 한 명씩 배정했습니다. 박민우 선생이 금요일 가능하다고 했고, 한소이 선생도 일정에 문제 없다고 확인했습니다.”“박민우 선생은 다음 날 수술 있잖아요.”“오전 일곱 시 수술 말씀하시는 겁니까?”“네.”“당직 끝나기 전에 교대할 예정입니다. 본인도 괜찮다고 했고요.”윤재혁의 손가락이 당직표 위에 그대로 머물렀다.“바꾸세요.”유라는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누구를 바꿀까요?”“박민우 선생을 다른 날짜로 옮기고, 금요일에는 다른 상급 연차를 넣으세요.”“금요일 가능한 상급 연차는 저뿐입니다.”“그럼 정유라 선생이 들어가면 되겠군요.”유라는 윤재혁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봤다.“제가 토요일 당직인데요.”“배하린 선생과 조정하면 됩니다.”“그러면 한소이 선생은 그대로 금요일에 있고, 박민우 선생만 빠지는 겁니까?”“그렇습니다.”“이유는 다음 날 수술이고요?”“말했잖아요.”“네. 들었습니다.”유라는 당직표를 접지 않은 채 물었다.“그런데 박민우 선생은 지난달에도 당직 끝나고 수술 들어갔습니다.”윤재혁의 눈매가 조금 좁아졌다.“그때는 그랬고, 이번에는 바꾸는 겁니다.”“환자 안전 때문에요?”“그 외에 다른 이유가 필요합니까?”“없습니다.”유라는 고개를 숙였다.그러나 연구실을 나가기 직전 다시 돌아봤다.“한소이 선생과 같이 배정된 게 문제인 건 아니죠?”윤재혁의 표정이 굳었다.“무슨 뜻입니까?”“박민우 선생만 정확히 골라서 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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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화. 질투는 업무가 아닙니다

# 20화. 질투는 업무가 아닙니다“교수님.”한소이는 윤재혁을 똑바로 바라봤다.“혹시 질투하십니까?”전화기를 쥔 윤재혁의 손이 그대로 멈췄다.연구실 안에는 벽시계 초침 소리만 또렷하게 울렸다.소이는 질문을 던진 뒤에야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실감했다.상대는 같은 병원 직원도, 편한 선배도 아니었다.자신의 수련과 업무를 직접 책임지는 담당 교수였다.그것도 병원에서 가장 무섭기로 유명한 윤재혁.하지만 지금 물러서면 당직표를 바꾼 이유를 영영 듣지 못할 것 같았다.“질투라니.”윤재혁이 천천히 전화기를 내려놓았다.“무슨 근거로 그런 결론을 내렸습니까?”“교수님 행동이요.”“구체적으로.”“민우 선배와 밥을 먹고 왔을 때부터 이상하셨습니다.”소이는 손가락을 하나씩 접었다.“어디에 갔다 왔는지, 왜 같이 갔는지, 선배가 저를 어디까지 챙기는지 물으셨고요.”두 번째 손가락을 접었다.“같은 날 당직이라는 걸 보자마자 선배만 빼려고 하셨습니다.”세 번째 손가락까지 접힌 뒤 소이는 팔을 내렸다.“업무상 판단이라고 하기에는 이상하지 않습니까?”“박민우 선생에게 다음 날 수술이 있었습니다.”“그 일정은 당직표를 만들 때부터 반영된 겁니다.”“피로가 환자 진료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까.”“그럼 처음부터 모든 전공의에게 같은 기준을 적용하셨어야죠.”소이는 책상 위 당직표를 다시 펼쳤다.“여기 보시면 유라 선배도 당직 다음 날 수술이 있습니다. 이준석 선생도 마찬가지고요.”윤재혁의 시선이 표 위를 스쳤다.“왜 박민우 선배만 바꾸셨습니까?”“내가 모든 근무를 직접 확인할 수는 없습니다.”“그런데 민우 선배와 제 근무는 바로 확인하셨네요.”윤재혁은 대답하지 않았다.그 침묵이 길어질수록 소이의 의심은 확신에 가까워졌다.“정말 질투하신 거라면.”소이는 잠깐 말을 멈췄다.그 단어를 다시 꺼내는 것만으로도 얼굴이 뜨거워졌다.“그건 교수님 개인 감정입니다.”윤재혁의 눈빛이 서늘해졌다.“확정해서 말하지 마세요.”“아니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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