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교수님, 맞선은 근무 외입니다: Chapter 41 - Chapter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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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1화. 익명의 특혜

# 41화. 익명의 특혜[외과 특정 레지던트만 수술 기회를 몰아받는 이유가 뭘까요?]제목 아래에는 생각보다 긴 글이 적혀 있었다.[외과 1년 차 중 한 명이 간담췌외과 수술에 계속 들어가더니 최근에는 대장항문외과 수술까지 따로 배정받고 있습니다.][해당 레지던트는 담당 교수에게 새벽에 일대일로 수술 지도를 받았고, 당직표까지 유리하게 변경됐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그런데 얼마 전 담당 교수가 갑자기 직접 평가에서 빠졌습니다.][특별한 관계가 없다면 평가 회피까지 할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다른 레지던트들은 같은 기회를 받지 못하는데 이것이 공정한 수련 과정인지 확인이 필요해 보입니다.]한소이는 마지막 문장을 읽은 뒤에도 화면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글에는 자신의 이름도, 윤재혁의 이름도 없었다.그러나 외과 사람이라면 누구를 말하는지 금방 알아챌 수 있었다.새벽 개별 지도.당직표 변경.간담췌외과와 대장항문외과 수술 참여.갑작스러운 평가 회피.전부 자신과 윤재혁의 일이었다.게시글 아래에는 댓글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었다.[일 년 차가 두 과 수술을 동시에 들어가는 건 흔하지 않긴 하죠.][실력이 좋아서 들어가는 걸 수도 있지 않나요?][실력 좋다는 평가는 누가 했는데요? 처음부터 기회 몰아주고 잘한다고 하면 끝인가.][담당 교수가 평가에서 빠진 건 이상하네요.][당직표 변경 건은 나도 들었음.][그때 원래 같이 당직이던 선배랑 떼어 놓으려고 했다던데.]소이의 손끝이 차갑게 식었다.윤재혁이 박민우와 자신의 당직을 분리하려 했던 일까지 퍼져 있었다.그 일은 소이의 항의로 원래대로 돌아갔다.윤재혁도 자신의 판단이 잘못됐다고 인정하고 사과했다.하지만 게시글에서는 결과가 아니라 시도 자체만 남아 있었다.“더 읽지 마.”박민우가 모니터 창을 닫았다.“선배님.”“지금 댓글 하나하나 읽어 봐야 도움 안 돼.”“누가 쓴 걸까요?”“그걸 어떻게 알아.”박민우의 목소리도 평소보다 무거웠다.소이는 다시 화면을 켜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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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2화. 사진 속 두 사람

# 42화. 사진 속 두 사람사진은 흐렸지만 부정할 수 없었다.윤재혁의 차량 옆에 선 여자.그녀에게 손을 내민 남자.가로등 아래에서 맞잡힌 두 사람의 손까지.얼굴을 자세히 알아볼 수 없는 거리였지만 한소이는 자신이 입었던 옷과 윤재혁의 차를 기억했다.열다섯 분만 만나겠다며 병원 건너편까지 찾아왔던 밤이었다.병원 밖이니까 괜찮다고 생각했다.정문에서도 멀리 떨어진 곳이었다.하지만 누군가는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게시글 아래로 댓글이 순식간에 늘어났다.[차량 번호는 가렸지만 외과 사람들은 누구 차인지 알겠네요.][평가에서 빠진 이유가 이거였나요?][연애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언제부터 만났는지가 중요할 듯.][입사 전부터 관계가 있었으면 채용 과정도 확인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맞선으로 만났다는 말도 있던데 사실인가요?]소이의 손끝이 얼어붙었다.마지막 댓글을 읽는 순간 숨이 막혔다.맞선.그 사실까지 알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휴대전화 내려놔요.”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소이가 돌아봤다.수술복 위에 가운을 걸친 오현석이 서 있었다.“교수님.”“수술 끝나자마자 뭘 보고 있습니까?”오현석은 소이의 화면을 확인하고 표정이 굳었다.“사진까지 올라왔군요.”소이는 휴대전화를 끄지 못했다.“저희 맞습니다.”“그건 내가 판단할 일이 아닙니다.”“하지만 사람들이 벌써 채용 이야기까지 하고 있습니다.”“그래서 지금 댓글에 해명할 겁니까?”소이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오현석이 손을 내밀었다.“휴대전화 줘 봐요.”“왜요?”“수술 후 기록부터 정리할 때까지 내가 보관하겠습니다.”“교수님.”“지금 한소이 선생이 할 일은 방금 나온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는 겁니다.”그 말은 조금 전 윤재혁이 했던 말과 같았다.환자부터 본다.소이는 천천히 휴대전화를 건넸다.“환자 회복실 도착했습니다.”“가서 활력징후와 배액 상태 확인하세요.”“네.”회복실로 향하는 동안에도 사람들이 자신을 보는 것 같았다.실제로 본 사람도 있었다.복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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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3화. 같은 병원, 다른 팀

# 43화. 같은 병원, 다른 팀회의실 문이 열린 것은 한소이가 공식 안내를 받은 지 삼십 분쯤 지난 뒤였다.윤재혁이 먼저 나왔다.표정은 평소처럼 차분했지만 손에 들린 서류 끝이 조금 구겨져 있었다.소이는 자리에서 일어났다.“어떻게 됐습니까?”윤재혁은 복도에 오가는 사람들을 확인한 뒤 적당한 거리를 두고 멈췄다.“안내받은 내용 그대로입니다.”“조사 기간 동안 오현석 교수님 팀으로 옮기라고 했습니다.”“알고 있습니다.”“교수님은 반대하셨고요?”회의실 안에서 들었던 목소리를 떠올리며 묻자 그의 턱선이 단단해졌다.“한소이 선생의 수련 환경이 다시 바뀌는 건 부당하다고 말했습니다.”“그런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네요.”“조사 중에는 직접적인 업무 지휘까지 분리하는 편이 낫다는 판단입니다.”윤재혁은 짧게 숨을 내쉬었다.“당분간 내 회진과 수술에는 참여할 수 없습니다.”알고 있던 사실인데 직접 들으니 다르게 다가왔다.매일 아침 그의 뒤를 따라 병실을 돌고, 질문에 대답하고, 수술실에서 같은 환자를 보던 일상이 한순간에 끊어졌다.“얼마나 걸린답니까?”“정확한 기간은 말하지 않았습니다.”“게시글 쓴 사람은요?”“전산팀에서 접속기록을 확인하고 있습니다.”“사진을 찍은 사람과 같은 사람일까요?”“아직 모릅니다.”윤재혁은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소이에게 건넸다.평가 회피 신청서와 수련교육부 승인 기록의 사본이었다.신청 날짜는 두 사람이 정식으로 만나기 전이었다.“가지고 있어요.”“교수님이 보관하시는 게 낫지 않습니까?”“한소이 선생에게 더 필요한 자료입니다.”“저를 보호하려고 주시는 겁니까?”“확인 가능한 사실을 주는 겁니다.”사무적인 대답이었다.하지만 소이는 그가 어떤 마음으로 서류를 준비했는지 알 수 있었다.“교수님.”“네.”“저 때문에 곤란해지신 건 아닙니까?”윤재혁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그 질문은 다시 하지 마세요.”“왜요?”“이 관계는 내가 선택했습니다.”낮은 목소리가 흔들림 없이 이어졌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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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4화. 공용 컴퓨터의 기록

# 44화. 공용 컴퓨터의 기록[최초 게시글은 외과 의국 공용 컴퓨터에서 작성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한소이는 메일의 마지막 문장을 한참 바라봤다.누군가는 바로 이 의국에서 글을 작성했다.자신과 같은 책상을 사용하고, 같은 환자 기록을 확인하고, 아침마다 같은 회진을 준비하던 사람일 수도 있었다.소이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봤다.불이 꺼진 의국에는 공용 컴퓨터 네 대가 줄지어 놓여 있었다. 모두가 필요할 때 사용하는 자리였다.당직 중 처방을 확인하거나, 수술 영상을 보거나, 급하게 발표 자료를 수정할 때도 썼다.한 사람만을 가리키는 증거는 아니었다.그런데도 익숙한 공간이 갑자기 낯설게 느껴졌다.의국 문이 열렸다.소이는 반사적으로 화면을 닫았다.배하린이 들어오다가 그녀를 발견하고 걸음을 멈췄다.“아직 안 갔어?”“응.”하린은 소이의 얼굴과 꺼진 모니터를 번갈아 봤다.“메일 봤구나.”소이는 잠시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였다.“공용 컴퓨터에서 작성됐대.”“나도 봤어.”“너 그날 당직 아니었지?”질문이 입 밖으로 나온 순간 소이는 스스로 놀랐다.하린의 표정도 굳었다.“지금 나 의심하는 거야?”“그런 뜻 아니야.”“그런 뜻처럼 들리는데.”하린은 들고 있던 차트를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내가 네 기회가 부럽다고 했으니까?”“미안해.”소이는 바로 사과했다.“메일을 보고 나니까 누구든 의심하게 될 것 같아서.”“그게 익명 글의 목적일 수도 있지.”하린의 목소리는 차가웠지만 크게 화를 내지는 않았다.“글 쓴 사람 한 명 때문에 나머지가 서로 의심하게 만드는 거.”소이는 손끝을 말아 쥐었다.“그래서 더 싫어.”“나도.”하린은 공용 컴퓨터의 전원을 켰다.“작성 시간은 확인됐대?”“아직 안내받지 못했어.”“시간이 나오면 당직 기록이랑 대조하겠지.”“공용 컴퓨터라 다른 과 사람도 사용할 수 있잖아.”“그래도 새벽이면 범위가 줄어들 거야.”하린은 환자 기록을 검색하다 말고 소이를 바라봤다.“사진은 여기서 올린 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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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5화. 익명 뒤의 얼굴

# 45화. 익명 뒤의 얼굴“이준석 선생이 본인이 작성했다고 인정했습니다.”의국 안의 공기가 단숨에 굳었다.한소이는 이준석을 바라봤다.그는 수련교육부 직원의 뒤에 선 채 바닥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평소처럼 변명할 말을 찾는 얼굴도, 억울하다는 표정도 아니었다.“최초 게시글만 작성한 겁니까?”박민우가 먼저 물었다.직원이 고개를 끄덕였다.“현재까지 확인된 내용으로는 그렇습니다. 사진이 첨부된 두 번째 게시글은 다른 외부 접속 기록에서 작성됐습니다.”소이의 손끝이 미세하게 굳었다.첫 번째 글을 쓴 사람은 찾았다.하지만 두 사람의 사진을 찍고 맞선 사실까지 언급한 사람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이준석이 고개를 들었다.“사진은 제가 올리지 않았습니다.”그의 목소리는 잠겨 있었다.“윤 교수님과 한소이 선생이 교제 중이라는 것도 몰랐습니다.”소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모른 채로 특별한 관계를 암시하는 글을 썼다는 뜻이었다.수련교육부 직원이 이준석에게 말했다.“개인적인 대화가 필요하다면 조사 절차가 끝난 뒤 별도로 하십시오. 현재는 추가 면담을 위해 대기해야 합니다.”“잠깐만 말씀드리면 안 됩니까?”“이준석 선생.”“제가 직접 사과해야 합니다.”그의 시선이 소이에게 향했다.의국 안의 모든 사람이 두 사람을 보고 있었다.소이는 그 시선을 견디며 물었다.“왜 쓰셨습니까?”직원이 제지하려 했지만 오현석이 손을 들어 막았다.“짧게 듣죠.”이준석은 입술을 몇 번 달싹이다가 어렵게 말했다.“불공평하다고 생각했습니다.”“뭐가요?”“한소이 선생이 받는 기회가요.”그는 공용 컴퓨터를 바라봤다.“나는 몇 년 동안 교수들 눈에 들려고 기다렸는데, 한소이 선생은 들어오자마자 윤 교수님 수술에 계속 들어갔습니다. 새벽에 따로 지도받고, 사고가 생겨도 감싸 주고.”“감싸 준 적 없습니다.”소이의 목소리가 단단하게 나왔다.이준석의 시선이 다시 그녀에게 돌아왔다.“항혈소판제 확인 누락 때도 교수님이 한소이 선생 편을 들었잖아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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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6화. 사진을 보낸 이유

# 46화. 사진을 보낸 이유“서지훈 씨라는 분을 알고 계십니까?”수화기 너머의 질문에 한소이는 한동안 대답하지 못했다.일요일 저녁, 신명호텔에서 만났던 두 번째 맞선 상대.응급 환자 연락을 받고 자리를 떠나는 자신을 이해해 줬고, 나중에 다시 식사하자고 연락해 왔던 사람.소이는 그에게 직접 거절 메시지를 보냈다.지금은 다른 사람을 만날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다고.“알고 있습니다.”겨우 목소리가 나왔다.“한 번 맞선을 본 적이 있습니다.”“사진 속 윤재혁 교수도 알고 있었습니까?”“호텔 앞에서 잠깐 인사한 적이 있습니다.”수련교육부 직원이 잠시 기록을 확인했다.“서지훈 씨가 두 번째 게시글에 사진을 첨부한 사실을 인정했습니다.”소이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왜 그런 일을 했답니까?”“본인에게 직접 확인하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제가 만나야 합니까?”“강제 사항은 아닙니다. 다만 서지훈 씨가 병원 조사에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사진의 원본과 촬영 시각도 제출했습니다.”“직접 찍은 사진입니까?”“차량 영상에서 추출한 화면이라고 합니다.”그제야 사진이 멀리서 찍힌 이유를 알 수 있었다.누군가 병원 건너편에 숨어 두 사람을 촬영한 것이 아니었다.도로를 지나던 차량의 영상에 우연히 찍힌 장면이었다.그 사실이 안도감을 주지는 않았다.우연히 찍힌 사진을 굳이 찾아 게시판에 올린 행동은 여전히 설명되지 않았다.“내일 오후에 법무팀과 수련교육부 입회하에 면담이 예정돼 있습니다.”직원이 말했다.“참석하시겠습니까?”소이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다시 만나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자신이 왜 사진 속 사람이 되어야 했는지는 듣고 싶었다.“참석하겠습니다.”전화를 끊은 뒤에도 한동안 수화기를 내려놓지 못했다.윤재혁에게 바로 연락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밤 근무 시간이었다.두 사람이 정한 규칙도 있었고, 조사 기간에는 병원 안에서 필요한 업무 외 접촉을 줄이기로 했다.소이는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교육위원회 발표 자료를 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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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7화. 누구의 이름도 빌리지 않고

# 47화. 누구의 이름도 빌리지 않고교육위원회 회의실 문이 닫혔다.한소이는 발표대 앞에 홀로 섰다.정면에는 외과 교수 세 명과 수련교육부 위원 두 명이 앉아 있었다. 오현석도 그들 사이에 있었지만 평소처럼 먼저 말을 걸거나 긴장을 풀어 주지는 않았다.오늘 그는 소이의 지도교수가 아니라 평가위원이었다.윤재혁의 자리는 비어 있었다.참관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고 들었다.소이는 그 빈자리를 한 번 바라본 뒤 준비한 자료를 화면에 띄웠다.첫 장에는 자신의 이름과 발표 제목만 적혀 있었다.[수술 참여 과정 및 단계별 임상 판단 검토]“외과 일 년 차 한소이입니다.”목소리가 조금 떨렸다.소이는 숨을 천천히 내쉬고 말을 이었다.“제가 참여한 수술과 교육 과정에서 어떤 기회를 받았고, 그 과정에서 무엇을 판단했으며, 어떤 부분이 부족했는지 보고드리겠습니다.”첫 번째 증례는 최광식이었다.수술 전 보호자 설득 과정부터 첫 수술, 수술 후 출혈, 긴급 재수술과 의식 회복 지연까지 순서대로 정리했다.잘한 일만 넣지는 않았다.출혈 방향의 차이를 발견했던 순간도 설명했지만, 환자가 깨어나지 않자 자신의 판단을 의심하고 수술실 문을 열지 못했던 일도 자료에 포함했다.한 교수가 화면을 보며 물었다.“수술실을 피한 것이 교육 평가에 왜 필요합니까?”“환자 결과에 대한 두려움이 제 업무 수행에 영향을 줬기 때문입니다.”“본인에게 불리한 내용인데도요?”“실제 교육 과정에서 일어난 일입니다.”소이는 손에 쥔 발표용 리모컨을 단단히 잡았다.“제가 다시 수술실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결과만 말하고, 들어가지 못했던 이유를 빼면 제 성장 과정도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누가 다시 들어가게 했습니까?”“윤재혁 교수님입니다.”회의실 안의 시선이 조금 달라졌다.소이는 피하지 않았다.“다만 감정적인 위로만 받은 것은 아닙니다. 환자 상태를 다시 확인하고, 두려움과 별개로 제가 해야 할 업무가 무엇인지 직접 판단하게 했습니다.”수련교육부 위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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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8화. 조사가 끝난 날

# 48화. 조사가 끝난 날최종 조사 결과가 나온 것은 교육위원회 발표로부터 나흘 뒤였다.한소이는 오현석의 회진을 따라 병실로 향하던 중 수련교육부의 전화를 받았다.“한소이 선생님, 오늘 오후 세 시에 최종 결과를 안내드리겠습니다.”“윤재혁 교수님도 참석하십니까?”“당사자별로 따로 안내할 예정입니다.”소이는 짧게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함께 걷던 오현석이 물었다.“오늘 결과 나온답니까?”“네.”“그럼 회진부터 끝냅시다.”“긴장하지 말라는 말씀은 안 하십니까?”“긴장한다고 결과가 바뀝니까?”“아니요.”“그러면 환자부터 봐요.”여전히 다정한 위로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그런데 지금은 그 말이 필요했다.소이는 휴대전화를 가운 주머니에 넣고 한명자의 병실로 들어갔다.영양 지원과 빈혈 교정을 받은 한명자의 수치는 조금씩 회복되고 있었다. 체중 감소도 멈췄고 마취과 재평가에서도 이전보다 위험도가 낮아졌다는 의견이 나왔다.“이제 수술할 수 있어요?”한명자가 묻자 소이는 검사 결과를 다시 확인했다.“이틀 뒤로 수술 일정을 잡았습니다.”“이번에는 안 미루는 거죠?”“현재 상태가 유지된다면 예정대로 진행합니다.”“선생님도 들어와요?”소이는 잠시 오현석을 바라봤다.최종 조사 결과에 따라 자신의 교육 일정이 다시 달라질 수도 있었다.오현석이 대신 대답했다.“한소이 선생이 수술 전부터 환자분 상태를 봤으니 들어올 겁니다.”“다행이네.”한명자는 안도한 얼굴로 소이의 손을 잡았다.“처음에 수술 미루자고 해서 미웠는데.”“알고 있습니다.”“그래도 지금은 숨도 덜 차고 밥도 먹을 만해요.”“수술 뒤 회복하려면 더 드셔야 합니다.”“또 잔소리네.”“수술 전 교육입니다.”소이는 웃으며 환자의 식사량과 보행 상태를 확인했다.병실을 나온 뒤 오현석이 말했다.“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저 수술에는 들어옵니다.”“제가 다시 원래 팀으로 돌아가게 되면요?”“수술 전부터 본 환자를 중간에 넘길 이유가 없잖아요.”그 말은 소이가 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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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9화. 보호와 회피 사이

# 49화. 보호와 회피 사이“저는 이제 계속 숨어서만 만나는 연애는 못 할 것 같습니다.”한소이의 말이 차가운 밤공기 속에 떨어졌다.윤재혁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병원 정문에서는 사람들이 계속 나오고 있었다. 퇴근하는 간호사와 당직을 위해 들어가는 전공의가 두 사람 사이를 지나갔다.누군가 소이를 알아보고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소이는 반사적으로 윤재혁과 거리를 벌렸다.그 작은 움직임을 그도 놓치지 않았다.“장소를 옮깁시다.”윤재혁이 말했다.“왜요?”“여기서는 제대로 이야기하기 어렵습니다.”“또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시려고요?”그의 표정이 미세하게 굳었다.“사람들 앞에서 싸우자는 뜻입니까?”“싸우자는 게 아닙니다.”“그럼 차에서 이야기해요.”“차에 타는 모습이 또 찍히면요?”말을 내뱉은 뒤 소이는 입술을 깨물었다.윤재혁의 얼굴에서 감정이 천천히 사라졌다.상처받았다는 것을 들키지 않으려 할 때 나오는 표정이었다.“알겠습니다.”그가 한 걸음 물러섰다.“여기서 말하죠.”소이는 그가 만든 거리를 바라봤다.자신이 원한 것은 이것도 아니었다.“재혁 씨.”“말해요.”“저는 병원에서 손잡고 다니고 싶다는 게 아닙니다.”“알고 있습니다.”“사람들한테 우리 사귄다고 공지하자는 것도 아니고요.”“그것도 압니다.”“그런데 왜 계속 제가 무리한 요구를 하는 사람처럼 대하십니까?”윤재혁의 눈빛이 흔들렸다.“그렇게 대한 적 없습니다.”“조사가 끝날 때까지 만나지 않겠다고 혼자 결정하셨습니다.”“사진이 올라왔잖아요.”“저도 봤습니다.”“소이씨는 그 사진 때문에 채용부터 수술 기회까지 전부 조사받았습니다.”낮게 눌러 온 목소리가 점점 단단해졌다.“다시 같은 일이 생기게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그래서 제가 원하는 건 물어보지 않으셨습니까?”윤재혁의 입이 다물렸다.소이는 참았던 말을 꺼냈다.“연락하지 않는 게 좋겠다. 만나지 않는 게 좋겠다. 같은 차를 타지 않는 게 좋겠다.”“그게 안전하니까.”“누구한테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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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화. 연락하지 않는 사이

# 50화. 연락하지 않는 사이연락하지 않기로 한 첫날.한소이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휴대전화를 확인했다.새로운 메시지는 없었다.당연했다.평가가 끝날 때까지 만나지 않고, 업무가 아니라면 연락도 하지 않기로 했다.자신이 먼저 제안한 일이었다.그런데 화면이 조용하다는 사실이 생각보다 낯설었다.평소라면 윤재혁에게서 한 줄쯤은 와 있었을 시간이었다.잠은 충분히 잤는지.아침을 먹었는지.오늘 수술 준비는 끝났는지.가끔은 답을 정해 놓고 묻는 질문들이 귀찮았다.지금은 그 귀찮은 질문 하나가 없다는 사실이 허전했다.소이는 휴대전화를 침대 위에 내려놓았다.“삼주 뿐이야.”달력에는 다음 평가일까지 남은 날짜가 표시돼 있었다.스물한 칸.그중 하나가 오늘 지워질 예정이었다.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소이는 오현석 팀 회진을 준비했다.한명자의 수술은 예정대로 진행됐고, 현재 수술 후 사흘째였다. 활력징후는 안정적이었지만 장운동이 아직 충분히 돌아오지 않았고 식이도 시작하지 못한 상태였다.“밤사이 복부 팽만은 어땠습니까?”오현석이 물었다.“어제보다 심해지지는 않았습니다. 가스 배출은 아직 없고 오심도 없습니다.”“복부 단순 촬영은?”“장 확장 소견은 있지만 급격한 변화는 없습니다.”“그럼 오늘 계획은요?”소이는 환자의 배를 다시 확인했다.“보행을 늘리고 전해질 교정부터 하겠습니다. 장폐색을 의심할 만한 통증이나 구토가 발생하면 추가 영상을 확인하겠습니다.”“식이는?”“지금 바로 시작하지는 않겠습니다.”한명자가 불안한 얼굴로 두 사람을 번갈아 봤다.“수술은 잘됐다면서 왜 밥을 못 먹어요?”소이가 침대 가까이 다가갔다.“수술한 장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할 시간이 필요합니다.”“언제까지 기다려야 해요?”“배가 덜 부르고 가스가 나오기 시작하는지 보겠습니다. 너무 빨리 드시면 오히려 토하거나 더 불편해질 수 있습니다.”“그럼 오늘도 아무것도 못 먹는 거예요?”“입이 마르시면 물로 헹구실 수 있게 도와드리겠습니다. 수액으로 필요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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