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화. 두 번째 맞선최광식은 재수술 닷새째 되던 날 인공호흡기를 제거했다.처음에는 입술만 움직일 뿐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의료진의 질문을 알아들었고 손과 발도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한소이가 침대 곁으로 다가가자 최광식은 한참 동안 그녀의 얼굴을 바라봤다.“저 알아보시겠습니까?”환자가 아주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말... 많은... 선생.”갈라진 목소리였다.소이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몰라 입술을 꾹 눌렀다.“기억하시는 걸 보니 정신은 확실히 돌아오셨네요.”최광식의 입가에도 희미한 웃음이 떠올랐다.그날 이후 상태는 조금씩 좋아졌다.혈압을 유지하던 약물은 모두 중단됐고, 배액관으로 나오는 액체의 양도 줄었다. 아직 일반 병동으로 옮길 단계는 아니었지만 가장 위험한 고비는 넘긴 것으로 보였다.소이도 다시 평소의 일상으로 돌아왔다.회진을 돌고, 처방을 확인하고, 수술실에 들어갔다.수술실 문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르는 습관은 생겼지만 더는 돌아서지 않았다.윤재혁도 그 일을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수술에 들어오면 평소처럼 질문했고, 틀리면 지적했으며, 잘하면 짧게 인정했다.두 사람은 완벽하게 교수와 레지던트로 돌아온 것처럼 보였다.적어도 병원 안에서는 그랬다.연구실 안에서 나눴던 대화는 누구도 다시 꺼내지 않았다.저를 좋아하십니까.그 질문에도.언제까지 아무 일도 없는 척해야 합니까.그 질문에도 답은 없었다.소이는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려 했다.윤재혁은 자신의 평가와 수련 기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교수였다. 감정을 인정하는 순간 두 사람 모두 곤란해질 수 있었다.그렇다면 모르는 척하는 것이 맞았다.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일하는 것이 가장 안전했다.문제는 아무 일도 없다는 생각을 할 때마다 윤재혁의 목소리가 함께 떠오른다는 것이었다.기분이 나빴습니다.지금 대답하면 한소이 선생이 자유롭게 거절할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없으니까.부정하지 않았던 말들이 자꾸만 마음에 남았다.“선생님.”최광
Last Updated : 2026-10-26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