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교수님, 맞선은 근무 외입니다: Chapter 21 - Chapter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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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화. 수술 후 출혈

# 21화. 수술 후 출혈“뛰어요.”윤재혁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한소이는 연구실 밖으로 달려 나갔다.조금 전까지 두 사람 사이에 남아 있던 질문은 순식간에 밀려났다.저를 좋아하십니까.언제까지 아무 일도 없는 척해야 합니까.그 어떤 대답도 지금은 중요하지 않았다.중환자실 문이 열리자 날카로운 경고음이 소이를 덮쳤다.최광식의 침대 주변에는 간호사들이 모여 있었다. 모니터에 표시된 혈압은 빠르게 떨어지고 있었고, 배액관 안으로는 선홍색 피가 계속 차올랐다.“현재 혈압 육십팔에 삼십팔입니다.”간호사가 다급하게 보고했다.“배액량은요?”윤재혁이 환자 곁으로 다가가며 물었다.“십 분 동안 삼백오십 밀리리터 넘었습니다. 지금도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소이는 환자의 복부를 확인했다.수술 부위 주변이 단단하게 긴장돼 있었다. 얼굴은 창백했고 입술에는 핏기가 없었다.“최광식 환자분.”소이가 그의 이름을 불렀다.최광식의 눈꺼풀이 아주 희미하게 움직였다. 하지만 눈을 뜨지는 못했다.윤재혁이 환자의 맥박과 배액관을 직접 확인했다.“수액 최대 속도로 넣고 혈액검사 보내세요. 농축적혈구 준비하고 대량 수혈 프로토콜 시작합니다.”“네.”“동맥관 확보하고 소변량 확인하세요.”주변의 움직임이 빨라졌다.소이는 검사 결과와 수술 후 기록을 확인했다.몇 분 전까지만 해도 안정적이던 수치가 급격하게 무너지고 있었다.“CT 먼저 확인합니까?”뒤늦게 들어온 박민우가 물었다.윤재혁은 모니터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지금 상태로는 이동 못 합니다.”그의 대답은 단호했다.“혈압 더 떨어지면 검사실에서 버티지 못해요.”소이도 같은 판단이었다.영상으로 출혈 위치를 확인할 시간이 없었다. 지금은 출혈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충분했다.박민우가 곧바로 휴대전화를 꺼냈다.“수술실과 마취과에 연락하겠습니다.”“바로 열 수 있게 준비해 달라고 하세요.”“네.”윤재혁은 환자의 복부를 다시 눌러 보고 배액 양상을 확인했다.“수술 후 출혈 가능성이 높습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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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화. 다시 열린 수술실

# 22화. 다시 열린 수술실“출혈 지점 찾을 때까지 아무도 시야 놓치지 마요.”윤재혁의 말이 떨어지자 수술실 안의 움직임이 더 빨라졌다.흡인기가 검붉은 피를 걷어 냈지만 시야는 금세 다시 붉게 잠겼다. 어디에서 피가 나오는지 확인하기도 전에 복강 안이 가득 찼다.“거즈 더 주세요.”박민우가 손을 내밀었다.수술실 간호사가 빠르게 거즈를 건넸다. 박민우가 출혈이 의심되는 부위를 압박하는 동안 한소이는 반대편에서 흡인을 유지했다.“혈압 사십팔에 이십육입니다.”마취과 의사의 목소리가 들렸다.“농축적혈구 계속 들어가고 있습니다. 승압제 올립니다.”“수혈량은요?”윤재혁이 물었다.“수술실 들어온 뒤 두 팩째입니다. 혈장은 올라오는 중입니다.”윤재혁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그의 손은 빠르게 움직였지만 서두르는 느낌은 없었다.피를 닦고, 조직을 확인하고, 다시 압박했다. 출혈이 의심되는 부위를 무작정 잡는 대신 첫 수술에서 건드린 모든 혈관과 문합 부위를 순서대로 살폈다.“한소이 선생.”“네.”“흡인기를 너무 깊이 넣지 마요. 조직 손상됩니다.”소이는 즉시 위치를 조절했다.손끝이 떨렸다.처음 수술에 들어갔을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압박감이었다. 그때는 윤재혁의 질문에 답하지 못할까 봐 두려웠다.지금은 자신의 작은 실수 하나가 환자의 남은 시간을 줄일 수도 있었다.“박민우 선생, 압박 잠깐 풉니다.”“네.”거즈가 들리는 순간 피가 한쪽에서 다시 솟구쳤다.“여기 아닙니다.”윤재혁이 낮게 말했다.“다시 압박.”시야가 또 가려졌다.소이는 흡인을 움직이며 피가 차오르는 방향을 좇았다.출혈량이 너무 많아 정확한 시작점을 찾기 어려웠다. 그러나 피가 모든 방향에서 동시에 솟는 것은 아니었다.흡인한 직후 가장 먼저 붉어지는 곳이 있었다.첫 수술에서 췌장 주변 조직을 박리했던 깊은 부위.소이는 눈을 가늘게 떴다.“교수님.”“말하세요.”“오른쪽보다 아래쪽에서 먼저 찹니다.”윤재혁의 시선이 움직였다.“확실합니까?”소이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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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화. 환자가 깨어나지 않는다

# 23화. 환자가 깨어나지 않는다최광식은 다음 날 아침까지 눈을 뜨지 않았다.재수술 뒤 중환자실로 돌아온 그는 인공호흡기에 의지한 채 누워 있었다. 밤새 이어진 수혈과 약물치료로 혈압은 가까스로 안정됐고, 배액관에서도 더 이상 많은 피가 나오지 않았다.출혈은 멈췄다.혈액검사 수치도 조금씩 회복되고 있었다.그런데 환자는 돌아오지 않았다.한소이는 손전등으로 최광식의 동공을 확인했다.양쪽 크기는 같았고 빛에 대한 반응도 남아 있었다. 손톱 밑을 눌렀을 때 아주 미세하게 팔이 움직이는 것 같았지만, 지시에 따른 반응은 아니었다.“최광식 환자분.”소이는 환자의 이름을 다시 불렀다.“제 목소리 들리시면 눈을 떠 보세요.”변화는 없었다.중환자실 간호사가 진정제 주입 장치를 확인했다.“진정제는 한 시간 전부터 중단된 상태입니다.”“진통제는요?”“최소 용량으로 유지 중입니다.”소이는 투약 기록과 활력징후를 다시 살폈다.이미 몇 번이나 본 내용이었다.그럼에도 놓친 것이 있을까 봐 화면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한소이 선생.”박민우가 뒤에서 불렀다.“신경과 협진 답변 왔어.”소이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뭐라고 합니까?”“일단 뇌 CT부터 확인하자고 해. 동공 반응은 있고 국소적인 신경학적 이상은 뚜렷하지 않지만, 저혈압이 오래갔으니까 영상은 봐야 한대.”“지금 이동 가능합니까?”“혈압은 밤보다 안정됐어. 마취과하고 중환자실에서도 가능하다고 했고.”소이는 환자의 모니터를 바라봤다.수치는 분명 전날보다 나았다.그런데도 환자를 검사실로 옮기는 일이 두려웠다.어제는 CT를 찍으러 갈 시간조차 없어 바로 수술실로 향했다. 그 짧은 이동 중에도 혈압이 계속 떨어졌다.“내가 같이 갈게.”박민우가 말했다.“너는 병동 환자 먼저 확인해.”소이는 즉시 고개를 저었다.“저도 가겠습니다.”“밤새 여기 있었잖아.”“괜찮습니다.”“안 괜찮아 보여.”“환자 상태 확인하고 쉬겠습니다.”박민우가 무어라 말하려는 순간 중환자실 문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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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화. 책임질 수 없는 말

# 24화. 책임질 수 없는 말“아버지가 끝내 못 깨어나면.”최동현이 한 걸음 가까이 다가왔다.“선생님은 책임질 수 있습니까?”한소이는 대답하지 못했다.책임질 수 없었다.환자가 다시 눈을 뜨지 못한다면 시간을 되돌릴 수도 없고, 가족이 잃게 될 사람을 대신해 줄 수도 없었다.수술을 결정한 건 최광식이었다.집도의는 윤재혁이었다.한소이는 치료 방법과 위험을 설명했을 뿐이었다.그런 말들을 늘어놓으면 자신을 변호할 수는 있었다.하지만 최동현이 묻는 책임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죄송합니다.”결국 입에서 나온 건 같은 말이었다.최동현이 헛웃음을 흘렸다.“또 죄송하다고요?”“제가 책임질 수 있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소이는 떨리는 숨을 삼켰다.“하지만 환자분이 깨어날 수 있도록 필요한 치료를 끝까지 하겠습니다.”“그 말도 수술 전이랑 똑같네요.”그의 목소리는 더 높아지지 않았다.오히려 힘없이 가라앉았다.“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는데 지금 아버지는 눈도 못 뜨잖아요.”한마디 한마디가 정확히 소이의 가장 약한 곳을 찔렀다.반박할 수 없었다.최동현은 중환자실 유리문 너머를 바라보다 벽에 기대었다.“그냥 수술하지 말 걸 그랬습니다.”소이의 손끝이 차갑게 굳었다.“아버지가 싫다고 했어도 내가 끌고 나갔어야 했어요.”“환자분께서 직접 선택하셨습니다.”“선생님 설명을 듣고요.”소이는 다시 입을 다물었다.그때 뒤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보호자분.”윤재혁이었다.그가 소이 옆을 지나 최동현 앞에 섰다.“수술을 권한 최종 판단은 내가 했습니다.”최동현이 고개를 들었다.“한소이 선생은 내가 세운 치료 계획을 설명한 겁니다.”“그게 무슨 차이가 있습니까?”“책임을 물으시려면 나에게 물으십시오.”윤재혁의 목소리는 차분했다.“환자 상태와 수술 필요성을 판단하고 수술을 집도한 사람은 나입니다.”소이가 작게 불렀다.“교수님.”윤재혁은 돌아보지 않았다.“환자분은 아직 회복 가능성을 확인하는 단계입니다. 현재 영상에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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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화. 환자가 찾은 사람

# 25화. 환자가 찾은 사람“교수님.”한소이가 다급하게 윤재혁을 불렀다.“지금 손가락이 움직였습니다.”윤재혁은 곧바로 최광식의 침대 곁으로 다가왔다.“어느 손입니까?”“오른손입니다.”소이는 방금 봤던 움직임을 놓치지 않으려 환자의 손끝에 시선을 고정했다.최광식의 손가락은 다시 움직이지 않았다.순간적인 반사였을 수도 있었다.윤재혁이 환자의 이름을 불렀다.“최광식 환자분.”반응은 없었다.그는 환자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린 뒤 조금 더 큰 목소리로 말했다.“제 목소리가 들리면 오른손을 움직여 보세요.”몇 초가 흘렀다.아무런 변화도 없었다.소이의 가슴이 조금씩 가라앉았다.자신이 보고 싶은 것을 잘못 본 것일 수도 있었다.환자가 깨어나길 너무 간절하게 바란 나머지 우연한 떨림에 의미를 붙였을지도 몰랐다.“제가 착각한 것 같습니다.”소이가 작게 말했다.윤재혁은 환자의 손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한 번 더 봅니다.”그는 최광식의 손바닥을 펼쳤다.“환자분, 들리면 내 손을 잡으세요.”다시 정적이 흘렀다.모니터의 일정한 경고음만 중환자실 안을 채웠다.그때 최광식의 검지가 아주 느리게 움직였다.윤재혁의 손가락 끝을 스치듯 말렸다가 다시 풀렸다.소이는 숨을 멈췄다.“교수님.”“봤습니다.”윤재혁은 곧바로 동공 반응과 사지 움직임을 다시 확인했다.“최광식 환자분, 눈을 떠 보세요.”환자의 눈꺼풀이 미세하게 떨렸다.한 번.그리고 다시 한 번.소이는 침대 가까이 몸을 숙였다.“환자분, 한소이입니다.”자신의 이름을 말하는 목소리가 떨렸다.“제 목소리 들리시면 눈을 떠 보세요.”최광식의 눈꺼풀이 힘겹게 올라갔다.완전히 뜬 것은 아니었다.눈동자도 초점을 잡지 못하고 흔들렸다.그러나 그는 분명히 눈을 떴다.소이의 눈가가 뜨거워졌다.“환자분, 여기가 어디인지 아시겠습니까?”대답은 없었다.기관삽관 때문에 말을 할 수도 없었다.윤재혁이 차분하게 지시했다.“눈을 한 번 깜빡여 보세요.”최광식의 눈이 느리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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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화. 두 번째 맞선

# 26화. 두 번째 맞선최광식은 재수술 닷새째 되던 날 인공호흡기를 제거했다.처음에는 입술만 움직일 뿐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의료진의 질문을 알아들었고 손과 발도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한소이가 침대 곁으로 다가가자 최광식은 한참 동안 그녀의 얼굴을 바라봤다.“저 알아보시겠습니까?”환자가 아주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말... 많은... 선생.”갈라진 목소리였다.소이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몰라 입술을 꾹 눌렀다.“기억하시는 걸 보니 정신은 확실히 돌아오셨네요.”최광식의 입가에도 희미한 웃음이 떠올랐다.그날 이후 상태는 조금씩 좋아졌다.혈압을 유지하던 약물은 모두 중단됐고, 배액관으로 나오는 액체의 양도 줄었다. 아직 일반 병동으로 옮길 단계는 아니었지만 가장 위험한 고비는 넘긴 것으로 보였다.소이도 다시 평소의 일상으로 돌아왔다.회진을 돌고, 처방을 확인하고, 수술실에 들어갔다.수술실 문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르는 습관은 생겼지만 더는 돌아서지 않았다.윤재혁도 그 일을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수술에 들어오면 평소처럼 질문했고, 틀리면 지적했으며, 잘하면 짧게 인정했다.두 사람은 완벽하게 교수와 레지던트로 돌아온 것처럼 보였다.적어도 병원 안에서는 그랬다.연구실 안에서 나눴던 대화는 누구도 다시 꺼내지 않았다.저를 좋아하십니까.그 질문에도.언제까지 아무 일도 없는 척해야 합니까.그 질문에도 답은 없었다.소이는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려 했다.윤재혁은 자신의 평가와 수련 기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교수였다. 감정을 인정하는 순간 두 사람 모두 곤란해질 수 있었다.그렇다면 모르는 척하는 것이 맞았다.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일하는 것이 가장 안전했다.문제는 아무 일도 없다는 생각을 할 때마다 윤재혁의 목소리가 함께 떠오른다는 것이었다.기분이 나빴습니다.지금 대답하면 한소이 선생이 자유롭게 거절할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없으니까.부정하지 않았던 말들이 자꾸만 마음에 남았다.“선생님.”최광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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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화. 맞선보다 먼저 온 사람

# 27화. 맞선보다 먼저 온 사람일요일 오후 다섯 시 사십 분.한소이는 신명호텔 2층 레스토랑 앞에서 열 번째로 휴대전화를 확인했다.약속 시간까지 이십 분이 남았다.늦은 것도 아닌데 심장은 당직 호출을 받은 사람처럼 빠르게 뛰고 있었다.“밥만 먹고 오자.”소이는 유리문에 비친 자신을 보며 중얼거렸다.“수술도 아니고, 회진도 아니고, 그냥 밥.”그 말을 반복할수록 더 긴장됐다.첫 번째 맞선도 그렇게 시작했다.결혼하라는 자리가 아니라 밥만 먹는 자리라고 생각했다가, 다음 날부터 자신의 인생을 평가할 교수를 만났다.이번에는 달라야 했다.서지훈은 병원과 관련 없는 사람이었다.사진 속 인상도 부드러웠고, 나이 차이도 크지 않았다. 무엇보다 다음 날 회진에서 자신을 세워 놓고 환자 상태를 묻지 않을 사람이었다.그 정도면 충분히 안전했다.“한소이 씨?”뒤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소이가 돌아보자 사진에서 봤던 남자가 서 있었다.짙은 남색 정장에 회색 넥타이. 단정하게 넘긴 머리와 부드러운 눈매까지 사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서지훈 씨 맞으시죠?”“네. 제가 너무 일찍 왔나 했는데 먼저 와 계셨네요.”“저도 방금 왔습니다.”실제로는 십 분 넘게 서 있었지만 굳이 말할 필요는 없었다.서지훈이 문을 열어 주었다.“들어가시죠.”첫인상은 나쁘지 않았다.적어도 빈 물잔을 마시는 자신을 지켜보다가 외과에 지원한 이유부터 묻지는 않았다.두 사람은 창가 자리로 안내받았다.첫 맞선 때 윤재혁과 앉았던 자리에서는 조금 떨어진 곳이었다. 소이는 그 사실만으로도 안도했다.“병원 근무가 많이 바쁘시죠?”자리에 앉자 서지훈이 먼저 물었다.“네. 일정이 일정하지는 않습니다.”“오늘도 혹시 호출 오실 수 있습니까?”“그럴 수도 있습니다.”“그럼 오면 바로 가셔도 됩니다.”소이가 눈을 깜빡였다.“괜찮으시겠어요?”“환자가 먼저죠.”서지훈은 자연스럽게 웃었다.“저도 건축 현장에 문제 생기면 약속 중간에 나간 적이 있어서 이해합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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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화. 오해는 가족부터

# 28화. 오해는 가족부터“혹시 우리 오빠가 애프터 거절했다던 그 맞선 상대죠?”윤서진의 목소리가 응급실 안에 선명하게 울렸다.한소이는 반사적으로 주변을 둘러봤다.다행히 박민우는 영상의학과와 통화 중이었고, 간호사들은 김복순의 처치를 준비하느라 바빴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는 없었다.이 병원에서 누군가의 작은 말 한마디가 소문이 되는 데는 반나절도 걸리지 않았다.“여기서는 그 이야기 하지 마세요.”소이가 다급하게 목소리를 낮췄다.윤서진의 눈이 반짝였다.“맞구나.”“그런 뜻이 아니라...”“사진보다 훨씬 예쁘시네요.”“제 사진도 보셨습니까?”“제가 소개했으니까요.”생각해 보니 당연했다.윤서진은 두 사람의 맞선을 주선한 장본인이었다. 윤재혁이 가족의 성화를 이기지 못하고 자리에 나온 것도 전부 동생 때문이었다.서진은 소이의 손을 반갑게 잡았다.“저 윤서진이에요. 오빠 동생.”“알고 있습니다.”“오빠가 제 이야기했어요?”“병원 근처 출판사에서 일하신다는 정도만요.”서진의 눈이 가늘어졌다.“그런 이야기를 언제 했지?”소이는 입을 다물었다.윤재혁이 호텔에 온 이유를 설명하면서 한 말이 전부였다. 하지만 그것까지 이야기하면 두 사람이 차 안에서 따로 대화를 나눴다는 사실까지 알려 주게 된다.서진은 소이의 침묵을 전혀 다르게 해석한 모양이었다.“둘이 생각보다 많이 친해졌나 보네.”“아닙니다.”소이와 윤재혁의 대답이 동시에 나왔다.서진이 두 사람을 번갈아 봤다.“왜 같이 대답해?”“환자 앞입니다.”윤재혁이 차갑게 말했다.“할 말 없으면 돌아가.”“갑자기 호텔에 나 혼자 두고 사라진 사람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응급 환자가 생겼잖아.”“그래서 맞선 상대를 직접 데리고 왔어?”소이의 얼굴이 뜨거워졌다.“저는 다른 분과 맞선 중이었습니다.”서진의 표정이 그대로 멈췄다.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오빠를 바라봤다.“다른 분?”윤재혁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환자부터 봐.”“오빠한테 물었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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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화. 다시 만나는 사이라고요?

# 29화. 다시 만나는 사이라고요?“재혁아.”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어머니의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들떠 있었다.“서진이한테 들었는데, 너 한소이 씨랑 다시 만나고 있다며?”윤재혁은 잠시 눈을 감았다.윤서진이 지금은 전화하지 않겠다고 한 말은 역시 지금 당장만을 뜻했던 모양이었다.“아닙니다.”“뭐가 아니야?”“다시 만나는 사이 아닙니다.”“병원에서 매일 본다며.”“같이 일하니까요.”“새벽에 집에도 데려다줬다며.”윤재혁의 미간이 깊게 좁아졌다.“서진이에게 어디까지 들으셨습니까?”“호텔에서 한소이 씨를 직접 태우고 병원에 갔다던데?”“응급 환자가 생겼습니다.”“응급 환자가 생기면 다른 사람 맞선 자리에서도 데리고 나와?”“내가 데리고 나온 게 아니라 한소이 선생이 먼저 나오고 있었습니다.”“그럼 타이밍이 아주 좋았네.”어머니는 이미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모든 상황을 해석하고 있었다.윤재혁은 책상에 놓인 김복순의 검사 결과를 다시 확인했다.배액 시술 뒤 활력징후는 안정적이었다. 항생제 투여도 시작됐고 추가 수술이 필요할지는 배양검사와 배액 양상을 보면서 결정해야 했다.환자 상태를 확인해야 할 시간에 가족의 오해를 해명하고 있다는 사실이 피곤하게 느껴졌다.“지금 환자 기록 보고 있습니다.”“한소이 씨도 아직 병원이니?”“그걸 왜 물으십니까?”“전화 좀 바꿔 줘.”윤재혁의 손이 멈췄다.“싫습니다.”“왜?”“병원에서 어머니 전화를 바꿔 줄 이유가 없으니까요.”“맞선도 봤고 같이 일도 하는데 인사 정도는 할 수 있잖아.”“지금은 내 팀 레지던트입니다.”윤재혁의 목소리가 낮아졌다.“사적인 일로 불편하게 하지 마세요.”수화기 너머가 잠시 조용해졌다.어머니도 아들이 단순히 귀찮아하는 것과 진지하게 선을 긋는 것을 구분할 줄 알았다.“그래서 네가 애프터를 거절한 거니?”“무슨 뜻입니까?”“같이 일하게 될 걸 알고 있었어?”“맞선 뒤에 알았습니다.”“그런데 계속 같은 팀에서 일해?”“면접에서는 회피 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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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화. 답장하지 마요

# 30화. 답장하지 마요“제가 답장하지 않기를 바라십니까?”한소이의 질문이 연구실 한가운데 떨어졌다.윤재혁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그의 시선은 뒤집어 놓은 소이의 휴대전화에 머물렀다가 천천히 그녀의 얼굴로 올라왔다.“네.”짧은 대답이었다.소이의 손가락이 굳었다.부정하거나 또다시 담당 교수라는 말을 꺼낼 줄 알았다. 적어도 질문의 의미를 되묻는 것으로 시간을 벌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윤재혁은 피하지 않았다.“답장하지 않기를 바랍니다.”소이는 가슴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꼈다.“왜요?”“그 이유까지 정말 모릅니까?”“모르니까 묻는 겁니다.”“거짓말할 때 눈썹 올라갑니다.”소이는 반사적으로 이마를 눌렀다.“지금 제 눈썹이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나한테는 중요합니다.”아무렇지 않게 던진 말이 더 위험하게 들렸다.소이는 손을 천천히 내렸다.“교수님은 제가 좋아하느냐고 물었을 때 대답하지 않으셨습니다.”“기억합니다.”“누구를 만나든 제 선택이라고도 하셨고요.”“그것도 맞습니다.”“그런데 답장은 하지 않기를 바란다고요?”“내가 바라는 것과 한소이 선생이 선택할 수 있는 건 다른 문제니까.”윤재혁의 목소리는 차분했다.“나는 답장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렇다고 내 바람을 따르라고 지시할 수는 없습니다.”소이는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정말 교수님다운 대답이네요.”“무슨 뜻입니까?”“듣고 싶은 말은 절반만 하고, 결정은 전부 저한테 넘기시잖아요.”“내가 결정하면 안 되는 일이니까.”“그럼 마음도 숨기셔야죠.”윤재혁의 눈빛이 흔들렸다.소이는 멈추지 않았다.“싫다고 말하면서 이유는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제가 다른 사람을 만나는 건 기분 나빠하면서 책임질 말은 하지 않고.”“책임질 말?”“제가 기다려도 된다는 말이요.”연구실 안이 조용해졌다.말을 꺼낸 뒤에야 소이는 자신이 무엇을 요구했는지 깨달았다.윤재혁은 한동안 그녀를 바라봤다.“지금 그 말을 하면.”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기다리라고 하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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