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아, 엄마가 바라는 건 하나야. 너까지 아프지 않는 거."강현은 잠시 고개를 숙였다가 평소처럼 웃었다."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그렇게 약한 사람은 아니잖아요."병실을 나서기 전 그는 어머니의 이불을 다시 덮어 주고, 물컵을 손 닿는 곳에 놓은 뒤 저녁에 다시 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문을 닫고 복도로 나오자 다리에 힘이 풀리는 듯했고, 벽에 등을 기댄 채 한동안 눈을 감아야 했다.사랑했던 여자는 자신과의 삼 년을 오해라고 했고, 준혁은 그를 병원에서 쫓아내려 하고 있었다. 어머니 앞에서는 괜찮다고 말했지만, 당장 오늘 안에 치료비를 마련할 방법조차 떠오르지 않았다.그때 휴대전화가 진동했다.[서명만 하면 수당 처리해 줄게. 어머님 병원비 급하다며?]오준혁이었다.강현은 메시지를 끝까지 읽은 뒤 화면을 껐다. 준혁은 자신이 어느 부분을 누르면 결국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고, 그 사실이 공개적인 모욕보다 더 끔찍하게 느껴졌다.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으려던 순간 손목 안쪽에서 작은 통증이 일었다.아버지가 남긴 낡은 손목시계였다.가죽줄에는 오래된 금이 가 있었고 시계판 유리에는 작은 흠집이 남아 있었는데,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부터 초침이 움직이지 않았음에도 강현은 한 번도 수리를 맡기지 않았다. 연구실에서 밤을 새우던 아버지가 늘 차고 있던 물건이었고, 연구 노트와 함께 그가 끝까지 간직해 온 유품이기도 했다.강현은 무심코 시계를 들어 올렸다.딸깍.멈춰 있던 초침이 한 칸 움직였다.그는 숨을 멈춘 채 시계판을 바라보았지만, 다시 들여다본 초침은 원래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았다. 오래된 유리 표면에는 복도의 형광등만 희미하게 비쳤고, 방금 느꼈던 열기마저 손목 안쪽에 남은 착각처럼 사라지고 있었다.아버지가 남긴 시계가 왜 하필 오늘 움직였는지 알 수 없었다.그때 복도 끝에서 다급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VIP 병동 응급 호출입니다!"***백태산이 쓰러졌다는 소식이 병동을 가로질렀다.백린그룹 명예회장이자 병원
Last Updated : 2026-10-29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