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요. 열람 절차를 밟아야 해요. 하지만 제가 직접 본 상황은 분명합니다.”채원의 목소리가 단단해졌다.“강현 씨는 약물 이상 가능성을 알렸고, 환자 평가와 처치는 의료진이 했어요. 그 사실은 제가 책임지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강현은 눈을 감았다.어젯밤의 장면이 다시 떠올랐다.백태산의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던 순간, 시야에 나타났던 붉은 숫자. 줄어드는 시간을 보면서도 자신은 환자에게 손을 댈 수 없었다.면허가 없었기 때문이다.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위험을 알아차리고, 실제로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사람에게 알리는 것뿐이었다.그런데 이제 병원은 그 행동을 범죄 의혹으로 바꾸고 있었다.“윤 선생님.”“네.”“그때 제가 어디에 있었는지, 의료진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확인해 주십시오. 기억만이 아니라 당시 기록과 대조해 주세요.”“그렇게 하겠습니다.”“저도 제가 있었던 위치와 시각을 정리하겠습니다.”채원은 잠시 말을 멈췄다.“강현 씨, 지금 상황이 좋지 않아요. 내부에서 이미 이상한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그래도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안 돼요. 병원 기록을 무단으로 확보하려고 해서도 안 되고요.”“알고 있습니다.”강현은 주먹을 쥐었다가 천천히 폈다.“제가 하지 않은 일을 했다고 주장하는 쪽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실제로 무엇을 했는지부터 남겨야겠죠.”채원은 더 이상 그를 말리지 않았다.“제가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은 확인하겠습니다. 혼자 모든 걸 감당하려고 하지는 마세요.”통화가 끝난 뒤 강현은 휴대전화 메모장을 열었다.어제 백태산의 상태가 급변하기 직전 자신이 있던 위치, 채원에게 말을 건넨 시점, 의료진이 움직이기 시작한 순간을 차례로 적었다.기억이 완벽하다고 믿지는 않았다.그래서 더더욱 지금 기록해야 했다.자신의 기억이 틀린 부분이 있다면 그것도 확인할 생각이었다. 중요한 것은 누군가를 이기는 데 유리한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벌어진 일을 남기는 것이었다.강현은 메모를 저장하고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최신 업데이트 : 2026-10-30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