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병원에서 버림받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배신당한 서강현은 죽음을 앞둔 사람들의 남은 시간을 보는 능력 ‘생사안’을 각성한다. 누구도 구하지 못했던 환자를 살려낸 순간, 그는 생명을 거래하는 거대한 세력의 표적이 된다. 의료계의 비리와 제약 재벌의 음모, 인간의 수명을 사고파는 국제 조직까지 그의 앞을 가로막지만, 강현은 사람을 살릴수록 자신의 생명이 소모되는 운명을 거부하지 않는다. 백서하, 윤채원, 진소령과 함께 죽음을 지배하려는 자들에 맞서는 동안 아버지가 남긴 비밀과 생명권의 진실이 드러난다. 모든 생명을 통제하려는 적과의 마지막 전쟁에서 강현은 왕의 자리에 오르지만, 그가 선택한 것은 지배가 아닌 구원이다.
View More그는 여전히 병원 직원들의 시선이 떠올랐고, 어머니의 손을 잡은 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던 순간이 가슴에 걸렸다.하지만 분노만으로는 어머니의 치료비를 낼 수 없었다.분노만으로는 자신이 하지 않은 일을 하지 않았다고 증명할 수도 없었다.강현은 기록을 다른 저장 공간에도 복사해 두었다.그때 휴대전화가 진동했다.발신자는 세명대병원 법무팀이었다.문서가 첨부돼 있었다.강현은 화면을 열었다.상단에 병원 이름과 법무팀 명칭이 적혀 있었고, 그 아래에는 굵은 글씨로 제목이 표시돼 있었다.**내부 조사 출석 및 소명 요청서.**강현은 손가락을 멈췄다.문서에는 자신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조사 대상자: 서강현.*그 아래에는 조사 사유가 이어졌다.*백태산 회장 응급 상황 당시 무면허 의료행위 의혹.*강현은 그 문장을 천천히 읽었다.어젯밤 자신이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오도록 도왔던 사람의 이름이, 오늘은 자신을 의심하는 문서에 적혀 있었다.그는 화면을 아래로 내렸다.*지정된 절차에 따라 소명 자료를 제출하고 조사에 출석하시기 바랍니다. 소명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현재 확보된 자료를 바탕으로 후속 조치 여부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강현은 마지막 문장에 시선을 고정했다.후속 조치.짧은 표현이었다.그러나 그 말이 뜻하는 것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의혹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다른 병원에서 일자리를 구하는 일도 더 어려워질 수 있었다. 이미 계약 해지와 야간 수당 보류로 막막해진 생활은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질 터였다.무엇보다 어머니가 있었다.강현이 다시 돈을 벌 수 있을 때까지 어머니의 치료가 기다려 주리라는 보장은 없었다.그는 손에 힘을 주었다.휴대전화 모서리가 손바닥을 파고들었다.한동안 움직이지 못하던 강현은 문서를 저장하고 수신 시각을 기록했다.그다음 자신이 작성한 동선 기록과 법무팀 영상의 시각을 다시 나란히 놓았다.상대가 제출한 영상은 강현이 의료진에게 접근하는 장면에서 끝났다.그러나 강현이 기억하는 실제 상황은 거기서 끝나
첨부된 CCTV 영상에는 강현이 복도를 달려오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의료진 가까이 다가가는 장면까지 이어지던 영상은 갑자기 끝났다.그는 영상을 다시 재생했다.이번에는 화면 구석의 시각 표시를 확인했다.영상이 시작된 시각과 끝난 시각을 적은 뒤, 자신이 아침에 정리한 동선 기록을 불러왔다.그날 자신은 채원에게 약물 이상 가능성을 알렸고, 의료진이 확인에 들어가자 처치 구역 밖으로 물러났다.그러나 제출된 영상에는 그 과정이 보이지 않았다.강현은 화면을 확대했다.복도 끝에서 의료진이 이동하는 모습은 보였지만, 자신이 실제로 환자에게 어떤 행동을 했는지 판단할 만한 장면은 없었다.이 영상이 원본에서 잘라낸 일부인지, 조사 목적으로 추출한 구간인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었다.다만 누군가가 이 자료를 근거로 자신에게 무면허 의료행위 의혹을 제기하고 있었다.강현은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잠시 뒤 다시 화면을 켜고, 법무팀에 보낼 답변을 작성하기 시작했다.그는 분노가 담긴 문장을 몇 차례 지웠다.*왜 이런 식으로 사람을 몰아갑니까.*그 문장은 지웠다.*저를 범죄자로 만들 생각입니까.*그 문장도 지웠다.대신 확인 가능한 사실만 남겼다.*본인은 백태산 회장의 응급 상황 당시 약물 이상 가능성을 의료진에게 전달했으며, 환자에게 직접 의료행위를 시행하지 않았습니다. 제출된 영상에는 정보 전달 이후의 상황이 포함되어 있지 않으므로, 당시 의료 기록과 전체 영상에 대한 정식 확인을 요청합니다.*강현은 문장을 다시 읽었다.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강한 반박은 상대를 향해 소리치는 일이 아니었다.그들이 의혹이라고 부르는 말 앞에, 실제로 벌어진 일을 하나씩 놓는 일이었다.그는 답변을 전송하고 발송 시각을 기록했다.***오준혁은 법무팀에서 전달받은 강현의 소명 요청 내용을 읽고 서류를 내려놓았다.“전체 영상을 확인하겠다고요?”맞은편 직원이 고개를 끄덕였다.“본인이 의료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입장입니다. 당시 의료 기록과 영상 전체를 확인해 달
어제까지만 해도 야간 수당이 들어오면 급한 금액부터 맞출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모자란 돈은 어떻게든 다른 방법을 찾아보려 했다.하지만 그 돈마저 보류됐다.그리고 오늘은 일자리까지 완전히 잃을 수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강현은 어머니의 손을 잡은 채 고개를 숙였다.손등 위로 자신의 그림자가 내려앉았다.“엄마.”목소리가 조금 갈라졌다.“나, 잘하고 있는 거 맞지?”대답이 돌아올 리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묻고 말았다.그는 곧바로 고개를 들었다.어머니의 얼굴은 여전히 고요했다.강현은 자신이 왜 그런 질문을 했는지 후회했다. 지금 어머니에게 필요한 것은 아들의 불안이 아니라, 곁을 지키겠다는 확신일 터였다.그는 숨을 천천히 고르고 이불 끝을 정리했다.“걱정하지 마. 내가 어떻게든 할게.”말은 그렇게 했지만 손가락은 쉽게 펴지지 않았다.그때 탁자 위에 놓인 낡은 손목시계가 눈에 들어왔다.아버지 서명진의 유품이었다.오래전에 멈춘 초침은 여전히 같은 자리에 있었다.강현은 시계를 집어 들었다.어제 백태산의 죽음이 가까워지던 순간, 분명히 이상한 움직임을 보였던 시계였다. 자신의 눈앞에 나타났던 붉은 숫자와 함께, 설명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그러나 지금 시계는 아무 반응도 없었다.강현은 유리 표면을 엄지로 쓸었다.아버지는 왜 이런 물건을 남겼을까.백태산은 왜 아버지의 이름을 알고 있었을까.의대에서 쫓겨난 자신이 백태산의 죽음이 다가오는 것을 볼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생각이 깊어질수록 관자놀이 안쪽에서 둔한 통증이 올라왔다.강현은 시계를 내려놓고 눈을 감았다.어젯밤부터 간헐적으로 이어지는 통증이었다. 잠시 후 손끝에 희미한 저림까지 느껴지자 그는 손가락을 움직여 감각을 확인했다.다행히 저림은 오래가지 않았다.그는 더 이상 시계에 매달리지 않았다.지금 자신의 앞에는 설명할 수 없는 능력보다 훨씬 분명한 문제가 있었다.어머니는 치료가 필요했다.치료에는 돈이 들었다.그런데 누군가는 자신이 돈을 벌고 병원에서 일할
“아직요. 열람 절차를 밟아야 해요. 하지만 제가 직접 본 상황은 분명합니다.”채원의 목소리가 단단해졌다.“강현 씨는 약물 이상 가능성을 알렸고, 환자 평가와 처치는 의료진이 했어요. 그 사실은 제가 책임지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강현은 눈을 감았다.어젯밤의 장면이 다시 떠올랐다.백태산의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던 순간, 시야에 나타났던 붉은 숫자. 줄어드는 시간을 보면서도 자신은 환자에게 손을 댈 수 없었다.면허가 없었기 때문이다.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위험을 알아차리고, 실제로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사람에게 알리는 것뿐이었다.그런데 이제 병원은 그 행동을 범죄 의혹으로 바꾸고 있었다.“윤 선생님.”“네.”“그때 제가 어디에 있었는지, 의료진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확인해 주십시오. 기억만이 아니라 당시 기록과 대조해 주세요.”“그렇게 하겠습니다.”“저도 제가 있었던 위치와 시각을 정리하겠습니다.”채원은 잠시 말을 멈췄다.“강현 씨, 지금 상황이 좋지 않아요. 내부에서 이미 이상한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그래도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안 돼요. 병원 기록을 무단으로 확보하려고 해서도 안 되고요.”“알고 있습니다.”강현은 주먹을 쥐었다가 천천히 폈다.“제가 하지 않은 일을 했다고 주장하는 쪽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실제로 무엇을 했는지부터 남겨야겠죠.”채원은 더 이상 그를 말리지 않았다.“제가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은 확인하겠습니다. 혼자 모든 걸 감당하려고 하지는 마세요.”통화가 끝난 뒤 강현은 휴대전화 메모장을 열었다.어제 백태산의 상태가 급변하기 직전 자신이 있던 위치, 채원에게 말을 건넨 시점, 의료진이 움직이기 시작한 순간을 차례로 적었다.기억이 완벽하다고 믿지는 않았다.그래서 더더욱 지금 기록해야 했다.자신의 기억이 틀린 부분이 있다면 그것도 확인할 생각이었다. 중요한 것은 누군가를 이기는 데 유리한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벌어진 일을 남기는 것이었다.강현은 메모를 저장하고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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