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해월이 정왕의 여덟 번째 신부가 된 다음 날 새벽, 그녀는 자신의 피가 얼마나 필요한지 계산하는 남편의 목소리를 들었다.문밖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희미했지만, 이현겸의 목소리만큼은 잘못 알아들을 수 없었다. 산골 약방에서 처음 만난 날부터 수없이 들어 온 목소리였고, 어젯밤에는 바로 그 목소리가 자신에게 살아 있게 해 달라고 부탁했으므로, 해월은 잠결에도 남편이 가까이 있다는 사실부터 알아차렸다.그러나 눈을 뜨자마자 천장의 윤곽이 두 겹으로 흔들렸고,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오른쪽 손등에 입은 화상이 이불에 쓸리면서 날카로운 통증이 밀려왔다. 혼례를 치르던 날 운명안을 사용한 대가는 밤새 사라지지 않았으며, 왼쪽 손목에는 진명 혼례문에 서명한 뒤 생겨난 붉은 문양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해월은 잠시 숨을 고르며 문 쪽으로 귀를 기울였다.“첫 봉인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말이냐?”현겸의 목소리 뒤로 낮은 대답이 이어졌지만, 두꺼운 문에 막혀 정확한 내용까지 들리지는 않았다. 다만 누군가 의식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하는 순간 현겸이 거칠게 기침했고, 그 뒤로 무언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해월은 더는 누워 있을 수 없었다.“소담아, 밖에 누구 없느냐?”급히 들어온 소담은 침상 가장자리에 앉아 있는 해월을 보고 놀라 달려왔다. 밤새 열이 내리지 않아 겨우 잠들었는데 벌써 일어나셨느냐며 그녀의 어깨를 받쳤지만, 해월은 남편이 어디에 있는지부터 물었다.“전하께서 서재에 계십니다. 새벽부터 의원들이 들락거리고 있어서 아직 자세한 사정은 알지 못합니다.”“방금 피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어. 전하께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소담은 입술을 깨물었다. 해월이 다시 묻자 결국 현겸이 새벽녘부터 검은 피를 토하고 있다는 사실을 털어놓았는데, 그 말을 듣는 순간 해월은 침상 기둥을 붙잡고 일어섰다.시야가 갑자기 기울어지는 바람에 발을 제대로 디딜 수 없었고, 소담이 붙잡지 않았다면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을 것이다.“마마, 지금은 걸으실 수도 없지 않습니까. 어제 운명
最終更新日 : 2026-10-29 続きを読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