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인 줄 모르고 버린 아내

마녀인 줄 모르고 버린 아내

last updateDernière mise à jour : 2026-10-30
Par:  월야Mis à jour à l'instant
Langu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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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을 살리기 위해 피를 바쳤다. 그러나 정왕 이현겸에게 그녀는 사랑하는 아내가 아니라 저주를 풀기 위한 여덟 번째 제물이었다. 일곱 신부가 죽어간 혼례의 비밀을 알게 된 날, 윤해월의 세상은 무너졌다. 남편은 그녀의 피로 내연녀를 살렸고, 끝내 뱃속 아이마저 빼앗았다. 죽음의 문턱에서 버려진 해월을 구한 사람은 적국의 대장군 강태륜. 아무도 몰랐다. 버림받은 여자가 세상을 멸할 힘을 지닌 마지막 순혈 마녀라는 사실을. 봉인이 풀리고 죽은 줄 알았던 아내가 돌아오자, 정왕은 비로소 미쳐버렸다. 하지만 이미 그녀의 곁에는 목숨을 걸고 그녀를 지키는 남자가 있었다. 그가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어도, 해월은 돌아보지 않았다. 이제 그녀가 끝내 되찾을 것은 빼앗긴 이름과 마력, 그리고 일곱 신부의 목숨값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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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itre 1

1화

윤해월이 정왕의 여덟 번째 신부가 되던 날, 왕부의 사당에서는 일곱 번째 신부가 죽기 전에 남긴 손가락 하나가 발견되었다.

혼례를 두 시진 앞두고 사당의 낡은 기둥을 교체하던 인부들이 제단 뒤에 숨겨진 나무 상자를 찾아냈는데, 오래된 봉인을 뜯어 내자 검붉은 얼룩이 남은 혼례복과 부서진 봉잠이 쏟아졌고, 그 아래에서는 붉은 실로 단단히 묶인 비단 주머니가 굴러 나왔다. 사당 청소를 맡았던 어린 하녀는 주머니를 주워 들었다가 안쪽에서 딱딱한 것이 만져지자 무심코 매듭을 풀었으나, 그 안에 들어 있던 것이 사람의 손가락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주저앉고 말았다.

말라붙은 손가락에는 금으로 만든 가느다란 가락지가 끼워져 있었고, 손톱 아래에는 무언가를 필사적으로 긁어 댄 흔적이 남아 있었다. 손가락을 감고 있는 붉은 실에는 서로 다른 모양의 매듭 일곱 개가 묶여 있었는데, 하녀가 겁에 질려 손을 떨자 매듭 사이에 엉킨 검은 머리카락이 느슨하게 풀리면서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게…… 대체……."

하녀는 주머니를 내려놓으려다가 상자 밑에 깔린 낡은 혼례문을 발견했다. 붉은 먹으로 적힌 신부의 이름은 검은 선으로 지워져 있었고, 종이 뒷면에는 날카로운 물건으로 여러 차례 긁어 쓴 글자가 남아 있었는데, 글씨가 얼마나 깊게 파였는지 종이의 일부가 찢어져 있었다.

'그를 믿지 마라.'

그 글자를 읽는 순간 하녀는 자신이 서 있는 사당 안쪽을 돌아보았다. 검은 천으로 덮인 위패 일곱 개가 제단 아래에 나란히 놓여 있었고, 각각의 위패에는 이름 대신 붉은 실 한 가닥이 매달려 있었다.

오늘 혼례를 치르는 윤해월이 정왕의 여덟 번째 신부라는 사실을 떠올린 하녀는 손에 쥔 혼례문을 품속에 감추었다. 상자 안의 물건들이 무엇을 뜻하는지 모두 알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오늘 들어오는 신부가 이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야 한다는 생각만큼은 분명했다.

그녀는 인부들이 자신을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한 채 사당을 뛰쳐나왔으나, 내전으로 이어지는 복도에서 호위대장 장무경과 마주쳤다. 장무경은 혼례 준비가 한창인 시각에 하녀가 사당에서 달려 나오는 것을 보고 걸음을 멈췄고, 그녀의 손목에 붉은 실이 감겨 있는 것을 발견하자 얼굴빛이 달라졌다.

"그것을 어디서 가져왔느냐?"

"사당에서 발견했습니다. 죽은 신부의 물건이 있었고, 혼례문에는 이상한 글씨까지 적혀 있었습니다."

장무경은 하녀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팔목부터 움켜쥐었다. 손아귀가 뼈를 짓누르는 바람에 그녀가 비명을 지르며 몸을 비틀었지만, 그는 오히려 힘을 더 주면서 사당에서 무엇을 보았는지 다시 물었다.

"위패가 일곱 개 있었습니다. 오늘 혼례를 치르시는 분이 여덟 번째라면, 앞의 일곱 분은 모두……."

"입을 다물어라."

"왕비마마께 알려야 합니다! 그분도 죽으실 겁니다. 제발 혼례를 멈추게 해 주십시오!"

하녀가 내전 쪽으로 달려가려는 순간 장무경의 칼집이 그녀의 얼굴을 후려쳤다. 충격을 견디지 못한 몸이 돌바닥에 부딪혔고, 입술 사이로 피가 쏟아지는 가운데 부러진 이 하나가 계단 아래까지 굴러갔다.

장무경은 곧바로 무사 둘을 불러 하녀의 양팔을 붙잡게 했다. 그러나 하녀는 입안에 고인 피를 삼키면서도 왕비마마를 만나야 한다고 애원했고, 무사들이 그녀를 끌고 가려 하자 마지막 힘을 짜내어 내전 쪽으로 손을 뻗었다.

"제발…… 혼례만은……."

그때 복도 끝에서 문이 열리며 금실로 봉황을 수놓은 붉은 혼례복 차림의 여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윤해월이었다.

스물두 살의 해월은 조금 전까지 침방에서 소담과 함께 혼례 장식을 고르고 있었다. 산골 약방에서 자란 그녀에게 왕실의 예법은 낯설고 어려웠지만, 오랫동안 사랑해 온 이현겸과 부부가 된다는 사실만큼은 믿기 어려울 만큼 행복했기에 아침부터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혼례가 끝나면 직접 만든 밤과자를 현겸에게 건네려고 했으며, 그가 단것을 즐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해 꿀도 평소보다 적게 넣어 두었다. 봉관이 무거워 목덜미가 아팠지만, 현겸이 오늘 자신의 모습을 보고 어떤 표정을 지을지 생각하면 그 정도 불편함은 얼마든지 견딜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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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윤해월이 정왕의 여덟 번째 신부가 되던 날, 왕부의 사당에서는 일곱 번째 신부가 죽기 전에 남긴 손가락 하나가 발견되었다.혼례를 두 시진 앞두고 사당의 낡은 기둥을 교체하던 인부들이 제단 뒤에 숨겨진 나무 상자를 찾아냈는데, 오래된 봉인을 뜯어 내자 검붉은 얼룩이 남은 혼례복과 부서진 봉잠이 쏟아졌고, 그 아래에서는 붉은 실로 단단히 묶인 비단 주머니가 굴러 나왔다. 사당 청소를 맡았던 어린 하녀는 주머니를 주워 들었다가 안쪽에서 딱딱한 것이 만져지자 무심코 매듭을 풀었으나, 그 안에 들어 있던 것이 사람의 손가락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주저앉고 말았다.말라붙은 손가락에는 금으로 만든 가느다란 가락지가 끼워져 있었고, 손톱 아래에는 무언가를 필사적으로 긁어 댄 흔적이 남아 있었다. 손가락을 감고 있는 붉은 실에는 서로 다른 모양의 매듭 일곱 개가 묶여 있었는데, 하녀가 겁에 질려 손을 떨자 매듭 사이에 엉킨 검은 머리카락이 느슨하게 풀리면서 바닥으로 떨어졌다."이게…… 대체……."하녀는 주머니를 내려놓으려다가 상자 밑에 깔린 낡은 혼례문을 발견했다. 붉은 먹으로 적힌 신부의 이름은 검은 선으로 지워져 있었고, 종이 뒷면에는 날카로운 물건으로 여러 차례 긁어 쓴 글자가 남아 있었는데, 글씨가 얼마나 깊게 파였는지 종이의 일부가 찢어져 있었다.'그를 믿지 마라.'그 글자를 읽는 순간 하녀는 자신이 서 있는 사당 안쪽을 돌아보았다. 검은 천으로 덮인 위패 일곱 개가 제단 아래에 나란히 놓여 있었고, 각각의 위패에는 이름 대신 붉은 실 한 가닥이 매달려 있었다.오늘 혼례를 치르는 윤해월이 정왕의 여덟 번째 신부라는 사실을 떠올린 하녀는 손에 쥔 혼례문을 품속에 감추었다. 상자 안의 물건들이 무엇을 뜻하는지 모두 알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오늘 들어오는 신부가 이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야 한다는 생각만큼은 분명했다.그녀는 인부들이 자신을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한 채 사당을 뛰쳐나왔으나, 내전으로 이어지는 복도에서 호위대
last updateDernière mise à jour : 2026-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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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그러나 문밖에서 들려온 비명 때문에 복도로 나온 순간, 해월의 눈에 들어온 것은 피를 흘리며 무사들에게 끌려가는 어린 하녀였다."그 아이를 놓으세요."해월이 계단을 내려오자 장무경은 허리를 숙였지만 하녀를 풀어 주지는 않았다. 그는 사당의 금역을 침범한 죄인을 처벌하는 중이라며 왕비마마께서는 혼례 준비에 전념하시라고 말했으나, 해월은 하녀의 입술이 심하게 찢어지고 팔목이 검붉게 부어오른 것을 보자 그대로 돌아설 수 없었다."금역을 침범했다고 사람을 저렇게 때려도 되는 겁니까? 먼저 의원부터 불러야겠습니다.""왕비마마, 왕부의 법도를 모르셔서 하시는 말씀입니다. 저 아이는 오늘 같은 경사스러운 날에 불길한 소문을 퍼뜨렸습니다."장무경이 냉정하게 대답하는 동안 하녀는 해월을 향해 몸을 비틀며 무언가를 말하려 했지만, 무사가 목을 짓누르는 바람에 제대로 숨조차 쉬지 못했다."마마…… 도망……."하녀의 목소리가 끊기자 해월은 더는 참지 못하고 앞으로 다가갔다. 그러나 무사의 손을 떼어 내려고 팔을 뻗는 순간, 눈앞에 가느다란 검은 실 하나가 나타났다.그 실은 하녀의 목에서 시작되어 처마 아래에 매달린 청동 등롱까지 이어져 있었고, 해월이 본능적으로 시선을 따라가자 아직 일어나지 않은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등롱을 지탱하던 쇠고리가 끊어지면서 무거운 청동 장식이 떨어지고, 놀란 무사들이 몸을 피하는 동안 하녀는 중심을 잃은 채 그 아래에 깔려 목숨을 잃는 모습이었다.해월은 자신이 무엇을 보고 있는지 알아차렸다. 흑월족의 운명안이었다.어머니는 어릴 적부터 죽음의 경로를 함부로 들여다보지 말라고 가르쳤다. 다른 사람의 운명을 바꾸는 순간 그 대가가 자신의 눈에 돌아오며, 한 번 잃은 빛은 어떤 약으로도 되찾을 수 없다는 경고였지만, 눈앞에서 사람이 죽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돌아설 수는 없었다."모두 비키세요!"해월이 하녀를 향해 몸을 던진 순간 머리 위에서 날카로운 금속음이 울렸다. 쇠고리가 끊어진 청동 등롱이 무서운 속도로 떨어졌고, 그녀는 하녀
last updateDernière mise à jour : 2026-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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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주변에 모인 나인과 무사들 사이에서 낮은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정왕 전하께서 어쩌다 저런 여자를 신부로 맞으셨는지 모르겠군.""사람 하나 살렸다고 왕실의 체면을 망쳐도 된다는 건가?"해월은 자신을 향한 조롱을 들었지만, 그보다 피를 흘리며 주저앉아 있는 하녀의 상태가 더 걱정되었다. 그녀는 상궁의 손에서 소매를 빼내려 애쓰면서 먼저 의원을 불러 달라고 부탁했으나, 상궁은 하녀를 벌하기 위해 끌고 가라는 명령부터 내렸다.무사들이 다시 하녀의 팔을 붙잡자 해월이 막아서려 했지만, 갑자기 밀려온 어지럼증 때문에 발을 제대로 내딛지 못했다. 그 사이 하녀는 마지막 힘을 짜내어 해월의 손을 붙잡았고, 두 사람의 손끝이 맞닿는 순간 피로 젖은 작은 물건 하나가 그녀의 손바닥 안으로 밀려들었다.서로 다른 모양의 매듭 일곱 개가 묶인 붉은 실이었다."일곱 번째…… 그분도……."하녀는 피를 토하며 무언가를 더 말하려 했으나, 무사가 입을 틀어막는 바람에 목소리가 끊어졌다. 해월은 손을 뻗어 그녀를 붙잡으려 했지만 흐려진 시야 때문에 허공만 더듬었고, 하녀는 그대로 복도 끝으로 끌려갔다.돌바닥에는 하녀가 흘린 피가 길게 남아 있었지만, 상궁은 그 흔적을 보자마자 혼례가 시작되기 전에 깨끗이 씻어 내라고 지시했다. 나인들이 서둘러 물을 가져와 붉은 자국을 지우는 동안 해월은 손바닥에 남은 실을 움켜쥔 채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오늘 자신이 들어온 곳은 사랑하는 남자의 집이었지만, 이곳 사람들은 사람의 목숨보다 비단에 남은 얼룩을 더 두려워하고 있었다.***정왕 이현겸은 하녀의 이가 부러지고 신부의 혼례복이 불탔다는 보고를 듣고도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그는 서재 책상 위에 펼쳐 놓은 봉인 문서를 바라보다가 해월이 혼례를 치를 수 있는 상태인지부터 물었고, 장무경이 그녀의 시야가 흐려지고 손등에 화상을 입었으나 붓을 쥐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대답하자 비로소 굳어 있던 어깨를 조금 내렸다."운명안을 사용한 것이 확실하냐?""청동 등롱이 떨어지
last updateDernière mise à jour : 2026-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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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첫 번째 신부는 혼례 사흘 만에 피를 토하며 죽었고, 두 번째 신부는 사지를 움직이지 못하게 된 채 마지막 순간까지 남편의 이름을 불렀다. 세 번째 신부는 자신의 몸에서 자라나는 검은 문양을 긁어 내다가 손톱을 모두 잃었으며, 네 번째와 다섯 번째 신부는 저주가 몸속으로 파고드는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차례로 숨을 거두었다.여섯 번째 신부는 죽기 직전까지 살려 달라고 애원했고, 일곱 번째 신부는 사당의 벽을 긁어 마지막 글자를 남겼다.'그를 믿지 마라.'현겸은 그 기록을 읽을 때마다 해월의 얼굴을 떠올렸다. 자신을 바라보며 웃던 눈빛과 약방에서 처음 손을 잡아 주던 순간이 기억났지만, 저주가 심장을 조여 오는 밤이면 결국 살아남고 싶다는 욕망이 모든 망설임을 짓눌렀다.그는 해월이 자신의 여덟 번째 신부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바꾸지 않았다."사당에서 발견된 물건은 무엇이냐?"장무경은 잠시 망설이다가 일곱 번째 신부의 혼례복과 머리장식, 피가 묻은 신발, 잘린 손가락이 있었다고 보고했다. 현겸은 그 물건들이 아직 남아 있었다는 사실에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고, 봉인된 상자를 발견한 인부들과 하녀의 출입 기록까지 모두 거두라고 명령했다."소란을 피운 하녀는 어떻게 되었느냐?""별채로 끌고 가고 있습니다. 입을 막아 두었으니 더는 소란을 피우지 못할 것입니다.""죽이지는 마라."장무경이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자 현겸은 책상 위에 놓인 혼례문을 손가락으로 누르며 말을 이었다."해월이 그 여자를 구했다. 오늘 죽었다는 사실을 알면 의심할 것이니, 치료를 위해 다른 곳으로 옮겼다고 알려라. 다만 누구도 만나지 못하게 하고, 입을 열 기회도 주지 마라."장무경은 그 말의 의미를 이해했다. 해월이 하녀의 생사를 확인하려 할 때 살아 있다는 사실만 알려 주면 당분간 의심을 늦출 수 있을 것이었다."혼례복은 새것으로 준비하겠습니다.""오늘 혼례는 반드시 진행한다.""왕비마마께서는 손을 다치셨습니다."현겸은 잠시 침묵하다가 붉은 함 안에 들어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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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마마, 그 일은 조심하셔야 합니다. 상궁마마께서 침방 나인들에게 입단속을 시키셨습니다."해월은 붉은 실을 작은 비단 주머니에 넣었다. 하녀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자신을 향해 필사적으로 손을 뻗던 모습이 눈앞에서 떠나지 않았기에 적어도 그 아이가 살아 있는지만큼은 반드시 확인할 생각이었다."우선 저 아이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봐 줘. 전하께서 오시면 나도 직접 여쭤볼게."소담이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문밖에서 내관의 목소리가 들렸다."정왕 전하 납시오."해월은 급히 주머니를 혼례복 안쪽에 넣고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문을 열고 들어온 현겸이 먼저 다가와 그녀의 어깨를 눌렀다."그대로 앉아 있어."그는 해월의 손등을 살피다가 화상 위에 약이 제대로 발라지지 않은 것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손끝으로 상처 주변을 조심스럽게 만지는 모습은 평소와 다르지 않았고, 해월은 그 다정한 손길을 느끼는 순간 참아 왔던 서러움이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이렇게 다쳤는데도 치료를 받지 못했느냐?""조금 따가울 뿐입니다. 혼례가 끝나면 약을 바르겠습니다."해월은 애써 웃었지만 현겸은 그녀의 손을 감싸 쥔 채 자신이 얼마나 놀랐는지 아느냐고 물었다. 그 목소리에는 걱정이 묻어 있었고, 조금 전 상궁에게 들었던 모욕과 사람들의 조롱을 떠올리던 해월은 그가 자신의 마음을 알아준다는 사실만으로도 견딜 수 있을 것 같았다."전하께서 시키신 일도 아닌데 제가 괜한 소란을 일으켰습니다.""사람을 구한 것이 어찌 괜한 일이겠느냐. 다만 앞으로는 네 몸부터 생각해라. 오늘 네게 무슨 일이 생겼다면 나는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현겸이 손등에 가볍게 입을 맞추자 해월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곧 하녀의 얼굴이 떠올랐기에 조심스럽게 그 아이가 어떻게 되었는지 물었다.현겸의 손가락이 잠시 멈췄다가 다시 움직였다."치료를 위해 별채로 옮겼다. 네가 구한 사람이지 않으냐. 죽게 내버려 두지는 않을 것이다."해월은 그 말을 듣고 안도의 숨을 내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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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무엇을 요구해도?"해월은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웃었다."전하께서 제게 해로운 일을 요구하실 리 없지 않습니까."현겸은 그 말에 곧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손바닥 아래에서 느껴지는 해월의 체온이 유난히 따뜻했고, 그녀가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조금의 의심도 없었기 때문이다.그는 잠시 후 혼례가 끝나면 푹 쉬게 해 주겠다고 말하며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해월은 그 손길에 안심했다.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왕실의 법도가 많겠지만, 현겸과 함께라면 무엇이든 배워 나갈 수 있으리라 믿었다.***혼례가 시작되었을 때 정왕부의 뜰은 붉은 깃발과 향 연기로 가득했고, 정문에서 내전까지 길게 깔린 비단 위로 악공들의 피리와 북소리가 울려 퍼졌다. 왕실 종친들과 대신들이 좌우에 늘어선 가운데 대비 한씨가 높은 자리에서 신부를 내려다보고 있었으며, 해월은 현겸의 손을 잡고 붉은 비단 위를 천천히 걸었다.그러나 걸음을 옮길 때마다 시야가 흔들렸고, 손등의 화상은 비단에 쓸리면서 다시 피가 배어 나오기 시작했다. 새 혼례복은 이전 것보다 무거웠으며 허리를 지나치게 조여 숨을 깊이 들이쉬기도 어려웠지만, 해월은 현겸의 손을 놓지 않은 채 예관이 알려 준 순서에 따라 발을 옮겼다.잠시 비틀거리는 순간 주변에서 낮은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역시 산골 출신이라 그런가 보군.""왕실의 혼례가 얼마나 엄중한 자리인지도 모르는 모양이야."그 말에 얼굴이 뜨거워졌지만 해월은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현겸이 그녀의 손을 조금 더 단단히 잡으며 걸음을 늦추었기 때문이다."나만 보고 걸어라."해월은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을 향한 사람들의 경멸도 그 손을 붙잡고 있는 동안에는 견딜 수 있을 것 같았으나, 혼례상 앞에 도착했을 때 다시 이상한 기운이 느껴졌다.붉은 초와 푸른 초 사이에는 오래된 두루마리가 놓여 있었는데, 그 위로 향로에서 올라오는 연기와는 다른 회색 기운이 희미하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해월이 두루마리를 바라보는 순간 귓가에서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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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그는 먼저 붓을 들어 자신의 이름을 적었다.이현겸.붉은 먹이 종이에 스며들자 글자 아래로 희미한 빛이 흘렀지만, 해월이 눈을 깜빡이는 사이 사라졌다. 예관이 붓을 건네자 그녀는 조심스럽게 받아 들었으나, 화상 입은 손등이 다시 욱신거리는 바람에 손가락에 힘을 주기 어려웠다.현겸이 곁에서 손목을 받쳐 주었다.해월은 어머니의 목소리를 떠올렸다. 이름을 함부로 맡기지 말라는 당부였지만, 자신이 평생을 함께하기로 약속한 남자 앞에서까지 진명을 감춰야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그녀는 현겸을 믿었다.해월이 붓끝을 종이에 대고 자신의 이름을 적기 시작하자 현겸은 손목을 받쳐 주던 손에 조금 더 힘을 주었다. 윤이라는 성을 적고 마지막 이름의 획을 그어 내려가는 동안에도 아무런 변화가 없었지만, 마지막 점을 찍는 순간 종이 가장자리에 새겨진 붉은 문양이 살아 있는 것처럼 꿈틀거리기 시작했다.윤해월.그 이름이 완성되는 순간 손목에서 날카로운 통증이 치솟았다.해월은 숨을 삼키며 붓을 놓으려 했으나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았다. 붉은 먹이 종이 위에서 번지는가 싶더니 가느다란 실처럼 풀려나와 손목을 향해 뻗어 왔고,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팔을 붙잡고 있는 것처럼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귓가에서 여자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해월이 고개를 들자 조금 전 사라졌던 일곱 신부가 다시 나타났다. 그들은 모두 피를 흘리고 있었고, 가장 앞에 선 여자는 잘린 손목을 들어 해월을 향해 뻗었으며, 다른 여자들은 입술을 움직여 도망치라고 외치고 있었다.해월은 뒤로 물러나려 했지만 붉은 실이 손목을 감싸며 피부 아래로 파고들었다. 불에 달군 바늘이 살 속을 기어가는 듯한 통증이 이어졌고, 손목 안쪽에서는 가느다란 문양이 심장 박동에 맞춰 조금씩 새겨지고 있었다.그녀는 더는 몸을 가누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붓이 손에서 떨어지자 소담이 달려오려 했지만 예관이 앞을 막아섰고, 해월은 겨우 현겸의 옷깃을 붙잡은 채 고통스러운 숨을 몰아쉬었다."전하…… 아파요……."현겸이 그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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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백이령이 혼례문 위에 손을 올리자 손끝에서 회색 빛이 흘러나왔다. 붉은 먹으로 적힌 윤해월의 이름이 희미하게 빛나면서 문서 가장자리에 새겨진 일곱 개의 검은 선이 동시에 꿈틀거렸고, 그는 눈을 감은 채 그 안에 남아 있는 죽은 신부들의 기억을 더듬었다.누군가는 남편의 손을 붙잡고 살려 달라고 애원했고, 누군가는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묻다가 숨이 끊어졌다. 또 다른 여자는 죽기 직전까지 아이의 이름을 불렀으며, 마지막 신부는 손톱이 부러지도록 사당의 벽을 긁어 경고를 남겼다.백이령은 천천히 눈을 떴다."첫 봉인이 열렸습니다."곁에 있던 내관이 숨을 들이켰다."그렇다면 정왕 전하께서 사시겠군요.""아직 피의 서약이 남았습니다. 오늘 열린 것은 혈계의 문뿐이니, 피의 서약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저주가 완전히 옮겨지지는 않습니다."내관은 대비마마께서 오늘 반드시 결과를 보셔야 한다고 하셨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그러나 백이령은 이미 첫 봉인이 열렸으므로 결과는 나온 것이나, 다음 절차를 지나치게 서두르면 신부의 몸이 견디지 못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이번 신부는 흑월족의 순혈이라 하지 않으셨습니까?"백이령은 대답하지 않은 채 제단 아래에 남은 오래된 칼자국 일곱 개를 바라보았다. 각각 깊이와 방향이 달랐고, 누군가는 칼로 내리찍었으며 누군가는 날카로운 물건으로 긁어 놓은 흔적이었다."특별한 혈맥이라고 해서 고통을 느끼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내관의 얼굴이 차가워졌다."주술관께서는 왕실의 명을 수행하시면 됩니다."백이령은 소매 아래에 감춰진 손목을 내려다보았다. 그곳에는 왕실과 맺은 계약의 흔적인 오래된 검은 글자가 새겨져 있었고, 그는 손끝으로 그 문양을 잠시 누른 뒤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내관이 돌아서려 하자 백이령이 다시 입을 열었다."다만 이번 신부는 이전의 일곱 사람과 다릅니다.""무엇이 다르다는 말씀입니까?""아직 봉인되지 않은 힘이 있습니다. 그 힘이 깨어나면 왕실이 원하는 대로만 움직이지는 않을 겁니다."내관은 불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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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해월은 손목을 움켜쥔 채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사당에서 발견된 일곱 신부의 흔적과 하녀가 남긴 경고, 혼례상 뒤편에서 보았던 여자들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뒤엉켰고, 그 모든 일이 단순한 우연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너무도 선명했다."이상해…… 이 집이 이상해."소담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해월은 바닥에 떨어진 붉은 실을 다시 집어 작은 비단 주머니에 넣었는데, 손끝에 남은 서늘한 감촉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지만 자신을 구해 달라며 매달리던 하녀의 눈빛을 떠올리자 차마 버릴 수 없었다."버리지 않을 거야. 저 아이가 왜 이것을 내게 주었는지 반드시 알아내야겠어."소담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문밖을 살피다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고, 해월은 누군가 들어오기 전에 주머니를 혼례복 안쪽 깊숙이 감추었다.그날 밤, 해월이 붉은 실을 숨겼다는 사실은 왕부의 누군가에게 보고되고 있었다.***해월은 깊은 밤 피 냄새 속에서 눈을 떴다.처음에는 꿈이라고 생각했지만 코끝을 찌르는 비릿한 냄새가 너무도 선명했고, 몸을 일으키자 신방의 붉은 촛불이 거의 다 타들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침상 곁에는 아무도 없었으며, 현겸은 아직 돌아오지 않은 듯했다.해월은 손목을 내려다보았다. 붉은 선은 조금 더 길어져 있었고, 손끝으로 문양을 만지는 순간 눈앞에 낯선 광경이 펼쳐졌다.사당이었다.검은 천으로 덮인 위패 일곱 개가 놓여 있었고, 그 아래에는 붉은 실들이 매달려 있었다. 위패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여자는 혼례복을 입고 있었으며, 손목에 새겨진 붉은 선 아래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여자는 떨리는 손으로 바닥에 글자를 쓰고 있었다.'믿지 마.'해월은 숨을 삼켰다. 여자가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피로 젖은 얼굴 위로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고, 그녀는 해월을 바라보며 힘겹게 입술을 움직였다."너도…… 그 사람을 사랑하니?"해월은 대답하지 못했다. 여자는 피 묻은 손을 뻗었고, 손가락이 닿을 듯 가까워진 순간 마지막 말을 남겼다."그럼 너도 죽겠구나.
last updateDernière mise à jour : 2026-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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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해월은 손바닥 아래에서 불규칙하게 뛰는 심장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살아남을 수 있다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고, 오늘 혼례를 치른 뒤에도 저렇게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더는 지켜보고 싶지 않았다."전하께서 살아 계실 수 있다면요."현겸은 그 말을 듣고 한동안 그녀를 바라보았다. 해월의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했지만 자신을 의심하는 기색은 없었고, 그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 안도와 죄책감이 뒤섞인 감정이 밀려왔다.그녀는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었다.그 사랑이 얼마나 잔인하게 이용될 것인지 알고 있는 사람은 현겸 자신뿐이었다."그렇다면 내일 밤, 나를 위해 한 가지 부탁을 들어다오."해월은 그의 손을 꼭 잡았다."약속드리겠습니다."현겸은 그 말을 듣고 눈을 감았다. 첫 봉인은 이미 열렸고, 이제 피의 서약만 남아 있었으며, 그 서약이 이루어지는 순간 자신을 죽이던 저주는 해월의 몸으로 흘러들기 시작할 것이었다.해월은 현겸의 손을 자신의 뺨에 가져다 대었다. 약방에서 처음 만났던 날, 열에 들떠 자신을 바라보던 남자의 얼굴이 떠올랐고, 그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저려 왔다."전하, 저는 겁이 많습니다. 오늘도 무서운 일이 많았고, 아직도 눈앞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현겸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해월은 그 떨림을 느끼면서도 말을 멈추지 않았다."하지만 전하께서 곁에 계시면 견딜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저를 혼자 두지 마세요."현겸은 그녀를 끌어안았다. 품 안으로 들어온 해월의 몸은 화상과 피로 때문에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고, 그녀가 자신을 믿고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견디기 어려울 만큼 선명하게 느껴졌다."혼자 두지 않겠다."그는 약속하면서도 자신이 그 말을 지킬 수 없으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내일 밤 피의 서약이 시작되면 해월은 자신이 겪어 온 고통을 대신 받아야 했고, 그 뒤로도 왕실이 정한 의식이 이어질 것이었다.현겸은 그녀의 머리카락에 입을 맞추었다.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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