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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제네바의 벨리티스-클래식스 도서관을 연구한 학자들의 주장도 흥미로워. 보르헤스가 1914년부터 6년간 유학 생활을 하던 시절, 이 작은 사립 도서관에서 유럽 문학을 탐독했는데, 특히 볼테르와 칼릴 길란이 꽂힌 15번 서가가 그의 단편 '운명의 글자'에 등장하는 책장 배치와 유사하대. 현대 건축 이전의 오래된 목재 서가와 창가의 자연광이 만들어낸 분위기가 '알레프' 같은 작품의 공간 묘사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야. 실제로 그는 회고록에서 '제네바의 그곳에서 시간은 책 페이지처럼 층층이 쌓여 있었다'고 적었어.
내가 가장 인상 깊게 읽은 보르헤스의 에세이 중 하나에서 그는 어린 시절 아버지의 개인 서재에서 시간을 보낸 경험을 회상했어. 비록 물리적인 공간은 작았지만, 그 안에 담긴 책들의 세계는 무한했던 것처럼. 아르헨티나 국립도서관보다 더 오래전부터 그의 문학 세계에 영향을 준 첫 번째 '도서관'은 사실 집안 책장이 아니었을까 싶어. 이 개인 서재에는 셰익스피어 전집부터 동양 고전까지 다채로운 장서가 있었는데, 훗날 '허상의 책' 같은 개념으로 발전하게 된 토대가 되었지.
보르헤스가 청년기까지 자주 방문한 엘 아테오 서점도 중요한 열쇠야. 20세기 초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문화인들이 모이던 이 서점에는 2층에 작은 열람실이 있었는데, 책장 사이로 스며드는 태양빛을 '지식의 알레프'라고 표현한 그의 편지가 발견된 바 있어. 현재는 카페로 운영되지만, 원형 천장과 나선형 계단은 여전히 '파우스트 경'의 서점 묘사와 닮았어. 책을 팔기도 하고 빌려주기도 했던 이 하이브리드 공간은 그의 문학에 등장하는 상업적 도서관 모델의 원형으로 보여.
보르헤스의 작품에서 자주 등장하는 도서관은 아르헨티나 국립도서관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설이 가장 유력해. 특히 그는 1955년부터 16년간 이 도서관의 관장을 지냈는데, 무한한 책의 미로라는 이미지가 그의 소설 '바벨의 도서관'과 깊이 연결돼. 당시 보르헤스는 시력을 잃어가던 시기였음에도 도서관 공간을 '손끝으로 읽는 우주'로 형상화했지.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거리 한복판에 위치한 이 신고전주의 건물은 180만 권 이상의 장서를 보유하며, 지하 서고는 마치 그의 작품 속 미로처럼 복잡한 구조로 유명해. 독서광이던 작가가 실제로 이곳 계단을 오르내리며 상상력의 원천을 얻었다는 점에서 문학사적 의미가 깊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