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SNS에서 본 사진 한 장이 생각난다. 해질녘 공원 벤치에 앉아 있는 노부부의 뒷모습이었는데, 서로 말없이 손만 잡고 앉아 있는 모습이 정말 '여상하다'는 느낌을 주더라. 사진 설명엔 아무 글도 없었지만 댓글란에는 '여상하네요'라는 코멘트가 가득했어. 이렇게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동을 단 한 마디로 전달할 수 있다니 한국어의 묘미가 아닐까 싶어.
요즘 젊은 층 사이에서 '여상하다'는 감정을 공유할 때 자주 쓰이는 것 같아. 예를 들어 새벽 감성 있는 카페에서 혼자 커피를 마시며 창밤을 바라볼 때, 혹은 비 오는 날 버스 정류장에서 우산을 쓰고 서 있는 낯선 사람과 무언가를 공유하는 듯한 느낌이 들 때 말이지. 딱히 설명할 수 없는 하지만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런 미묘한 감정을 잘 포착하는 단어야.
길을 걷다가 갑자기 스쳐 지나가는 사람과 눈이 마주쳤는데, 아무 말 없이 시선만 교환하고 지나갈 때 그 느낌을 표현할 때 '여상하다'라는 말이 딱이더라. 특히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편안한 침묵이 흐를 때도 비슷한 기분이 들곤 해. 말은 많지 않지만 서로의 존재가 편안하게 느껴지는 그런 순간들 말이야.
영화 '이터널 선샤인'에서 두 주인공이 처음 만났을 때의 분위기를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거야. 대화는 적지만 눈빛과 미묘한 표정 변화로 모든 감정이 전달되는 장면이 있는데, 바로 그런 걸 '여상하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
누군가와 함께 있지만 특별한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편안함을 느낄 때, 그 공기를 '여상하다'고 표현해. 마치 오래된 우물에서 나는 청량한 물소리처럼 은은하게 마음에 와닿는 느낌이야. 책 '노르웨이의 숲'에서 주인공들이 느꼈을 그런 정적 속의 따스함을 생각하면 이해가 될 거야. 소란스럽지 않지만 고요하지도 않은, 딱 그 중간의 완벽한平衡 상태지.
2026-05-25 22: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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