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눈을 뜬 이경빈이 보게 된 건 의사와 간호사, 그리고 강지혁이었다.
마취가 아직 완전히 풀리지 않아서 그런지 통증 같은 건 없었다.
“유미는... 어떻게 됐습니까?”
이경빈이 힘겹게 입을 열며 물었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탁유미 시는 지금 중환자실에 있어요. 이틀 정도 경과를 지켜봐야 한대요.”
그의 말에 대답해준 건 강지혁이었다.
이경빈은 그 말에 안도의 한숨을 쉬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수술이 무사히 끝났으니 된 거다.
앞으로 두 번 다시 탁유미 곁에 모습을 드러낼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녀의 몸 안에 그의 일부가 살아 숨 쉬고 있으니까, 그녀가 죽을 때까지 줄곧 함께하게 될 거니까 그것으로 됐다.
그리고 그녀가 준 골수도 평생 그와 함께 할 테니 그 역시 이것으로 그녀와 평생 함께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경빈은 탁유미의 상태 외에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았다. 마치 자기 몸은 어찌 되든 상관없다는 듯한 태도였다.
의사가 수술 후 주의사항과 나타날 수 있는 증상들에 관해 설명해주는데도 그는 시큰둥한 얼굴로 침묵만 고수할 뿐이었다.
강지혁은 그런 그를 빤히 바라보다가 의사와 간호사가 전부 다 나간 뒤 천천히 입을 열었다.
“탁유미 씨 사건을 뒤엎으려고 한다고 들었는데 그렇게 되면 이강 그룹이 큰 타격을 입게 될 겁니다. 어쩌면 판결 결과에 따라 이경빈 씨는 감방살이하게 될지도 모르고요.”
“알고 있어요.”
이경빈이 담담하게 말했다.
자신의 결정으로 그룹에 어떤 파문이 일지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 역시 그가 받아야 할 벌이다.
복수하겠다는 생각에 매몰돼 공수진의 말만 믿고 거짓 증언한 그의 업보다.
탁유미가 형을 살게 된 것에 제일 큰 공헌을 한 건 바로 그의 증언이었다.
그러니 그녀를 감옥으로 보낸 건 그나 다름없었다.
“정말 앞으로는 탁유미 씨 앞에 나타나지 않을 생각입니까?”
강지혁이 물었다.
“내가 유미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건 많지 않아요. 그런데 유미가 그걸 원한다고 하니 나로서는 들어줄 수밖에요.”
그 소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