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화는 한참 동안 이윤미를 올려다보더니 부드럽게 말했다.
“엄마는 네가 그렇게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아. 난 네 마음속에도 강한 힘이 있다는 것도 잘 알아. 젊었을 적 날 닮았지. 그런데 넌 좀 착해. 이 세상에는 절대적인 공평함은 없다는 것만은 알아야 해. 강자만이 살아남는 세상이야.”
이윤미는 말을 잇지 않았다.
“돌아가.”
이은화는 이윤미가 이윤정보다 낫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이윤미가 자신의 말을 전부 듣지 않으리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친딸 이윤미는 그녀만의 생각을 갖고 있었다.
이은화는 어느 땐가 그녀가 애써 얻은 모든 것이 맏언니 이은숙의 후손에게 돌아갈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그렇게 되면 이은화가 수십 년 동안 열심히 일한 것들이 전부 헛수고로 될 테니까.
정말 그런 날이 온다면 이은화는 아마 죽어서도 편히 잠을 이루지 못할 것이다.
이윤미는 이은화에게 스스로를 잘 돌보라고 당부한 뒤 병실을 나섰다.
이은화는 딸이 떠나는 것을 지켜본 뒤 다시 병실로 돌아와 침대 옆에 앉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윤미가 돌아갔어.”
“네.”
정군호가 대답하며 맘속으로 불효녀 이윤미를 욕했다.
방문하러 왔으면서 그에게 관심 어린 말도 건네지 않는다고 원망했다.
‘내가 몹시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나? 그래도 나한테 와서 관심 정도는 보여 줘야 하는 거 아니야?’
“내가 윤정을 내쫓았어. 앞으로 윤정이는 우리 이씨 가문 사람이 아니야. 그리고 내가 윤정이한테 준 모든 것을 전부 되돌려 받을 거야. 그 애는 단지 집사의 딸일 뿐인데 우리 윤미의 자리를 이십여 년 동안 차지하면서 윤정의 몫이 아닌 부귀영화를 누렸지. 그거면 충분해.”
앞으로 이윤정은 거지만도 못한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이은화는 예전에 이윤정을 아끼던 만큼 지금 그녀를 미워했다.
이윤정과 정군호가 남의 음모에 말려들었다 할지라도 이은화는 용서하지 못했다.
이은화는 그녀의 분노를 전부 정군호와 이윤정에게 쏟아부었다.
정군호는 이은화를 미치광이라고, 수단이 악랄한 여편네라고 욕하고 싶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