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소한은 군막을 뛰쳐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여만서가 뒤따라 나왔을 때, 소한은 순찰 중인 병사들의 부축을 받으며 군의관 처소로 향하고 있었다.이를 본 여만서는 즉시 달려와 소한을 넘겨받으며 말했다. “나에게 맡기고 계속 순찰하거라!”“예!”병사들이 대답하자, 여만서는 소한을 부축하여 군의관 막사로 향했고, 잠자고 있던 군의관을 흔들어 깨웠다.소한이 의식을 잃은 것을 본 군의관은 황급히 일어나 여만서와 함께 소한을 침대에 눕힌 뒤 물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장군님께 무슨 일이 생기신 겁니까?”“대군 자가와 싸웠다.”여만서는 그렇게 말하며 소한의 옷을 벗기는 것을 도왔다.소한의 가슴에는 상처가 나 있었는데, 다행히 깊지는 않았다. 하지만 며칠 전 입은 상처가 다시 찢어진 것인지, 안쪽 옷이 온통 피로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군의관은 다급히 약을 가져와 소한의 지혈을 돕고 상처 부위를 싸맨 뒤 말했다. “괜찮습니다, 큰 문제없습니다. 크게 다치지 않으셨으니, 피가 멎으면 장군님께 약을 달여드리겠습니다.”그 말을 들은 여만서는 옆으로 물러나 아무 말 없이 군의관의 움직임을 지켜보았다.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마침내 소한은 여만서의 기척을 느꼈다.그는 왼손으로 소매 속에 감춘 비수를 몰래 움켜쥐었다.만약 여만서가 간첩이라면, 지금이 그를 죽일 가장 좋은 기회일 것이다. 그는 여만서가 분명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런데 뜻밖에도 여만서는 다가와 그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우리 조정에서 가장 젊은 장군이시건만, 여인 한 명 때문에 이 지경이 되시다니. 그럴 가치가 있으셨습니까?”말을 마친 여만서는 고개를 숙였다.소한은 하마터면 비수를 쥔 손을 움직일 뻔했다.하지만 예상 외로 여만서는 그저 이불을 덮어줄 뿐이었고, 다시 옆으로 가 자리에 앉았다.소한은 미간을 찌푸린 채 눈을 뜨고 여만서를 바라보았다.여만서는 깜짝 놀라 말했다. “장군님, 깨어나셨습니까?!”말을 마친 그는 소한
최지습은 침묵하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김단은 두 종사관을 흘깃 쳐다볼 뿐, 역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군막 안은 기이하게도 조용해졌고, 두 종사관은 그제야 다시 입을 열어 물었다. “대군 자가, 소 장군님이 방금 전 무슨 말씀을 하신 겁니까? 장군께서 충동적으로 명령을 내려 많은 형제들을 죽게 한 것이, 설마 다 이유가 있었단 말입니까?”최지습은 냉소를 보였다.“적장의 장군이 자신을 보고 웃었다고 하더군.”이 대답을 들은 두 종사관의 눈은 순식간에 휘둥그래졌다. “뭐라고요?! 웃, 웃었단 말입니까?”“그렇네.” 최지습은 싸늘하게 대답하며 더 이상 말을 잇고 싶어 하지 않았다.두 종사관은 한참 뒤에야 제정신을 차렸다. “그럼, 그저 자신을 보고 웃었다는 이유만으로 추격을 명령한 것이란 말입니까? 그, 그건 너무 터무니없지 않습니까!”김단은 옆에 있던 천 조각을 가져와 최지습의 상처를 싸매주며 말했다. “만약 그런 터무니없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면, 저와 대군께서 천 리 길을 달려 한양에서 이곳까지 오지는 않았을 겁니다. 저희가 한양으로 돌아간 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말입니다.”그녀의 말에는 불만이 가득했다.그 말을 들은 두 종사관은 멋쩍게 웃었다. “그럼, 그 말이 맞소. 김 낭자 말이 옳소. 아이고, 참! 영웅이신 소 장군님조차 미인계를 극복하지 못하시다니… 김 낭자와 대군 자가의 소식을 듣고는 이 지경이 된 것 아니겠소? 아이고!”“지금 그 과실을 제 탓으로 돌리시려는 겁니까?”김단은 두 종사관을 보며 기가 막히다는 듯 말했다. “그 분께서 이런 일을 저지른 것은 전적으로 그 분 스스로의 문제인데, 이 일에 저와 대군이 무슨 상관이 있단 말입니까?”“그럼, 당연히 그러하오. 김 낭자와는 아무 상관이 없소. 모두 이 못난 입이 말을 잘못한 탓이오!”두 종사관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입을 때렸다. “시간이 늦었으니, 대군 자가와 김 낭자께서는 일찍 쉬시지요. 소인은 먼저 물러가겠습니다.”말을 마친 두 종사관은 예를
그러니, 그 천팔백 명이 넘는 병사들의 죽음은 헛된 희생이 아니었다.그들의 목숨으로 이 방어 지도를 되찾아 화성의 모든 백성을 지켜낸 것이다.최지습은 한숨을 내쉬며 방어 지도를 거두어들이고는 소한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자네가 충동적으로 행동한 것도 사실이오.”그 말을 들은 소한의 표정이 변했다. “무슨 뜻입니까?”최지습은 천천히 일어나 싸늘한 눈빛으로 막사의 장막 쪽을 바라본 뒤, 소한을 향해 말했다. “내가 생각하기에, 자네는 더 이상 화성의 수장으로는 적합하지 않은 듯 하오. 지금부터 자네의 병권은 내가 넘겨받을 것이오.”“대군!” 소한은 격분했다. “제 병권을 빼앗으시려는 것입니까?!”최지습은 싸늘한 표정으로 비웃었다. “왜 그러시오? 내가 빼앗지 못할 것 같소?”소한은 분노하여 곧장 장검을 뽑아 최지습에게 달려들었다.하지만 최지습은 미리 대비를 하고 있었고, 이내 장검으로 막아섰다.군막 안에서 검이 부딪히는 소리가 청량하게 울려 퍼졌다.이내 밖에서 사람들이 달려 들어왔다.“세상에, 두 분 모두 싸우지 마십시오, 그만 하십시오!”두 종사관이었다.그는 앞으로 나서서 서둘러 두 사람을 떼어놓았다.그의 외침에 더 많은 사람들이 안으로 달려 들어왔다.김단 역시 그 소리를 듣고 따라 들어왔다.최지습과 소한은 사람들을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떨어져 있었고, 두 사람의 장검에는 피가 묻어 있었다.소한은 화가 잔뜩 난 얼굴을 하고 있었고, 최지습의 표정은 훨씬 더 심각해 보였다.“내가 어명을 받고 온 이유는 자네의 무모한 행동을 막기 위함이오! 소한, 자네는 더 이상 화성의 수장이 아니오! 떠나시오!”이 말을 듣자, 과거 소한에게 불만이 많던 여만서조차 깜짝 놀랐다.그는 황급히 앞으로 나서서 간언했다. “대군 자가! 장군님께서 다소 충동적이시긴 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쫓아내실 순 없습니다!”두 종사관도 이를 거들며 간언했다. “맞습니다, 대군 자가. 날도 이미 깊었고, 장군님께서는 중상을 입으셨습니다. 그런 분에게
여만서가 순간 뒤로 물러섰고, 두 종사관이 다급히 말했다. “대군자가, 보십시오. 소 장군님은 사랑이라는 감정에 휘둘려 충동적으로 행동하십니다. 저런 분은 더 이상 저희를 지휘할 자격이 없습니다!”소한은 호랑이군에 의해 제지당했다.최지습은 고개를 돌려 김단을 바라보았다.김단은 미간을 찌푸린 채 소한을 쳐다봤고,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만약 열다섯 살의 임단이었다면, 여만서의 말을 듣고 기뻐하며 펄쩍 뛰었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그런 말을 듣고도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최지습은 그제야 시선을 거두고 손을 한번 휘저었다. “모두 나가시고, 소 장군만 남으시오.”그 말을 들은 모두가 고개를 숙여 동의했다.김단도 함께 밖으로 나갔다.그녀 역시 더 이상 그곳에 있고 싶지 않았다.모든 사람이 떠난 뒤, 군막 안에는 최지습과 소한만이 남았다.소한의 얼굴에 분노의 기색이 가시지 않는 것을 본 최지습은 나지막이 말했다. “앉으시오.”그의 목소리에는 기쁨도, 노여움도 느껴지지 않았다.소한은 최지습을 흘깃 쳐다보고는 자리에 앉았다.그는 손에 든 장검을 거두었고, 시종일관 침묵을 지켰다.그런데 뜻밖에도 최지습이 물었다. “무엇을 발견한 것이오?”소한은 속으로 깜짝 놀라 최지습을 향해 고개를 치켜 들었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그를 응시했다.최지습은 미간을 찌푸렸다. “나조차 믿지 못하는 것이오?”그는 막 돌궐 전장에서 돌아온 참이었다.소한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물론 그건 아닙니다만, 대군께서 단번에 알아채실 줄은 몰랐습니다.”“그날 서신이 주장 전하의 손에 전해졌을 때, 나 역시 자네가 사랑이란 감정 때문에 괴로워하는 것이라 생각했소. 하지만 며칠 생각해 보니, 뭔가 수상쩍다는 생각이 들더군.”최지습은 천천히 말하며 연민 섞인 눈빛으로 소한을 바라보았다.하지만 그것은 소한에 대한 연민만은 아니었다.자기 자신에 대한 연민도 있었다.“돌궐족과도 싸워본 사람이 어찌 자기 형제들의 목숨
생각에 잠겨 있던 와중, 최지습이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들어가서 얘기하지.”소한은 대답 없이 길을 비켜주었다.최지습은 김단을 데리고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소한의 옆을 지나며, 그의 시선은 최지습이 꽉 잡고 있는 김단의 손에 꽂혔다. 그의 눈빛은 순식간에 핏빛으로 물들었다. 최지습과 김단이 그의 군막 안으로 들어간 뒤에야 그는 끝내 시선을 거두었다.그 순간 그가 최지습의 손을 얼마나 자르고 싶어 했는지는 하늘만이 알 것이다.어렵게 몇 차례 깊은 숨을 들이쉬며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른 뒤, 소한은 그들을 따라 군막 안으로 들어갔다.군막 안에는 여만서와 두 종사관이 있었다.최지습은 이번에 소한의 충동적인 행동과 제멋대로 내린 명령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리기 위해 온 것이었다. 이에 그는 그들과 담소를 나누지도 않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말해보시오, 어떻게 된 일인지.”여만서는 소한을 흘끗 보았다. 소한이 입을 열 생각이 없는 듯하자, 그는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예를 갖추고 말했다. “대군 자가께 아뢰옵니다. 한 달 전, 당국이 갑자기 화성에 공격을 시작했고, 소 장군님께서 저희를 이끌고 성을 지키셨습니다. 대승을 거두긴 했으나, 갑자기 성문을 열고 적군을 추격하라는 명령을 내렸습니다.”두 종사관도 말했다. “궁지에 몰린 적은 쫓을 필요가 없다는 병법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었다면 그리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저희가 극구 만류했으나, 소 장군님께서는 고집을 꺾지 않으셨습니다.”그로 인해 천팔백 명이 넘는 병사들이 처참하게 죽었고, 소한 역시 그로 인해 중상을 입었다.두 사람의 설명을 들으며 소한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심지어 그 두 사람을 쳐다보지도 않고, 책상의 귀퉁이만을 응시했다.표정은 싸늘했고, 눈빛에는 냉담함과 경멸이 서려 있었다.그가 이런 모습을 보이자 여만서의 불만은 더욱 커졌다. “사실 출정 전부터 소 장군님의 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술에 취한 것은 물론이고, 출정 전에는 밤새 모습을 감추시어 싸움을 피해
틀림없이, 그 보물이라는 것 때문일 것이다.김단은 이미 짐작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다시 목설원에게 물었다. “그렇다면 이번에 오라버니께서 일부러 마차를 내주시고, 길 안내를 해주시며 저희가 화성에 빨리 갈 수 있도록 도와주신 것은 무엇 때문입니까? 조선과 당국이 지금 전쟁 중이고, 저희가 화성에 가는 이유를 오라버니께서도 잘 아실 터, 왜 굳이 도와주시는 겁니까?”목설원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야 당연히 단이 낭자가 목씨 가문의 호의를 기억해 주길 바라기 때문이오. 그래야 우리 가문이 어려워질 때 도와줄 수 있을 테니 말이오.”사실 이유는 그럴듯했다.하지만 김단은 어쩐지 목설원이 사실대로 말하지 않고 있다 생각했다.다행히 그의 길 안내는 진실되었다.외부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샛길은 마차가 지나가기에 딱 알맞았고, 덕분에 소요 시간도 예상보다 닷새 정도 단축되었다.화성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밤이었다.마차가 군영 밖에 멈춰 서자, 소식을 들은 소한이 다급히 달려 나왔다.그는 최지습이 김단을 부축하며 마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았다.마차가 다른 마차들보다 훨씬 크고 높아서인지, 소한의 시점에서는 최지습이 김단을 안고 내리는 것처럼 보였다.하지만 안았든 안지 않았든, 두 사람은 무척이나 친밀했다.순간 소한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마음속에서는 분노가 폭발하기 직전이었지만, 그는 감히 내색하지 못했다.김단에게 미움을 받을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이에 그는 애써 웃음을 지으며 앞으로 나아갔다.김단은 자신을 향해 웃으며 걸어오는 남자를 보며, 마치 다른 세상에 온 듯한 느낌을 받았다.그녀와 소한은 한때 지독하게 얽혀 있었다.철도 들기 전부터 함께 먹고 자는 것이 일상이었다.그녀는 그가 소씨 부부에게 벌을 받는 모습도 보았고, 더할 나위 없이 기세등등하던 모습도 보았다.그들의 지난날은 마치 밧줄처럼 단단히 꼬여 있었다.하지만 이제는, 그리고 앞으로는 절대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다.이에 김단은 무표정으로 대응했다.무의식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