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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화

Author: 비유
이미 전부터 결정한 일이었지만 연유성은 순간 망설여졌다.

이내 그는 나직하게 대답했다.

“어. 너랑 약속한 일이니까 꼭 지킬 거야.”

강세미는 그제야 배시시 웃었고 연유성의 품으로 달려가 안았다.

“그럼 됐어. 나도 앞으로 더는 이런 실수 하는 일은 없을 거야. 내가 이제 언니를 찾아가 사과할게. 그럼 됐지?”

딱딱하게 서 있던 연유성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어.”

강세미는 더는 귀찮게 굴지 않았고 그를 놓아주면서 해사하게 웃었다.

“그럼 너도 얼른 돌아가. 난 약 잘 먹고 치료 잘 받고 있을게.”

연유성은 깊은 두 눈으로 그녀를 빤히 보다 이내 몸을 틀었다.

훤칠하고 건장한 그의 형체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순박하게 웃던 그녀의 미소는 바로 사라지게 되었다.

“천박한 년! 이럴 줄 알았으면 그때 쫓아낼 걸 그랬어요! 그러면 오늘 유성이 앞에서 망신당할 리도 없잖아요! 많은 사람이 보고 있었는데! 정말 끝까지 재수 없게!”

“됐어, 됐어. 어차피 그 천박한 년은 이미 유성이랑 이혼하지 않았니. 넌 연씨 가문 사모님 자리에 앉을 준비만 하면 돼. 강하랑 그것이 출신도 미천한 게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다.”

임서화가 그녀를 달래고 있었다.

강세미는 차갑게 코웃음을 치더니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엄마가 걔를 내쫓으면 가문의 평판에 영향 준다고 말하지만 않으셨어도 연씨 가문의 사모님 자리는 절대 강하랑이 차지할 수 없었을 거예요. 처음부터 강하랑이 제 자리를 빼앗은 건데, 엄마랑 집안의 사람들이 걔를 내쫓으려고 하지 않으신 거잖아요!”

“내가 내쫓으려고 하지 않은 게 아니라 연성철 어르신께서 하랑이 그것을 엄청 아끼셨어. 그래서 나도 어쩔 수가 없었단다.”

임서화도 마음이 좋지 않았다. 거의 18년 동안이나 피 한 방울도 섞이지 않은 남의 자식을 키웠다는 사실에 몹시 언짢았다.

그녀가 강하랑을 내쫓으면 강하랑을 아꼈던 연성철이 혼사를 없던 일로 해버릴까 두렵지만 않았어도 그녀는 일찍이 강하랑을 가문에서 내쫓았을 것이다.

‘그동안 우리 가문에서 먹고 쓴 돈이 얼마인데! 감히 이런 식으로 우리 가문을 엿 먹여?! 정말 내가 호랑이 새끼를 키웠네!'

“그래도 그 어르신이 죽어서 얼마나 다행이니. 유성이도 3년간 너에게 아주 많이 잘해줬으니까 이 혼사는 이미 정해진 일이야. 오늘 밤 일은 네가 너무 급하게 나선 거란다. 천박한 그것을 건드려서는 안 되었어. 앞으로도 명심해. 무슨 일이 있든 직접 나서지 마. 알겠니?”

강세미는 입을 삐죽 내밀었다.

“마음이 놓이지 않는 걸 어떡해요.”

벌써 두 번째나 실패했다. 그녀는 대체 강하랑이 어디서 그런 양아치들과 알게 되었는지 몰랐고 이번에도 강하랑이 무사하게 빠져나갈 줄은 몰랐다.

임서화가 잔소리하려는 모습에 그녀는 얼른 아양을 떨며 말했다.

“알았어요, 엄마. 유성이랑 결혼하게 되면 저도 두 번 다시 그런 일을 하게 될 일은 없을 거예요. 이번은 그냥 혹시라도 일이 틀어지게 될까 봐 강하랑을 망치고 싶었을 뿐이에요. 그래서 구경꾼으로 사람들을 많이 불러온 거예요. 앞으로는 그러는 일은 없을 거예요. 게다가 유성이도 신경 쓰지 말라고 했잖아요.”

“남자가 한 말은 곧이곧대로 믿으면 안 된다. 뒤에서 몰래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잖니.”

임서화는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일단 며칠 동안 유성이한테 가서 최대한 불쌍한 척하고 있어. 전처럼. 알았니?”

강세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고마워요, 엄마.”

...

별장을 빠져나온 강하랑은 바로 길가에 주차된 빨간색 스포츠카를 발견하게 되었다. 스포츠카에 비스듬히 몸을 기대고 있는 분홍색 꽃무늬 남방을 입은 남자를 보니 순간,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이미 그녀를 발견한 단이혁은 스포츠카 창문으로 손을 쑥 넣더니 새빨간 장미꽃 한 다발을 꺼냈고 이내 그녀를 향해 다가왔다.

그는 해사하게 웃으며 말했다.

“생일 축하해, 우리 집 막내 공주님!”

강하랑은 순간 닭살이 온몸에 오소소 돋게 되었다. 그녀는 억지웃음을 지으며 장미꽃다발을 받아 들었다.

“오빠가 내 오빠가 아니었다면 정말로 모른 척하고 지나갔을 거야.”

“뭐? 막내야,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단이혁은 삐친 듯한 표정을 짓더니 진지하게 말했다.

“이 오빠는 너의 재탄생을 축하해주기 위해 이렇게 특별히 삐까번쩍한 스포츠카를 타고 왔는데, 오빠 맘을 모르는 거야? 장미도 네가 좋아한다고 해서 사 온 건데, 난 심지어 처음 꽃다발 선물해 본단 말이야. 그러니까 그냥 만족한다고 해!”

강하랑은 웃음을 활짝 터뜨렸다.

“어이구, 알았네요. 정말 고마워, 오빠!”

그녀는 고개를 돌려 잊지 않고 온마음에 인사를 했다.

“온마음 씨, 전 오빠가 데리러 와서 이만 먼저 가볼게요.”

그녀의 뒤에 있었던 온마음은 이미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강하랑에게 꽃다발을 전해주는 남자의 얼굴을 자세히 확인한 그녀는 그 자리에 우뚝 멈춰서게 되었다.

“저분이... 하랑 씨 오빠라고요?”

그는 XR 엔터의 대표이사 단이혁이었다. 최근 몇 년간 잘나가는 톱스타도 전부 XR 엔터 소속의 연예인들이었고 그들이 처음으로 투자한 영화는 누적 수입 8천억을 돌파하였으며 역대 영화 흥행 순위 3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다른 방면의 성과에 대해선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몇 년 전 그들의 회사에서 만든 드라마는 지금까지도 인기를 끌고 있었고 여전히 국민 드라마로 선정되고 있었다.

또한, XR 엔터는 그녀가 꿈에 그리던 회사였고, 그 회사의 대표이사가 지금 그녀의 눈앞에 서 있었다.

‘심지어... 안쓰러웠던 하랑 씨의 오빠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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