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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작가: 무솔레
남하준이 한없이 차가운 눈길로 그녀를 빤히 쳐다봤다. 그 순간 뼈가 시릴 정도로 한기가 감돌았다. 남하준은 진중하면서도 냉담한 말투로 그녀에게 물었다.

“무슨 뜻이지?”

서다인은 굳건한 표정으로 그를 빤히 쳐다봤다.

“우리 이혼해요.”

그녀는 이 남자를 3년 동안 짝사랑하며 바라는 건 단 하나, 순수한 결혼생활뿐이었다.

이젠 이 혼인 관계가 더는 순수하지 않으니 그녀도 굳이 타협하며 눈 감고 살아갈 필요가 없다.

남하준은 서늘한 눈빛에 표정이 일그러졌다.

뒤에 서 있던 비서실장 류청이 언짢은 말투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름, 서다인, 나이 25세, M국 안성시 출신,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에 가정폭력 성향이 있고 어머니와 오빠는 도박에 빠져 빚이 산더미입니다.”

서다인은 놀란 눈길로 류청을 쳐다봤다.

류청은 거리낌 없이 계속 말을 보탰다.

“서다인 씨는 중학교 3학년 때 중퇴하고 인터넷으로 만난 남자에게 사기를 당하여 유흥업소에서 몇 년 동안 아가씨로 몸담아왔습니다. 20살 때 해외에 있는 80세 노인에게 시집갔는데 2년도 안 돼 과부가 되었고 재산은 한 푼 상속받지 못했습니다.”

“다인 씨는 기껏해야 초등학교 학력이고 이 몇 년 동안 아무런 성과도 이루지 못했습니다. 인간관계가 문란하고 복잡하며 성매매로 두 번 잡히고 성형을 15번 했습니다. 성병 치료 세 번에 알려진 남자친구만 32명입니다. 최대 5명까지 동시에 사귀었고 원나잇 상대는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3년 전에 M국으로 돌아와 일부러 어르신을 가까이하며 환심을 사려고 온갖 수단을 다 동원했죠. 그러다 결국 재벌가인 남씨 일가에 시집와서 도련님의 아내로 거듭났습니다.”

서다인은 자신의 과거를 듣고 있자니 등골이 오싹해서 식은땀이 나고 머리가 곤두섰다.

화려한 과거사에 그녀도 실로 놀라울 따름이었다.

류청은 서다인의 신상정보와 과거의 흑역사를 적나라하게 캐내며 야유 조로 말했다.

“서다인 씨 같은 사람이 도련님의 아내로 사는 건 하늘이 내린 축복이나 다름없는데 대체 무슨 염치로 이혼을 논하는 겁니까?”

옷이 발가벗겨진 것처럼 적나라하게 드러난 수치심에 서다인은 주먹을 꽉 쥐고 손톱이 살을 파고 들어가 은은한 고통이 밀려왔다.

그 시각 남하준은 더없이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녀와의 결혼은 마치 할머니의 소원을 이룬 것일 뿐 그 외의 어떠한 가치도 없어 보였다.

서다인은 쓴웃음을 지으며 속절없이 해명했다.

“남하준 씨, 저는 3년 전에 기억 상실해서 더럽고 문란한 과거에 대해 얼추 듣긴 했지만 현재로선 진짜 하나도 기억나지 않아요. 저도 제가 왜 그 지경으로 인생을 망가뜨렸는지 모르겠어요. 하준 씨를 서운하게 했네요. 할머니께 강요당해 저 같은 볼품없는 년과 결혼하고 말이에요. 저는 하준 씨한테 어울리지 않으니 더더욱 이혼해야겠어요.”

남하준은 그녀 앞으로 서서히 다가갔다.

그의 건장한 체구가 가녀린 그녀에게 이유 모를 위압감을 주었고 질식할 것만 같은 막강한 기운이 그녀를 뒤덮었다.

서다인은 긴장한 듯 머리 들어 그와 눈을 마주했다.

남자의 그윽하고 검은 눈동자가 뼈저리게 차갑고 거만했다.

“이혼은 내가 정해. 그때 가서 당연히 너에게 알릴 거고.”

그럼 그녀는 대체 뭘까?

할머니의 환심을 사기 위해 이용당한 물건이란 말인가?

서다인은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서 서운함을 토로했다.

“과거에 제가 어떤 성품을 지녔는지는 잘 몰라요. 하지만 지금은 절대 저 자신을 속상하게 하고 싶지도 않고 허영심을 채우기 위해 자존심까지 짓밟으며 이 유명무실한 혼인 관계를 유지하고 싶지 않아요.”

남하준은 두 눈이 번쩍이더니 야유 조로 쏘아붙였다.

“지금 나랑 자존심을 논하는 거야?”

서다인은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그녀라고 자존심이 없어야 하는 걸까?

이 남자는 대체 그녀가 얼마나 하찮고 눈꼴사나운 거지?

서다인은 마음속으로부터 반항심이 차올라 정색하며 말했다.

“남하준 씨, 만약 저랑 이혼하기 싫으면 본인 태도를 단정하게 하세요. 그쪽은 이미 유부남이니 여자 문제를 깨끗이 정리하고 저랑 부부로 살아가야 하는 거 아닌가요? 못하겠다면 바로 이혼하죠. 할머니껜 제가 직접 말씀드릴 테니 하준 씨를 난처하게 할 일은 절대 없어요.”

남하준은 표정이 돌변하여 불쑥 허리를 숙이고 한 손으로 침대 맡을 짚으며 바로 코앞에서 싸늘한 눈길로 그녀를 내려다봤다.

갑작스럽게 다가온 남하준에 그녀는 놀라서 침대 머리에 몸을 바짝 붙였다.

가슴에 스며들 것 같은 향긋한 냄새가 코를 찌르고 그녀의 마음도 잇따라 설렜다. 심장은 마치 잔뜩 흥분한 토끼처럼 마구 요동치고 두 볼이 빨갛게 달아올랐으며 부끄러운 나머지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왜 이래요?”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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